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제천] 충북 최고의 전망으로 이어지는 치유의 길, '청풍호 자드락길 6코스 괴곡성벽길'

2019-12 이 달의 추천길 2019-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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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최고의 전망으로

이어지는 치유의 길

'청풍호 자드락길 6코스 괴곡성벽길'

태원준 여행작가


아침에 눈을 뜨면 미세먼지의 농도부터 확인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창밖 너머로 쨍한 햇살을 본 게 언제이던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 사이로 도심의 뿌연 하늘이 눈에 들어올 때면, 한때 너무도 당연히 누리던 청아한 공기와 맑은 바람이 그리워지곤 했다. 그래서인지 제천으로 들어서는 길엔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왔다. ‘청풍명월의 고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어느, 음식점의 홍보문구가 나의 마음을 들뜨게 했기 때문이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라니.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풍경이 제천에 숨어있었다.


시작부터 펼쳐지는 청풍 호반의 맑은 바람


제천의 자랑 청풍호(충주호)를 따라 이어지는 자드락길의 여섯 번째 코스, ‘괴곡성벽길’은 그야말로 첩첩산중 두메산골을 지나가는 구간이다. 농어촌 버스조차 거의 다니지 않는 곳이라 개인 차량을 통해 접근하다 보니 교통의 편의상 코스를 역순으로 걸을 수밖에 없었다. 지곡리 마을회관 앞에 차를 대니 근처에서 담소를 나누던 어르신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손님이 왔네. 젊은 친구가 이 시골엔 어쩐 일인가?” 그중 연세가 일흔은 넘어 보이는 백발 성성한 할아버님이 옅은 미소를 띤 채 낯선 여행자를 반겼다.

“와, 여기 공기가 참 좋네요. 자드락길 걸으러 왔는데 어느 쪽으로 가면 되죠?” 나의 답변에 할아버님의 옅은 미소는 조금 더 짙게 변했고, 할아버님이 손끝으로 가리킨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자드락길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짤막한 대화는 ‘조심히 걸어요.’와 ‘고맙습니다.’로 이어졌고, 괴곡성벽길 코스로 이어지는 산길로 향하니 곁으로 청풍호가 고운 자태를 드러냈다.

청풍호는 이름 그대로 맑은 바람을 일으키며 산행을 시작하는 나의 등을 살며시 떠밀었다.



시작부터 좁고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자드락길’은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이라고 하니 그 의미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 계단을 오르며 헐떡였다. 그래도 들숨과 날숨 사이로 느껴지는 산의 향기와 상쾌한 공기가 두 다리에 힘을 불어 넣어주었다. 숨이 턱에 차오를 때면 뒤를 돌아보았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살짝 보이는 청풍호의 모습을 보면 다시금 체력이 샘솟았다. 차근차근 고도를 높여감에 따라 보이는 풍경도 점점 변했다. 산 중턱에 오르자 내가 발 딛고 있는 ‘두무산’뿐 아니라 청풍호를 감싸고 있는 주변의 산도 시야에 들어왔다. 겨울이 코앞까지 다가온 11월 말임에도 몇몇 산은 여전히 가을을 꽉 쥐고 있었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온 산을 물들이다 못해 내 두 눈동자까지 붉게 물들였다. 그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도 단단히 중심을 잡고 있는 건 역시 명불허전 청풍호였다.


이 길로 올라가유~ 충청도 사투리의 정겨움


산과 호수의 수려한 조합을 열심히 눈에 담으며 계속 산을 올랐다. 그러다 나타난 나무 팻말 앞에서 한참을 키득거렸다. 걷기 길 코스 내엔 당연히 곳곳에 안내문과 표지판이 있기 마련. 다음 지점까지의 거리를 표기해두는 것은 기본이고,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등의 주의사항이 나타나곤 한다. 자드락길의 안내문은 완전히 색다르다. 나무로 된 팻말마다 충청도 사투리가 새겨져 있다.

‘내려가는 길이여유~ 미끄러우니 주의해유’ 조금 전에 ‘이 길로 올라가유’를 보며 산을 오른 터라 이어지는 사투리 안내문에 빵 터질 수밖에 없었다. 마치 내 안의 백종원 대표가 친절히 사투리를 읽어주는 듯했다. 나도 모르게 ‘잘 알겠어유’ 대답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내게는 그저 산이라 큰 의미는 없었지만 한 시간 반쯤 산속을 누비자 귀곡리에서 다불리로 행정구역이 변했다. 따로 경계선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두무산 유일의 사찰, ‘다불암’이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작은 와불상이 있는 다불암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 짧은 휴식 뒤에 등장한 산속 마을 다불리엔 파란 지붕을 가진 집 몇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마을 초입에서 갑자기 갈림길이 나왔다. 지도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다 오른쪽 길에서 트럭을 타고 나타난 마을 주민에게 도움을 청하니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온 길로 계속 가유!”

