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함양] 정자 앞 냇물에는 고향 같은 추억이 흐르고

2017-05 이 달의 추천길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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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군 선비문화탐방로 1코스는 함양군 서하면 봉전마을 다볕자연학교부터 안의면 농월정까지 약 6km 거리다. 보통 2시간 정도 걷는다. 화림동 계곡, 물길을 따라 걷는 이 길에서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 경모정, 람천정, 농월정 등 여러 정자를 볼 수 있다. 정자는 대부분 경치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잠깐 쉬기 좋다. 정자 앞으로 흐르는 개울과 그 주변 풍경이 고향 같아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기암괴석에 자리잡은 정자, 거연정


경남 함양군 안의면 안의버스공용터미널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약 세 시간 정도 걸렸다. 이른 아침을 간단하게 먹은 터라 배가 고팠다. 안의면은 예부터 소가 유명하다. 소로 만드는 요리 가운데 갈비찜과 갈비탕이 유명한데 이른 점심을 혼자 먹기에는 갈비탕이 좋았다. 안의면소재지에는 갈비요리를 파는 식당이 여러 곳 있다. 그중 50여 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집을 찾아갔다. 정원이 있는 아담하고 정갈한 식당에서 갈비탕을 먹었다.

 

선비문화탐방로 1코스의 출발지점인 봉전마을로 가는 군내버스는 안의버스공용터미널 경남상회 앞에서 출발한다. 버스는 고향 같은 시골길을 달려 봉전마을 정류장에 도착했다. 봉전마을 정류장 부근에 있는 다볕자연학교를 찾아갔다. 옛 봉전초등학교에 들어선 다볕자연학교가 선비문화탐방로 1코스의 출발지점이다.

 

다볕자연학교 입구에 ‘생원 세량공 효자비’가 보인다. 봉전마을을 부르는 이름은 두 개 더 있다. 하나는 옛 이름인 ‘새들마을’이고 나머지 하나는 ‘삼강동’이라는 별칭이다. 효자각과 열녀각 등 예로부터 충(忠), 효(孝), 열(烈) 3강의 윤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해서 ‘삼강동’이라는 별칭이 붙었다고 한다.

  

 

거연정


마을의 내력을 알고 마을 앞 개울에 있는 거연정으로 발길을 옮긴다. 거연정은 화림재 전시서 선생이 이곳에 처음 터를 잡은 것을 기리기 위해 화림재 선생의 7대 손인 전재학 전계진 등이 1872년에 건립한 정자다.

 

시퍼런 물이 흐르는 개울의 기암괴석 위에 지어진 정자는 주변의 풍경과 잘 어울린다. ‘거연정’이라는 이름처럼 주변의 자연 풍경과 그곳에 있는 사람이 정자와 더불어 어울린다.





군자정

 


거연정 부근에 있는 군자정을 찾아갔다. 군자정은 조신시대 정여창 선생과 연관 있는 곳으로, 화림재 전시서 선생의 5대 손인 전세걸 전세택 등이 정여창 선생을 기리기 위해 1802년에 지은 정자다.

 

거연정과 군자정을 돌아봤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다. 군자정 옆에 있는 봉전교를 건너자마자 좌회전해서 데크길을 걷는다. 

 



동호정으로 가는 데크길(오른쪽). 개울 너머 노란 꽃이 어울린 시골길로 버스가 달린다.


붉은 꽃잎 흩날리는 초록의 개울마을, 호성마을



동호정으로 가는 길 옆 개울

 


개울물 소리가 숲에 난 데크길까지 올라와 여행자의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길은 잠깐 숲을 벗어나 농부들이 땀으로 일군 밭 옆을 지난다.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안내판이 붙은 것으로 봐서는 오가는 사람들이 간혹 좋지 않은 행동을 했나보다. 무심코 한 여행자의 행동 하나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거슬릴 수도 있는 일이다.

