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강화] 낭만의 길 '강화나들길 10코스 교동도 머르메 가는 길'

2019-10 이 달의 추천길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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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 섬과 바다를

아우르는 낭만의 길

'강화나들길 10코스

교동도 머르메 가는 길'

태원준 여행작가


수강산.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운 산천’이란 뜻으로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자성어다. 이 표현이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바로 전국 곳곳에 숨겨져 있는 다양한 걷기길을 걸을 때다. 저마다의 이야기와 전설을 가진 길을 느릿느릿 걸으며 풍경에 빠져들다 보면 선조들이 우리나라를 왜 ‘금수강산’이라 표현했는지 깨닫게 된다. 강화군을 한 바퀴 도는 강화나들길도 예외는 아니다. 여전히 청정자연을 간직한 채, 인천 앞바다에 떠있는 여러 개의 섬 안엔, 걷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수려한 풍경이 꼬리를 문다. 그 아름다움을 모두 알리려는 듯이 강화나들길은 20개의 코스로 나뉘어 310킬로미터 가까이 이어지는데 그중 교동도를 관통하는 10코스를 걸어보았다.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코스의 시작점, 대룡시장

여행의 설렘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화여객터미널행 2층 버스를 잡아타고 강화도로 향했다. 2층 좌석 맨 앞에 앉아 한강의 풍경을 감상하고 김포 시내의 모습을 훑다 보니 강화도의 대문 격인 강화대교를 지나고 있었다. 강화나들길 10코스의 무대인 교동도까지는 강화도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30분을 더 가야 했다. 교동도는 강화 본도 북서쪽에 있는 작은 섬으로 북녘땅까지는 불과 5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군의 통제를 받고 있다. 섬 초입에서 해병대가 주도하는 간단한 검문을 통과한 뒤 코스의 시작점인 대룡시장에 다다를 수 있었다.


50년 가까이 교동도의 경제를 책임졌던 대룡시장은 6.25 당시 교동도 맞은편에 있는 북한 연백군에서 피난을 온 실향민들이 고향의 연백 시장을 본 따 만든 시장이다. 시간이 흐르며 시장은 쇠퇴하였으나 지난 2014년, 강화도와 교동도를 잇는 교동 대교가 개통된 후엔 섬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발전했다.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었던 지리적 특성상 외부와 오랜 시간 단절된 덕에 대룡시장은 1960~7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골목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과거로 빨려 드는 느낌이 든다. 이발소와 방앗간, 신발가게의 간판에선 세월의 흔적이 뚝뚝 떨어진다. 이제는 도시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다방과 양복점, 시계방도 줄줄이 이어진다.


관광적 요소를 더하기 위해 골목 담벼락마다 그려놓은 벽화도 발길을 잡아끈다. 벽화의 주제도 뻥튀기 아저씨, 시골집의 할머니, 만화방을 기웃거리는 꼬마 등 옛 추억을 소환하기 딱 좋다. 단순히 시작점의 역할을 맡은 곳이지만 볼거리가 가득해 30분 동안 시장을 떠나지 못했다.

