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청주] 하늬바람 불어오는 성벽을 걷다

2017-06 이 달의 추천길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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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유월이다. 계절은 한 해의 가운데를 막 지나고 있다. 따스한 햇살을 듬뿍 받은 산과 들판은 연둣빛 아기 볼살이 모두 빠지고 짙은 녹색으로 점점 더 어른스러워진다.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햇빛을 피해 숲으로 들면, 그늘 속 어디쯤에서 뻐꾸기가 그리움으로 울고, 오솔길을 따라 걷는 나그네의 마음은 푸른빛으로 물든다.
 
성벽걷기. 산성이 많은 우리나라는 성벽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도 여럿이다. 그 중의 한 곳, 충북 청주의 상당산성으로 간다. 십리 남짓 되는 상당산성은 전 구간을 성벽을 따라 걸을 수도 있고 성벽 안쪽으로 나 있는 오솔길 그늘을 따라 걸을 수도 있는 곳이다. 높지막한 성벽에서서 가슴을 쫙 펴면 땀을 식혀주는 하늬바람이 분다. 유월은 바람도 푸른색이다.


 

상당산성의 성벽이 리드미컬하게 굽이친다.

 


상당산성


청주는 삼한시대에는 마한의 땅이었다. 백제시대로 접어들면서 상당현으로 불렸는데 상당산성의 상당은 여기에서 온 것이다. 백제시절부터 토성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하지만 정확한 축성연대는 기록이 없어 알 수 없다고 한다. 삼국사기에는 통일신라 초기 김유신의 셋째 아들이 서원술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어 이때 쌓은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현재의 성은 임진왜란 때에 일부 고쳤고 숙종 42(1716)에 돌로 다시 쌓은 것이다.
 
상당산성은 상당산 팔부 능선에서 시작하여 성안에 골짜기를 포함하여 쌓았는데 이런 형식을 포곡식이라고 한다. 현재 남문 공남문, 서문 미호문, 동문 진동문이 복원되었고 산성의 서남쪽과 동북쪽 두 곳에 암문도 남아있다. 성안의 높은 곳에 군대를 지휘하고 적을 감시할 목적으로 세운 건물을 장대라고 하는데 상당산성에는 동쪽과 서쪽 두 곳에 장대가 있다. 보은의 삼년산성과 함께 충청북도를 대표하는 산성으로 꼽히는 상당산성의 둘레는 4.2km 정도다.
 
성은 성을 쌓는 재료에 따라 흙으로 쌓는 토성, 돌로 쌓는 석성, 흙과 돌을 같이 이용하는 토석혼축성으로 나눈다. 돌로 쌓는 석성의 경우 성벽의 안과 밖을 모두 돌로 쌓는 협축법과 성벽의 바깥벽만 돌로 쌓고 안쪽은 흙이나 잡석으로 채우는 편축법이 있다. 이렇게 성벽 안쪽을 흙이나 잡석으로
채우는 방법을 내탁이라고 하는데 상당산성은 내탁법을 이용한 편축성이다. 상당산성 걷기는 성의 내탁 부분을 따라 걷는 걸음이다.




상당산성 동장대 보화정-성안의 높은 곳에 군대를 지휘하고 적을 감시할 목적으로 세운 건물을 장대라고 한다.​



성벽의 구조


성벽은 크게 체성과 여장으로 구분하는데 특별한 시설로 곡장과 치성, 성문과 문루, 옹성, 암문, 수문 등이 있다. 체성은 성벽의 근본인 몸통을 이루는 부분이고 여장은 체성 위에 올려 진 낮은 담장을 말한다.
 
