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영주] 부석사에서 시작하는, 소백산 자작길 11코스

2019-05 이 달의 추천길 2019-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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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꽃향기에

홀려 걷는 자락길

부석사에서 시작하는 고샅길

발자국 소리 따라, 소백산 자락길 11코스

김동우 여행작가



봄나들이 차 오신 나이 지긋하신 한 분이 부석사 입에서 사진을 담고 있다.

백산은 백두대간의 딱 허리쯤에 해당하는 곳이다. 산의 북쪽은 단양이고 산의 남쪽은 영주다. 두 고장 다 공교롭게 선비와 연관이 깊은 장소다. 그래서 그런지 소백산 기운은 맑고 선하다. 지세 또한 한반도를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어서 진중한 맛이 느껴진다. 조선시대 풍수학의 대가 남사고 선생이 이곳을 지나가다 ‘사람 살리는 산이구나’하며 말에서 내려 넙죽 절까지 하고 지나갔단 이야기도 전해진다. 과거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꼭 넘어야 했던 소백산 자락 아래 아늑하게 자리 잡은 영주를 걸어 봤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소개된 부석사는 우리나라 사찰 미학의 극치로 평가받는다.

영주는 예부터 선비의 고장으로 불렸다. 그도 그럴 것이 영주에 자리 잡은 소수서원은 선비 정신의 대표 격이다. 이 서원은 조선 중종 38년(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운 것으로 서원의 효시이자 최초 사액서원으로 기록돼 있다. 사액서원이란 나라로부터 책, 토지, 노비를 하사받아 면세, 면역의 특권을 가진 서원을 말한다. 건립 당시에는 백운동서원으로 불렸으나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로 부임한 후 조정에 건의해 소수서원으로 사액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 서원의 시초가 된 곳이 있다 보니 선비의 고장이란 표현만큼 영주를 잘 드러내는 말도 없어 보인다.


부석사 안양(安養)문. 안양이란 말은 불교에서 극락을 뜻한다.

하지만 영주를 대표하는 건 뭐니 뭐니 부석사다. 부석사는 일찍이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다. 유홍준은 책에서 부석사 무량수전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건축의 아름다움은 외관보다도 내관에 더 잘 드러나 있다. 건물 안의 천장을 막지 않고, 모든 부재들을 노출시킴으로써 기둥, 들보, 서까래 등이 얼키설키 엮임이 리듬을 연출하며 공간을 확대시켜주는 효과는 우리 목조건축의 큰 특징이다. 그래서 외관상으로는 별로 크지 않은 듯한 집도 내부에 들어서면 탁 트인 공간 속에 압도되는 스케일의 위용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무량수전은 특히나 예의 배흘림 기둥들이 훤칠하게 뻗어있어 눈맛이 사뭇 시원한데 결구 방식은 아주 간결하여 강약의 리듬이 한눈에 들어온다.”


목조건축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무량수전 뒤로 봄을 알리는 초록 잎새가 돋고 있다.

이처럼 부석사는 우리나라 10대 사찰 중 하나로 건물의 전체 모양이 극히 경쾌하고 아름다운 절로 손꼽힌다. 부석사에는 국보 5점, 보물 6점, 도유형문화재 2점 등 많은 문화재가 있는데 이 중에서도 무량수전은 최고의 목조건물로 평가된다. 무량수전의 평면 구성은 정면 5칸, 측면 3칸이며 기둥 위에만 공포를 얹은 주심포식 건물로 팔작지붕을 하고 있는데 아래위로 가면서 좁아지는 배흘림 기둥의 안정감이 압권이다.


의상대사가 지금의 부석사 자리에 처음 터를 잡을 때 이를 방해하는 무리가 있자 선묘용이 커다란 바위로 변하여 공중에 떠서 그들을 물리쳤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는 부석 바위. 부석사란 이름도 바로 이 바위에서 왔다.

외형뿐만 아니라 무량수전 내부에 모셔진 국보 제45호인 소조여래좌상은 꼭 한번 보고 가야 할 유산이다. 무엇보다도 무량수전의 건물은 남향인 것에 비해 이 불상만 동향인 점이 특이하다. 혹자들은 불상이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건 일본의 기를 누르기 위해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부석사가 호국사찰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다.


배흘림 기둥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부석사의 아름다움에만 넋을 놓을 순 없다. 사그레이~모산~좌석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자락길 11코스의 시작 아닌가. 소백산 자락길은 영남의 진산이라 불리는 소백산 둘레를 한 바퀴 감아 도는 전체 길이 143km(360리)의 길을 말한다. 모두 12코스로 조성돼 있는데 각 자락은 평균 거리가 12km 정도로 하루에 한 자락씩 걷기 알맞다. 더구나 열두 자락 모두 미세한 문화 경계로 구분돼 있어 걷는 재미를 더한다.


자락길 11코스의 시작은 부석사다. 부석사를 빠져 나오면 바로 코스 안내도를 만날 수 있다.

자락길 11코스는 세부적으로 사과밭을 가로지는 과수원길과 마을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올망길, 단산저수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수변길 등으로 나눠진다.

부석사의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절을 나선다. 길은 부석사에서 바로 시작된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주차장으로 이어지는데 이곳 관광안내소에서 자락길 지도를 얻고 대략적인 코스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자락길 이정표 뒤로 아름다운 소백산 연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부석사 앞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얼마 못 가 자락길 표지판이 나온다. 큰 도로에서 벗어나 야트막한 언덕으로 연결되는 길은 사과밭 한가운데를 가로지른다. 멀리서 벚꽃처럼 보이던 것들이 가만 보니 사과꽃이다. 이렇듯 영주하면 사과를 빼놓을 수 없다.

