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귀포] 숲이 아름다운 한라산둘레길 동백길

2019-02 이 달의 추천길 2019-06-02
조회수495

 

제주의 신비로운 원시림과

아픈 역사를 품은 길

'한라산둘레길 동백길'

진우석 여행작가


한라산둘레길 동백길에서는 신비로운 많은 계곡을 만날 수 있다.

‘제주가 한라산이고, 한라산이 곧 제주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주에서 한라산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인간의 발길이 쉽게 닿지 못하는 해발 600~800m 한라산의 깊은 품에는 상록 활엽수림과 낙엽 활엽수림이 어우러진 독특한 원시림이 자리 잡고 있다. 그 한라산의 속살을 오롯이 만날 수 있는 길이 한라산둘레길이다. 한라산둘레길 중 가장 먼저 열린 동백길은 일제강점기 때에 생긴 하치마키 병참 도로와 임도, 표고버섯 재배지를 연결하는 운송로 등을 엮어서 만들었다.

제주 항일운동의 성지 무오법정사에서 출발

한라산둘레길은 한라산의 산허리를 한 바퀴 도는 숲길이다. 천아숲길, 돌오름길, 동백길, 수악길, 사려니숲길 등이 개통했고, 전체 약 80㎞ 중 북쪽 코스만 남겨 두고 있다. 한라산둘레길 중 가장 먼저 생기고 유명한 길이 동백길이다. 동백길은 무오법정사에서 동쪽으로 돈내코탐방로안내센터까지 13.5㎞쯤 이어진다. 경사가 완만한 숲길이지만, 돌길 구간이 생각보다 걷기가 쉽지 않다.

동백길의 출발점은 무오법정사다. 만약 아침 일찍 출발하고 싶다면, 서귀포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방법이다. 원시림 속에 휴양림이 들어선 덕분에 마치 한라산에서 밤을 보낸 느낌이 든다. 휴양림에서 무오법정사까지는 호젓한 숲길이 1㎞쯤 이어진다.


동백길 출발점인 무오법정사 주차장.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한라산둘레길 안내소다.

무오법정사 주차장 앞에 한라산둘레길 안내센터가 자리한다. 여기서 지도를 한 장 얻어 출발했다. 이정표를 따라 언덕에 올라서면 무오법정사 항일운동기념탑이 서 있다. 무오년인 1918년, 3·1운동 1년 전에 제주에서 선도적으로 대규모 무장 항일운동이 일어났다. 법정사 스님들과 지역 주민 700여 명이 조직적으로 무장하고 중문 경찰관 주재소를 불태웠다. 안타깝게도 일제의 혹독한 탄압으로 66명이 검거되고 5명이 옥사하는 아픔을 겪었다.


한라산둘레길 동백길 입구에 자리한 무오법정사 항일운동기념탑.

항일운동기념탑을 지나면 양쪽에 돌탑을 쌓아 올려 만든 ‘한라산둘레길’ 표지판을 만난다. 그 안으로 길이 시작되는데 울창한 숲이 보인다. 숲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 번도 끊어지지 않고 종착점까지 이어진다. 어떤 풍경을 보여줄지 기대가 돼 마음이 콩콩 뛴다.


항일운동기념탑을 지나면 만나는 한라산둘레길 동백길 입구.

숲길을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나타나는 풍요로운 숲에 탄복했다. 우선 굴거리나무와 동백나무 등의 난대상록수와 참나무, 서어나무 등의 온대 낙엽활엽수가 어우러지는 모습이 특별하고 자연스러웠다. 또한 제주조릿대와 구멍 숭숭 뚫린 화산석, 덩굴이 휘감은 나무들, 그리고 돌과 나무 밑동에 붙은 이끼들이 어우러졌다. 여기에 느닷없이 길섶에 뛰어가는 노루들이 숲 풍경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궁상천 계곡의 하트 모양 웅덩이.

하나둘 끊임없이 나타나는 계곡을 비교해 감상하는 맛도 쏠쏠하다. 첫 번째 만나는 계곡은 강정천 계곡이다. 집채만 한 돌덩이가 널려 있고, 맑은 물을 담고 있는 웅덩이가 몇 개 보인다. 이 계곡을 따라 하염없이 내려가면 제주해군기지가 생긴 강정마을을 만난다.

강정천 계곡을 건너면 동백꽃 군락지를 만나지만, 아쉽게도 꽃이 없다. 이곳 동백은 3월쯤에 개화한다. 다시 만난 계곡은 궁상천인데, 반들반들한 화강암이 드넓게 깔려 있다. 순간 설악산에 온 기분이다. 계곡의 웅덩이 제법 큰 데 마치 하트 모양이라 정겹다. 건천에 물이 고인 웅덩이는 신비롭게 보인다. 그래서 왠지 한라산의 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눈은 백록담. 한라산은 계곡마다 이런 웅덩이를 통해 세상을 보지 않을까.


일제가 한라산에 만든 하치마키 병참 도로의 흔적.

‘하치마키’ 병참 도로 흔적을 알리는 안내판 앞에서 발이 멈췄다. 일제는 한라산의 목재와 버섯 등의 임산물을 착취하기 위해 임도를 냈다. 그리고 태평양전쟁 말기에는 미군과의 옥쇄 전을 준비하기 위해 섬 전체를 요새화하고, 기존 임도를 활용해 한라산 자락을 따라 한 바퀴 두르는 길을 냈다. 이를 '하치마키' 병참 도로라고 한다. 하치마키는 '머리띠'라는 뜻이다. 병참 도로는 크고 작은 화산석을 깔아 길을 만들었다. 그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이런 번듯한 길을 만들었는지 신기하다. 얼마나 많은 제주 주민들이 병참 도로를 만드는 노역에 시달렸을까.

