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영동]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지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2019-11 이 달의 추천길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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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으며 떠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지 걷기 여행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배인숙 여행작가


송호관광지에 양산팔경이 대부분 모여 있는 금강둘레길


요로운 황금 들녘 초록이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계절 가을은 사색하며 걷기에도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책 한 권 가방에 넣고 충북 영동 양산8경 금강둘레길을 향해 나선다. 금강둘레길은 양산면 일대에 있는 송호관광지 안으로 들어서 시작한다. 송호관광지는 28만 4,000㎡(약 8만 6천 평) 부지에 수령 300년이 넘는 울창한 송림과 금강 상류가 흐르는 곳으로 산책로 캠핑장 카라반 어린이 놀이터 물놀이 시설 등을 갖추고 있는 국민관광지이다.

둘레길은 금강을 사이에 두고 자연을 벗 삼는 선조들의 풍류가 서려 있는 빼어난 풍광 따라 양산팔경 대부분이 모여있는 약 6km를 순환형으로 돌아보는 코스이다.

- 양산팔경 : 영국사 강선대 비봉산 봉황대 함벽정 여의정 자풍서당 용암 (8경)


어른 2,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관광지 안으로 들어간다.

만취당 박응종이 풍류를 즐긴 여의정에 올라 송림과 금강을 내려다보며





매표소를 들어서면 울창한 소나무 숲과 양산팔경 중 6경으로 꼽는 여의정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여의정은 조선시대 때 연안부사였던 만취당 박응종이 관직을 내려놓고 낙향해 강 언덕 위에 정자를 짓고 풍류를 즐겼던 곳으로 이곳에서 예의와 풍속 정치와 역사를 설교하며 시간을 보낸 곳이다.

여의정에 올라 송림과 금강을 내려다보고 강변 따라 이어지는 둘레길 걷기를 시작한다.





순환형 코스라서 어느 방향으로 먼저 가도 괜찮지만 오후에 걷기를 시작했다면 여의정에서 강변 따라 용암과 강선대를 먼저 만나는 오른쪽으로 걷기를 추천한다. 쉬엄쉬엄 걷다가 약 2km를 남겨 두고 영화 촬영지인 수두교에서 하루해가 산 너머로 기울며 금강을 붉게 물들이는 풍광을 만날 수 있어서다.





용이 목욕하는 선녀를 보느라 승천하지 못했다는 전설의 용암이 금강에 떠 있는 모습을 보며 살랑살랑 강바람이 스며드는 숲길을 지나면 관광지를 벗어나 봉곡교를 만난다. 다리 위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금강과 기암절벽 위에 소나무가 두르고 있는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강선대를 바라보며 다리를 건너면 강선대 소개와 안내표지가 보인다.

다리 위에서 잔잔히 흐르는 금강과 기암절벽 위에 소나무가 에워싼 강선대를 바라보다


관광지를 벗어나 다리 위를 지나며 잔잔하게 흐르는 금강과 숨겨둔 비경처럼 기암절벽 위에 소나무가 에워싸고 있는 강선대를 한눈에 바라본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보이는 강선대를 향해 가는 길목에서부터 다시 숲길이 시작된다.





강선대(降仙臺)는 낙락장송과 석대가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였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지어진 이름이다. 금강과 절벽 사이에 놓인 다리를 건너 양산팔경 중 가장 풍광이 빼어나다는 제2경 강선대에 올라본다. 강선대를 에워싼 소나무 사이로 목욕하는 선녀를 바라보느라 승천하지 못한 용이 바위가 된 용암과 강 건너 송호관광지 야영장의 숲이 내려다보인다.


빼어난 미인보다 이름 없는 정자가 길손에게는 편안한 쉼터가 되어준다

빼어난 미인 강선대는 바라만 보고 잠시 서서 사방을 둘러볼 수 있었을 뿐 앉을 곳이 없었다. 강선대에서 내려와 이어지는 길은 가파른 나무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계단을 오르고 나니 길은 다시 평지의 흙길로 이어지며 오르막을 오른 수고로 잠시 쉬어가라는 듯 이름 없는 정자가 길손을 맞이한다. 조용하고 아늑한 숲속에 안긴 정자에 신발 벗고 올랐다. 편안하게 두 다리 쭉 뻗고 습관처럼 꺼내 드는 핸드폰 대신 가져간 책을 꺼내 본다. 가을이니까.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순서 없이 어느 페이지를 넘겨도 짧은 문장으로 깨달음을 주는 글이라 어디서 건 가볍게 읽으며 잠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길을 걷다가 숲속 정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노라니 그 순간만큼은 세상 바쁠 것도 마음이 불편할 것도 없이 잔잔하게 흐르는 금강의 물결처럼 내 마음도 평화롭게 흐른다. 보온병에 따듯한 차 한잔 준비해 가면 금상첨화! 빼어난 자연 속에 정자를 짓고 풍류를 즐겼던 선인들이 이런 마음으로 살았을까 싶어진다.

