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강북] 6월에 가기 좋은 호국의 길

2017-06 이 달의 추천길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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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둘레길 2코스 초입.

 

 

북한산보다 더 사랑받는 산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그렇다. 수년 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주말 내방객을 체크할 때 북한산국립공원 내의 수많은 탐방로 중 한 개의 진입로에 3~4만의 사람들이 몰리곤 했다. 어림잡아 주말동안 약 100만 명의 사람이 북한산·도봉산을 찾은 셈이다. 그러나 등산객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산의 입장에서는 고욕일 수도 있다. 일시에 많은 탐방객이 모이게 되면 산은 어쩔 수 없이 훼손되기 마련이다. 현재 북한산은 일부 탐방로에 한해 휴식년제가 실시되고 있다.  

서울의 진산이라 할 수 있는 북한산은 남서쪽 불광동에서 시작해 북동쪽으로 길게 뻗어 올라간다. 북쪽에 북한산을 상징하는 세 봉우리 백운대(836.), 인수봉(810m), 만경대(787m)가 서로 몸을 부대끼며 우뚝 서 있다. 이 세 봉우리를 두고 삼각산(三角山) 또는 삼봉산(三峰山)이라 불렀다. 북한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서울의 옛 이름인 한산(漢山)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또 태조 이성계를 보좌한 무학대사가 조선의 도읍지를 정할 때 삼각산에 올라서 내려다보고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북한산둘레길 2코스 초입의 숲길.

 

 

북한산은 예나 지금이나 사통팔달 한다. 북쪽은 북한산성 너머 고양으로 이어지며, 남으로는 경복궁에 닿고, 동쪽은 우이동 계곡을 따라 뻗어나가고, 서쪽은 평창동·불광동 등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산에 드는 입구가 수십 군데 되는 것이다. 북한산국립공원은 북한산뿐만 아니라 도봉산(939m)까지를 포함해 198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동서남북으로 수많은 진입로가 있지만, 산 정상을 향하지 않고 북한산과 도봉산 아래 숲과 오솔길을 이어놓은 것이 북한산둘레길이다. 제1구간은 우이령에서 시작해 남서쪽으로 덕성여대 앞 솔밭공원까지 3.1km다. 계속해서 시계 방향으로 19개 구간이 더 있다. 여기에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는 우이령 구간까지 합해 총 21구간이다. 긴 타원형 모양으로 총 71.5km로 각 구간 평균 길이는 3.4km로 짧은 편이다. 또 북한산둘레길 남쪽 구간 34.8km 구간은 서울둘레길 북한산코스와 겹친다. 길을 걷게 보면 북한산둘레길과 서울둘레길 이정표가 중복돼 설치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길에서 만나는 찔레.

 

 

북한산둘레길 2구간을 특별히 ‘순례길’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 길 곳곳에 독립유공자 묘역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헤이그 밀사로 파견돼 생을 마감한 이준(1859~1907) 열사와 초대 부통령을 지난 이시영(1869~1953) 선생의 묘와 광복군 합동 묘 등 12기의 독립유공자 묘역이 조성돼 있다. 또 순례길 초입에서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잠들어 있는 4.19 민주 묘지를 볼 수 있다. 이 길이 왜 ‘6월에 가기 좋은 호국의 길’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봄에 가기 좋은 숲길

 

순례길 초입은 덕성여대 앞 솔밭근린공원에서 시작한다. 북한산둘레길 1구간이 끝나는 지점이자 2구간 시작점이다. 공원 한쪽에 이정표가 표시돼 있는데 ‘둘레길탐방안내센터 2.3km’ 방향으로 가면 된다. 가다보면 이내 ‘보광사’라는 절이 보인다. 왼편으로는 녹음이 우거진 숲이 보이는데, 이 길로 진입하면 본격적인 순례길이 시작된다. 

 


둘레길 이정표.

 

 

녹음이 우거진 여름이 걷는 숲은 참으로 반갑다. 언뜻 봐도 참나무, 아까시나무, 소나무 등이 어우러져 한낮에도 햇빛이 거의 들지 않을 만큼 숲이 울창하다. 또 황톳길이라 발에도 전혀 부담이 없다. 새삼 서울 시내에 이렇듯 걷기 좋은 길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가장 먼저 만나는 ‘호국의 길’은 4.19 국립묘지다. 사실상 묘지를 들어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길에서 잠깐 내려다 볼 수 있다. 합동묘지 중앙에 당시 희생된 224분을 기리는 탑이 보인다. 

 

4.19 전망대에서 조금 올라오면 보광사라는 절이 있다. 여기까지 오면 2.3km의 순례길 중 절반에 이른 셈이다. 보광사를 들르지 않고 능선을 오르면 첫 번째로 만나는 독립지사의 묘를 만난다. 강재 신숙(1885~1967), 상산 김도연(1894~1967)의 묘다. 신숙 선생은 3.1 독립운동에 참여한 뒤 중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1930년 만주에서 한국독립당을 결성해 한국 독립군 참모장으로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그의 묘지 앞 안내판에 짤막하게 나와 있다. 자못 숙연해지는 순간이다. 