영주 사과는 소백산 맑은 물을 먹으며 일교차가 심한 산악 지대에서 자라 그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꽃이 지고 초록 잎이 나기 시작한 가지에 가을이면 주렁주렁 빨간 사과가 매달려 있을 풍요로운 상상을 해본다.


자락길 11코스의 시작은 사과 과수원부터다.

언덕 위에 오르자 멀리 소백산 아래까지 마을이 들어차 있는 아름다움 목가적 풍경이 펼쳐진다. 발아래로는 송림이 둘러져 있다해 송두들이라 불리다 속두들이 된 작은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이곳을 지나면 폐교를 이용해 만든 소백산 예술촌을 만나게 된다. 각종 공연과 문화 행사가 열리는 장소다. 인근에는 밤나무가 많아 한밤실이라 이름 붙은 체험 마을이 있다. 여기서 구불구불한 고샅길을 다시 잡아 나서면 숲실 마을을 지나 사그레이까지 이어진다.


조금 특이한 지명인 사그레이는 사문단이란 말이 유례다. 영주 지명 유래 편에 보면 옛날 학문 높은 김희소(金熙昭)라는 선비가 경치 좋은 산천을 찾아다니며 글 읽기를 즐기던 바 이 마을에 있는 폭포에서 글을 읽고, 폭포 모래밭에 글을 썼다고 하여 모래 사(沙)자에 글월 문(文)자를 써 사문(沙文)이라 했다. 사문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글’이 ‘사글쟁이’ 또는 ‘사그레이’ ‘사그랭이’로 변해 굳어졌다. 시골 지명 하나에도 선비가 등장하는 걸 보면 정말 영주가 선비의 고장이 맞긴 한가보다.


사그레이부터는 양지마을~남절~원통으로 이어지는 올망길이다. 이 길은 시골 정취가 물씬 풍기는 마을과 마을을 연결한다. 실핏줄처럼 이어진 아름다운 마을길에선 느릿느릿 마실 가는 마을 주민을 만날 수 있다. 그 옛날 외할머니 집을 찾아가던 아득한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길이다. 활짝 핀 봄꽃 내음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시골집 담장을 타고 넘는다. 미향에 이끌려 고개를 돌리자 꽃잎이 하늘하늘 바람에 흩날리고 그 옆에선 적목련이 잎 새를 하나둘 떨구며 가는 봄을 몸으로 알린다.


그러다 오랜만에 푹신푹신한 산길을 오른다. 인적이 드문 숲속도 봄이 한바탕 아우성이다. 산벚꽃이 만개한 채 화사한 웃음으로 여행자를 맞아 주며 심신의 안정과 여유를 선사한다. 시원한 공기 가득한 숲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걸음을 놓아본다. 잠깐 휴식에 다시 힘을 얻어 원통까지 이어지는 숲길을 빠져나간다.



그런 뒤 마을을 내려가 단산저수지 방향으로 길을 잡아 나가면 수변길이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의 하이라이트는 저수지를 빙 돌아 나가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시야가 탁 트이며 저수지에 담긴 아름다운 반영을 즐길 수 있다. 반영을 따라 길은 곧게 뻗어나가며 좌석 사거리까지 이어진다. 저수지 안에서 멈춰 있는 듯한 물길이 다시 ‘쏴~아’ 소리를 낼 때쯤 자작길 11코스의 끝 좌석리에 닿는다. 마을 입구에 재미있는 글이 적혀 있다.


자락길 11코스의 마지막 수변길에 들어서면 그전까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마을)뒤편으로 보이는 산이 자개봉이다. 단산천 주변 마을에는 선비의 효성에 탄복해 천도북숭아가 내려졌다는 전설이 있으며 그 천도복숭아씨를 가보로 대물림하는 집이 있다. 한반 중에만 열린다는 자개봉 뒤편으로 도화동이라는 마을도 있어 그 천도복숭아를 제공한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석문이 이 부근 어디쯤에 있는지도 모른다.’


단산지 주변의 아름다움을 반영으로 즐겨보는 것도 자락길 11코스만의 매력이다.

아름다운 사찰에 대한 감탄으로 시작한 걷기는 사과꽃향기에 홀려 봄에 흠뻑 취하게 하고 그 끝에는 효심에 대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걷기는 길 위에 숨겨져 있는 우리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게 한다.


▶︎걷는 시간

약 4시간

▶︎걷는 거리

약 13.8㎞

▶︎걷기 순서

과수원길 : 부석사~속두들~소백산예술촌~숲실~사그레이(6.0km)

올망길 : 사그레이~양지마~남절~모산(4.0km)

수변길 : 모산~단산지~좌석사거리(3.8km)

▶︎코스 난이도


▶︎화장실

부석사주차장 / 코스 내 간이화장실 5개소

▶︎음식점 및 매점

부석사 입구 식당과 단산면 매점 등

▶︎교통편

자가이용: 네비게이션 ‘부석사’(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

대중교통: 영주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22번 등 진우, 풍기경유 시내버스(40분 소요).

단, 11코스 끝 좌석리에서 영주로 나가는 버스는 하루 3대 뿐이고 영주행 막차 시간은 오후 6시 2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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