죽기 전에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들,

경험해보고 싶은 일들,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을 쭉 적어보세요.

그리고 그냥 그것들을 꾸준히 하세요. 하나씩 하나씩.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이것저것 너무 고민하지 말고,

우리, 그렇게 살아요.

인생은 정해진 멜로디가 없는 즉흥 재즈 음악과도 같습니다.

삶 속의 모든 변수를 내가 조정할 수 없고,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 속에서

나의 스타일을 찾아내 음악을 만들며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말자 중에서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둘이 걸어도, 혼자 걸어도 좋은 길





무더위와 태풍으로 힘들었던 시간이 어제인가 싶은데 시간의 흐름을 눈치채지도 못한 채 하루해가 짧아진 걸 보니 어느 사이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나무 계단과 흙길로 적당히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숲은 혼자 사색하며 걷기에도 도란도란 둘이서 얘기 나누며 걷기에도 더없이 좋은 길이다. 중간중간 만나는 양산팔경의 풍경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고 쉼터를 제공해준다. 정상에 오르면 금강과 양산면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제3경 비봉산(460m)이 금강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제5경 함벽정에 이르니 정자가 아닌 마치 한옥 마루에 걸터앉은 기분이 든다. 탁 트인 앞으로 금강이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비봉산의 낙조가 아름다워서인지 선비들이 시를 읊고 학문을 논했다는 함벽정. 따사로운 오후의 햇살 받으며 이곳에서 책 읽기도 괜찮겠다.

하루해가 저물며 금빛으로 물들인 영화 촬영지 수두교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했다. 4경 봉황대를 지나 수두교를 바라보며 걸음을 재촉한다. 서산으로 기우는 해가 수두교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금강 수변공원도 마지막 따스한 기운을 머금은 가을빛으로 반짝인다.




수두교에 올라서서 아슬아슬하게 마지막 기우는 해님을 잠깐 보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황홀한 일몰 경을 만났다. 산을 넘은 해는 마지막 붉은빛을 금강에 토해내며 사위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다리 끝에 이르니 소지섭, 손예진 주연의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지 안내 간판이 있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이 자전거 타고 데이트하며 이 다리를 건너는 장면이다. 사진 속 저녁노을을 보니 딱 이 시간 정도에 담긴 것 같다.





다리를 건너 출발지이자 도착지까지 약 2km는 금강 수변공원을 따라 걷는 길이다. 둑 아래 비탈진 언덕엔 코스모스가 길게 줄을 이어 하늘거린다. 앞을 향해가는 하늘엔 달이 점점 동그랗게 차오르고 걷다가 뒤돌아보니 어둠 속 하늘은 여전히 붉게 타오른다. 이런 풍경 속 탁 트인 수변 공원의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걷는 맛이 마냥 좋아 해가 떨어진다고 재촉하던 걸음이 다시 느릿해졌다.

양산팔경 금강둘레길과 함께 다녀오면 좋을 영국사 & 주변 먹거리



양산팔경 중 6경은 이곳 금강둘레길에 모여 있고 제1경 영국사와 7경 자풍서당은 송호관광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곳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천년 은행나무로 유명한 영국사는 영동 가을 나들이로 함께 가볼 만한 곳이다. 사찰은 크지 않지만 위에서 보면 나무 한 그루가 마치 숲을 이룬듯하고 가까이 다가가 보면 지팡이에 의지한 가지조차도 성성하게 열매를 맺고 있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11월은 노랗게 물든 영국사의 천년 은행나무를 만날 기회다. 영국사와 금강둘레길을 영동 하루 코스 가을 여행지로 잡아 힐링 걷기 여행으로 다녀와도 좋을 곳이다.


지역 먹거리로 충북 영동 가면 어죽 맛과 도리뱅뱅이 맛을 빼놓을 수 없다. 60년 전통의 노포 식당에서 맛보는 수제비 건 국수 밥이 들어간 얼큰 담백한 어죽과 빙어를 팬에 동그랗게 두르고 튀겨서 양념한 새콤 매콤 바삭바삭한 도리뱅뱅이 맛이 일품이다. 양은 푸짐하고 가격은 합리적인 것도 매력.


▶︎걷는 시간

2시간 30분 (쉬는 시간 포함하면 약 4시간)

▶︎걷는 거리

6.6km

▶︎걷기 순서

송호관광지매표소~여의정~용암~강선대~함벽정~봉양정~봉황대~수두교~금강수변공원~송호관광지매표소

▶︎코스 난이도

쉬움


▶︎걷기 TIP

전체적으로 코스가 쉬워 남녀노소 즐길 수 있으며, 이정표가 잘 되어 있음

▶︎화장실

송호관광지 입구, 둘레길 곳곳에 있음

▶︎음식점 및 매점

송호관광지 내 입구에 25시 마트와 식당, 매점 있음

▶︎교통편

영동역에서 122, 129번 버스를 타고 봉곡리 정류장 하차 후 도보로 120m가량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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