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부여] 드라마 호텔델루나 촬영지 '부여 성흥산 솔바람길'

2019-11 이 달의 추천길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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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에 취해 걷다 보면

호텔델루나 촬영 장소인

사랑나무가 반겨주는

'부여 성흥산 솔바람길'

노성경 여행작가



랑살랑 바람이 지나갈 때면 진득한 솔향이 풍겨온다. 한 발 두 발 걸을 때마다 들려오는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은은하다. 하늘을 덮은 울창한 솔숲의 솔잎들은 따스한 가을 햇살을 조명으로 춤을 추고, 온갖 산새들이 노래 장단을 더한다. 소담스럽게 나있는 평화로운 오솔길을 걷다 보니 푸르디푸른 자연이 지척이다. 청푸른 소나무길을 지나면 알록달록 색동옷을 입은 단풍길이 나오고, 단풍길을 지나면 빛을 머금어 시시각각 반짝이며 춤을 추는 억새길이 사람을 반긴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숲을 지나, 사방이 탁 트인 동산에 오르면 커다란 아름드리나무가 우뚝 솟아 있다. 가까이서 봐도 좋고 멀리서 봐도 한없이 좋기만 한 나무의 이름은 '사랑나무'라고 했다. 성흥산의 상징과도 같은 이 사랑나무는 약 5km에 이르는 부여 가림성 솔바람길('성흥산 솔바람길'로 불리기도 한다.)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의 백미로,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호텔델루나'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풍성한 가을 전원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채워지는 길




 



5km 트래킹 코스는 걷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에겐 조금 싱거운 거리다. 때문에 조금 걷는 길을 택했다. 성흥산 솔바람길 시점 약 300m 거리까지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가능하지만 끼니도 때우고 시골 마을의 정취를 감상하고자 코스를 반대로 돌기로 했다. 마을버스를 타고 구교 2리에서 내려 종점이 있는 덕고개까지 2km를 더 걸었다. 10월 중순인데도 여전히 황금빛 물결이 넘실대고 있는 논길,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잘 익은 감들은 보는 것만으로 마음을 풍성하게 한다.


진한 솔향이 마음마저

건강하게 만든다.


가을을 만끽하며 걷다 보니 어느샌가 덕고개 입구다. '부여 가림성 솔바람길'. 정감 어린 글씨로 적혀있는 안내판이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가 있다. 조금은 싱거운 코스에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반대로 돌아왔으니 실상 이곳이 종점이 되는 셈이다. 안내판과 비석 사이로 이어지는 정겨운 오솔길을 들어서면 본격 정인 여정이 시작된다.



솔바람길이라고 했다. 이름 그대로 솔과 바람으로 가득했다. 오솔길을 들어서기가 사방에 가득한 솔나무에서 진한 솔내음이 풍겨온다. 사사사삭 나뭇잎을 흔들며 불오는 바람이 선선하다. 전국의 많은 솔바람 길을 걸으며 이렇게 솔바람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곳은 처음이다. 우뚝 솟아있는 솔나무들 사이로 나있는 손길은 정겹기만 하다.


도심을 떠나 오랜만에 만끽한 자연에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다. 바쁜 일상에서는 스쳐 지나갔던 소소한 것들이 하나씩 세세하게 눈에 들어온다. 숲속 곳곳에 있는 색(色)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솔 숲 사이로 비춰드는 가을 햇살이 머물 때면 사랑스러운 빛을 내뿜기도 했다. 풍성한 가을의 색에 마음마저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솔 숲은 약 30분가량 이어졌다. 진한 솔향 때문일까? 은은하게 풍겨오는 자연의 흙내 움 때문일까? 전체적으로 완만하긴 하지만 그래도 오르락내리락 다소 경사진 곳들이 나오는데 걸으면 걸을수록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또한, 노란색에서 청색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자연의 계조에 눈까지 맑아진다.

옛 백제인의 흔적을 만나다.


손길이 끝나면 바로 가림성[加林城] 구간으로 접어든다. 숲을 빽빽이 메웠던 솔나무들은 사라지고, 아찔한 높이의 암벽을 끼고 걷는다. 다소 경사진 곳이지만 길게 이어지진 않는다. 한 번에 걷기보다는 지극히 한국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한발 한발 내딛는 것도 좋다. 암석 사이로 나있는 소나무에서 그 옛날 선조들의 기상이 묻어있다.



경사진 길 끝에는 울창한 소나무들 사이로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나지막한 성곽이 기다리고 있다. 부여 성흥산성[扶餘聖興山城]으로, 가림성[加林城]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산성은 사비천도 이전 서기 501년, 백제 시대에 쌓았다. 둘레 1,350m에 높이는 4m 가량 되는데 성 내부에는 우물 터와 건물 터 등이 남아 있으며 남문과 남, 동, 서 3개의 문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부여의 절경을 품은 아름드리 한 그루





성흥산성의 해발고도는 240m로 높지 않은 편이지만, 주변에 이렇다 할 높이의 산이 없다 보니 사방이 훤하다. 발아래로 인간 지형은 물론이고, 적군의 움직임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다 보니 사비성과 외곽을 방어하는 군사적 요충지로 활용되었다. 전쟁이 없는 지금은 부여의 절경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자연의 전망대다.