화전과 4.3 흔적, 제주 역사의 현장


옛 화전민의 애환이 서린 숯가마터.

무오법정사에서 약 5.5㎞ 떨어진 지점에 제법 큰 숯가마터가 남아 있다. 제주의 중산간 지대에는 예로부터 사람이 살았고, 1920년대에는 4천여 명이 넘는 화전민이 살았다고 한다. 화전민은 주변에 많이 자랐던 참나무나 서어나무 등을 태워 숯을 만들었다. 뜨거웠던 가마터는 싸늘하게 식었고, 돌무더기에는 이끼가 세월의 더께처럼 덕지덕지 묻어 있다.


제주의 아픔이 담긴 4.3 유적지. 토벌대 주둔지의 흔적이다.

다시 길을 나서면 갑자기 켜켜이 쌓인 돌담들이 나타난다. 이곳은 제주 4.3의 아픔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4.3이 일어나자 정부는 중산간 마을의 소개령을 내리고 모두 초토화시켰다. 중산간 곳곳에 주민을 동원해 돌을 쌓아 토벌대가 머무를 수 있는 주둔소를 설치했다. 몇 겹으로 쌓은 돌담들은 4.3 토벌대 주둔소의 흔적이다.


시퍼런 계곡에 하늘과 나무들이 잠겨 있다.

4.3 유적지를 지나면 다시 계곡을 만난다. 제법 큰 웅덩이는 물빛이 시퍼렇고, 물속에 나무들과 하늘이 잠겨 있다. 웅덩이 앞에는 제법 큰 낭떠러지가 있다. 비가 많이 오면 큰 폭포로 변신한다. 낭떠러지 앞쪽 보이는 봉우리는 시오름이다. 동백길에 아쉬운 건 오름으로 길이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시오름 갈림길에서 이어지는 ‘서귀포 치유의 숲’ 가는 길.


일제가 수탈 목적으로 심은 삼나무들이 울창한 군락을 이룬다.

‘서귀포 치유의 숲’으로 내려갈 수 있는 시오름 갈림길을 지나면 울창한 삼나무 군락지와 편백나무 군락지가 연달아 나타난다. 아름드리나무들이 빽빽한 숲은 신령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편백나무 군락지에는 의자와 평상 등 편의시설도 있어 쉬어가기 좋다. 편백나무 군락지를 지나면 길은 한동안 돌길로 변해 걷기가 팍팍해진다.


의자와 평상 등이 놓인 편백나무 군락지.

큰 계곡을 건너면 표고버섯 재배장을 만난다. 제주에서 표고 재배의 역사는 깊다. 한라산에서 재배하는 표고는 향이 진하고 맛이 좋아 조선시대 왕실 진상품이었다. 참나무나 서어나무가 풍부하고 화산 지형의 독특한 특성으로 습도가 잘 유지되기 때문이다.


돈내코탐방안내소 가는 길에 열리는 서귀포 조망.


동백길이 끝나고 이어지는 돈내코탐방안내소.

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 갈림길을 지나 계곡을 건너면 대망의 동백길 종착점 안내판을 만난다. 여기서 길은 세 갈래다. 하나는 돈내코 탐방안내소로 내려가는 길, 돈내코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 그리고 한라산둘레길 수악길을 따른 길. 돈내코 탐방안내소 방향으로 내려오면 시야가 넓게 열리면서 서귀포 일대가 잘 보인다. 동백길의 마지막 선물이다.


▶︎걷는 시간

약 5시간(휴식시간 제외)

▶︎거리

약 13.5km

▶︎걷기 순서

무오법정사 주차장~무오법정사 항일운동기념탑~강정천 계곡~하치마키 병참 도로 안내판~궁상천 계곡~숯가마터~

4.3 유적지~ 시오름갈림길~삼나무 군락지~ 편백나무 군락지~표교버섯 재배지~‘동백길 끝’ 안내판~돈내코탐방안내소

▶︎코스 난이도

보통. 전체적으로 완만한 숲길이라 걷기 힘들지는 않지만, 거리가 멀어 지칠 수 있다. 충분히 쉬었다가 가는 게 좋겠다.

 

 


▶︎걷기 TIP

돌길이 많아 걷기가 쉽지 않다. 운동화보다는 등산화를 싣는 것이 좋고 스틱을 사용하면 편하다.

후반부 편백나무 군락지를 제외하고는 쉼터가 거의 없다.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고, 방석과 돗자리 등을 가져가면 편리하다.

비가 많이 내릴 때는 위험하므로 탐방안내소의 안내를 따라야한다.

오후 2시가 넘으면 탐방로가 통제되므로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게 좋다.

▶︎화장실

무오법정사 주차장, 돈내코탐방안내소

▶︎음식점 및 매점

없다. 사전에 도시락 또는 행동식을 준비하는 게 좋다.

▶︎숙박 업소

무오법정사 근처에 서귀포자연휴양림(064-738-4544)이 있다.

▶︎숙박 업소

한라산둘레길 안내센터 (064-738-4280)

▶︎교통편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1100도로를 이용하여 중문로터리를 오가는 740번 버스를 타고 법정사입구 정류장에서 내린다.

도착점인 돈내코탐방안내소에서는 20분쯤 내려와야 버스정류장이 있다. 출발점에 차를 세웠으면 콜택시를 부르는 게 좋다.

▶︎길 찾기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 길 찾는 데 어려움이 없다. 갈림길이 많이 나오지만, 한라산둘레길 이정표를 찾아가면 된다.


- 이 달의 추천길 다른글 보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