현지 음식과 함께하는 여행



강화나들길 10코스의 코스명은 ‘머르메 가는 길’이다. 머르메는 섬 남서쪽에 위치한 동산리 자연부락의 이름이다. 전체적인 코스는 대룡시장이 있는 대룡리에서부터 섬 서쪽을 한 바퀴 돌아 머르메를 찍고 대룡리로 돌아오는 모양새인데 크게 논길, 산길, 바닷길 등 세 개의 길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황금들녘이 펼쳐지는 논길을 따라 걷는 것으로 본격적인 걷기길 탐방에 닻을 올렸다. 대룡리에서 난정 저수지까지 이어지는 첫 4.5킬로미터 구간엔 양옆으로 널찍한 교동 평야가 펼쳐진다. 추수의 계절을 앞두고 황금색으로 물든 평야의 모습은 감탄을 이끌어내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는다. 통통하게 익은 벼의 모습은 마음까지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평야 곳곳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쇠백로는 낯선 이를 경계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논길을 따라 30여 분 정도를 걷다가 그새를 못 참고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간식이 가득 담긴 종이봉투였다. 4년 가까이 정기적으로 걷기길을 걸으며 꼭 지키는 원칙 중 하나는 걷기길이 속한 지역의 현지 음식을 맛보는 것이다. 도심에 있는 걷기길이야 중간 중간 나오는 현지 식당을 이용하면 되지만 섬길, 시골길의 경우 코스 내에 이렇다 할 상업 지구가 없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다. 그럴 땐 읍내에서 현지를 대표하는 간식을 가득 사들고 길을 떠난다. 이미 대룡시장에서 지역 특산빵인 교동 보름달빵과 시장의 대표 먹거리인 찹쌀 꽈배기를 쟁여놓았고, 골목 구멍가게에서 호떡과 음료까지 싸온 터였다. 다양한 간식을 맛있게 우적거리며 계속 길을 걸었다. 원래 걷기길의 초반부는 몸이 덜 풀려 가장 많은 체력이 소비되는 구간이라 할 수 있는데 대룡시장의 맛깔난 간식과 함께하다 보니 무리 없이 첫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북녘땅이 보이는 난정저수지와 조선 한증막을 품은 수정산



한 시간 정도 논길을 따라 직진을 하면 난정저수지가 나타난다. 농업용수 개발을 위해 난정리에 조성된 저수지로 총 저수량이 6천 톤이 넘는 거대한 규모다. 언덕에 위치하고 있어 그 위에 오르면 지금까지 걸어온 황금들녘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전경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더 인상적인 풍경은 저수지 너머에 있다. 저수지 북서쪽 바다 건너 보이는 해안 마을은 북녘땅이다. 교동도가 북한과 얼마나 가까운 섬인지 실감이 나는 순간이다. 물론 희미하게 윤곽 정도만 보이는 수준이지만 묘한 감정이 드는 건 당연하다. 언젠간 평화롭게 저 마을도 걸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하며 저수지 둑을 걸어 내려왔다.


저수지를 오른쪽에 끼고 물길 끝까지 걸으면 난정리 해바라기 마을정원이 나온다. 노란 해바라기 수천 송이가 넘실대는 곳인데 안타깝게도 얼마 전 대한민국을 강타한 태풍 ‘링링’이 이곳을 휩쓸고 지나가 9월 말 현재 해바라기 꽃은 모두 시든 채 해가 아닌 바닥을 향하고 있다. 올해로 1회를 맞이했던 난정리 해바라기 축제 역시 태풍과 함께 소멸되고 말았다. 축제를 준비했던 마을 주민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바로 근처의 수정산으로 향했다.



수정산은 높이가 100미터밖에 안 되는 낮은 산으로 30분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산 입구에 들어서자 참개구리 수십 마리가 화들짝 놀라 여기저기로 달아났다. 이제는 희귀 곤충이 되어가고 있는 여치와 방아깨비, 풀무치 등 메뚜기과의 곤충도 눈에 들어왔다. 이름 모를 야생화도 지천이다. 수정산의 식생이 얼마나 훌륭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방문객이 워낙 적은 까닭에 가능한 일이지만 반면 같은 이유로 산책로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등산에 적잖은 어려움을 안겨준다. 그럼에도 코스에 수정산이 포함된 이유는 산 중턱에 위치한 조선시대 한증막 때문일 것이다. 황토와 돌을 이용해 만들어진 무덤 모양의 자연 한증막은 조선시대부터 1960년대까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에다 소나무로 불을 지핀 뒤 일정한 온도가 되면 물을 뿌려 그때 발생되는 수증기로 한증막을 이용한 것인데 조선시대의 목욕 문화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사료다. 한증막을 한 것처럼 땀을 뚝뚝 흘리며 수정산을 넘어선다.


