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양산] 봄 풍광 느껴지는 양산 통도사 암자순례길

2019-05 이 달의 추천길 2019-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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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편해지는 풍광

통도사 암자순례길

이승태 여행작가


 


통도사 매표소가 있는 산문. 뒤로 영축산 봉우리가 우뚝 솟았다.

심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지만 나는 절 집을 좋아한다. 우선은 울창한 숲과 큰 나무가 있고, 그 나무가 조화로운 깨끗하고 건강한 자연이 있으며, 그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건축이 아름답고, 오래된 것에서 오는 안정감과 우리 한옥이 가진 숨구멍-드나듦이 좋아서다. 부처님 가르침엔 관심 없어도 절에 가면 마음이 편해서다.

지난해 6월 30일,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사 일곱 곳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산사-한국의 산지승원’으로 등재되었다. 그 오랜 역사성과 자연을 끌어안은 건축적인 배치, 지금도 스님과 신도, 관람객이 어우러지며 살아있는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내가 절 집을 좋아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무풍한솔길, 모든 시름을 잊는 곳

 

이번에 등재된 일곱 절집 중 통도사를 찾았다. 일곱 절 중 가장 큰 절인 통도사는 우리나라 불가를 대표하는 삼보사찰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불교에선 세 가지 진귀한 보물이 있는데, 부처[佛]와 부처의 가르침[法], 그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하는 자[僧]가 그것이다. 이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절을 법보‧불보‧승보사찰이라 부른다.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순천의 송광사가 승보사찰이고,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합천의 해인사는 법보사찰,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통도사는 불보사찰이다. 이 삼보사찰은 전통적인 승려 교육과정인 선원과 강원, 율원의 세 기능을 다 집합시켜 놓은 곳이라서 각각 총림(叢林)이라 부르기도 한다. 통도사는 ‘영축총림’으로 통한다. 


산문을 들어서면 길이 나뉜다. 왼쪽은 차도, 오른쪽은 무풍한솔길이다.


기울어진 소나무에 연등을 단 재치가 기막히다.

큰 절은 들머리에서 부처를 만나기까지 여러 관문을 지나야 한다. 산문에 들어섰더라도 일주문과 천왕문, 불이문을 다 거쳐야 대웅전의 부처님 앞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부처를 만나기 전 마음을 정화하는 순례의 시간이다. 그런데 양산 통도사는 이 순례의 길에서 만나는 모든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부처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조차 잊을 정도다. 산문을 지나 일주문에 이르는 1km 남짓의 진입로, 아름드리 소나무로 가득한 이 구간에서 사람들은 부처의 가르침을 듣기도 전에 벌써 속세의 시름이나 근심을 대부분 털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1km를 걷는 내내 이리도 기분 좋을 수 있어서 놀랍도록 행복한 솔숲길이다.

부도전에서 짐작되는 사격(寺格)


부도전이 보이는 풍광. 왼쪽에 돌로 만든 당간과 그 뒤로 총림문도 보인다.


통도사 총림문. 여느 절집에서는 볼 수 없는 건축물이다.

하마비와 석당간을 지나니 일주문 형태의 거대한 문이 나타난다. ‘총림문(叢林門)’이다. 일반 절집에서는 볼 수 있는 구조물로, 통도사가 ‘영축총림(靈鷲叢林)’임을 알려주는 문이다. 두 번째 글자인 ‘鷲’은 자전에서 독수리나 수리를 뜻하는 ‘취’로 나오기에 많은 이들이 이를 ‘영취총림’으로 읽기도 하지만 불가에서는 ‘축’으로 통한다. 통도사 뒤에 우뚝 솟은, 영남 알프스의 마지막 봉우리 이름이 그래서 영취산이 아니라 ‘영축산(靈鷲山)’인 것이다. 석가모니가 법화경을 설법하던 인도의 산 이름이 영축산인데, 통도사를 창건한 이들이 그 이름을 따 와서 이 산도 영축산으로 부른 것이다.


