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춘천] 산과 들, 호수에 깃든 봄을 따라 걷는 '의암호나들길'

2020-06 이 달의 추천길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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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 호수에 깃든

봄을 따라 걷는

'춘천 봄내길 4코스

의암호 나들길'

노성경 여행작가


 뒤로 병풍처럼 능선이 그려진다. 귓불을 어루만지는 상쾌한 봄바람을 따라 한 편에는 잔잔한 호수가, 또 한 편에는 싱그러운 초록을 품은 숲이 있다. 호수와 숲이 만나는 곳엔 춤을 추듯 길이 이어지고, 따르릉따르릉 자전거 소리가 뒤따른다. 바다처럼 넓은 호수는 푸른 하늘마저 품고 있다. 상쾌한 아카시아 향이 강바람을 따라 흐른다. 진한 흙 내음에 농작물이 가득하다. 평화로운 전원 풍경은 걷는 이에게 미소를 머금게 한다. 호반이라고 했던가? 산과 호수가 어리어진 길엔 호방하고 호젓한 기상이 가득하고, 봄기운이 넘실거린다. 봄이 머무는 자리 춘천(春川). 의암호 나들길의 모습이다.


봄내길인 산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넓디넓은 호수가 자리한 호반 춘천의 대표적인 걷기 길이다. 총 길이는 102km. 1코스 ‘실레 이야기길’부터 8코스 ‘장학리 노루목길’까지 총 8개의 코스로 이루어졌다. ‘봄내길’ 봄내는 봄이 빨리 오는 강이라는 춘천(春: 춘 / 川: 천)의 순우리말이다. 이름에서부터 정겨움이 묻어나는 봄내길은 춘천의 강과 호수, 산 그리고 오지 마을을 따라 이어지며, 춘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태를 만날 수 있다. 사계절 언제 걸어도 좋으나, 봄기운이 넘실거리는 늦봄엔 4코스 '의암호 나들길'이 백미로 손꼽힌다.

춘천이 자랑하는 영원한 청년작가

'김유정'의 흔적을 만나다.


의암호 나들길의 시작은 금산 2리 버스정류장부터다. 서면 카페, 춘천문학공원에서도 시작이 가능하다. 춘천역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굽어진 길을 달려서 내린 금산리는 온통 싱그러움으로 가득했다. 길을 건너 여정의 시점인 춘천문학공원으로 들어서면 춘천이 낳은 시인 묵객들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많고 많은 인물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동백꽃'의 김유정. 그러고 보니 춘천엔 김유정 마을도 있었더랬다. 지난 여정의 추억을 떠올리며, 소설 동백꽃 속의 '점순이'와 '나'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여정을 시작해본다.



춘천 문학공원으로 들어서면 이내 곧 의암호와 맛 닿는다. 지금은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는 곳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하루에도 몇십 번이나 나룻배들이 오고 가고 하던 나루터였다고 한다. 채소 농사가 주된 수입원이었던 서면의 주민들은 이곳 눈 늪 나루를 통해 춘천으로 건너가 작물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그물처럼 얽힌 생태가 살아 숨 쉬는 호수엔 온갖 동식물들의 소리로 가득하다. 저 멀리 보이는 춘천 대교의 위용과는 사뭇 대조되는 분위기. 한데 이질적이기보다는 이상하리만치 평화롭고 조화롭다는 생각고이 든다. 특별한 풍경에 취해 호수로 다가가니 새하얀 옷을 입은 백로 한 마리가 날아오른다. 길을 걷기도 전에 꿈같은 감흥에 취하게 된다.


호젓하고, 호방한 기상이 가득한 의암호를 따라




공원을 지나면 이내 곧 둑길로 된 자전거 길로 들어선다. 의암호 나들길은 중간중간 북한강 자전거길과도 겹친다. 걷기 길로 도 유명한 만큼 자전거길 역시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전국 30대 자전거길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따르릉따르릉 경쾌한 자전거 소리가 봄바람을 타고 울린다. 아카시아 나무의 잎사귀들이 춤을 추며 예쁜 소리를 낸다. 푸른 하늘의 빛을 받아 연녹색을 품은 모습이 참으로 예쁘기만 했다.



잔잔한 호수 반대편으로는 평화로운 전원 풍경이 펼쳐졌다. 짙은 흙 내음이 풍겨오는 곳곳엔 온갖 작물들로 가득하다. 푸르른 봄의 기운에 시야가 트이고 저 멀리 능선들이 춤을 추듯 이어지는 모습이 훤하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호반. 강이 있는 마을 중 춘천을 으뜸으로 꼽는 이유다.


의암호 저편으로 춘천의 명산 삼악산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의암호는 금강산에서 발원하여 내려오는 '북한강'과 설악산에서 발원하여 흘러 내려오는 '소양강'이 만난다, 두 강이 합류하는 지점 끝에 있는 삼각주는 '소머리' 형태를 이루고 있다고 해서 우두(牛頭)라고 부르며, 지금의 우두동이 자리하고 있다. 우두동은 [춘천]의 발원지였으며 당시에는 지금의 춘천이 아닌 '우두현'으로 불렸다고 한다. 의암호 나들길 중에서 삼매 대교를 건너 호반 산책로를 지나 소양 2교로 들어서기 직전이 바로 우두동이다.


눈늪나루를 지나면 '의암호 나들길'의 백미 오미나루터가 이어진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서면 벽사마을 사람들의 생계 수단을 위한 나루터로 이용됐으나 1968년 의암댐이 준공한 뒤 그리고, 2000년 신매대교가 개통한 이후 나루터로서의 가치가 사라졌다. 하지만, 빼어난 산수로 인해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아카시아 나무가 끝없이 펼쳐지는 둑길을 지나니 우측으로 의암호가 한눈에 펼쳐진다. 잔잔한 호수 위를 걷는 수상 데크길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풍광에 취해 걷다 보니 한 발, 한 발 절로 힘이 솟는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강바람이 간질간질 귓불을 스치고, 미소로 번진다. 물내음과 풀내음이 가슴을 연다. 전국 곳곳에 이름난 길이 많다지만 이토록 호젓한 길이 또 있을까 싶다.


