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사하구] 다대포의 겨울바다 걷기 그리고 '해안누리길 몰운대길' 식도락 여행

2020-02 이 달의 추천길 202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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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포의 겨울바다 걷기

그리고 식도락 여행

'해안누리길 몰운대길'

김동우 여행작가



발치 일렁이는 이랑은 어느새 해변에 닿아 하얀 포말을 만들어 놓는다. 바다가 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래서인지 바다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건 불안, 불신, 실망 등을 치유하나 보다. 거기에 차분한 겨울 바다의 한적함은 그 자체로 여유이자 넉넉함이다. 짭조름한 갯내음이 코끝을 스치고 멀리 황금색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다대포 해변이 시야를 탁 틔운다. 부산 바다가 숨겨 놓은 또 하나의 비경을 찾아 걸음을 옮겨 본다.

다대포, 예술 작품부터 역사의 흔적까지


해안누리길 몰운대길은 다대포해수욕장역에서 시작된다. 총 길이 4.2km의 코스는 2시간이면 넉넉히 둘러볼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여유 시간을 두고 걷는 걸 추천한다. 여기까지 와서 다대포해수욕장을 거닐어 보지 않는 건 바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 원래 코스는 노을정에서 시작해 큰 길을 따라 몰운대유원지로 이어지지만 코스를 조금 변형 시켜보자. 그도 그럴 것이 노을정에 올라 드넓은 백사장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바다로 향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히게 될 테니 말이다.


노을정 옆으로 나 있는 좁다란 길은 곧장 백사장으로 이어진다. 바닷바람이 저공비행하며 해변을 쓸고 지나간다. 작은 모래 알갱이들은 바람에 몸을 실어 보석처럼 흐드러지고 파도가 조각한 자연의 흔적들은 아름다운 패턴으로 눈길을 끈다.

날이 서 있지 않은 흐느적거리는 해변의 바람이 부드럽게 이마를 쓸고 넘어간다. 안온한 바람 사이를 걸어 잔물결이 찰랑이는 바다 앞까지 나아간다. 부지런한 낚시꾼들이 미리 자리를 잡은 장소다. 긴 낚싯대 여러 개가 마치 바다를 끌어 당기 듯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옆 사람들은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다가섰다 도망가기를 반복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열심히 모래를 파는 아이들도 있다. 가만 보니 조개잡이가 한창이다. 봉지에 들어 있는 하얀 소금을 무슨 요술 가루라도 되는 듯 조금씩 숨구멍에 쏟아붓는다. 염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맛조개의 특성을 이용한 거라고.


고사리 손에 들린 호미로 숨구멍 주변 모래를 얇게 썰듯 덜어 낸다. 솔솔 다시 하얀 마법의 가루가 쏟아진다. 사뭇 진지한 그 모습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다시 모래사장을 밟아 나가면 생각지도 못한 설치 미술 작품을 만나게 된다. 언제부턴가 다대포 해변의 상징이 돼 버린 손현욱 작가의 ‘배변의 기술’이란 작품이다. 그 옆에는 김영원 작가의 ‘그림자의 그림자(홀로 서다)’가 우두커니 해변을 응시하고 있다.

부산 삼대(三臺)에서 즐기는 일몰


다음은 몰운대 유원지로 갈 차례다. 시작은 가파른 언덕이다. 곰솔이 호위하듯 길게 늘어선 길은 청량감 가득하다. 가볍게 걷기 안성맞춤인 코스다. 그래서인지 운동을 나온 지역주민들이 여기저기 많이 눈에 띈다.




곧장 길을 따라나서면 몰운대 객사에 닿는다. 이 건물은 조선 후기 다대 첨절제사영에 있었던 객사다. 다대포는 예부터 왜구를 막기 위한 군사 요충지였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경상좌도 7진 중 하나가 됐으며 부산진과 함께 2배 많은 병선이 있었던 장소다. 몰운대 유원지 내에는 임진왜란 당신 이순신 장군과 함께 왜구를 막는데 힘쓴 정운 장군을 기리는 비가 세워져 있기도 하다.



몰운대는 예부터 빼어난 풍경으로 이름이 나 있는데 태종대, 해운대와 함께 부산의 삼대(三臺)로 불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부 구간이 군사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일출, 일몰 전후엔 공원 이용이 통제된다.


