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마포] 마음을 비우고 멍하게 걷기 좋은 길 '연남동 경의선 숲길'

2020-06 이 달의 추천길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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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우고 멍-하게 걷기 좋은 길.

연남동 경의선 숲길 책방 여행

곽새미 여행작가



서울에서 하는 뉴욕 여행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바이러스와 맞서며 2020년의 봄을 관통하고 있다. 이대로 잔뜩 움츠린 채 아름다운 계절을 보낼 순 없는데. 외출을 최소화하며 몇 달을 지내니 마음은 점점 잡다한 생각들로 무거워졌다. 어디론가 떠나 훌훌 털고 싶지만 멀리 갈 수 없는 이럴 땐 익숙한 나의 도시에서의 작은 여행이 필요하다. 가벼운 책 한 권을 들고 지하철에 몸을 실어 경의선 숲길로 여행을 떠났다.

마차를 타고 광장 주변을 관광하는 관광객들


도심 속 숲길과 개성 있는 책방들이 있는 경의선 숲길은 마치 뉴욕을 닮았다.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 파크)로 군림한 경의선 숲길은 총 6.3km에 달하는 폭은 작지만 긴 공원. 옛 기찻길을 걷어내자 도심 속 작은 숲길이 생겼다. 홍대, 연남동을 잇는 지리적 이점에 초록 초록한 공간까지 핫플레이스로 등극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뉴욕을 여행할 당시 특색 있는 서점들을 찾아다녔다. 경의선 숲길 역시 책거리를 비롯해 개성 있는 서점들이 많아 책방 여행지로도 뉴욕 같다. 거기에 힙한 카페와 맛집까지 많으니 서울에서도 뉴욕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셈.

 

2016년 5월에 완공되고 딱 4년이 지난봄의 절정인 날 경의선 숲길을 다시 찾았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늘 핫플레이스를 찾아오는 젊은이들과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들, 거기에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나와있어 항상 북적인다. 아직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덕분에 사람이 많진 않았다.


보통 ‘연트럴파크’라고 하면 홍대입구역 3번 출구부터 연남동으로 이어지는 길로 알려져 있다. 고백컨대 나에게 이 길은 카페나 술집을 찾아가는 길목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던 곳이었다. 카페와 레스토랑, 공방이 지천에 널려있는 연남동으로 가는 길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번 여행으로 그 오해는 단단히 깨졌다. 알고 보니 마음 내키는 대로 서강대 역, 대흥역, 공덕역 등 어느 곳에서 나와도 숲길을 따라 조용히 걸을 수 있는 곳이었다.


홍대입구역 근방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홍제천부터 용산까지 관통하는 긴 공원인 것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교통이 복잡하기로 유명한 동네에서 마음만 먹으면 걸어갈 수 있다니, 그것도 숲길을! 길을 따라있는 소담스러운 독립서점과 책거리, 그리고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상점들을 구경하다 보면 몇 킬로미터도 금방 걷게 된다. 그러다 힘들면 블록마다 있는 멋진 카페에서 쉬어가면 된다.


완전히 개발되지 않아 기존에 있던 주택들과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우러진 모습 또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한껏 꾸미고 나온 젊은이들과 편한 차림의 동네 주민들이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 이곳.


책하는 강아지들처럼 아무 생각 없이 자연에 몸을 맡기고 걷기 참 좋다.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도 거의 지나가지 않고 모두가 천천히 자기만의 속도로 걷는 경의선 숲길은 복잡하고 좁은 길 천지인 서울의 단비 같은 길이었다.


레트로 맛집, 경의선 책거리


서강대 역에서 홍대입구역방향으로 걷다 보면 나오는 경의선 책거리가 오늘의 첫 번째 코스. 경의선 홍대 역사에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된 책 테마 거리이다. 2016년 10월에 조성됐다는데 늘 반대 방향으로 만 걸었더니 이곳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아쉽게 코로나19때문에 임시 휴관이라 부스에서 책을 구경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예전 기찻길을 복고풍으로 재현해 실제 간이역같이 꾸며놓은 ‘책거리 역’을 포함해 ‘텍스트의 숲’등의 조형물들까지,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신 차리기 힘든 곳이 많았다. 마치 예전 모습이 잘 보존된 군산으로 놀러 온 기분이 들었다.


잠시 시간 여행을 떠나 엄마 어렸을 적으로 돌아온 기분이 드는 곳. 천천히 걸었을 뿐인데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 펼쳐졌다. 앉을 수 있는 곳이 많아 이곳에서 잠시 앉아 가져온 책을 읽으며 여유를 가졌다.


숲길 플렉스


어지럽던 마음이 책거리를 걸으며 가지런해졌다. 이곳을 나와 경의선 숲길을 가장 플렉스하게 즐기기 위해 연남동 방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뉴욕 센트럴 파크에 놀러 온 것처럼 연트럴 파크에서도 잔디 위에 앉아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앉아 책을 읽는 것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이 길을 가장 즐길 수 있는 비법이다.


서울시에서 ‘음주청정지역’으로 관리하는 덕에 경의선 숲길은 진정한 숲길의 위용을 되찾았다. 바람 쐬러 나온 주민들,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들, 깔깔거리며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젊은 학생들까지. 한 뼘 자란 나무와 함께 어우러져 푸르름이 더해졌다.