바라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전원 풍경


깎아지른듯한 언덕을 지나고 나면 다시 전원 풍경이 이어진다. 넓디넓은 밭엔 새하얀 꽃을 피운 작물로 가득하다. 그 옛날 아들과 딸들을 키워냈던 보물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푸근해진다. 지천에 초록이 가득하다. 호수 변에 펼쳐진 나무와 밭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상념들이 사라져간다. 따르릉따르릉 자전거 소리가 이제는 한가락 음률이 되어 들려온다.






충혼탑을 지나면 신매대교가 나오고, 신매대교를 통해 강을 건너 계속해서 길이 이어진다. 그리고, 신매대교를 건너지 않고 계속해서 직진하면 북한강 자전거 길로 들어서게 된다.


현재 신매대교 아래 이정표가 잘못 표기되어 있다. 이정표대로라면 신매대교를 건너지 않고 직진을 하게 되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렇게 되면 '북한강 자전거길'로 이어지게 된다. 자전거길의 경우 갈림길 없이 직진 코스만 나오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한참 돌아서야 할 수도 있으니 유념하여 반드시 신매대교를 통해 강을 건너도록 하자.




다시금 나타나는 자전거 길. 양옆으로 은행나무 편백나무로 가득하다. 상쾌한 강바람과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이 평화로움을 더한다. 어찌 보면 비슷한 길로 보일 법도 하건만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다. 저 멀리는 의암호의 호젓한 소경이 펼쳐지고, 발아래로는 이름 모를 풀들이 손짓한다.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며 소양강에 취하다.


육림랜드 아래, 호반 산책로를 따라 소양 2교를 건너면 춘천의 랜드마크인 '소양강 처녀상'이 기다리고 있다. 80, 90년대 대한민국 전국에 울려 퍼진 최고의 히트곡 '소양강처녀'이 노랫가락이 절로 떠올려지는 곳이다. 파란 하늘과 푸른 호수가 만나는 곳에 우뚝 서 있는 7m 높이의 소양강 처녀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춘천의 매력에 더욱 깊이 빠져든다.


소양강 스카이워크

▶︎ 개방 시간 : 3월~10월(10:00~20:30) / 11월~2월(10:00~17:00)

▶︎ 입장 요금 : 성인 2,000원

소양강 쏘가리와 소양강 처녀상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다리는 바닥이 투명한 스카이워크로 교량 길이만 140m, 호수 전망 광장까지 총 156m의 국내에서 가장 길다. 32m 높이를 자랑하는 스카이워크는 꽤나 아찔해 여행자들에게 가슴이 시원해지는 스릴감을 느끼게 한다. 스카이워크 끝, 연신 물을 뿜어대고 있는 물고기는 물에서 튀어 오르는 소양호의 쏘가리를 표현한 작품이다.


스카이워크를 걷고 난 뒤, 찻길을 따라 나아가면 6·25전쟁에서 국군의 승리를 기념하는 '춘천대첩기념평화공원'으로 이어진다. 춘천 대첩은 6·25전쟁이 시작된 이후 우리 국군이 처음으로 승리한 전투였다. 이를테면 놓칠뻔했던 승기를 가져온 시발점인 셈이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곳에서 참혹한 전쟁이 일어날 수가 있는지. 그 시기에 태어나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감과 함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국군 장병들에게 진심을 다해 고마움을 전해본다.





스카이워크를 걷고 난 뒤, 찻길을 따라 나아가면 6·25전쟁에서 국군의 승리를 기념하는 '춘천대첩기념평화공원'으로 이어진다. 춘천 대첩은 6·25전쟁이 시작된 이후 우리 국군이 처음으로 승리한 전투였다. 이를테면 놓칠뻔했던 승기를 가져온 시발점인 셈이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곳에서 참혹한 전쟁이 일어날 수가 있는지. 그 시기에 태어나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감과 함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국군 장병들에게 진심을 다해 고마움을 전해본다.





의암호 나들길 종점에 이르러서는 다시 호반길로 이어진다. 푸른 하늘은 어느샌가 붉은 기운을 머금기 시작한다. 강바람에도 차가운 기운이 서리고, 갈대들이 곧 있을 이별을 느끼듯 하염없이 춤을 춘다. 강을 따라 계속 전진하면 곧 봉황대에 다다른다. 봉황대는 의암호 댐이 설립되는 과정에서 수몰되어 지금은 볼 수가 없다. 뒤에 세워진 봉황대 정자가 외로이 봉황대를 대신하고 있다.


춘천의 아름다움을 호반을 마주하는 봄내길. 그 중, 4코스 '의암호 나들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려한 풍광을 마주한다. 약 15km의 길이는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으나 코스 내내 평탄한 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걸을만하다. 코스가 변화는 지점에 야외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으며, 중간중간 언제든지 도심으로 들어설 수 있어 유동적으로 코스를 이어가기에 유리하다. 다만, 절반가량을 자전거 길과 겹치는 만큼 안전에 각별히 유념하도록 하자.


▶︎ 총 길이 : 14.2km

▶︎ 예상 소요시간 : 약 5시간

▶︎ 코스 정보 : 서면 수변공원 - 눈늪나루 - 둑길 - 상재봉 - 마을길 - 오미나루(경찰충혼탑 앞) - 신매대교 - 호반산책로 - 소양2교 - 근화동배터 - 공지천 - 어린이회관 - 봉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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