 



동호정

 


길은 다시 개울을 따라 이어진다. 물 건너에 정자하나가 보인다. 동호정이다. 임진왜란 때 선조의 의주 몽진을 도와 공을 세운 동호 장만리 선생을 기리기 위해 그의 9대 손인 장재헌 등이 중심이 되어 1895년에 건립한 정자다. 개울 너럭바위 위에 지어진 정자를 물 건너편에서 보고 길을 계속 걷는다.

 

 

동호정을 지나 호성마을로 가는 길

 


동호정을 지나면 호성마을이 나온다. 마을로 들어서는데 염소 울음소리가 여행자를 먼저 반긴다. 개울가 풀밭에 있던 염소였다. 마을길가에 붉은 꽃이 피었다. 먼저 떨어진 꽃잎은 길가에, 경운기 짐칸에 떨어져 온통 붉게 빛난다.
  

호성마을(왼쪽). 개울 옆 마을길에 붉은 꽃이 피었다. 주변 풍경을 보고 어릴 때 놀던 고향의 개울을 생각했다.

 


붉은 꽃 아래 서서 개울을 바라본다. 개울가 푸르른 풀 향기가 바람을 타고 마을까지 풍긴다. 아까부터 아주머니 한 분이 허리를 굽히고 개울에서 올갱이를 잡는다. 그 풍경이 고향 같아 마음이 푸근해진다. 개울물은 그렇게 때로는 기암괴석을 만들기도 하고, 너럭바위에 파인 골로 세차게 흐르기도 하고, 사람 사는 마을 앞에서는 잔잔하게 흘러 사람들이 들어가 놀기도 하고 먹을 것들을 잡게도 한다.

 

푸르른 산과 물비린내 풀향기 섞인 개울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우러진 호성마을에서 그렇게 잠깐 마음을 내려놓는다.

 


자연이 만든 합주곡


바위에 생긴 골을 따라 냇물이 부서지며 흐른다(왼쪽). / 경모정

 


호성마을을 뒤로하고 걷는 길에 경모정이 나왔다. 경모정은 고려 태조 왕건을 도와 고려의 문을 열고 후삼국을 통일하는데 공을 세운 무열공 배현경 선생의 후손인 계은 배상매 선생이 후학을 가르치며 쉬던 곳이다. 그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후손들이 1978년에 정자를 세웠다.

 

경모정 앞으로 물이 흐른다. 너럭바위 위에 커다란 바위가 우뚝 섰다. 물은 너럭바위의 골을 지나면서 세차게 부서지며 흐른다. 그 소리에 마음까지 통쾌하다.

 

 

경모정을 지나 람천정으로 가는 길

 


경모정 다음에 나오는 람천정을 지나 길이 갈라지는 곳에 이정표가 있다. 좌회전 하면 개울을 건너게 되고 직진하면 숲길이 계속 이어진다.(숲길 쪽을 가리키는 이정표에 ‘황암사 1.4km(임시통행로)’라고 적힌 것으로 봐서는 낮은 다리가 물에 잠겼을 때 숲길로 가라는 것 같다.)

 

 

람천정 앞 개울. 너럭바위에서 정자와 냇물을 한 눈에 넣는다.

 

람천정 앞 개울에 있는 낮은 다리를 건너면 길은 둑방길로 이어진다.

 


어느 쪽으로 가도 다음 목적지인 황암사가 나온다. 낮은 다리를 지나 개울을 건너서 둑방길로 접어든다. 멀리 숲에 자리잡은 황암사가 보인다.

 

 

둑방길을 걷다보면 멀리 황암사가 보인다.


황암사는 1597년 정유재란 때 왜적과 싸우다 순국한 선열들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황석산성 전투’에서 2만7000명의 왜군을 맞아 안의 현감 곽준, 함양 군수 조종도 등이 인근 거창 초계 합천 삼가 함양 산청 안의에 사는 주민들과 함께 싸웠는데 음력 8월18일 황석산성은 함락되고 말았다.

