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안동] 소박하지만 편안한 걷기여행길, 봉정사-개목사 산사탐방로

2019-05 이 달의 추천길 2019-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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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등불 밝힌 곳에

봉황 깃들이다

'경북 안동시 봉정사~

개목사 산사탐방로'

김영록 여행작가


천등산 기슭에 아늑하게 자리한 봉정사

사(山寺). 산에 있는 절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산사의 나라’라고 할 만큼 많은 절 집들이 산에 들어앉았다. 2018년 6월 30일. 사찰 일곱 곳이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천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산사의 가치를 유네스코에서도 인정했다.

일곱 산사는 경남 양산시 통도사, 경북 영주시 부석사, 경북 안동시 봉정사, 전남 해남군 대흥사, 전남 순천시 선암사, 충남 공주시 마곡사, 충북 보은군 법주사다. 그중 한 곳 안동 천등산 기슭 양지바른 곳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봉정사로 산사 여행을 떠난다.


천등산 그리고 봉정사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일찍부터 부처님 말씀을 따라 살기로 마음먹고 대망산 바위굴에서 십 년 넘게 용맹정진 했다. 이 모습을 본 하늘의 옥황상제가 소년을 시험하려고 어여쁜 선녀를 보내 온갖 방법으로 유혹했지만 소년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소년의 부동심을 확인한 옥황상제는 하늘의 등불을 보내 어두운 바위 굴을 밝혀주었고, 소년은 더욱 정진하여 큰 스님이 되었다. 이 소년이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 스님이다. 훗날 사람들은 능인 스님이 공부하던 바위 굴을 하늘(天) 등불(燈)이 비춘 곳이라 하여 천등굴이라 했고, 대망산은 천등산으로 고쳐 불렀다.

오랜 공부를 마친 능인 스님이 종이로 봉황을 접어 날렸는데 봉황은 하늘을 돌아 땅에 떨어졌다. 스님은 봉황이 떨어진 곳에 산문을 열고 ‘봉황이 머문 곳’이라는 뜻으로 봉정사(鳳停寺)라고 했다. 천등산 유래와 봉정사 창건설화다.


명옥대는 퇴계 선생이 봉정사에 머물 때 쉬던 곳이다

봉정사 입구로 들어서서 100m 정도 올라가면 왼쪽에 운치 있는 정자 명옥대가 있다. 명옥대는 퇴계 이황 선생이 봉정사에 머물 때 머리를 식혔다는 곳이다. 정자로 올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갈 길이 있다. 내려올 때를 기약하고 정자를 한 바퀴 돌아 걸음을 재촉한다. 저 앞으로 일주문이 보인다.


일주문은 부처님 나라로 들어가는 입구다

일주문은 부처님 나라로 들어가는 여러 문들 중 제일 앞에 세우는 문이다. 지붕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 한 줄로 되어 있어 일주문(一柱門)이다. 일주문은 부처님 나라와 속세를 나누는 경계이고, 이곳부터 불국토가 시작되니 마음을 바르게 하라는 뜻으로 세우는 문이다.

건축 박물관


‘천등산 봉정사’라는 현판이 걸린 만세루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린 대웅전

봉정사 경내로 들어서려면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계단 꼭대기에서 나그네를 맞아주는 것은 강당 만세루다. 만세루 가운데 통로를 지나 몇 단의 계단을 오르면 대웅전이 모습을 보인다. 대웅전은 나지막한 축대 위에 추녀를 살짝 들어 날아갈 듯 사뿐히 앉았다. 우아한 대웅전과 마주하고 무엇에 이끌리듯 대웅전 앞으로 향하는 사람은 봉정사가 처음일 확률이 높다. 대웅전과는 우선 눈인사만 나누고 옆 마당에 있는 극락전 영역으로 향하는 사람은 봉정사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봉정사는 중심 법당이 둘 이어서 영역도 둘로 나뉜다. 극락전 영역과 대웅전 영역이다. 극락전 영역은 극락전, 고금당, 화엄강당으로 이루어지고 대웅전 영역은 대웅전, 화엄강당, 무량해회가 구분한다.


극락전 영역


우리나라 최고(最古) 건물 극락전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에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 스님이 창건한 사찰이다. 창건 당시 모습이나 자세한 역사 내력은 알지 못한다. 전해오던 경전이며 자료가 한국전쟁 때 모두 불타버렸기 때문이다. 현재 봉정사에 남아있는 당우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건물은 극락전이다. 대웅전은 한참 뒤인 고려 말이나 조선 초기의 건물로 본다. 봉정사는 ‘건축 박물관’으로도 불린다. 작은 경내에 고려 중엽에 지은 극락전, 조선 초기 건물인 대웅전, 조선 후기에 세운 고금당과 화엄강당 등 우리나라 목조 건축사를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 꽉 차있기 때문이다.


언덕 위는 앙증맞은 산신각이 지키고 있다


가운데 제일 앞 지붕이 극락전이다

자그마한 삼층석탑이 마당을 지키고 있는 극락전 영역을 돌아봤다면 다음은 삼성각이 있는 언덕으로 올라야 한다. 귀여운 삼성각이 주변 나무들과 어울린 장면도 좋지만 더욱 좋은 것은 언덕 위에서 보는 경내 풍경이다. 극락전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고금당과 화엄강당, 대웅전이 처마를 맞대고 있는 모습은 봉정사 답사의 백미다.


아름답고 단정한 극락전 측면 모습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언덕을 내려와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 건물인 극락전과 마주한다. 맞배지붕을 얹고 있는 간결하고 소박한 집이다. 아름답고 단정한 측면 짜임을 두루 살핀 뒤에 대웅전으로 간다. 극락전과는 달리 세련된 팔작지붕을 이고 있어서 우아한 모습이다. 대웅전 전면에는 여느 건물에서는 보기 힘든 툇마루가 놓여 있다.