서둘러 해넘이가 멋지다는 포인트로 걸음을 재촉했다. 길은 해안절벽으로 이어지는데 첫 번째 포인트는 모래 마당과 자갈마당이 좌우로 갈라지는 전망대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이며 작은 군부대 초소가 나온다. 그 너머로 쥐섬, 모자섬이 내려다보이는 장쾌한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아래로 난 길을 통해 갯바위로 내려설 수도 있는데 낚시를 하기에도 그만인 장소다. 첫 번째 조망 포인트에서 갈림길로 돌아가 오른쪽 해안길을 따라가다 보면 화손대(花孫臺)에 이른다. 이곳에서 즐기는 낙조는 다대팔경(多大八景)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때마침 하루 중 가장 극적인 순간이 다가왔다. 아스라이 손에 잡힐 듯한 붉은 해가 몰운대 능선 뒤로 몸을 감추기 시작한다.




서서히 붉고 푸른 계조로 퍼져 나가는 하늘색이 하루의 반을 가른다. 다채로운 하늘색에선 하루의 환희와 그리움 등이 함께 묻어난다. 멍하니 하늘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다.

마무리는 식도락 여행으로

부산 여행을 어떻게 먹거리를 빼고 논할 수 있겠는가. 특히 한국전쟁 당시 피난 수도 역할을 하던 부산은 전국 팔도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다양한 음식문화를 탄생시킨다. 부산 대표 음식들의 유례를 따라가다 보면 십중팔구 한국전쟁이 그 뿌리가 되는 이유다.


뭘 먹을지 고민이라면 따지지도 묻지도 말고 돼지국밥집으로 가보자. 이 음식의 본고장은 황해도인데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돼지 잡고기 등을 넣고 만들어 먹으면서 부산의 아이콘 같은 음식이 돼버렸다. 처음에는 쌀이 귀해 면을 넣어 먹다가 점차 지금 같은 국밥 형태로 변형을 거치게 된다. 특히 부산 돼지국밥은 국물로 밥알을 따듯하게 만드는 ‘토렴’이 특징이다. 이렇게 하면 육수가 밥 알 깊이 스며들어 조금 더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보통 돼지국밥의 밑반찬은 김치, 정구지(부추겉절이), 고추, 마늘, 양파가 전부일 때가 많은데 소면 한 덩어리를 주는 집도 많다. 부산 돼지국밥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정구지를 국에 넣어 먹는 걸 잊지 말자.


값싼 밀면은 냉면과는 또 다른 식감과 맛으로 식도락 여행자를 유혹한다. 밀면의 유래도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미국이 원조한 밀가루에 전분을 섞어 면을 만들어 먹은 게 그 시작이다. 그런데 밀가루 면은 소화가 잘 안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밀면 육수에는 감초, 당귀 등 한약 재료가 더해지는 게 특징이다. 밀면이 부산에 대중화되기 시작한 건 1970년대 이후부터 고 1990년대를 지나면서 부산 대표 향토음식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다.


부산역 근처 초량 돼지갈비 골목과 초량 불고기 백반(불백) 거리도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돼지갈비 골목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 거주지가 들어서고 더불어 값싼 돼지갈비 집이 생겨난 게 그 시작이다. 돼지갈비 골목 인근에는 초량 불백 거리도 있는데 일명 육(肉) 거리라 불리는 이곳에선 불향 가득한 고기와 쌈을 즐길 수 있다.

어디 부산에서 맛볼 음식이 이뿐이겠는가. 부평동 깡통시장 내 별미 냉채족발과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씨앗호떡 그리고 유부와 당면의 조화가 인상적인 유부 전골은 또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 부산으로 향하는 당신! 허리띠를 조금 풀어 놓길 바란다.


▶︎걷는 시간

2시간

▶︎걷는 거리

4.2km

▶︎걷기 순서

노을정 휴게소(낙조대)~(0.2km)꿈의 낙조 분수대~(0.2km)다대포 해수욕장 입구~(0.1km)몰운대 입구~(0.7km)몰운대 객사~(0.2km)자갈마당~(0.1km)전망대~(1km)화손대~(1.5km)몰운대 입구

▶︎코스 난이도

쉬움


▶︎화장실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 몰운대 진입로, 다대포객사, 간이운동장 인근 등 코스 내 7개소

▶︎음식점 및 매점

다대포 해수욕장 부근엔 많음

▶︎교통편

부산역에서 출발해 지하철 1호선 다대포해수욕장역 하차 후 4번 출구로 나와 몰운대길까지 도보 이동(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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