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천안] 3.1절 기념 여행지, 천안 역사문화둘레길

2019-03 이 달의 추천길 2019-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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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소리 아스라이

들려오는 그 길

김정흠 여행작가


유관순여사 동상

제나처럼 북적거리는 광화문 한복판. 유난히 한 글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3·1운동, 그리고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올해로 딱 100주년이란다. 100년 전에 그토록 치열했던, 그토록 절실했던 외침이 이 자리에 있었다니. 먼 옛날의 일이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100년이 되었을 뿐이라니. 갑자기 괴로워졌다. 화려한 대도시의 중심이라고만 여겼던 이곳이, 총칼을 든 이들에 맞서 모자나 깃발만을 치켜들고는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던 이들로 가득했던 곳이었다는 사실이 갑자기 생생해졌다. 오래된 일이 아니지 않은가. 단지 우리의 발걸음이 빨랐을 뿐.

예전부터 마음에 담아두기만 했던 곳을 찾았다. 천안이다. 서대문형무소와 이화여고에 있는 심슨박물관(이화여고100주년기념관) 등을 둘러보며 마음에 깊이 각인되었던 한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싶어서였다. 열여섯의 나이로 절대 권력에 맞서고자 했던, 독립운동의 불씨를 퍼뜨리는 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을 것 같았던 그녀의 흔적을 찾아서.

유관순 열사 유적지


유관순 열사 추모각


추모각에 놓인 유관순 열사의 영정


많은 참배객이 열사를 기린 흔적이 향로에 남아 있다.

유관순 열사를 기리는 장소가 아우내장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열사의 추모각을 중심으로 열사의 초혼묘, 유관순열사기념관, 그리고 다른 순국자들을 위한 추모각 등이 한데 모여 있다. 먼저 유관순 열사 추모각에 올랐다. 이미 많은 이들이 방문해 분향했고, 바로 옆 방명록 역시 사람들의 이름으로 빼곡했다. 소소하게나마 인사를 올렸고, 마음속으로 감사함을 표했다. 뒤돌아서는데 문득 100년 전 독립 만세를 외쳤던 이들의 목소리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관순 열사의 초혼묘


유관순 열사 동상

 

초혼묘는 추모각 뒤로 이어지는 등산로 중간 지점에 조성되어 있다. 실제 묘소를 찾을 수 없어 초혼묘를 조성했단다. 서대문형무소에서 모진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순국한 이후 이태원 공동묘지에 안장되었으나 일제가 그곳을 군용기지로 쓴다며 뒤엎는 바람에 시신을 찾지 못하게 되었던 것. 열사의 영혼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1989년에 조성한 것이 지금 이곳에 있는 초혼묘다. 열사의 일대기, 그리고 열사가 독립운동에 나서며 기도했던 기도문이 새겨져 있다.

 


유관순 열사 기념관


태극기를 대량으로 찍어내기 위해 만들었던 목판

 

유관순열사기념관은 열사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이화학당 재학 시절부터 천안 아우내장터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것, 서대문형무소에 갇혀 갖은 고초를 겪었던 것까지 소개한다. 3·1운동 당시에 사용하려는 목적으로 태극기를 대량으로 찍어냈던 목판도, 여러 모습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태극기도 전시되어 있다. 열사의 재판을 다룬 문서, 건국훈장 독립장도 함께 자리한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이화학당 명예 졸업장. 열사가 태극기를 품에 안고 학교를 뛰쳐나오며 포기했을 그 무언가, 혹은 모든 것을 끝내 돌려준 것만 같아서. 그 졸업장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관순 열사가 다녔던 이화학당의 명예 졸업장

역사문화둘레길을 거닐며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에서 희생된 이들의 추모각


구간 대부분은 차량이 오가는 길이다. 탐방 시 유의할 것


역사문화둘레길은 이곳, 유관순열사유적지에서 시작했다. 역사문화둘레길을 따라 본격적으로 독립운동 ‘순례길’을 거닐어볼 차례. 길은 열사의 초혼묘가 있는 매봉산을 빙 둘러 유관순 생가로 향했다. 입구에 설치된 지도가 상세한 편은 아니지만, 길가에 안내 표지가 있어서 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길에서는 유관순 열사가 아닌, 다른 묘소도 찾아볼 수 있었다. 유관순 열사의 부모인 유중권, 이소제의 합장묘, 그리고 작은아버지인 유중무의 묘다. 모두 3·1운동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독립운동가다.


