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장수] 계곡과 캠핑을 함께 즐기는 걷기여행길 '방화동-덕산계곡 생태탐방로'

2019-08 이 달의 추천길 20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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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길, 계곡 그리고 캠핑.

내가 여름을 사랑하는 이유

'방화동-덕산계곡 생태탐방로'

유은영 여행작가



‘어느 계절을 좋아하세요?’

하고 물어보면 1초도 망설임이지 않고 여름이라고 대답한다. 여름휴가만 되면 어김없이 텐트를 챙겨서 숲으로 갔다. 텐트 문만 열만 푸른 숲이 출렁거렸고, 나무 그늘 아래 상큼한 바람과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울창한 숲길을 걷고, 차디찬 계곡에 발을 담그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다시 여름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어느덧 여름이 시작되었고, 휴가 장소를 찾던 중에 방화동-덕산계곡 생태탐방로가 눈에 들어왔다. 숲과 계곡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생태탐방로 시작점에 있는 방화동가족휴가촌 오토캠핑장에 예약을 하고 서둘러 휴가를 냈다. 마침 캠핑을 좋아하는 선배가 동행하기로 했다. 설렘이 두 배다.



캠핑장은 기대 이상이었다. 풍성한 그늘이 드리운 사이트 옆으로 계곡이 흐른다. 텐트 하나로 오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별장이 뚝딱 생겼다. 삼겹살을 구워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저녁 만찬을 즐겼다. 음악 대신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밤늦도록 수다에 빠졌다. 텐트 위로 별이 쏟아졌다.



방화동-덕산계곡 생태탐방로의 시작점인 방화동가족휴가촌은 우리나라 최초로 생긴 가족휴양지다. 대한민국 청정지역을 대표하는 장수군에 1,000m가 넘는 큰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자리하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을 자랑하며, 캠핑장, 피크닉장, 목재문화체험장 그리고 휴양림까지 갖추었다. 도시의 피로를 씻고 에너지 충전하는 최적의 장소다.



계곡물소리에 눈이 떠졌다. 생태탐방로를 걷기로 한 날. 기분 좋게 커피를 내리고,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계곡 뷰와 숲 뷰를 보며 아침이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조식을 즐기고 느긋하게 출발했다. 덕산계곡을 지나 장안산군립공원 주차장까지 4.5km로 왕복 3시간이 걸린다. 걷기 전에 환하게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방화동가족휴가촌 가장 안쪽으로 자리한 캠핑장 3구역을 지나면 곧장 방화동자연휴양림이 나온다. 숲에 둘러싸인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의 집이 아늑해 보인다. 계곡에는 휴양관에서 몰려나온 청춘들이 그들 인생에 잊지 못할 여름 한 페이지를 만들고 있었다. 물장구와 함께 터지는 웃음소리가 여름만큼 싱그럽다.



숲속의 집을 지나 산책로 시작점에 이정표가 보였다. 장안산군립공원 주차장까지 2.95km. 이미 1.5km는 지났다. 캠핑장에서 시작하니 거리가 그만큼 짧아진다. 산책로로 들어서자 눈앞은 온통 초록이다. 순간 잡념들이 사라지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초록으로 리셋되었다. 가슴을 한껏 부풀려 맑음으로 가득 채웠다.


나무 터널의 숲길이 갑자기 환하게 열리면서 거대한 절벽이 나타난다. 110m 높이의 방화폭포다. 계곡 상류 덕산제의 물을 끌어다 가동하는 인공폭포인데, 까마득해 보이는 절벽 끝에서부터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장관이란다. 아쉽게도 시간대가 맞지 않아 폭포는 볼 수 없었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시원했다. 나중에 휴양림에 물어보니 오전 10시에서 12시,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 운영된다고 한다.



방화폭포를 지나면 숲은 더 깊어진다. 길은 평지나 다름없었다. 울창한 나무들이 드리운 시원한 그늘이 계속됐다. 혹시나 하고 챙겨온 모자는 꺼내지도 못했다. 빼곡한 나무들 사이로 햇빛은 잠시 반짝이다 사라졌다. 떨어진 꽃송이와 눈을 마주치고, 원추리꽃 무리와 인사를 나누었다. 초록은 점점 무성해졌고, 계곡물소리가 발동무가 되었다.


