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영양] 가수 하춘화의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를 만날 수 있는 걷기여행길 '월출산 기찬묏길 01코스 기찬묏길'

2020-03 이 달의 추천길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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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트로트 가요센터를

만날 수 있는 걷기길 우정여행

'월출산 기찬묏길 01코스

기찬묏길'

박산하 여행작가



린 한강 곁도 걷고, 슬픈 일을 다독이기도 하고, 사사로운 비밀도 털어놓는 사이다. 도시 안에서 가깝게 지내는데, 함께 여행해 본 적은 없었다. “봄이잖아!” “아직은 아닌데?” “어디 가야 봄이 있을까?” 이런 대화가 오고 갈 때쯤, 봄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호언장담하며 남쪽행 버스 표를 끊었다. 준비물은 운동화와 편한 복장. 서울에서 4시간쯤 걸려 전남 영암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따뜻한 공기가 훅, 그때부터였을 거다. 우리가 꽃망울 터지듯 웃음을 터트린 건. 그리고 봄을 더 가까이 만나는 법, 걷는 것이다. 그렇게 월출산 자락의 기찬묏길 01코스에 섰다.


기찬묏길 01코스는 기찬랜드부터 천황사 주차장까지, 6㎞에 이르는 길이다. 둘 중 어느 곳에서 시작해도 괜찮다. 최근 TV 프로그램으로 트로트가 인기를 끌면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기찬랜드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를 먼저 둘러보고, 천황사 주차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흥 넘치는 두 친구와 함께, 출발!


월출산 자락에 자리한 기찬랜드는 월출산의 기(氣)를 품고 있으며, 산에서 흐르는 계곡이 함께 어우러진 관광지다. 기찬랜드에는 여러 시설이 자리한다. 한옥 게스트 하우스 기찬재가 있는데, 겉은 한옥, 내부는 현대식으로 꾸며놓아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 편백나무 향을 맡으며 노곤한 몸을 풀기 좋다. 걷기 하루 전에 도착, 꿀잠을 자고 길을 나설 채비를 한다.





2019년에 세워진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에 들어서자 제법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뿌리인 트로트 역사와 가수 하춘화의 일대기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남녀노소 누구든 트로트의 매력에 푹 빠지기 좋은 공간이다. ‘트로트는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장르지!’라는 생각이 깨졌던 곳이다. 두 친구는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전시된 음반을 보며 알고 있는 트로트 가수의 이름을 대기 바빴고, 전시장 한 편에 자리한 미니 노래방에서 흥을 방출했다. 트로트 부르는 모습을 녹화한 영상을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는 ‘나만의 트로트 무대’가 펼쳐졌다.





‘종점 다방’으로 꾸며진 곳에서는 우리나라 다양한 트로트 음악을 들을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 명예관장을 맡은 하춘화의 가수 생활을 둘러볼 수 있는 하춘화 전시관이 있다. 영암에서 태어난 하춘화의 생애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트로트의 역사다.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

-위치: 전남 영암군 영암읍 기찬랜드로 19-10

-전화번호: 061-470-2241

-관람시간: 10:00~17:00(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무료(2020년 7월부터 유료)





한옥으로 지어진 가야금산조전시관도 옆에 자리한다. 6세기경 가야국 우륵이 가야금 곡을 만들었고, 그 후 면면히 이어오다, 조선 후기 악성 김창조 선생이 ‘가야금산조’ 음악을 창시했다. 토속적 기운이 가득한, 민중의 거칠면서도 섬세한 정서를 잘 표현한 음악이다. 영암 출신의 선생을 기려 전시관을 세웠고, 가야금과 관련된 유물과 자료를 볼 수 있다. 트로트에 이어 가야금 선율에 흥을 이어나갔다.


조훈현 바둑 기념관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우리나라 바둑을 대표하는 절대 고수인 조훈현 선생. 그의 집안은 대대로 영암에서 살았다. 세계 최다승과 최대 우승을 보유하고 있는 이 시대의 바둑계의 전설인 조훈현 국수. 수많은 반상 위에서 얻은 깨달음을 엿볼 수 있는데, ‘더 깊이, 더 오래 생각하라’ 스스로 강한 자, 변명하지 않는다‘ 등의 문장 속에서 감동을 받았다.