통도사 부도전. 사세를 짐작할 수 있는 크기다.

총림문 오른쪽은 통도사 부도전이다. 엄청나게 많은 비석과 부도가 보인다. 원래 주변 이 곳 저 곳에 흩어져 있던 것을 1993년, 월하 방장스님이 한 곳으로 옮긴 것이라 한다. 임진왜란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통도사를 위해 활약한 수행자들과 큰스님의 부도들로 60기가 넘고, 비석도 50기가 넘어서 통도사의 사격을 짐작케 한다.


무풍한솔길 중간에 있는 샘. 물맛이 참 좋다.


성보박물관. 일주문 근처에 있다.

 



통도사 일주문
. 현판 글씨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친필이다.

일주문을 지나며 시작되는 통도사 경내엔 쉰 개가 넘는 한옥 건축물이 빼곡하다. 통도사는 영산전이 중심이 되는 하로전과 관음전‧용화전‧대광명전이 모인 중로전, 대웅전과 금강계단이 있는 상로전 세 구역으로 나뉜다. 각각의 구역이 어지간한 절집 하나만 해서 통도사 전체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된다.


일주문과 천왕문 사이에 걸린 연등. 부처님 오신 날이 멀지 않았다.


통도사 봄나들이에 나선 모녀. 밝고 환한 봄꽃을 닮았다.


죽어서도 말하는 고사목. 세월을 가늠키 힘든 모양새다.


노모와 함께 봄나들이 온 젊은 부부. 늙은 어머니의 걸음에 맞춰 걷는 모습이 참 좋았다.


천왕문. 이 문을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불전들이 나타난다.

눈길 끄는 '반야용선'과 '봉발탑'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라 격이 다르다.


대웅전 소맷돌 장식. 화려한 치장이 돋보인다.

불전이 하도 많아서 어지러울 정도지만, 기능과 크기, 위치 등을 생각하며 하나하나 살피다 보면 어느새 상로전의 대웅전 앞에 이른다. 대웅전과 응진전, 명부전, 삼성각 등으로 이뤄진 상로전은 통도사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이다. ‘丁’자 모양의 특이한 외관을 가진 대웅전은 사면에 각각 다른 현판이 걸려 있어서 이를 살펴보는 것도 재밌다. 대웅전의 화려한 꽃살창과 돌계단의 소맷돌, 바로 옆의 구룡지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


남쪽에서 본 대웅전. ‘금강계단이라 적힌 현판이 걸렸다.

 



통도사 금강계단
. 가운데 석종 모양의 부도가 진신사리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것은 금강계단이다.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모셔 온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으로, 화려한 석문과 석조담장으로 둘러싼 가운데 사리가 담긴 석종형 부도가 있다. 그러나 금강계단은 사리탑 보존을 위해 참배할 수 있는 날이 제한적이다. 음력 초하루에서 초사흘, 그리고 음력 보름, 지장재일(음력 18일)과 관음재일(음력 24일)에만 가능하며, 참배시간도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까지다.


극락전 뒷벽에 그려진 반야용선 벽화. 험한 바다를 건너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중이다.


중로전의 용화전 앞에 있는 봉발탑. 특이한 석조물이다.

통도사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유물을 가지고 있다. 하로, 중로, 상로전 곳곳에 석물이 널려 있고, 불전 하나하나 모두 기념비적인 것들로 가득해서 별스레 소개하기도 쉽지 않은 절집이다. 그 중에서도 극락전 벽에 그려진 반야용선 벽화와 용화전 앞에 서 있는 봉발탑은 특히 시선을 끈다.


영산전이 중심인 하로전. 어지간한 절집만 한 크기다.


천왕문 옆에 숨은 듯 있는 가람각. 통도사에서 가장 작은 건물이다.


느티나무를 보호하려고 담을 들여서 쌓은 모습. 오늘날의 건축이 절에서 배울 게 많다.


석가모니의 일생을 여덟 장면으로 나눠 그린 영산전의 팔상도. 보물 제1041호다.


불이문. 진리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의미를 담았다.