유관순 열사 생가지

유관순 열사의 생가는 소소한 초가집일 뿐이었다. 바로 옆으로는 열사가 어릴 적 다녔다는 교회가 여전히 남아 있기도 했다. 평범하기 그지없던 이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그토록 처절하게 싸워낸 것이었다는 생각에 또 한 번 가슴이 뭉클했다. 내부에는 만세운동을 준비하던 유관순 열사 일가의 모습이 재현되어 있어 당시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인도가 없는 길이 계속 이어진다.


조병옥 박사 생가지

길은 유관순 열사와 더불어 이 마을이 낳은 또 하나의 독립운동가, 조병옥 박사의 생가를 지난다. ‘역사문화둘레길’이라는 이름답게 역사의 수레바퀴를 좀 더 뒤로 돌리기도 한다. 조선의 과학자 홍대용의 흔적으로 말이다. 성리학에 젖어 있던 당시의 조선 사회에서 지전설과 무한우주론을 제시해 큰 파란을 불러온 인물이다. 이 지역에서 태어난 것을 기려 큼지막한 과학관이 조성된 것. 상설전시관에서는 다양한 과학 체험이, 천체투영관에서는 하늘 위로 쏟아질 듯한 별들을 만나볼 수 있단다. 임진왜란에서 활약을 펼쳤던 또 한 명의 충무공, 김시민 장군의 유허지도 이 길 위에 있다.


천안 홍대용과학관


과학관 입구에 조선의 다양한 천체 관측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혼천의를 가까이에서 살펴보자


홍대용 묘소로 향하는 길


홍대용 묘소


병천 순대국밥, 그리고 아우내장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유관순 열사의 유적을 깊이 들여다보기도 했고, 이제 막 찾아오기 시작한 봄기운이 두 다리를 조금 나른하게 만들어서 그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만세운동이 펼쳐졌던 중심지, 아우내장터가 있었던 병천순대거리로 진입했다. 10km가량을 걸어온 터라 출출했고, 순대국밥은 이 허기를 달래기에 충분했다. 인기가 높은 집을 골라 들어가려다, 평범해서 더 눈에 띄는 집을 하나 찾아 순대국밥을 주문했다. 그득한 순대와 고기로 가득한 그릇은 그저 감동의 현장이었다. 김치는 또 어찌나 그리 아삭했던지. 담백한 국물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마무리한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의미 있는 여행의 멋진 마무리.


아우내 만세운동이 있던 장소에 세워진 기념 조형물 '그날의 함성'


병천순대마을에서 순대국밥을 지나칠 수는 없다


▶︎걷는 시간

약 2~3 시간

▶︎거리

약 8km

▶︎걷기 순서

유관순열사사적지~유관순생가지~조병옥생가지~홍대용생가지~홍대용묘~김시민유허지~병천사거리~유관순열사사적지

▶︎코스 난이도

쉬움

 


▶︎걷기 여행 TIP

* 길이 대부분 인도가 없는 도로입니다. 오가는 차량에 유의하세요.

* 혼자 걷기에는 외진 곳이 많습니다. 동행과 함께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 [유관순열사기념관]

- 위치: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유관순길 38

- 전화번호: 041-564-1223

- 관람시간: 09:00~17:00

- 관람요금: 무료

* [홍대용과학관]

- 위치: 충남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 장산서길 113 홍대용과학관

- 전화번호: 041-564-0113

- 운영시간: 10:00~18:00 (전시관) / 10:00~21:00 (천체투영관) / 14:00~21:00 (관측실)

- 휴관일 : 매주 월요일(공휴일과 겹치는 경우 그 다음 날), 1월 1일, 명절(설날, 추석)과 명절 전날

- 입장요금: 어른 3,000원 / 중고생, 군인 2,000원 / 초등학생 1,500원

- 천체투영관 이용 요금: 어른, 중고생, 군인 2,000원 / 초등학생 1,000원

▶︎화장실

유관순열사사적지, 유관순생가지, 조병옥생가지, 홍대용과학관

▶︎매점

홍대용과학관

▶︎식수

유관순열사사적지, 홍대용과학관

▶︎교통편

종합터미널에서 500번 버스를 타고 모드니에 정류장에서 하차, 도보 2분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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