여장은 성가퀴 또는 성첩이라고도 하는데 아군의 몸을 가리면서 적을 총이나 화포로 공격할 수 있는 시설이다. 1개 여장을 1타라고 하며 1타에는 총을 쏘는 구멍인 총안이 3개 있는데 가까운 곳을 쏘는 근총안 1개가 가운데 있고 먼 곳을 쏘는 원총안 2개가 양 옆에 있다. 옥개석은 여장 위에 올려 진 지붕돌인데 빗물이 체성으로 흘러드는 것을 방지하고 유사시에는 이 지붕돌을 밀어 떨어뜨려 성 위로 올라오는 적병을 방어하는데 쓰였다.



성벽의 일부를 밖으로 돌출시켜 각이 지게 쌓은 것이 치성이다.



곡장은 곡성이라고도 하며 성벽의 일부를 밖으로 돌출시켜 굽어지게 쌓은 성이고 치성은 성벽의 일부를 밖으로 돌출시켜 각이 지게 쌓은 성이다. 곡장과 치성 모두 적병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장치다.
 
성 안팎의 자유로운 왕래를 위해 설치한 문이 성문이고 성문 위에 올려 지은 누각이 문루다. 옹성은 성문을 공격하는 적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시설로 밖에서 성문이 보이지 않도록 반원 모양으로 성문을 에워싼 성이다. 그러나 상당산성 남문은 지형적으로 성문 밖에 옹성을 쌓을 수 없어서 성문 안쪽에 옹벽을 쌓았다.
 
암문은 비밀리에 군사를 이동하거나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만들어 놓은 작은 문이다. 평소에는 돌로 막아놓고 전시에만 사용하는 비밀통로인데 상당산성에는 동북쪽과 서남쪽 두 곳에 암문이 있다.
 
수문은 성과 하천이 만나는 곳에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설치한 문인데 상당산성에도 수문이 있었으나 산성마을에 저수지를 만들면서 사라졌다. 현재 수문터를 발굴하고 있어 일부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상당산성 걷기


상당산성이 위치한 상당산은 최고봉이 500m가 조금 안 되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서 청주시민들이 가벼운 등산을 즐기는 곳으로 사랑받고 있는 곳이다. 땀이 나는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상당산 기슭부터 걸어서 올라오지만 상당산성 성벽걷기만 한다면 해발 380m 정도 되는 상당산성 남문부터 시작하면 되기에 힘은 많이 들지 않는다.




상당산성 남문 공남문과 성벽-상당산성길 걷기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상당산성 관리사무소에서 부드러운 언덕을 오르면 상당산성 남문인 공남문이다. 공남문은 좌우로 성벽을 거느리고 위풍당당한 모습인데 성벽에 낀 푸르고 허연 이끼는 산성에 세월의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성벽은 네모나게 다듬은 화강암으로 쌓았고 비교적 잘 남아있으나 성벽 위에 올리는 낮은 담장인 여장은 모두 없어졌다. 현재 남문인 공남문 주위 일부 구간에만 여장을 복원했다.



상당산성 남문 좌우 성벽에는 여장이 복원되어 있다.



복원된 낮은 담장인 여장-네모 구멍이 총안인데 가운데는 근총안 좌우는 원총안이다. 상당산성의 대부분 구간은 여장이 소실되고 성벽의 몸통인 체성만 남아있다.

 

 

상당산성 걷기는 대부분 남문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시계방향으로도 반시계방향으로도 걸을 수 있지만 보통은 시계방향으로 걷는다. 남문부터 은근하게 이어지는 오르막을 다 오르면 서남암문이다. 서남암문에 서면 청주시내가 발 아래로 펼쳐져 있다. 산성은 평지에 있는 읍성이나 도성 등이 적에게 함락 당했을 때 장기적으로 저항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최후의 보루다.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이곳에 산성을 만든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상당산성 서쪽 성벽 위(왼쪽)에 서면 청주 시내가 한 눈에 잡힌다. 성벽 안쪽으로는 조붓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성벽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청주시민들이 좋아하는 등산로답게 성벽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많다. 상당산성을 따라 걷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산성의 성벽 위를 걷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벽 안쪽에 나 있는 그늘진 오솔길을 걷는 것이다. 상당산성에 자주 오는 청주 시민들은 보통 오솔길을 걷지만 상당산성이 처음인 사람들은 대개 성벽을 따라 걷는다. 그런데 길을 걷다보면 갈등이 생긴다. 그늘로 이어지는 오솔길도 걷고 싶고 성벽을 따라가는 길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인데, 두 바퀴를 걸으면 해결되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여 두 곳을 오가며 걸으면 된다. 그러나 상당산성 걷기가 처음이라면 어디서 숲으로 들어가고 어디에서 나와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 그러면 잠깐씩만 숲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수밖에 없다.