 

1714년에 황석산 아래에 사당을 짓고 황암사라고 했다. 황석산성 전투에서 순국한 사람들의 뜻을 기리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사당이 헐리고 추모행사가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황암사에서 나와 다리를 건넌다. 오가는 차는 많지 않은데 차가 지날 때는 위험하니 조심해서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를 건너 차도를 따라가다 보면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왼쪽 도로(옛 도로)로 접어드는 곳에 이정표가 보인다.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농월정으로 가는 오솔길로 내려가는 입구가 있다.

 

농월정은 조선시대 선조 때 예조 참판을 지낸 지족당 박명부 선생이 은퇴 후 1637년에 지은 정자다. 몇 차례 중수했으나 2003년에 불에 타 사라진 것을 다시 복원했다. 

 

 

농월정 앞 개울. 너럭바위와 기암괴석 사이로 물이 흐른다.

농월정 부근 바위(오른쪽)에 ‘화림동’이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농월정 상가단지에서 계곡으로 가는 길로 접어든다. 너럭바위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계곡 한쪽에 농월정이 보인다. 이름에 담긴 ‘달과 함께 노니는 곳’ 정도로는 주변 풍경을 설명하기에 부족해 보인다.

 

 

오랜 세월 물에 깎인 너럭바위 굴곡 사이로 물이 흐른다. 사진 왼쪽 위에 농월정이 보인다.

 


오랜 세월 물에 깎이고 다듬어진,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 속에 들어가 앉아 물소리 바람소리를 듣는다. 푸르른 숲, 계곡바닥에서 절벽으로 이어지는 기암괴석들을 보고 있으면 그것들이 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농월정 앞 자연은 그렇게 공감각적으로 여행자의 몸과 마음을 휩싸고 돈다.

 

 


코스요약


봉전마을 다볕자연학교 - 거연정, 군자정을 돌아보고 봉전교 건너 바로 좌회전 - 동호정 - 호성마을 -
경모정 - 람천정 - 람천정 지나 바로 나오는 이정표에서 ‘황암사 1.3km’라고 적혀 있는 방향으로 가면
람천정 앞 개울이 나옴. 개울에 있는 낮은 다리 건너 둑방길로 걷는다.(우천시, 개울에 있는 낮은 다리가
물에 잠길 때는 람천정 지나 바로 나오는 이정표에 표시된 ‘황암사 1.4km(임시통행로)’ 방향으로 간다.)
- 황암사를 돌아보고 나와서 서하교 건너 도로가 갈라지는 곳에서 왼쪽에 있는 옛 도로 - 옛 도로를
따라가다가 보면 도로 왼쪽에 농월정 방향으로 가는 오솔길이 나옴 - 농월정 부근 상가단지 - 농월정 
(약 6km, 2시간)


교통편


찾아가기
안의버스공용터미널 경남상회 앞에서 봉전마을(거연정) 가는 군내버스 이용.
봉전마을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버스 진행방향 반대로 조금만 걸으면 길 왼쪽에 출발지점인 다볕자연학교가 나온다.

 

돌아오기
도착지점인 농월정 부근 상가단지에서 도로로 올라가서 길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안의버스공용터미널 가는 군내버스 이용.
농월정 부근 상가단지에서 안의버스공용터미널까지 약 4km 거리.


TIP


화장실
봉전마을 다볕자연학교 앞 길 건너 봉전교 입구.
군자정에서 약 1km 정도 거리에 있는 선비문화탐방로 이정표 부근.
경모정 옆. 황암사 입구.


식당(매점)
도착지점인 농월정 부근 상가단지에 식당 있음. 식수 및 간식은 미리 준비.


숙박업소
안의면 숙박업소 이용


코스문의
함양군청 문화관광과 055-960-5555

 


 

글, 사진: 장태동(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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