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양] 책과 동행하는 걷기여행, 고양누리길 행주산성역사 누리길

2019-06 이 달의 추천길 2019-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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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산성으로 들어서는 입구, 대첩문

강과 숲을 곁에 두고 걷는 길

'고양누리길 행주산성역사

누리길'

박산하 여행작가


국 시대 때 흙을 쌓기 시작했고, 조선 시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물리친 행주산성. 권율 장군과 아낙네들이 힘을 모아 승리한 곳이다. 도심 바로 옆, 유서 깊은 역사 길과 울창한 숲이 있어 고마웠다. 울창한 숲을 걷다 고개를 들면 한강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어느덧 노을이 사뿐히 내려앉는다. 마음을 가만히 위로해주는 책 한 권을 친구처럼 옆에 두고 늦은 오후, 행주산성을 찾았다.


행주산성으로 들어서는 입구, 대첩문.

여름이 성큼 다가왔고, 마음은 조금 더 무거워졌다. 계절이 바뀔 땐, 싱숭생숭해진다.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을 또렷하게 인지하고 있는 순간이다. 그럴 땐 다시 출발선에 서는 게 좋다. 마치 공항에 선 여행자처럼. 다음 여정의 궁금함을 끌어안고. 당장 떠날 수 없으니, 공항의 설렘이 들어 있을 것 같은 책을 꺼냈다. 최갑수 작가의 <밤의 공항에서>. 하지만 책 이름에 ‘밤’이란 단어가 들어가면서 공항은 세상에서 가장 피곤한 공간이 되어버린다. 그곳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고, 또한 외로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길도 마찬가지다. 길 위에서 혼자라면 그곳은 외로운 밤 공항 같은 곳이란걸. 하지만 그곳을 통과하면 다음 계절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도.

행주산성은 집 근처에 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너무나 가깝고 익숙하면 오히려 미루게 되는 것처럼. 어느 여름날 늦은 오후, 책을 친구 삼아 행주산성으로 향했다. 길을 걸으며 역사의 페이지를 넘겼고, 책의 나긋나긋한 메시지를 품었고, 보드라운 산성 길은 나를 토닥토닥 위로해줬다.

행주산성 입구와 행주산성공원 사이에 있는 고양시정연수원이 행주산성역사 누리길의 처음과 끝 지점이다. 한 바퀴 순환하는 코스로 2시간이면 넉넉하게 걷는다. 행주산성 입구인 대첩문에서 시작, 토성을 거쳐 행주대첩비를 지나 진강정 뒤 한강을 끼고 난 좁은 산길을 걷는다. 미세먼지 때문에 조금은 뿌연 하늘이지만 곧, 노을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고 길을 나섰다.

힘이 모여 승리를 이룬 산성

대첩문을 지나자 권율 장군 동상이 우뚝하다. 행주산성은 1593년(선조 26)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곳이다. 권율 장군의 지휘 아래 2300여 명의 정예병과 승병, 의병, 부녀자 등 3000여 명이 왜군을 물리쳤다. 특히 부녀자들이 앞치마에 돌을 날라 싸워 ‘행주’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3만여 명의 왜군을 물리친 공을 쌓은 권율 장군은 명예는 버리고 오직 의(義)를 위해 싸웠다.


권율 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인 충장사로 들어서는 문.


본격적으로 토성으로 오르는 길이다.


울창한 나무들로 촘촘한 행주산성 토성 길은 자연 그대로의 길이다.


길 곳곳은 데크가 놓여 있어 걷기 좋다.


나지막한 토성으로 이뤄진 길을 걸을 땐 발걸음도 가볍다.


나무들이 터널을 만들어줘 뜨거운 여름에도 제법 시원하다.

행주산성 안, 토성으로 향하는 길엔 덩치 큰 나무들이 반겨준다. 벚나무와 자두나무, 살구나무 등 서로 다른 나무들이 오랜 친구 삼아 심어져 있다. 15분쯤 걸었을까, 토성이 나타난다. 약 1킬로미터로 이어져 있는 토성은 1992년에 415미터 정도가 복원되었다. 이때 삼국시대 기와 및 토기 파편들이 발견되기도 했단다. 부드럽고 낮은 산등성이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영상교육관인 충의정에 닿으면 그제야 장막에 가려있는 한강의 모습이 드넓게 펼쳐진다. 정겨운 시골 풍경인 경기도 고양시가 훤히 보인다.


행주산성 덕양산에서 바라본 경기도 고양시 풍경.


붉은 색이 인상적인 방화대교가 가장 가까이 보인다.


우뚝 솟아 있는 신행주대첩비와 대첩비가 있는 대첩비각.

또 다른 풍경을 보기 위해 대첩비 아래 덕양정에 서자 남산과 상암 월드컵 경기장, 성산대교, 관악산 등 서울의 서쪽 풍경이 보인다. 그리고 우뚝한 행주대첩비를 바라본다. 권율 장군이 왜병을 격퇴한 승전을 기념해 1602년(선조 35) 부하들이 세운 것으로 행주대첩의 세세한 과정과 권율 장군의 공덕을 기리는 내용이 쓰여 있다.