중로전 영역.


중로전의 복잡한 처마들. 여러 전각이 포개지듯 배치되어 있다.



바르게 해야 할 것이 참 많다
. 우리네 삶이란.



네 귀퉁이의 활주가 눈에 띄는 대웅전
. 상로전의 중심 건물이다.


구룡지. 자장율사가 처음 통도사를 지을 때 독룡이 살고 있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탑돌이를 하고 있는 신도. 절은 절하는 곳이다.

 



통도사의 복잡한 처마선들
. 유서 깊은 절집의 분위기다.

훌쩍 다녀오기 좋은 안양암과 수도암

  


통도사 계곡의 화려한 봄풍광
.


통도사 골짝의 봄. 신록의 그러데이션이 아름답다.

통도사 깊은 골짝엔 17개의 산내암자가 있다. 영축산에서 갈라진 골짝마다 암자가 하나씩 들어앉아 있는 것이다. 워낙 큰 절이고, 많은 신도들이 드나들다 보니 암자인데도 대부분 차량으로 접근이 가능할 만큼 교통사정이 좋다. 때문에 암자를 찾아 들어서는 고즈넉함이나 운치가 덜하다. 그러나 영축산의 산세가 훌륭하고, 숲이 울창해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 좋은 순례길이다. 17개 암자를 모두 둘러보려면 하루 일정으로도 모자란다. 통도사에서 가깝고 조망이 빼어난 안양암과 수도암 정도를 엮어 다녀오는 게 좋다.


안양암에서 본 통도사. 한눈에 들어온다.

통도사 본절에서 가장 가까운 안양암은 통도사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을 가졌다. 통도사 계곡을 따라 들어서다가 정법교 건너 산으로 올라야 하는데, 정법교까지 가는 계곡길이 그야말로 환상이다. 산벚나무와 개복숭아, 수달래가 꽃을 피우고, 물 오른 버드나무와 느티나무에 새순이 돋은 통도사 계곡의 봄 풍광은 찬란하기까지 하다.


안양암의 소나무. 아름다운 자태를 지녔다.

정법교 건너 안양암에 이르는 길이 꽤 가파르다. 그러나 길지 않고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해 산소창고, 그린샤워가 따로 없다. 안양암은 암자라고 부르기엔 건물이 여러 채고 또 커서 놀랍다. 비탈진 산사면에 들어선 터라 각 건물이 향한 방향이 다 다르고, 서로 붙어 있어서 올망졸망한 느낌. 산신각 옆 소나무 두 그루는 쉬 보기 힘든 자태를 가졌다. 이런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니, 안양암 오른 수고에 충분한 보상이 되고도 남는다.


안양암 주차장에서 본 영축산. 저 꼭대기 너머엔 광활한 영남 알프스 억새군락지가 펼여진다.

소나무 앞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만 나가니 주차장이 보인다. 넓은 주차장 끝에서 보는 영축산이 장관이다. 낮은 곳부터 시작된 신록의 물결이 정상부로 번져가는 그러데이션이 환상적이다. 사실 환상적인 풍광은 보이지 않는 산꼭대기 저 위쪽, 신불평원에 있다. 수백 만평의 마법 같은 억새 고원이 저기에 있기 때문이다. 늦가을이면 영축산 앞 드넓은 고산 평원은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건너는 은빛 바다가 된다.

숲길을 걷는 즐거움


수도암. 채소밭에 걸린 연등이 재밌다.

 


통도사로 돌아오는 길에 본 풍광
. 저 할머니도 꽃다운 시절이 있었을 테다.

안양암에서 수도암과 보타암을 거쳐 다시 통도사 주차장으로 나오는 길은 포장된 도로를 따른다. 다소 지루하고 힘들 수 있으나 이 도로는 일반적인 차도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산새소리가 끊이지 않고, 맑고 시원한 산바람이 불며, 철 따라 온갖 꽃이 피고 지는 숲을 지나기 때문이다. 암자라기보다는 산속 농가의 분위기를 풍기는 수도암은 주변이 전부 채소밭이다. 이곳에 주석하는 스님이 직접 농사를 짓는 모양이다. 그래서 무꽃, 시금치, 쑥갓 같은 채소 위로 연등이 걸려 있다. 막돌로 쌓은 축대와 계단도 재밌고, 마당 한쪽에 있는 비닐하우스도 흥미진진한 풍광이다.