덕산용소 1.2km라는 이정표 앞에 징검다리가 나타난다. 오지의 계곡에 놓인 징검다리 앞에 서자 어린아이가 되는 기분이었다. 징검다리를 건너가면 동화나라가 펼쳐질 듯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계곡 앞에 벤치가 눈에 들어온다. 자석에 끌리듯 벤치에 앉았다. 깊어진 계곡 풍경과 사방 울창한 숲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잘 왔다고 잘 견뎠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우린 아무 말도 없이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 어떤 말도 그 풍경 앞에 사치였다.


물소리가 점점 커지고 계곡이 깊어질 무렵 덱 산책길이 나타난다. 이제부터 원시의 계곡에 바짝 붙어서 걷는다. 태고의 모습 그대로의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자꾸만 느려지는 걸음을 재촉했다. 아름다운 계곡을 보는 순간 용소가 너무나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드디어 아랫용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깊고 좁은 골짜기에 커다란 웅덩이가 웅장한 바위에 둘러싸여 있었다. 거칠게 내려오던 물줄기는 용소에 잠기면서 고요해졌다. 아랫용소는 영화 ‘남부군’에서 빨치산 500명이 목욕하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이런 오지의 풍경을 찾아내 영화에 담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 여기며 윗용소로 향했다.



200m쯤 위쪽에 있는 소가 윗용소다. 아랫용소는 소가 아름다웠다면 윗용소는 너른 바위가 인상적이다. 특히 바위에 새겨진 바둑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신선들이 바둑을 두며 놀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조선시대 명재상이었던 황희 정승이 양녕대군 폐세자를 반대하며 고향 장수로 귀향했고, 마음이 울적할 때면 이곳에서 바둑을 뒀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세상 근심 걱정 제로 구역! 고개가 끄덕여졌다.



용소 계곡에 발을 담그려는 원대한 계획은 이루지 못했다. 계곡은 들어갈 수 없도록 줄을 쳐놓았다. 계곡 옆 벤치에서 준비해 간 커피를 마셨다.



600m만 더 가면 종점인 장안산군립공원 주차장이지만, 우리는 캠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일이 지루할 법도 하지만, 그런 염려는 접어둬도 좋다. 돌아오는 내내 하염없이 걷고 싶은 길이라는 말을 곱씹었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계곡에 발을 담갔다.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등골이 오싹했다. 고개를 들자 하늘에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분이었다. 이보다 완벽한 여름이 또 있을까.


▶︎걷는 시간

편도 1시간 30분. 탁족을 즐기며 느긋하게 걸으려면 조금 더 여유 있게 잡는 게 좋다.

▶︎걷는 거리

편도 4.5km

▶︎걷기 순서

방화동가족휴가촌 관리사무소~방화동가족휴가촌 오토캠핑장~방화동자연휴양림~방화폭포~아랫용소~윗용소~장안산군립공원 주차장

▶︎코스 난이도

쉬움


▶︎걷기 TIP

- 숲길에는 그늘이 울창하지만, 방화동가족휴가촌 관리소에서 방화동자연휴양림까지는 임도구간이다. 모자를 준비하자.

- 길은 평지에 가깝다. 하지만 왕복 3시간을 걸어야 하니 편한 신발이 좋다.

- 윗용소와 아랫용소 등 구간 내 계곡은 출입이 제한되어 있다. 시점과 종점 계곡은 발을 담굴 수 있으니 수건을 준비해서 탁족의 짜릿함을 즐겨보자.

▶︎화장실

방화동 가족휴가촌 오토캠핑장, 방화동자연휴양림, 장안산군립공원 주차장

▶︎음식점 및 매점

방화동가족휴가촌 오토캠핑장 안에 매점이 있다.

▶︎교통편

버스가 거의 없으니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네비게이션으로 방화동가족휴가촌 검색.

▶︎문의

063-350-2474 (방화동가족휴가촌)

▶입장료

어른 2,000원 / 청소년·군인 1,500원 / 어린이 1,000원 / 만 65세 이상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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