[경남/고성] 해안누리길 공룡화석지해변길

2019-01 이 달의 추천길 2019-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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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곳에 있을까

어린 시절의 나, 그리고 공룡들

해안누리길 공룡화석지해변길


공룡을 만나러 간다니

경남 고성으로 향하는 길은 설렜다. 공룡이라니. 방구석에 틀어박힌 채 공룡 책만 줄줄 읽어댔던 12살 소년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공룡보다는 친구들과 뛰노는 것에, 고등학교 때에는 수능 공부, 그리고 이어지는 대학 생활과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삶에 집중하게 되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공룡, 그 녀석이 자리하고 있었나 보다. 서점에서 만나는 공룡 책이,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만나 빠져들게 된 공룡 다큐멘터리가, 쥬라기공원으로 대표할 수 있는 공룡 영화들이 왠지 모르게 설렘을 가져다준 것처럼 고성으로의 여행길 역시 이상하리만큼 두근거렸다.

그렇다. 고성으로 향한 건 순전히 공룡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정확히는 공룡의 흔적을 보러 떠난 것이었다. 해안누리길 공룡화석지해변길을 따라 걷다 보면 1억 년 전 공룡의 발자국들을 찾아볼 수 있단다. 천연기념물 제411호.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지로 손꼽힌다니. 불현듯 어릴 적에 탐닉했던 공룡 책들이며, 다큐멘터리의 여러 장면이 떠올랐다. 근처에 숙소를 예약하고, 마침 여행을 떠나고 싶어 했던 친구 하나를 꼬드겨 함께 하기로 했다.

잔잔한 바다, 맑디맑은 숨비소리


입암마을 입구

해안누리길 공룡화석지해변길은 약 3km 내외의 도보 산책로로 조성되어 있었다. 해안을 따라 쭉 이어지는 길이 마을 항구, 모래사장, 그리고 공룡 발자국이 있는 암반을 연달아 지났다. 시작점은 입암마을. 바위가 서 있다는 뜻인데, 근처에 주상절리가 있어서 이런 이름으로 불렸다고.


입암항 풍경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바다로 향하는 내리막길을 따라 곧장 걷기 시작했다. 주변에 길을 안내하는 표식 등이 없어 길을 찾는 건 조금 어려웠지만, 마을 어르신들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외길 끝에는 바다가 있었다. 입암항이다. 마을 주민들의 어선이 방파제를 따라 매어져 있었고 그 너머로는 낚시꾼들이 세월을 낚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잠시 옆길로 샌 뒤, 전망대에 오르는 중


전망대에서 풍경을 감상하는 모습


전망대 아래에 솟아난 주상절리

길은 바다를 왼쪽에 두고 상족암 방향으로 이어지건만, 괜한 반항심에 거꾸로 걸어 들어가 보기로 했다. 언덕 위에 설치되어 있는 전망대를 발견한 탓이다. 소나무 숲이 이어지는 언덕길. 그 꼭대기에서 찾은 전망대는 상족암군립공원 앞바다를 한껏 품어내고 있었다. 유리로 된 바닥 아래로는 맑은 파도가 넘실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남쪽으로는 주상절리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도 있었다. 한겨울이었음에도 남쪽이 보내오는 따스한 바람은 청량함이 가득했다.


검은빛 암반은 이곳에 한때 용암이 흘렀음을 알려준다.


바다 건너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주상절리


해녀가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다시 방향을 잡고 공룡화석지해변길을 거닐었다. 고운 모래와 잔잔한 바다. 유난히 청명했던 하늘과 새하얀 구름 덕분에 마음도 한껏 두둥실. 따스한 햇볕이 온몸을 감싸준 덕택에 걷는 내내 발걸음이 가벼웠다. 오랜만에 좋은 날씨라 그랬을까. 해변 앞바다 여기저기에서는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수시로 들려오기도 했다.

작은 마을을 하나 더 만났다.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아 신선한 생선회를 즐길 수 있는 식당 몇 군데가 눈에 띄었다. 그 너머로 이어지는 데크. 상족암 방향이라는 안내 표지도 찾았다. 비로소 공룡을 만나는 순간이다. 발걸음을 늦추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공룡 발자국이 데크 아래에 있다고 하니, 이제 그것들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풍경을 감상하며 넋 놓던 정신을 부여잡았다.


절벽을 따라,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길

순수의 시대, 공룡의 시대

대체 어느 게 공룡 발자국인가 싶었는데 다행이게도 데크 기둥에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안내판은 근처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발자국의 사진과 그에 대한 설명을 담아 오가는 이들에게 알려주었다. 친절하게도. 계단이 있어 발자국화석이 있는 바위로 내려가 볼 수도 있었다. 물이 한껏 빠져 있던 썰물 때라 화석산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채 고여 있는 물 덕분에 발자국의 위치를 쉽게 발견하는 것도 가능했다.


