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강화] 자연을 만끽하며 한 박자 쉬어가는 길, 강화나들길 13코스 볼음도길

2020-07 이 달의 추천길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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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만끽하며 한 박자 쉬어가는 길,

강화나들길 13코스 볼음도길

여행작가 이소민



탑승 마감합니다. 서두르세요

아침부터 서둘러 도착한 선착장은 이미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시끌시끌하다.

나들이 가는 여행객들, 잠시 육지로 나와 장을 본 섬 주민들, 자전거 타러 온 동호회 사람들, 휴가 나온 군인 등 제각각 그 이유는 다양했지만, 모두의 표정에서는 설렘이 가득해 보인다.




모든 것들이 푸릇푸릇 해지는 초여름,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 계절에는 어쩐지 섬으로 마음이 기운다.

그리고 이왕이면 내가 모르는 섬이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섬은 자고로 모르는 상태에서 탐험해야 제맛이니까.

그렇게 내가 고른 섬은 인천의 볼음도였다.


강화 외포리에서 뱃길로 한 시간을 달려 만날 수 있는 한적한 섬, 서해의 숨은 보물섬 볼음도는 서해 최북단 민통 지역에 숨겨진 보물 같은 섬이다.

인천에 속해있지만 자연이 고스란히 보전되고 있어 천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초여름 6월, 섬 구석구석 짙게 밴 여름 향기를 쫓아 걸어보기로 한다.

소담스런 섬길을 걷다




강화나들길 13코스 볼음도길은 볼음도선착장을 시작으로 조갯골, 갯논뜰을 지나 다시 볼음도선착장으로 돌아오는 총 13.6km의 코스이다.

순환형의 코스다 보니 어디에서, 어느 방향으로 시작해도 상관은 없다.


고맙게도 걷는 내내 강화나들길 도우미분들이 나무마다 매달아두신 리본 이정표가 나를 반긴다.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노오란 금계국 길이다. 어쩜 이렇게 섬길과 어울리는 야생화가 다 있을까 싶다.

같이 온 동생과 함께 너도 나도 돌아가며 사진을 담아본다.

 





고작 서울에서 1시간 배 타고 왔을 뿐인데, 어릴 적 봤던 시골의 풍경을 여기서 다 볼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신기할 뿐이다.

동생 녀석은 이 소담한 시골길에 반했는지 연신 예쁘다를 외친다.

별게 있나, 이게 '쉼'이지 싶다.

 





우와, 언니 너무 좋아요

새파란 하늘에 초록 초록한 들판을 보면 누구나가 다 이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어느 방향을 보아도 그림 같은 섬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조금씩 산 쪽으로 이동해서 지대가 높아질수록 저 멀리 보이는 바다를 찾는 것도 소소한 재미였다.

그렇게 이정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첫 번째 산길이다.

천천히, 그리고 쉬어가며 걷기


산길이 시작되었다면 이제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겨울에 비해 여름에는 산에 나무와 풀이 무성해지기 때문에, 걸어야 하는 코스가 한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중에 강화나들길 도우미분께 들은 얘기지만, 여름에는 2주에 한 번씩 도우미분들이 풀을 베어내지 않으면 전문 트레킹 하는 분들도 몹시 힘들어한다고 했다. 볼음도길에는 두 개의 산길이 있는데, 특히 두 번째 산길까지는 인적마저 드물어 더욱 집중해서 걸어야 한다.



왜 우리는 긴 바지를 입고 오지 않았을까 한참을 후회해 본다.

초입은 완만하고 걸을 만했으나, 점점 산 깊숙이 들어가며 경사 있는 코스에 몇 번 놀랐다.

잘 정비된 길이 아니기에 비가 오거나 습할 땐 미끄럽지 않게 조심해야 할 것이다.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디뎌 보자.



그래도 산길 하나 벗어났다고, 다시 이어지는 마을길은 또다시 감탄의 연속이다.

길가의 보라색 꽃이 눈길을 끌어 검색해보니 엉겅퀴꽃이란다. 어쩐지 무시무시한 이름과는 달리 참 예쁜 꽃이었구나.

그 효능도 좋아 꽃부터 뿌리까지 버리는 게 없다고 하니 더 애정이 생긴다.

엉겅퀴꽃을 두고 바라본 섬마을 길은 이국적으로 보여 그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우리 얼른 지나갈게, 조금만 이해해 줘 새들아

마을 길이 끝나면 이제는 바다가 보이는 둑길이다. 바다 둑에는 볼음도의 자랑거리인 저어새와 새들이 앉아있다.

확실히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새들이 사람 다니는 길에 앚아 있는 게 너무도 신기했다.

우리를 보자 분주히 움직이는 새들을 보니 괜히 휴식을 방해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둑길이 끝나고 나며 저 멀리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볼음도의 첫 번째 보물인 서도은행나무이다. 이 은행나무는 황해남도 연안군에 있었다고 한다.

