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해남] 다도의 성지, 두륜산 대흥사 숲길 산책로

2019-05 이 달의 추천길 2019-06-02
조회수1,609


두륜산 자락에 넓게 자리 잡았다.

두륜산 깊은 계곡 따라 타박타박

'해남 대흥사 다도의 길'

- 윤문기 여행작가 -


두륜산 자락에 넓게 자리 잡았다.

흥사에 처음 와본 이들은 땅 끝 해남에 이 정도 대규모 사찰이 있다는 것에 우선 놀란다. 신라 말, 창건 초기에는 정치중앙에서 멀고 먼 곳이었으므로 그다지 크지 않은 사찰이었다. 그러다가 임진왜란의 승병장으로 이름 높은 서산대사의 유지를 받아 금란가사와 발우를 대흥사로 옮겨오면서 사세가 대폭 커졌다고 전한다(가사와 발우를 전한다는 것은 그 법맥의 정통성을 이어간다는 뜻이다.) 서산대사는 승병장으로 이름이 알려졌으나 수행이 매우 깊어 선종과 교종을 통합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대흥사는 산비탈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일반적인 입체형 가람배치와 달리 전각들이 남북으로 펑퍼짐하게 늘어선 형태를 보인다. 여기에 유교문화라고 할 수 있는 표충사 사당까지 한자리를 차지하면서 첫인상은 조금 어수선한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모양새를 논하러 대흥사를 가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일주문 전부터 이어지는 2.5km의 숲길 산책로가 일품이다. 대흥사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이 길은 두륜산 케이블카와 길이 갈라지는 지점부터 시작된다.


대형 부도밭에서 느껴지는 사찰의 무게감



대형 주차장을 나와 곧 만나는 나무데크 산책로.


나무데크 산책로는 200m 남짓이지만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대흥사와 두륜산케이블카 정류소가 함께 이용하는 대형 주차장을 출발하면 곧 만나는 조암교부터 걷기 좋은 길이 시작된다. 조암교를 건너 대흥사 방향으로 꺾으면 대흥사계곡 둑 위에 나무를 깔아 낸 산책로가 200m 정도 이어진다. 짧은 구간이지만 대흥사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왜 이곳이 다도(茶道)의 성지가 되었는지에 대한 해설이 친절하게 적혀 있다. 그 밖에도 캐주얼한 느낌의 조형물들을 설치하여 SNS용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관심을 끈다.


일주문 바로 옆에서 시작되는 대흥사 숲길 산책로 2.5km

일주문 직전 매표소에서 표를 끊으면 본격적인 대흥사 진입 숲길이 시작된다. 물소리 청아한 계곡을 왼쪽에 끼고 시작되는 아름다운 숲길에는 대나무와 동백, 그리고 다양한 활엽수가 길동무가 된다. 이러저러한 갈림길이 나오는 아름다운 숲길은 2.5km 정도 이어지다가 대흥사 경내로 걷는 이들을 안내한다.


땅에서 한 번 더 개화한다는 동백이 아름다운 동백나무 숲길.


순간 눈길이 머문 곳.

숲길 2.5km는 노면정비를 거의 완벽하다고 할 정도로 잘 해두어서 보행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다만 몇 번 만나는 갈림길의 안내 사인은 찾아보기 어렵거나 조금 난해하다. 시설물 설계자가 길을 잘 아는 자신의 입장에서 안내 사인을 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갈림길에서 방향을 잡을 때는 물길을 따라간다는 느낌을 가지면 대체로 맞다.


대흥사 경내 직전에 만나는 부도밭의 규모에서 사찰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사찰 경내에 진입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대둔사 부도 밭이다. 수많은 고승을 배출한 곳답게 부도밭 규모가 대단하다. 서산대사 부도와 더불어 50 여기의 부도와 14기의 부도비가 있다.

각각 담장을 두른 4개 영역의 독특한 가람배치


대흥사 가람배치는 매우 넓은 부지에 4개의 영역이 각각 담을 둘러서 답사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야자수를 대웅전 좌우에 공양하듯 심어 놓은 것이 이채롭다.

대흥사 경내에 발을 들여도 드넓은 부지에 긴장감 없이 좌우로 낮게 펼쳐진 가람배치 탓에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쉽지 않다. 대흥사의 배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내가 크게 네 개 영역으로 나누어져 각각의 영역이 담장으로 독립된 듯 배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먼저 입구에서 보아 좌측인 북쪽 영역이 대웅전과 명부전, 응진당 등이 자리한 본당 영역이다. 그 남쪽으로 일본까지 표류했다가 다시 돌아온 부처님들을 모셨다는 천불전과 봉향각, 가허루 등이 모여서 중간 영역을 이루고, 다시 남쪽으로 뚝 떨어진 곳에 서산대사와 사명당, 뇌묵당의 화상을 모신 표충사 영역이 담장을 두른다. 표충사 영역에서 동쪽으로 비로자나부처님을 주불로 하는 대광명전 영역이 6개의 전각과 당우를 품고 담장을 둘렀다.