대웅전 전면 툇마루

영산암


영산암 가는 길

대웅전 영역 동쪽에 언덕이 있다. 언덕으로 오르는 돌계단 주변은 나무들이 우거졌다. 이곳은 연둣빛 하늘거리는 봄철도 좋지만 발갛게 단풍 드는 가을은 짝을 찾기 힘들 만큼 곱다. 언덕 위에 사랑스러운 암자 영산암이 있다.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이나 ‘동승’을 찍은 곳으로 세간에 알려진 곳이다.


영산암은 돌담장도 소박하고 정겹다

영산암으로 드는 누각에는 우화루라는 현판이 붙어있다. 우화루(雨花樓). ‘꽃비 내리는 누각’이라는 낭만 가득한 이름이다. 영산암의 영산은 영축산에서 온 말이다. 영축산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하신 곳이고, 부처님께서 설법하실 때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렸다고 한다. 이곳 우화루는 극락전 앞에 있던 것을 옮겨온 것이다.


우화루 문 앞에서 본 영산암 마당

우화루에는 영산암을 드나드는 작은 문이 있다. 열린 문 사이로 마당으로 오르는 계단과 귀여운 석등이 보인다. 마당은 아직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 장면이 하도 예뻐서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카메라 셔터만 눌러댄다. 우화루 문으로 들어선다. 그제서야 마당이 제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영산암은 고향 집처럼 친숙하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저 문 어디서 할머니가 나오 실 것 같다

영산암은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거나 엄숙한 공간은 아니다. 오히려 한옥 살림집 같은 분위기라서 누구라도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우화루, 응진전, 요사채 등으로 둘러싸인 작은 정원과 그 안에 있는 소나무, 배롱나무, 작은 석등, 화초 등이 어울린 모습은 그림 같다. 영산암 툇마루에 앉아 있으면 마음마저 차분해진다.

천등산 그리고 개목사 


개목사로 가는 천등산길은 부드럽고 유순하다

봉정사에서 천등산 능선을 따라 1km 남짓 걸으면 개목사다. 봉정사 일주문부터 이어지는 이 길은 천등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지만 험하지는 않다. 한적하고 유순하게 이어지는 길을 산책하듯 걷는다. 아직 철쭉이 피어있다. 부드러운 연분홍 꽃 이파리가 바람에 하늘거린다. 갈림길. 이정표가 개목사로 안내한다. 길가에 놓인 소박한 개목사 표석이 정겹다. 저만치 개목사가 살짝 보인다.


개목사는 소박하고 푸근한 절이다

개목사는 신라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온다. 창건 당시에는 천등사, 그 뒤 어느 때 흥국사로 바뀌고, 조선 초기에 개목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흥국사를 개목사로 바꾼 일화가 전한다. 조선 초 맹사성이 안동부사로 내려왔을 때, 안동지방에 장님이 많으니 절 이름을 개목사(開目寺)로 바꾸면 장님이 안 생길 것이라고 하여 이름을 바꿨다는 이야기다.


개목사 원통전은 관세음보살을 모신 법당이다


원통전은 지붕의 앞 뒤 길이가 다르다

개목사는 한적하고 조촐한 절집이다. 창건 당시에는 99칸의 규모 있는 절이었다지만 지금은 출입문으로 쓰는 단층 누각, 중심 법당인 원통전, 한 칸짜리 산신각, 담장 바깥에 있는 요사채가 전부다. 관세음보살을 모시고 있는 원통전은 조선 초기인 세조 3년(1457)에 지었다. 건물 전면에 퇴칸과 마루가 있고 지붕의 앞뒤 길이가 다른 아주 독특한 건물이다. 원통전 뒤에 있는 귀여운 한 칸짜리 산신각까지 돌아보고 나면 봉정사부터 시작한 답사길이 마무리 된다.


복사꽃 핀 개목사. 뒤에 보이는 작은 건물이 산신각이다

천등산 숲길을 빠져나오니 다시 봉정사 일주문이다. 온 세상이 푸른빛으로 물들어가는 봄날에 한 자락 꿈을 꾸고 내려왔나 보다.


▶︎걷는 시간

1시간 30분 (순 걷는 시간. 답사 시간, 쉬는 시간 등은 제외)

▶︎걷는 거리

4km / 왕복형

▶︎걷기 순서

봉정사 매표소 ~ 명옥대 ~ 일주문(0.4km) ~ 봉정사(0.8km) ~ 영산암(0.9km) ~

일주문(1.3km) ~ 천등산길 ~ 개목사(2.5km) ~ 일주문(3.7km) ~ 봉정사 매표소(4km)

▶︎코스 난이도

보통

 

▶︎화장실

봉정사 매표소, 봉정사, 영산암, 개목사

▶︎음식점 및 매점

봉정사 매표소 부근에 매점과 식당이 있다.

▶︎숙박 업소

봉정사 매표소 부근에 민박, 게스트하우스, 한옥 민박 등이 있다.

▶︎봉정사 입장료

어른 2,000원 (단체 1,500원) / 군인·학생 1,300원 (1,000원) / 어린이 600원 (500원)

▶︎봉정사 입장료

봉정사 종무소 054-853-4181

▶︎교통편

찾아가기 : 안동초등학교 버스정류장, 안동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봉정사행 351번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하루에 7회 운행한다.

돌아오기 : 봉정사 버스정류장에서 351번 버스를 타면 안동시내로 갈 수 있다.

주차장 : 봉정사 매표소 앞에 주차장이 있다. 경북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길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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