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동구] 도심 속 자연을 품은 걷기 좋은 길 '광주 도심건강길 7코스 읍성길'

2020-09 이 달의 추천길 2020-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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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자연을 품은

걷기 조은 길

광주 도심건강길 07코스 읍성길

글,사진: 여행작가 이소민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긴 장마가 끝나고, 다시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다. 대체 비는 언제쯤 그치는 건지 고민만 하다 끝나 버린 여름휴가가 무색할 만큼, 뜨거운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쬔다. 업무에 복귀를 했지만, 마스크를 쓰고 에어컨 앞에만 앉아 있으려나 여행은커녕 산책마저도 간절한 요즘이었다. 아이스커피 한 잔 손에 쥐어 들고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심을 가득 담아 도심 속의 푸른 자연을 찾아 걸어보기로 한다.


광주광역시 동구는 시민들의 운동 실천율을 높이기 위해, 생활 인접 공간에 도심건강길 8곳을 조성했다. 건강 산책로, 문화 산책로, 가족 산책로, 치유의 숲길, 실버 산책로의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완만하고 길지 않은 코스로 구성돼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다닐 수 있는 녹색길이다. 특히 주민들이 생활하는 인접 공간에 건강길이 조성되다 보니 평일에도 찾는 시민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심 속 자연을 느끼는 도심건강길 7코스 읍성길


읍성길의 시작은 장동 로터리이다. 사실 한 바퀴를 도는 산책길이기에 어디에서 시작해도 상관은 없지만, 오늘은 두루누비 어플을 켜고 천천히 따라 걷기로 한다. 장동 로터리에 도착하자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로터리 한편에 자리 잡은 초록 초록한 나무 쉼터였다. 차도 옆 작은 공원이 어쩐지 낯설어 잠시 앉아보기로 한다.

'우와, 시원해'

나도 모르게 조그마하게 읊조려본다. 분명 방금 전까지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었지만 이곳만큼은 숲속이 부럽지 않다. 왠지 날씨도 청명해, 올려다 본 하늘을 구경하느라 그늘 아래 한없이 앉아 있고 싶어진다. 그리고 눈길을 사로잡은 한 여름날의 배롱나무 한 송이를 보며 다시금 걸음을 재촉해본다.



읍성길 중간중간 이용할 수 있는 공중 화장실이 무척 많다.


'앗! 배롱나무숲이 왜 여기서 나와?!' 두 번 연속 감탄하고 나니 나도 좀 당황스러워진다. 뭐 이런 길이 다 있지? 이곳이 도심 속이 맞는 건가? 내 눈을 의심해 본다. 여름 내내 보고 싶었던 배롱나무숲을 여기, 광주 도심 한가운데에서 만날 줄이야. 긴 장마로 인해 배롱나무 명소들도 꽃들이 다 피어나지 못해 진작 포기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만남에 눈물마저 날 것 같았다. 반가운 마음에 한 걸음에 달려서 마음껏 사진을 담아본다. 광주 시민분들이 몹시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쉬엄쉬엄 걷는 길





걷기 시작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만난 카페 골목. 가벼운 산책길이라지만 아이스커피 한 잔 시켜 호사를 누려본다. 길가의 버스정류장, 학교의 담벼락 등 눈길을 주는 곳마다 푸름이 가득해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읍성길을 걸으며 인상 깊었던 것이 두 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생생한 역사의 기록이며, 다른 하나는 곳곳에 설치된 독특한 조형물들이었다. 읍성길의 초입에 있는 전남여자고등학교는 광주광역시 기념물 제26로 지정되었다. 광주학생항일운동의 발상지로 광주학생항일운동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 10월 30일 전라남도 나주역에서 발생한 조선 여학생 희롱 사건으로 발단되어, 11월 3일 광주에서 시작된 학생운동이다. 전국 194개 학교 5만 40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한 거국적 항일민족운동으로, 1919년 3.1운동 이후 젊은 학생들이 일제의 탄압과 착취, 차별교육에 대항한 최대 민족운동이다. 전남여고의 벽화 속 태극기를 보니 마음이 뭉클해져온다.