갯벌과 바다를 따라 걷는 마지막 구간



수정산을 내려오면 코스의 이름 ‘머르메’의 주인공인 동산리로 접어들게 된다. 계속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바다로 향하는 구간인데 동산리의 정겨운 마을 풍경이 계속해서 눈에 들어온다. 마을 주민들이 밭일에 열중하는 동안 허수아비가 대신 여행자를 반기고 강아지풀과 갈대가 이방인을 유혹한다.



한동안 이어지는 논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침내 멀리 바다가 손짓한다. 가장 먼저 보이는 풍경은 죽산포. 한때 수많은 배가 정박했던 포구로 당시엔 배가 어찌나 많이 드나들었는지 모여든 배의 돛대가 대나무 숲과 같다 하여 죽산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포구의 기능을 잃고 한적한 분위기다. 급하게 갯벌 안으로 몸을 감추는 게와 망둥이(망둑어) 너머로 낚시를 하고 있는 섬 주민이 보인다. 그리고 다시 그 너머로 석모도와 미법도, 서검도 등 강화군에 속한 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피로감이 쌓여갈 때쯤 교동도가 선물하는 마법 같은 풍광이다.



포구를 따라 코스의 종반을 향해 나아간다.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와 그 곁에서 졸고 있는 백구의 귀여운 모습을 지나친다. 한동안 눈으로 바다를 품으며 막판 스퍼트를 하고 나면 야트막한 언덕이 나타나 긴장 풀린 다리에 다시 힘을 주게 만든다. 언덕 정상에서 아쉬운 듯 뒤를 돌아본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바다를 마주하고 언덕을 내려가면 대룡리로 돌아가는 일직선 도로가 나타난다. 3킬로미터가 넘는 제법 긴 구간이지만 순환형 코스를 완성하기 위해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길일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든 구간이다. 그렇게 대룡시장으로 복귀하며 코스를 마무리한다. 아니, 시장 근처의 중화요리집에서 짜장면을 후루룩거리며 진정한 걷기 여행을 마무리 짓는다.


여섯 시간 정도가 걸리는 제법 긴 걷기길 구간이었음에도 다리가 조금 피로할 뿐 눈은 내내 호강을 했던 길이었다. 산과 들은 물론 바다와 섬까지, 그야말로 우리가 자연에 바라는 모든 요소가 다 담긴 길이니 당연한 일이 아닐까?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강화나들길의 또 다른 코스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던 걸 보면 조만간 강화도를 다시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걷는 시간

6시간

▶︎걷는 거리

17.2km (대룡리~대룡리 순환코스)

▶︎걷기 순서

대룡시장 - 난정저수지 - 수정산 - 금정굴 - 애기봉 - 죽산포 - 머르메 - 양갑리마을회관 - 미곡종합처리장 - 대룡시장

▶︎코스 난이도

보통


▶︎화장실

대룡시장, 난정저수지

▶︎음식점 및 매점

코스 시작점인 대룡리 대룡시장에 음식점과 편의점, 마트 등이 밀집되어 있다. 코스 내엔 사실상 편의시설이 없으니 대룡시장에서 필요한 식음료와 물품을 구입해 가는 것이 좋다.

▶︎교통편

● 찾아가기

* 교동도는 강화군에서도 외딴 섬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이 쉽지 않다.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합정역, 홍대입구역 등에서 3000번, 3000A번 버스를 타고 종점인 강화여객터미널에서 내린 뒤 교동도까지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다. 터미널에서 교동도까지는 차로 약 30분이 걸리며 2만 원 정도의 요금이 나온다. 강화터미널과 교동도를 잇는 18번 시내버스가 있으나 배차간격이 70~100분으로 효율적이지 못하다. 혹은 터미널 근처에 카쉐어링이 가능하니 이를 이용해 교동도까지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참고로 교동도는 북한에 접해있는 섬이라 군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섬 출입을 위해선 간단한 검문을 통과해야하니 신분증을 꼭 챙겨가기 바란다.

* 자가 차량 이용시 대룡시장 앞 공영주차장에 주차가 가능(무료)하다.

▶︎코스 문의

사단법인 강화나들길 / 032-934-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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