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중구] 골목투어 2코스 근대문화골목 여행

2019-03 이 달의 추천길 2019-06-02
조회수436

아프지만 아름다운

근대 역사를 따라 걷는 길

신혜은 여행작가


대구 근대문화골목이 시작하는 청라언덕 올라가는 길


근대로의 여정, 스탬프 투어


청라언덕 - 근대 역사가 살아있는 푸른 담쟁이 언덕


청라언덕

구 근대路의 여행 2코스 ‘근대문화골목’은 동산 청라언덕에서 시작한다. 이곳에는 서양 선교사였던 스윗즈, 챔니스, 블레어의 이름을 딴 새 채의 개화기 주택이 있다. 벽돌로 된 2층의 양옥집은 모두 1910년경 지어져 선교사들의 사택으로 쓰였다. 현재는 대구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각각 선교, 의료, 교육역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내부에는 당시 사용하던 의료기기와 서적, 사진 등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100여 년 전 우리 역사를 마주하고 있자니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제 근대문화길의 시작인데 봐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청라언덕 위에 지어진 서양 근대 건축물은 과거로 간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각시탈>, <사랑비> 등 영화와 드라마 배경으로 자주 사용되었던 근대식 양옥 주택.


청라언덕의 야경. 낮과는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박물관으로 쓰이는 챔니스 주택의 내부. 당시 사용하던 의료기기를 전시하고 있다.

3.1만세운동길

선교사 주택이 있는 청라언덕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길. 근대음악의 선구자 작곡가 박태준(1900-1986)의 가곡 ‘동무생각’에도 나오는 야트막한 청라언덕 위에 서면 대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시내로 내려가는 90계단은 3.1만세운동길로도 불린다.


지금도 양옆으로 나무들이 있지만 과거에는 소나무 숲이 울창해 경찰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1919년 3월 1일 서울에서 시작된 독립만세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되어, 3월 8일 대구에서도 일어났다. 만세운동을 준비하던 학생들이 일본군의 감시를 피해 지나다녔던 솔밭길이 바로 이 길이다. 계단길에는 만세운동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전시해 당시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좌)3.1만세운동길에서 바라보는 시내. 계산성당이 바로 보인다 (우)3.1만세운동길의 야경

기록에 따르면 당시 대구 계성학교 학생들은 독립선언서를 제작, 배포하였고 전교생 46명이 독립만세운동에 참가해 35명이 실형을 받았다 한다. 이 일로 계성학교는 1년간 폐교를 해야 했지만, 대구의 독립만세운동은 청라언덕과 90계단을 넘어 시내로 퍼져 나갔다.

계산성당


계산성당

3.1만세운동길을 따라 내려와 길을 건너면 고딕양식의 계산성당이 우뚝 서있다. 서울과 평양에 이어 세 번째로 지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이자 대구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었다. 처음 한옥으로 지어진 성당은 화재로 소실된 이후 1902년 벽돌식 성당으로 건축하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유럽에서나 봄직한 높이 솟은 두 개의 탑과 장미창, 붉은 벽돌의 성당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덕분에 영화와 결혼식 장소로 자주 사용되었는데,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결혼식과 영화 <검은 사제들>의 촬영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이상화, 서상돈 고택


큰길을 따라 난 벽에 그려진 이상화와 서상돈


계산성당을 나와 큰길을 따라가다 보면 이상화와 서상돈이 그려진 벽화가 나온다. 벽화를 따라 난 길은 그들이 살았던 고택으로 이어진다. 길의 바닥과 벽에는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구절이 새겨져 있다. 절절한 시구절은 따뜻한 햇살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고 있는 나에겐 새삼 아프게 다가온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잡혔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中

-이상화


이상화의 시가 적혀 있는 벽화를 따라 난 길

시구절을 뒤로하고 골목을 돌아서면 저항 시인 이상화와 국채보상운동의 중심이 되었던 서상돈의 집이 나란히 마주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나라를 위해 애쓴 두 사람의 집은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서 철거될 위기에 처했지만 시민들의 서명운동과 후원으로 지금까지 잘 보존될 수 있었다. 비록 고층 빌딩에 둘러싸여 있지만 두 집이 보존되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구 시민들에게 감사한 일이다.



이상화 고택과 마주하고 있는 서상돈 고택

대상인으로, 대지주로서 많은 부를 가진 서상돈의 집은 의외로 소박했다. 나라를 위해 학교를 설립하고 국채보상운동을 하며 청렴한 생활을 했던 그였다. 일제 치하, 어려운 시절에도 꿋꿋이 각자의 자리에서 나라를 지키려 애쓰던 그들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빌딩 숲에 둘러싸인 이상화와 서상돈의 고택

약전골목


두사충 뽕나무 골목

길은 계속 이어진다. 명나라 장군 두사충의 뽕나무 골목을 지나 큰 길로 들어서면 조금은 평범한 대로가 나온다. 길 양쪽 커다란 간판이 붙은 가게에서는 한약 냄새가 폴폴 난다. 한약방이 밀집해 있는 이곳은 한약재 시장인 대구 약령시가 있다.