선명한 공룡의 발자국들

공룡 발자국을 알아보고는 탄성을 질렀다. 초식공룡인 용각류와 조각류, 육식공룡 수각류의 발자국은 물론, 새 발자국도 광범위하게 남아 있었다. 이 땅 위로 공룡이 지나다녔을, 1억 년 전 당시의 모습을 상상했다. 세상에, 굉장했다. 마치 어릴 적 모습으로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아니, 그럴 필요도 없었다. 잔잔하고도 고요한 바다는 모든 걸 다 받아주고 있었으니까.


화석이 아니어도 공룡화석지해변길의 풍경은 그저 아름답다.

이곳에 발자국이 고스란히 남은 이유는 다름 아닌 화산 폭발의 영향이었단다. 잠깐 마주했던, 그리고 이곳에서는 바다 건너로 그 위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주상절리와 퇴적암이 끊겨 있는 흔적들, 검은 돌을 비롯해 이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지질학적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고.

이 발자국, 저 발자국을 찾아보며 걸었다. 지질학 지식이 없어도 이미 내 곁에는 공룡이 함께 걷는 듯했다. 시간이, 용암이, 바다가 만들어 낸 작품들은 연달아 이어졌다. 개중에는 사람이 쌓은 돌탑도 함께였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던 길은 점점 바위를 타고 오르다가, 쭉 내려가기도 했다. 연극으로 따지자면 클라이막스로 향하기 전 마지막 위기 구간이었던 셈. 내려갈까 말까 고민했던 계단 끝에는 너른 암반이 바다 앞에 드넓게 펼쳐져 있는 공간이 숨어 있었다. 좌우로 솟은 바위와 그 끝에서 하늘을 장식한 나무들은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를 만들어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길 끝에서 만난 상족암의 절경

그야말로 한 폭의 액자 속으로 빠져든 듯했다.

실로 완벽한 마무리

다시 막바지를 향해 올랐다. 길 끝에는 고성공룡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었고, 매표소 뒤로는 전망대를 겸한 카페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들렀다. 여태 걸었던 길을 되새기고 싶기도 했고, 마침 당 충전이 필요하기도 했고. 이곳까지 그야말로 천천히 거닐었건만, 여운은 강렬했기에 무심코 들어간 카페만큼은 평온하길 바랐다. 2층 문을 열고 들어섰다. 고요한 카페는 외부 세계와 단절된 듯한 느낌. 사방엔 잔잔한 음악이 흘렀다. 달콤한 에이드 한 잔을 주문했다. 눈앞엔 고성 앞바다 풍경이 한껏 너울대고 있었다. 실로 완벽한 순간이었다.


길은 고성공룡박물관으로 이어진다.


아름다운 전망과 함께 즐기는 카페에서의 여유


전망대 카페에서 본 고성 앞바다의 풍경

이곳까지 왔는데 그냥 지나칠 수야 있나. 마지막으로 고성공룡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은 상족암과 고성 앞바다를 바라보고 솟은 언덕 꼭대기에 위치했다. 3층 규모로, 고성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발견된 공룡 뼈와 화석을 전시해 둔 공간이었다. 공룡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조성된 듯했지만, 나도 모르게 공룡 이야기에 빠져들고야 말았다. 3D 영상관이나 트릭아트 등 나름대로 재미있는 요소가 곳곳에 있기도 했다.


고성공룡박물관 곳곳에 다양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고성공룡박물관


고성공룡박물관 3층에서는 공룡을 테마로 한 트릭아트를 만날 수 있다.

한껏 짧아진 해는 바다 건너의 또 다른 산을 타고 넘기 시작했다. 사방에 펼쳐진 풍경이 한껏 노란 빛으로 물들어갔다. 어느새 바다가 해안선에 닿아 출렁였다. 밀물 시간대인 듯했다. 공룡 발자국은 온데간데없었다. 찰나의 꿈을 꾼 것만 같았다. 순수하기만 했던 어린 시절을 다시금 떠올리다가, 해변에 내려놓았다.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서였다. 언젠가 다시 만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1999년의 나를, 2019년의 나를 말이다.


해가 저무는 시각, 밀물 때가 가까워지며 물이 한껏 차오르고 있다.



▶걷는 거리

3㎞

▶코스 경로

입암마을입구 ~ 상족암해변 ~ 공룡화석탐방로 ~ 경남청소년수련관 ~ 상족암 ~ 공룡박물관

▶소요 시간

1시간

▶난이도

보통

▶찾아가는 길

하이면에서 고성행 버스 이용​

 


▶화장실

공룡박물관, 상족암여객선 터미널 앞

▶식수

상족암해변, 경남청소년수련관, 공룡박물관

▶매점

경남청소년수련관, 공룡박물관, 상족해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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