기찬랜드는 여름이면 더욱 활기차다. 계곡에 자연 수영장을 만들어 아이들이 북적인다. 이제, 본격적으로 기찬묏길 01코스로 이어진다. 2월 중순, 봄의 기운이 살며시 느껴지는 바람과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피어나는 꽃봉오리가 발걸음에 설렘을 더한다.




한껏 트로트에 취해 있던 터라 친구들의 발걸음도 가볍다. 자연에 잘 스며들게 만들어진 덱은 걷기 좋고, 쭉쭉 뻗은 소나무가 솔향을 힘차게 떨궈 싱그러운 기운이 스며든다. 기찬묏길은 영암 동네 사람들도 자주 오르는 코스. 안내판은 물론 나뭇가지에 묶어 놓은 노란 리본이 촘촘하게 있어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다.



낙엽이 깔린 푹신한 길이 이어지고, 곳곳에 벤치가 놓여 있어 쉬어가기 좋다. 다채로운 나무가 스치는 것도 매력. 동백나무에선 아직 빨간 동백이 매달려 있다. 40m 높이고 쭉쭉 뻗는 삼나무는 초록 그늘을 만들어준다.


피톤치드 잔뜩 머금고 있는 편백나무도 길 곁을 늘 지키고 있다. 대숲에서 쏟아지는 볕을 맞아본다. 대나무가 가득한 곳은 겨울에도 싱그러운 분위기를 낸다. 길은 덱과 흙길로 내내 이어진다.


길 중간에서 우연히 만난 매화. 친구는 “매실나무다!”라고 소리친다. 팝콘이 총총히 매달려 있는 것 같은 매화를 향해 달려간다. 봄을 알리는 꽃이라 마냥 반갑기만 하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나 그 어느 꽃보다 이른 귀한 꽃. 햇볕이 스칠 때마다 반짝이는 하얀 꽃잎은 묘한 분위기를 낸다. 선선한 봄이 지나고, 장마가 올 때쯤 향기로운 매실이 달릴 것이다.



걸을수록 봄의 기운이 넘쳐난다. 초록 잎도, 바람의 온기도. 걸을수록 올라가는 몸의 체온도. 리듬으로 나아가는 걷기와 우리만의 대화가 신명나는 트레킹 코스를 만든다.


탑동 약수터에 닿았다. 두꺼비 모양의 돌에서 졸졸졸 흘러나오는 약수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이곳은 벤치가 있어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이제 남은 구간은 1㎞. 조금 더 힘을 내보기로 한다.

지나온 기찬묏길 위, 양지바른 곳에 유독 묘가 많았다. 좋은 기운이 서려 있는 산이기 때문이리라. 남은 길 위엔 소원을 품은 돌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우리도 소망 하나씩 들고 길을 걷는다. 이제 느려질 법도 한데, 바람이 주는 힘과 서로를 향해 다독이는 말들이 걸음을 가볍게 한다.


힘이 들 땐, 그냥 꾸준히 나아가는 것도 좋다. 누군가와 함께하면 더욱더 든든하단 걸 길 위에서 알게 된다. 길의 끝. 천황사 주차장에 도착해 바라본 풍경은 웅장한 이야기의 결말처럼 황홀했다. 우뚝 솟은 월출산의 봉우리들에서 다부진 힘이 느껴졌다.


▶︎걷는 시간

2시간

▶︎걷는 거리

6km

▶︎걷기 순서

천황사 주차장 ~ 탑동약수터 ~ 기체육공원 ~ 기찬랜드

▶︎코스 난이도

보통


▶︎걷기 TIP

-인적이 드문 시골길이 있으니 누군가와 동행하세요.

-한국트로트가요센터와 가야금산조기념관 등을 들르다보면 시간이 늘어납니다. 너무 늦지 않게,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출발하세요.

▶︎화장실

천황사 주차장, 기찬랜드 주차장

▶︎음식점 및 매점

양쪽 시작점인 기찬랜드와 천황사 주차장에 음식점과 매점 등이 있습니다.

구간 내에 물을 수급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으니 식수를 충분히 챙기세요.

▶︎교통편

시외버스터미널에서 225번 버스를 타고 월출산국립공원 정류장 하차 후 도보 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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