걷다 마음에 드는 곳에 집에서 가져온 가벼운 요가 매트를 펴고 앉았다. 많이 걸어 그새 여독이 쌓인 다리도 폈다. 앉아서 보는 시야로 들어오는 숲길은 또 다른 매력이다. 이곳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책장을 넘기고 만난 문장이 지금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반가웠다.

“난 이토록 농후한 계절이 좋다.”



그러다 지루해지면 아까 책거리에서 봤던 포스터를 따라 하며 요가를 하기도 했다. 몸을 움직이고 그 자리에 좋은 문장을 넣는 이 시간이 너무나 값지다. 그것도 모두 공짜로!



#서점 리스본 포르투

녹음이 한층 더 짙어진 나무들 사이로 실개천과 주위에 피어있는 노란 꽃들을 보며 걸으면 어느새 숲길의 끝까지 다다른다. 숲길의 끝에 위치한 서점은 ‘책방 리스본& 포르투’. 연남동 쪽에 있는 1호점 ‘책방 리스본’은 늘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반면 2호점은 훨씬 여유로운 편이다.


작지만 개성 있는 책 큐레이션은 물론 사지 않을 수 없게 매력적인 굿즈가 유혹하는 독보적인 책방이다. 특히 포르투갈을 여행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는 ‘리스본’틱한 공간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곳곳에 포르투갈 식 타일로 예쁘게 꾸며진 공간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차와 책을 곁들이는 보석 같은 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


Tip

-1층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2층 카페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야외에도 테이블이 3~4개 있어 커피를 마시며 작은 포르투갈 여행을 할 수 있다.

-생일문고를 운영 중이다. 표지엔 생일이 쓰여있고 어떤 책이 들었는지는 포장을 뜯어봐야 알 수 있는 미스터리선물. 특별한 생일선물을 찾는다면 여기다.

#그림책학교

숲길 끝에 위치한 책방 리스본에서 다시 홍대입구역 쪽으로 걸어오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서점. 그림책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귀여운 그림책이 한가득인 이곳은 정신을 놓고 구경하기 딱 좋은 곳이다. 잠시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의자도 있다. 눈이 즐거워지는 그림책 천국 같은 책방이다.


# 헬로인디북스

연남동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핫플레이스 동진 시장 옆에 위치한 독립서점이다. 작은 공간을 꽉 채운 책의 큐레이션이 좋은 곳이라던데 아쉽게도 방문한 날에는 문이 닫혀있어 들어가 보진 못했다. 책 큐레이션이 좋다고 소문난 곳이니 운영시간에 맞춰 꼭 방문해보자.


#책방곱셈

동진 시장에서 다시 숲길 쪽으로 골목을 거어 나왔다. 골목마다 개성 있는 가게가 많아도 너무 많아 걸어도 지루할 틈이 없다. 숲길을 따라 걷다 다시 한 골목 안으로 들어가 주택가를 걸었다. 외관부터 예쁜 책방곱셈이 오늘의 마지막 보물찾기 코스다.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랐고, 그럼에도 조용하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라 한 번 더 놀랐다.


앞서 다녀온 책방들은 작아서 공간과 책을 구경하기 좋다면 이곳은 오래 안자 차 한잔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다.

넓지만 잘 짜인 공간에서 집중하며 책을 일곡 일하기도 좋은 공간이다. 시끄럽기만 할 것 같았던 경의선 숲길에도 이런 공간을 발견할 수 있어 좋다.


#사이에

경의선 숲길에 선 약간 멀지만 역시 연남동에 속해있는 서점이다. 여행 전문 서점으로 큐레이션이 단연 으뜸인 곳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사족을 못 쓸 공간이니 함께 꼭 방문해보시길 추천한다.


마음으로 가는 지름길

경의선 숲길을 따라 보물 찾기 하듯 책 향기를 따라 책거리와 서점을 여행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걸어 다닌 하루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평탄하고 걷는 이를 배려한 세심한 경의선 숲길이었다. 숲길을 따라 나있는 책 향기 가득한 개성 있는 책방에서 책을 읽으며 작은 여행을 했다.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하던 날은 아마도 쉬이 찾아올 것 같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코앞에 있었지만 잘 몰랐던 나의 도시에서 특별한 여행을 이어나가며 일상을 나아갈 힘을 얻어야 한다. 보물 찾기 하듯 경의선 숲길에서 다녀온 책방 여행이 나에게 그렇다. 언제고 마음이 지치는 순간이 오면 숲길을 걷고 책방을 찾아야겠다.




▶코스 경로: 서강대역에서 홍대입구역 방향으로

서강대역 1번 출구 - 경의선 책거리 - 홍대입구역 3번 출구 - 헬로 인디북스 - 사이에 - 책방 곱셈 - 서점 리스본 포르투- 그림책학교 -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역순도 가능)

▶거리 : 6.3km

▶소요 시간: 3시간

- 서강대역- 홍대입구역 경의선숲길 : 30분

- 연남동 경의선숲길 인근 독립책방 5곳 투어 : 2시간

▶코스 타입: 비순환형

▶난이도: 하

▶찾아오는 길 :

승용차 이용 시 : 내비게이션에 서강애역 환승 공여 주차장 & 연남3 노상 공영 주차장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8- 60

대중교통 이용 시 : 2호선 홍대입구역/ 경의중앙선 홍대입구역이나 서강대역 하차

▶편의시설

화장실 :책거리 공간산책 & 운영사무실 내, 경의선 홍대입구역 지하철, 잔다리 어린이 공원 공중 화장실, AK플라자 및 주변 카페 다수

▶문의: 경의선책거리 02-324-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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