음식점 '청화' 앞 장승.

 

 

능선을 내려오면 잠시 주택가 골목을 지난다.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면 ‘청화’라는 음식점에서 설치한 장승이 보인다. 길은 장승 오른쪽 작은 고샅길로 이어진다. 길바닥에 흩뿌려진 마른 아까시나무 꽃이 밟고 가기 아까울 만큼 아름답다. 왼편 울타리 너머로는 작은 농장이 있는데, 상추 배추 고추 등 푸성귀가 무성하다. 

 

 

'청화' 위 아까시아 꽃 떨어진 길. / '청화' 지나 만나는 농

 

 

농장을 지나 다시 숲길로 들면 심산 김창숙(1897~1962), 현곡 양일동(1912~1980), 동암 서상일(1887~1962) 선생의 묘의 위치를 안내하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 각각의 묘지는 순례길 가는 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어 다소 발품을 팔아야 한다. 허나 일일이 묘를 찾아다니는 것도 의미 있다. 스마트폰으로 이분들의 이름을 검색해 어떤 생을 살았는지 반추하며 걷는 것도 좋다.  

 

 

순례길 중간의 체육시설.

 

 

이후 길은 체육시설을 통과하고 다리를 지나 다시 숲으로 이어진다. 거의 끝나갈 무렵 섶다리를 만난다. 섶다리는 본래 배가 다닐 수 없는 곳에 놓은 작은 다리인데, 이곳 북한산의 섶다리는 작은 여울을 건너기 위해 제작됐다. 지금은 옛 모습만을 간직한 살짝 변형된 다리가 만들어져 있다. 

 

 

이준열사 묘역으로 가는 길의 다리.

 

 

‘이준 열사 묘역’ 이정표가 보이면 2구간 종점 부근에 온 것이다. 단주 유림(1898~1961), 신하균(1918~1975), 해공 신익희(1894~1956), 춘헌 이명룡(1873~1956), 가인 김병로(1887~1964), 이시영 선생의 묘를 표시하는 이정표가 보인다. 각각의 묘지가 이웃해 있지 않아 다소 발품을 팔아야 12분의 독립지사 묘를 모두 볼 수 있다. 

 

 

이준열사 묘역 초입. / 이준열사 유훈 동.

 

 

순례길 마지막에 만나는 이준 열사 묘는 꼭 가볼만 하다. 묘소로 가는 길은 숲이 울창해 고즈넉하다. 이준 열사는 1907년 고종의 친서를 품고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서 ‘을사조약은 일제의 협박으로 강제로 체결된 조약이므로 무효라는 것’을 세계만방에 알리려 했다. 그러나 일본의 방해로 참석하지 못하고 결국 그 곳에서 순국했다.

 

 

이준열사 묘. / 상산 김도연 선생 묘.

 

 

‘사람이 산다함은 무엇을 말함이며 죽는다 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살아도 살지 아니함이 있고 죽어도 죽지 아니함이 있으니 살아도 그릇 살면 죽음만 같지 않고 잘 죽으면 오히려 영생한다. 살고 죽는 것이 다 나에게 있나니 모름지기 죽고 삶을 힘써 알지어라.’

이준 열사가 순국 전 남겼다는 유훈이 아직도 성성하다. 

 

 

코스 요약

솔밭근린공원~4.19전망대(0.5km)~백련사탐방로갈림길(1.1km)~섶다리(0.5km)~이준열사 묘역 입구(0.2km)
(2.3km, 2시간)

 

교통편

대중교통

가는 편 - 120, 153번 버스, 수유역 3번 출구 - ‘덕성여대 입구’, 길 건너 5분 거리에 솔밭근린공원 위치.   
오는 편 - 강북 01번 버스, 통일교육원 - 국립4.19 민주묘지 정류장, 출발지까지 도보 10분.



2구간 마지막 지점 이준열사 묘역 근처 통일교육원 주차장(유료).
둘레길탐방안내센터 앞 공영주차장.  

 

TIP


화장실
북한산둘레길 2구간(순례길) 시작점인 솔밭근린공원과 종점인 둘레길탐방센터에 화장실이 있다. 
식사
4.19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청화’라는 음식점이 있다. 야외에 식탁이 마련돼 있어 산행 복장으로 식사하기 좋다. 
2구간 종점 부근에 백숙·닭볶음탕 등을 내는 음식점이 많다. 
길 안내
북한산둘레길 무료 앱을 활용하면 갈림길과 GPS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구간별 주요 명소와 자연자원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듣고, 볼 수 있다. 
코스 문의
북한산국립공원 둘레길 운영팀 02-900-8085

글, 사진: 김영주(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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