처음에 포토존인가 해서 가까이 가봤던 이 조형물은 광주폴리라고 했다. 광주폴리는 2011 광주디자인 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광주 곳곳에 11점의 소형 건축물을 조성한 특별 프로젝트이다. 광주폴리 건축물은 역사의 복원을 주제로 국내외의 유명 건축가들이 참여해 장식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광주폴리가 읍성길 내에만 10개가 있다. 설명에는 QR코드를 함께 첨부하여 다양한 언어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읍성길 내에는 다양한 테마 거리가 있다. 제일 먼저 마주친 예술의 거리는 호남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인 예향 광주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조성되었다. 누구나 남도예술의 진수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한 달에 한 번씩 다양한 축제를 열어 거리를 활성 시키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예술의 거리가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되어 문화행사가 더 많이 열린다고 하니 방문객들은 토요일에 방문해보는 것이 좋겠다.







<광주 사람들>이라 이름 지어진 광주폴리 조형물이 있는 사거리에 도달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걷는 길의 방향을 바꾸어 본다. 한 바퀴 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정표가 없이도 이렇게나 코스가 단순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조금 더 걷고 나면 금남로 한가운데 위치한 원각사를 만날 수 있다. 도심 한가운데 100년의 역사를 가진 사찰이 있다니 신기하다. 맑은 하늘 아래 알록달록한 원각사의 단청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전국 곳곳에는 80여 개의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시민들은 도심 곳곳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마주하며 과거의 문제를 되새긴다. 내가 마주한 금남로 공원이 평화의 소녀상에는 전날 있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헌화 행사로 많은 분들이 다녀가신 듯했다. 나 역시 조금은 늦었지만 국화 한 송이를 헌화해본다. 잠깐이었지만 아프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 그날의 진실을 되새기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다양한 테마가 있는 길




광주폴리 <99칸>을 지나 광주세무서를 만나면 바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자. 골목의 끝에서 호남동 성당을 볼 수 있다. 도심 속 사찰에 이어 도심 속 성당. 내가 걷고 있는 읍성길은 정말 특별한 길이 맞는 듯했다.



호남동 성당을 지나고 나면 사뭇 골목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고급져 보이는 가게의 외관들에게서 드레스와 정장들을 볼 수 있다. 한두 가게라면 '음, 그냥 여기에 드레스 숍이 있구나' 할 텐데 골목 내의 가게들마다 다 드레스를 전시해두고 있었다. 이유는 나중에서야 알 수 있었다. 이 골목은 웨딩의 거리였다. 웨딩에 관한 모든 것들이 모여있는 이 골목에는 드레스 정장 매장, 허니문 여행사, 웨딩 스튜디오, 예물 가게 등 없는 게 없었다. 안내하는 이정표들이 연인을 테마로 만들어져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웨딩의 거리를 지나고 나면 다음은 아시아 음식문화거리다. 아시아 음식문화거리의 한가운데에는 노란색 집 모양의 <열린 공간>이라는 이름의 광주폴리 조형물이 있으니 찾기는 어렵지 않다. 골목 내에 빼곡히 들어선 맛집 사이들을 걷다 보니 배가 고파 온다. 빨리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






거리를 벗어나고 나면 이제 읍성길 산책은 막 바지에 다다른다. 처음 출발했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광주폴리 조형물 중 하나인 <사랑방>과 함께 길 건너에 보인다. 슬쩍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또다시 눈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나무 숲길이 조성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문화생태공원이다. 이렇게 좋은 곳을 왜 사람들이 모르는 걸까, 내가 인생샷을 찍어 좋은 건 널리 알려야겠다며 수줍게 셀프 사진도 담아보았다.




뜨거운 여름날이었던 것만큼 짧고 강렬한 1시간여의 산책길이 마무리되었다. 아쉬운 마음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곳곳을 다니며 하나라도 더 담아본다. 다음번에 이곳을 오게 된다면 친한 친구를 데리고 와서 인생샷을 담아주리라 마음을 먹으며 발길을 돌려본다.










▶코스 경로: 장동 로터리 - 한화생명 사거리 - 금남로 공원 - 광주세무서 - 구 시청 사거리 - 문화전당

▶거리 : 2.5km

▶소요 시간: 천천히 걷는다면 1시간, 걷기에 집중하면 40분

▶코스 타입: 순환형

▶난이도: 쉬움

▶편의시설

화장실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금남로 지하상가 화장실, 개방화장실, 공중화장실 등 코스 내 여러 개 있음

식수 및 식당: 걷는 길 내내 편의점과 식당이 다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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