코스의 정점을 향해 달리는 후반전




다불리 마을은 대략 코스의 절반을 지나는 지점이다. 다불리 마을 갈림길에서 (마을 주민이 알려준) 윗길로 올라가면 코스의 하이라이트에 가까워진다. 일명 ‘사진 찍기 좋은 명소’라는 모호한 이름을 가진 지점으로 길이 이어지는데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사진 찍기 좋은 훌륭한 전망대 펼쳐지는 지점이라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나무를 빼곡하게 뒤덮은 이끼와 나무 틈으로 고개를 내민 버섯 등 도시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날것의 자연을 감상하며 코스의 후반전을 힘차게 시작했다. 제대로 탄력을 받은 다리가 약 30분 정도 후에 나를 데려간 곳은 솟대가 삐죽빼죽 솟아있는 나무 데크였다. 마침내 ‘사진 찍기 좋은 명소’에 도착한 것이다. 주저할 틈도 없이 데크 끄트머리로 달려갔다. 앞이 뻥 뚫려 있어 시야에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롯이 청풍호의 전망을 즐길 수 있었다. 사진 찍기 좋은 정도가 아니라 사진기를 저절로 들게 만드는 명소. 오늘 여정의 대미를 장식할 옥순 대교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여기서 감탄사를 모두 소진할 수는 없었다. 불과 50미터 거리에 청풍호 전망대가 우뚝 솟아있었다. 산꼭대기에 위치한 콘크리트 전망대가 다소 기괴해 보였지만 힘을 쥐어짜 차근차근 나선형 계단을 올랐다.





맙소사! 전망대 정상에 다다르자 험난했던 산행의 수고를 단번에 날려주는 황홀한 풍경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동쪽으로는 방금 전에 보며 흥분했던 청풍호와 옥순 대교의 조합이 훨씬 더 시원스레 보였다. 북쪽으로는 비봉산과 망월산 등 제천의 명산이 첩첩산중 병풍이 되어 청풍호를 감싸고 있었다. 이어서 남서쪽으론 멀리 국립공원 월악산의 영봉이 보였다. 역광 속에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월악산의 실루엣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난 학생처럼 호들갑을 떨며 전망대를 빙글빙글 돌았다. 이쪽을 봐도 저쪽을 봐도 감탄의 연속이었다. 멍하니 ‘우와’를 외치며 풍경이 빠져들다가 살짝 고개만 돌려도 거기에 또 ‘우와’를 유발하는 풍경이 이어졌다. 양 팔에 닭살이 돋을 만큼, 단언컨대 내 인생에 있어서만큼은 충북 최고의 전망이었다.


내친김에 일몰까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풍경이 있다. 결국 나는 30분이 넘도록 전망대를 떠나지 못했다. 곧 해가 질 시간이라 자연스레 이어질 조바심이 내친김에 일몰까지 보겠다는 굳은 의지로 변했다. 깜깜해진 뒤에 하산을 할 순 없는 노릇이니 해넘이까지 볼 순 없겠지만 첩첩산중 너머로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정도는 보고 싶었다. 겨울의 문턱이라 5시가 조금 넘자 해가 퇴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안타깝게도 해 질 무렵이 되니 구름이 하늘을 덮어가며 나의 완벽한 계획에 훼방을 놓았다. 그럼에도 월악산 영봉 사이로 슬며시 드러난 주홍빛이 욕심 많은 여행자의 아쉬움을 달래주기 충분했다.



그제야 떨어지지 않던 발걸음이 떨어졌다. 정상을 찍었으니 이제 남은 건 신나는 내리막길뿐. 서서히 몰려드는 어둠을 느끼며 하산을 서둘렀다. 내리막길이라 만만하게 봤지만 울퉁불퉁한 바위가 곳곳에 잠복하고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옥순 대교로 내려가는 길엔 괴곡리를 지난다. 코스의 이름이 유래된 마을로 과거 성벽을 이루었던 곳이라 ‘괴곡산성길‘이란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그 사실까지 알차게 확인한 뒤 종료지점인 옥순 대교에 무사히 도착했다. 청풍호를 가로지르는 옥순 대교에 도착하니 호수 위에도 낮과 밤을 이어주는 진한 노을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4시간 남짓 걸린 코스였지만 잠시나마 도심의 뿌연 연기로부터 나를 구원해준 치유의 길이었다. 다시금 두 눈이 뻑뻑해질 때쯤이면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꺼내봐야겠다.




 

▶︎걷는 시간

4시간

▶︎걷는 거리

9.9km (옥순봉 쉼터 ~ 지곡리 마을회관)

▶︎걷기 순서

옥순봉 쉼터 - 청풍호 카누/카약장 - 쉼터 - 전망대 - 두무산 - 다불암 - 403봉 - 임도 - 고수골 - 지곡리 마을회관

▶︎코스 난이도


▶︎화장실

옥순봉 쉼터, 청풍호 카누/카약장, 다불암, 지곡리 마을회관

▶︎음식점 및 매점

코스 시작점인 옥순봉 쉼터에 간이매점이 있다. 산을 넘는 코스라 코스 내엔 편의시설이 없으니

제천 시내에서 필요한 식음료와 물품을 구입해 가는 것이 좋다.

▶︎코스 문의

제천시 관광 미식과 : ☎ 043-641-6713

▶︎출발점 가는 방법

코스의 시작점인 옥순봉 쉼터나 종료지점인 괴곡리 마을회관까지 이어지는 농어촌버스 몇 대가 간간이 운영되지만

배차간격이 긴 편이므로, 사전에 잘 확인하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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