산성에 오르면 드디어 사랑나무다. 성흥산의 상징이자, 성흥산 솔바람길의 백미로 사랑나무 하나만 보기 위해 부여를 찾는 사람들도 상당수. 사랑 나무라는 이름은 풍성한 나뭇가지가 마치 '하트'모양처럼 뻗쳐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이름의 연원인지 아니면 나무가 가진 본래의 기운인지 신기하게도 보면 볼수록 나무에 대한 애정이 깊어만 간다. 나뿐만이 아니다. 사랑나무를 찾아온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사랑나무에 반하고, 두 손 꼭 잡고 오는 누군가에 대한 사랑도 커져만 가는 게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졌다. 성흥산의 상징인 사랑나무는 단순히 성흥산을 대표하는 명물이기 이전에 사람에게 감동을 전하고, 사랑하는 전하는 신물이었고 우리 모두의 보물이었다.

사랑나무는 여러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많이 활용되었는데, 이번 여름 많은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호텔델루나'의 촬영지로 알려져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산성 위의 넓은 터 한쪽 나지막한 언덕 위로 고색창연한 사당이 보였다. 울긋불긋 아름드리 옷으로 치장을 하고 있는 단풍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한국적인 색(色)은 참으로 고왔다. 청명한 가을 하늘의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이 친구가 되어 사당으로 발길을 이끈다.

유태사지묘 [庾太師之廟].

바로, 고려의 개국공신 유금필 장군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었다. 황해도 평주 사람인 유금필 장군은 923년 마군장군이 되어 골암진에 침입한 북번을 평정하고 후삼국을 통일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 후백제 섬결 뒤 남방을 다스리다가 고려 태조를 만나러 가는 길에 잠시 임천에 머무르게 되는데 전쟁의 여파로 인해 노략질은 물론이고, 질병과 흉년까지 겹쳐 민심이 걷잡을 수 없도록 흉흉한 것을 경험하게 된다. 유금필 장군은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 군량을 나누어 주고 둔전을 운영하여 민심을 잡는 등 선정을 베풀어 임천 백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이에 감동한 백성들은 산 사당을 세우고는 해마다 유금필 장군의 공덕을 기리는 제사를 지내왔다. 한참이라 아래쪽 백제 땅에 고려 장수의 이름이 있는 것은 의아스러울 수도 있으나 유금필 장군의 고사를 듣고 보면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팔각정에 올라 처음으로 짐을 풀었다. 처음에는 무난한 난이도에 싱거워서 발길을 청했고, 나중에는 가림성 주변의 빼어난 절경에 취해 쉴 틈 없이 걸었더니 서서히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팔각정 난간에 기대니 선선한 가을바람이 그대로 느껴진다. 산새들의 지저귐이 귀를 간지럽힌다. 분명히 가을이건만 매미소리까지 들려온다. 성흥산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 그대로 느껴진다. 가쁜 숨이 점점 잦아들고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다. 마음의 여유다. 솔바람이 주는 쉼과는 또 다른 종류의 쉼이 일상에 찌든 '스트레스'라는 때를 말끔히 날려준다.

나쁜 기운은 산길에 훌훌 털어버리고


 



팔각정에서 그대로 있다가는 한없이 시간을 지체할 것만 같아서 애써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남은 구간은 대략 1/3. 이제는 차분히 산을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코스가 짧아서 싱겁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여유를 만끽할 수가 있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시골 마을 소경을 감상하며 산을 내려갔다.


사랑나무와 팔각정을 지나면 다시 손길이 이어진다. 이미 가림성 솔바람길의 백미를 만났기에 미련 없이 하산길에 박차를 가했다.


전국의 이름난 길이 많다지만, 빼어난 풍경 감상과 함께 여유마저 즐길 수 있는 길은 흔치않다. 게다가, 코스도 쉬운 편. 전체적으로 완만하게 이어진 경사 구간은 채 5km도 되질 않아 부담 없이 여정을 즐길 수가 있다. 큰 바위 아래서 수도 중이었던 스님이 멀리서 날아오는 관음조 한 마리에 놀라 잠을 깨니 바위가 미륵 보살상으로 변해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대조사가 있어 중간에 답사 여행길을 이어가기에도 좋다. 산을 내려오면, 주름진 할머니의 미소가 절로 떠올려지는 시골 풍경이 이어진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깃든 전원의 소경은 여행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기까지 한다. 걸어볼 만한 길이고, 오랜 기간 잊히지 않고 생각날 것만 같은 길. 부여 성흥산 솔바람 길이다.


▶︎걷는 시간

2시간

▶︎걷는 거리

5km

▶︎걷기 순서

덕고개 → 구교리길 합류점 → 가림성길 합류점 → 가림성 사랑나무 → 한고개

▶︎코스 난이도

보통


▶︎걷기 TIP

코스가 길지는 않지만 산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트래킹화 또는 등산화를 추천함.

▶︎화장실

부여가림성, 성흥산성터 간이화장실

▶︎식수 및 매점

코스로 접어들면 식수 및 먹거리를 구할 곳이 없기 때문에 임천리 마을에서 준비해서 가는 것이 좋음.

▶︎교통편

- 부여 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 정류장에서 301, 302번 입천방향 탑승 후 군사 2리(시점) 또는 구량 3리(종점)에서 하차.

- 버스 편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확인이 필수 / 버스 탑승 전 임천 방향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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