보타암. 꽃나무가 유난히 많은 암자다.

수도암에서 통도사로 내려서는 길가에 우리 들꽃이 예쁘다. 쇠뜨기와 좀꽃마리, 개불알풀이 지천이고, 쇠별꽃도 앙증맞은 꽃잎을 활짝 열어젖혔다. 봄구슬붕이와 양지꽃도 눈길을 끄는 길…. 올해도 통도사 골짝에 봄이 한창이다.


▶︎걷는 시간

3시간

▶︎걷는 거리

7.2km

▶︎걷기 순서

통도사 매표소→무풍한솔길→통도사→정법교→안양암→수도암→보타암→통도사→무풍한솔길→매표소

▶︎걷기 TIP

통도사와 열일곱 곳이나 되는 산내암자는 신도증이 있는 경우 모두 차량으로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길 사정이 좋다. 그러나 암자는 통도사 계곡 깊은 골짜기마다 하나씩 들어서 있어서 걸어서 모두 둘러보는 것은 쉽지 않다. ‘통도사팔경’ 중 하나로, 통도사 경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안양암과 이어진 수도암, 보타암 정도를 포함하는 코스가 통도사 암자순례로 좋다.

매표소를 지나면 울창한 솔숲터널이 이어진다. 1km 남짓의 넓고 평탄한 이 길은 ‘무풍한솔길’이라 불리며, 월정사 전나무숲길다. 상‧중‧하로전 세 공간으로 된 통도사는 각각의 구역이 어지간한 절집만 하고, 주요 법당 13개를 중심으로 수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어 둘러보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천왕문 옆의 통도사 계곡을 따라 안쪽으로 240m쯤 간 왼쪽에 정법교가 있다. 안양암은 다리를 건너 살짝 가파른 산길을 따라 240m 올라야 한다. 안양암 산신각 뒤의 주차장에서 도로를 따라 300m쯤 가면 통도사 산내암자로 이어지는 주 도로를 만난다. 여기서 왼쪽으로 130m 간 곳에서 다시 왼쪽으로 수도사 진입로가 갈린다. 200m 안에 있는 수도암은 여느 살림집 같다.

수도암을 나와 도로를 따라 통도사로 돌아오면 된다. 중간에 보타암을 지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절이고, 암자를 찾는 신도도 많아 거의 모든 길이 포장되어 있지만, 산사의 운치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화장실

무풍한솔길 중간쯤에 한 곳, 통도사 경내엔 다수. 안양암 입구, 수도암, 보타암.

▶︎음식점 및 매점

통도사 제1주차장 옆에 통도사에서 직영하는 식당인 ‘다정한식’이 있다. 채소로만 끓여낸 육개장인 채개장과 산채비빔밥(각 7,000원)이 대표 메뉴고, 떡만두국, 잔치국수, 해물파전, 두부김치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통도사에서 100% 우리 콩으로 만든 ‘조포정 두부’를 재료로 쓰고, 따로 판매도 한다.

큰 절답게 매표소 앞에 식당이 많다. ‘경기식당’과 ‘통도식당’, ‘부산식당’ 등.

▶︎교통편

KTX ‘울산(통도사)’역 앞에서 13번 버스를 타고 신평(통도사)터미널에서 내리면 된다.

KTX ‘울산(통도사)’역에서 택시를 이용할 경우 15분쯤 걸리고, 요금은 17,000쯤 나온다.

부산종합버스터미널(노포동 지하철역)에서 신평(통도사)행 버스가 06:30부터 20:40까지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자세한 정보는 이곳을 참조해주세요.

www.tongdosa.or.kr 통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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