부부 은행나무였는데, 800년 전 홍수로 남편 은행나무가 이곳에 떠내려왔고, 이것을 현재의 자리에 옮겨 심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아내 은행나무는 북쪽의 천연기념물로, 남편 은행나무는 남쪽의 천영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 <이산 은행나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어느새 들고 있던 물병의 물이 뚝 떨어졌다.

식수를 구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고된 산길에 아껴 마셔야 했던 물 한 병을 끝내 다 마시고 말았다.

결국 은행나무를 지나 만난 마을 길에서, 무턱대고 물 한 모금을 주민 한 분께 부탁드렸다.

여행을 온 것이냐며, 사진을 찍어달려며 빈 물병도 채워주시던 한 어머니.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했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여태 마셨던 물 중에 제일 달콤했다.






다시 산길이 시작되었다. 얼마 걷지 않아 나온 바다의 모습에 이제는 바닷길일까 내심 기대했지만, 역시나 산길이었다.

심지어 정말 사람이 안 다녀서 울창한 숲길이다. 동생이 같이 오지 않고 혼자 왔더라면 조금 무서웠을 것 같았다.

길을 잃어버릴까 싶어 열심히 노란색 리본을 찾아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본다.

 






잠시 쉬었다 가라는 정자는 전망대로 이용되고 있다. 정자에서 바라본 영뜰해변. 내려가보니 왼편으로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다.

소나무 숲길 안쪽으로 코스가 나 있었지만, 이제는 바닷길이 걷고 싶어 해변 길을 따라 쭉 걸어본다. 썰물일 때는 이렇게 해변으로, 밀물일 때는 숲길로 걸을 수 있으니 상황에 맞춰 걸으면 될 것이다. 밟자마자 모래로 푹푹 들어가는 발 때문에 걷기가 힘들어진다면 언제든 숲길로 들어가자.



 

변화무쌍한 섬의 날씨는 어느새 푸른 하늘을 또다시 보여준다.

마지막 코스인 조개골해수욕장에 오니 정말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볼음도의 두 번째 보물이라는 이 해수욕장은 조개가 많기로 유명해 조개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음 같아서는 경운기를 타고 갯벌로 들어가 갯벌 체험을 하고 싶지만, 포가하고 노을을 기다리기로 한다. 부디 노을이 질 때까지 맑아야 할 텐데 기도했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나들길식당민박.

민박과 식당을 같이 하는 곳이라 우리에게 딱 맞을 것 같아 바로 달려갔다.

손 크신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무침과 회덮밥을 보니 괜히 눈물이 찡하고 돈다.

"이러려고 우리가 열심히 걸었지"하며 야무지게 식사를 했다.

뻐꾹~뻐꾹~

다음 날 아침, 뻐꾸기 소리를 알람 삼아 일찍 눈을 뜬다.

묘하게도 여행만 오면 일찍 눈이 떠진다. 새벽에 동네 산책을 한 뒤, 첫 배를 타고 다시 돌아가기로 한다.

섬에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외포리 선착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선수선착장으로 간다고 했다.

그날그날 배의 출발, 도착지점이 다르니 꼭 확인해야 한다.

고작 짧은 1박 2일이었음에도 돌아가는 배에서 벌써 그립고 아련해져 버렸다.

또다시 오는 그때에는 좀 더 오래 머물며 더 많이 마음을 주고 올 수 있기를 바라본다.


▶코스 경로: 볼음도선착장 - 물엄곶 - 조개골 - 영뜰 - 거무골 - 요옥산 - 은행 나무 - 진뜰 - 받바위뜰 - 갯논뜰 - 당아래마을 - 볼음도선착장 (순환형이라 역순도 가능하다)

▶거리 : 약 13.6km

▶소요 시간: 5시간

▶코스 타입: 순환형

▶난이도: 중(마을 길은 비교적 완만하나 두 개의 산길이 쉽지 않다)

▶편의시설

화장실 : 해수욕장 화장실이나 농협이나 보건소 이용

식사: 볼음도 내 식당이 몇 군데 있음

식수: 볼음도 선착장 매점이나 농협에서 구매

▶TIP:

- 외포리항에서 볼음도 선착장으로 가는 배는 하루에 2번 있으며, 오전에 한 편 오후에 한 편이 있음. 하지만 출발지와 도착지가 그때그

때 다르기 때문에 선박 운항사에 연락해 확인을 해놓는 것이 안전한다. (삼보해운 032-932-6007)

- 배에 탑승할 때에는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함

- 기상 불량 시 운항 지연 또는 결항이 될 수 있음

- 볼음도 내에 넓게 펼쳐진 갯벌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음 (민박집에 의뢰하면 유료 예약이 가능하다)

- 주차는 외포리 선착장에 무료로 가능. 만약 도착 장소가 외포리선착장이 아니라 선수선착장이라면 외포리까지 가는 버스가 운행되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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