 

 


상당산성 서문 미호문-상당산성의 성문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서남암문을 지나 500m 정도 더 가면 성벽을 넘어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오래 전부터 있었던 계단은 아니고 상당산 기슭에서 걸어 올라오고 상당산성에서 내려가는 등산객들을 위한 계단이다. 상당산성 걷기를 마치고 시간이나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이 등산로를 따라 상당산 기슭까지 내려가도 좋다. 비교적 편안한 내리막길이고 널찍한 숲길 등산로라서 기분 좋은 걸음을 이어갈 수 있다. 상당산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속리산 천왕봉에서 시작하여 안성 칠현산(칠장산)에서 맥을 맺는, 우리 땅 열세 개의 큰 산줄기 중 하나인 한남금북정맥이 지나는 산이기도 하다. 한강의 남쪽과 금강의 북쪽을 흐르는 산줄기라서 한남금북정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상당산성의 서남암문부터 동북암문까지의 구간이 한남금북정맥이 지나는 구간이다.




깔끔한 우진각지붕을 이고 있는 상당산성 동문 진동문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 상당산성의 서문인 미호문이다. 상당산성에 북문은 없는데 북쪽 사면의 경사가 워낙 급해서 북문이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상당산성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는 등산로 계단을 지나면 동북암문이고, 다시 비탈진 성벽을 따라 내려가면 상당산성의 동문인 진동문이다. 동문을 지나면서 보는 바깥의 풍광은 서쪽과 북쪽의 풍광과는 사뭇 다른데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장대인 보화정을 지나 내려가면 저수지가 있는 산성마을이다.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곳이어서 나그네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곳이다. 저수지 둑에서 다시 오르막을 잠깐 오르면 처음 출발했던 남문 공남문이다.




상당산성 동쪽 바깥 풍경-여느 시골 풍경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코스 요약

[순환형] 상당산성 관리사무소~남문(공남문)~서문(미호문)~동문(진동문)~산성마을 입구~남문(공남문)~상당산성 관리사무소 
(4km, 2시간, 쉬운 코스)

 

교통편
   
찾아가기 
* 외지에서 가는 경우 청주 시외버스터미널 앞 시외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 또는
청주 고속터미널 앞 고속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청주체육관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청주체육관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그 자리에서 862-2(상당산성행)으로 환승한다.
산성남문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 시외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이나 고속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청주체육관 방향으로 가는 버스는 많이 있다. 
  
* 차를 가져간다면 상당산성 관리사무소 앞에 주차장이 있다.
  
돌아오기
* 찾아가기의 역순이다. 상당산성 관리사무소 앞 산성남문 버스정류장에서 청주체육관 방향으로 가는 버스는 862-1번이다. 


걷기여행 TIP


화장실
상당산성 관리사무소 주차장, 산성마을 음식점 개방화장실
 
음식점 및 매점
상당산성 관리사무소 옆에 매점, 산성마을에 매점, 산성마을은 음식점 밀집지역.
산성마을이 걸음의 마지막 구간에 있으므로 마실 물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숙박업소
걷는 길에는 숙박업소가 없다. 청주 시내로 나가야 한다.
 
코스문의
상당산성 관리사무소 : 043-201-0202 문화관광해설사 : 043-201-2042


 

글, 사진: 김영록 (걷기여행가 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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