혼자 걷는 길이었지만 책과 자연 모든 것이 벗이 되었다.


조심할 것! 뱀과 벌이 많다는 안내판이 많이 보인다.


예능 프로그램 속 장면들과 비교해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함께 동행해준 나긋나긋한 한 권의 여행책, 최갑수 작가의 <밤의 공항에서>.


마음에 와 닿는 글귀가 많았다. 길 위에서의 독서는 또 다른 느낌.

잠시 벤치에 앉아, 한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책장을 넘겨본다.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는 순간처럼 책이 건네주는 대화가 반갑다.

‘아름다운 것들은 대부분 외롭고, 외로운 것들은 대부분 아름답다.

혼자이어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밤의 공항에서> 중

혼자 걷는 길은 생각을 정리하기 좋다. 계절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흘러가는 시간대로, 나를 놓아둔다. 거창하진 않지만 길은 늘 작게나마 내게 위안을 건넨다.


행주산성에서 나와 한강 곁으로 난 산길.


도심 속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곳, 가꿔지지 않은 숲.


덕양산에는 들꽃도 종종 보인다.


오후의 볕으로 물든 따뜻한 숲.


길이 외졌기 때문에 리본을 쫓아 방향을 잡는다.


안내판이 잘 마련되어 있어 길을 잃지 않는다.

길 끝, 선물 같은 풍경

좁은 숲길은 가파른 곳도 있기 때문에 조심히 걸어야 한다. 길이 끝날 무렵, 한강을 향해 무덤들이 자리한다. 매우 작은 크기들인데 임진왜란 당시 싸우다가 전사한 사람들의 것이라고 전해진다. 일제 강점기에 들어서 이곳은 공동묘지 지역으로 정해지며 더 많은 무덤이 생겨났다. 한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무덤 사이, 오싹하기보단 마음이 차분해진다.


마치 바다인 듯한 모래사장이 있는 한강을 발견한다.


아카시아 꽃잎이 나뭇잎에 사뿐히 떨어져 있다.


팔각정 초소 전망대에서 바라본 방화대교 방향.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한강.


팔각정 초소 전망대에선 한강의 최고 뷰를 볼 수 있다.

산길을 걷다 보면 가장 크게 들리는 소리는 새 지저귐이다. 한강 쪽을 바라보면 우아한 자태의 백로들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겨울철엔 청둥오리와 쇠오리 등의 오리류들을 볼 수 있다.

팔각정 초소 전망대에 닿았다. 한강변 철책선의 초소로 사용되었던 역사적인 공간이다. 철책을 철거하면서 분단의 아픔을 되새기고 통일, 평화를 상징하는 목적으로 남겨둔 건물은 전망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 이곳은 작은 북카페가 있어 느긋하게 쉬어가기 좋다. 방화대교와 개화산, 올림픽대로, 행주대교 등이 차례로 보인다.


행주산성공원에서 만난 바람개비들.


행주산성공원에서 바라본 노을.

행주산성공원으로 들어서자 평화통일을 기원해 만들어진 바람개비들이 반겨준다. 바윗돌들이 유난히 많은데 행주 마을 아낙네들이 빨래를 하던 곳이란다. 개화산과 계양산, 행주대교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행주대교 위, 붉은 해가 강에 조금씩 스며든다. 따뜻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는 저녁, 혼자여야 느껴지는 것들을 되새겨 보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걷는 시간

약 1시간 30분

▶︎걷는 거리

약 3.7km

▶︎걷기 순서

고양시정연수원 → 팔각초소전망대 → 진강정 → 권율장군대첩비 → 대첩문 → 시정연수원입구

▶︎코스 난이도

 

 


▶︎걷기 TIP

삼국시대 처음 만들어진 행주산성은 덕양산 능선을 따라 1㎞ 둘레로 이뤄진 토성이다. 조선 시대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과 아낙네들이 힘을 모아 왜군을 물리친 곳이기도 하다. 행주산성 입구인 대첩문 근처 고양시정연수원에서 시작, 토성과 행주대첩비를 지나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숲길로 이어지는 총 3.7㎞ 길은 울창한 나무들과 한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덕분에 여름에도 쾌적하다. 특히 길의 끝, 행주대교를 배경으로 노을 지는 풍경은 한강 최고 뷰다.

▶︎화장실

시정연수원, 충의정, 대첩문

▶︎음식점 및 매점

행주산성 입구 먹자거리에서 국수와 매운탕 등을 맛볼 수 있다.

▶︎교통편

- 자가용 : 네비게이션 고양시정연수원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주산성로 93-38)

- 대중교통 : 2 / 9호선 당산역 → 당산역 삼성래미안 아파트 정류장 → 870번 버스 → 행주산성 입구, 행주내동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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