각 영역이 나뉘어 있어서 실제 답사하는 시간도 넉넉하게 2시간 정도 계획하는 것이 좋다. 특히 몇몇 편액에서는 숙종 시대의 명필로 이름난 원교 이광사와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만날 수 있다. 대웅보전과 대웅보전 진입할 때 지나는 침계루, 천불전 편액이 원교 이광사의 작품이고, 추사 김정희가 한창 젊은 시절에 쓴 무량수각 편액도 만날 수 있다. 표충사의 편액은 정조의 어필이고, 천불전 입구의 가허루 글씨는 호남의 명필 창암 이삼만의 글씨다.


명필 원교 이광사의 편액이 걸린 대웅보전. 그의 작품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힌다.

대웅보전에 걸린 원교 이광사의 편액에는 추사 김정희와 얽힌 이야기가 전한다. 제주도로 귀양을 가기 전 초의선사를 만나기 위해 대흥사에 들른 김정희는 원교 이광사의 대웅보전 편액 글씨가 촌스럽다며 떼어내게 했는데, 8년 뒤 유배가 끝나서 서울로 상경할 때 다시 들러서 다시 그때의 편액을 붙이라고 했다고 한다. 외롭고, 힘들었을 유배 생활을 겪으며 한층 성숙해진 추사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도의 성지, 일지암 순례


대흥사에서 가파른 경사를 1km정도 올라오면 만나는 일지암.

대흥사 경내를 둘러보고 오르막을 오를 힘이 있다면 미미했던 우리나라 다도문화를 중흥시킨 초의선사(1786~1866)가 머물며 수행했던 일지암까지 다녀오길 권한다. 일지암은 초의선사가 39세 때 지은 초가집 형태의 암자로 대흥사 경내에서 1km 가량 떨어져 있다. 거리로는 얼마 안 되지만 두륜산 중턱까지 경사가 꽤 센 편이므로 자신의 체력을 감안하여 선택하는 것이 좋다.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본래 절에 오던 신도들이 묵던 객사에서 여관이 되었다는 유선여관.

초의선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차 관련 서적인 ‘동다송’을 저술했으며, 수행의 깊이도 매우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교에도 조예가 깊어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를 왔을 때 스승으로 모시고, 교우를 했다. 또 각별한 사이였던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에 가 있을 때는 직접 덕은 차를 가지고 다섯 번이나 제주도를 오갔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렇듯 당대의 여러 지식을 섭렵하며, 불교의 선(禪)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일상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논하였고, 그의 다도정신에도 이런 모습들이 깃들어 있다. 초의선사는 일지암에서 81세에 서쪽을 향해 가부좌를 하고 입적했다고 전한다.


한국 차문화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일지암 옆 누각의 다구.

지금의 일지암 초가는 본래 있던 주춧돌 위에 근대에 새로 지은 것이다. 바로 옆 누마루 위에는 잃어버린 주인을 기다리는 듯한 다구가 정갈하게 놓여있어 눈길을 끈다.


▶︎걷는 거리

원점회귀 9.2㎞ (일지암 제외하면 7km)

▶︎걷는 시간

4시간 내외 (관람시간 포함)

▶︎걷기 순서

대흥사&두륜산케이블카 대형주차장~두륜산 계곡 둑길~매표소~대흥사 숲길~부도답~대흥사 경내~일지암(이후 원점회귀 역순)

 

 


▶︎길 안내

대흥사 계곡을 따라간다는 느낌으로 진행.

▶︎화장실

곳곳에 다수

▶︎식사

대흥사 입구 식당가

▶︎식사

대흥사 경내

▶︎코스 문의

해남군관광안내소 061-532-1330

▶︎자가용

두륜산케이블카 입구 대형주차장

▶︎교통편

해남버스터미널에서 대흥사행 군내버스 일 13회 운행

▶︎압축소개

서산대사가 만년을 허물어지지 않을 곳이라며 자신의 가사와 발우를 전하게 했다는 대흥사. 그 이후 사세가 계속 확장되는 것은 물론 당대의 고승들을 배출한 명찰이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 다도문화를 중흥시킨 초의선사가 머물렀던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명필 원교 이광사와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만날 수 있는 대흥사는 그 진입로 숲길 산책로 2.5km가 아름다워 걷기와 더불어 역사문화탐방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 이 달의 추천길 다른글 보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