약전 골목의 약령시

효종 때 처음 시작된 대구 약령시는 봄, 가을 일 년에 두 번 한약재와 약초를 거래하는 시장이었다. 일제 때 폐지되고 한국전쟁을 겪으며 맥이 끊겼던 약령시는 현재는 약전골목으로 되살아나 상설시장이 되었다. 이곳에서 매년 열리는 대구약령시한방문화축제는 19년 연속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될 만큼 우수한 축제로 한 번쯤 찾아볼 만하다.


대구 구 교남 YMCA 회관


제일교회 역사관

이 길에는 3.1 독립만세운동 당시 주요 지도자들이 모였던 대구 구 교남 YMCA 회관과 대구제일교회의 옛 예배당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조선시대와 근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흔적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길이다. 바로 옆에는 에코한방웰빙체험관과 한의약박물관이 있어 약령시의 역사와 다양한 한약에 대한 지식도 쌓고 체험도 할 수 있다.


약전골목에 있는 에코한방웰빙체험관


한의약 박물관

영남대로, 진골목


한의약박물관을 나와 맞은편 뒷골목으로 돌아서면 조선시대 간선도로 중 하나라는 영남대로가 나온다. 이 길은 부산 동래포에서 한양까지 이어져 영남지방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는 과거길이었다고 한다. 길을 따라 그려진 벽화는 당시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진골목

영남대로를 나와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진골목이 나온다. 길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에서 유래된 진골목은 대구의 부자들이 살던 골목이었다. 진골목에는 서양식 주택과 마당 넓은 한옥집들을 볼 수 있는데, 대구 갑부였던 서병직의 저택도 그중 하나다. 1937년 지어진 그의 서양식 주택은 1947년 정필수 원장이 매입해 정소아과 의원으로 바뀌었다. 2017년 정 원장은 별세했지만 병원의 모습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화교협회


화교협회 건물

진골목을 돌아 나와 근대路의 여행 2코스 근대문화골목길의 마지막인 화교협회로 향했다. 이미 길은 어둑어둑 해졌지만 화교학교 안으로 들어서자 붉은 벽돌의 저택이 한눈에 들어왔다. 진골목은 대구 토착지주 달성서씨의 집성촌이라는데, 이 건물 역시 서병국의 집이었던 것을 화교협회에서 매입하여 현재까지 협회 건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2층의 네모 반듯한 벽돌집은 달성 서씨의 부유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보여준다.


근대문화 여행의 진수


대구 중구 근대路의 여행

2km 남짓, 길지 않은 길이지만 ‘근대문화골목’은 자세히 보면 볼수록 더 깊이 보이는 길이다. 길을 걷는 것에만 의미를 두기에는 이 길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길을 지나오며 만나는 장소마다 건물마다 박물관마다 들어가 선조들이 지나온 발자국을 확인하며 새삼 지금 나의 발자국을 되돌아보았다.


진골목의 옛 한옥집

몇 해전 진골목의 옛 한옥집에 자리한 한식당이 생각이 나 찾아갔다. 멍게비빔밥이 맛있던 집이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서양식집으로 바뀌어 있어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조미료 없이 소박한 주인집 할머니 손맛을 더 이상 보지 못한다는 건 외할머니를 잃은 것 마냥 허전했다.


길은 단순히 우리가 걷는 공간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을 이어주는 동시에 우리 선조와 미래 세대를 잇는 연결고리가 아닐까. 대구 근대문화골목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함께 걸어야 할 연결고리의 보물 같은 길이다.


▶︎걷는 시간

2-3시간 (박물관 및 내부 관람 시간에 따라 달라짐)

▶︎거리

약 1.64km

▶︎걷기 순서

시작과 끝 지점을 반대로 해도 무방.

대구 중구 근대로의 여행 2코스 근대문화골목 : 동산선교사주택(청라언덕) - 3.1만세운동길 – 계산성당

– 이상화,서상돈 고택/ 근대문화체험관 계산예가 – 뽕나무골목(두사충) – 에코한방웰빙체험관/대구 구 교남 YMCA회관

– 제일교회역사관 – 약령시 한의약 박물관 – 영남대로 – 종로 – 진골목 – 화교협회(화교소학교)

▶︎코스 난이도

중하 – 청라언덕을 제외하면 평지길이며 중간중간 박물관이나 전시실에서 쉴 수 있음.

 


▶︎화장실

에코한방웰빙체험관, 약령시 한의약 박물관

▶︎식사

대구 약령시 거리, 염매시장, 현대백화점, 진골목 등에 식당이 있음

▶︎교통편

자가이용: 네비게이션 ‘청라언덕’ (대구광역시 중구 동산동)

대중교통:

- 지하철 : 2호선, 3호선 청라언덕역, 3호선 서문시장역, 1호선, 2호선 반월당역

- 버스 : 엘디스리젠트호텔앞(00-643), 엘디스리젠트호텔건너 (02-199), 동산의료원앞(01-050)


- 이 달의 추천길 다른글 보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