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 제주만의 아름다움, 이 한 코스에 다 담겼다! 제주 3대 항일운동의 발자취를 따라

2017-06 이 달의 추천길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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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침탈로 암울했던 일제강점기는 우리민족의 피가 가장 뜨거웠던 때기도 하다. 31만세운동을 시작으로 일제의 약탈에 저항하는 항일운동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들불처럼 번져갔는데, 제주 또한 마찬가지였다. 제주의 3대 항일운동으로 불리는 법정사 항일운동조천 만세운동’, ‘해녀 항일운동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제주 선조들의 거룩한 항일동립운동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제주 31만세운동의 중심지인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제주항일기념관이다. 올레 18코스 종착지점이기도 하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선조들의 애국정신을 생각하며 올레 18코스를 걸었다.

 

 

출발지인 제주시 간세라운지. 동문시장이 가깝다.

 


도심올레의 즐거움


올레 18코스가 시작되는 간세라운지는 제주시의 도심 한복판인 동문로터리 부근에 있다. 안내도를 살펴보니 총 길이가 재밌게도 18킬로미터다. 도심 속 보도와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며 이어지던 길은 이도1동에서 제주성터를 만나며 바뀐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검은색 현무암을 쌓아 조성한 성벽 일부가 아직도 남아 있고, 주변으로 울창한 숲 사이로 강당인 장수당과 귤림서원, 오현단, 향현사, 제이각 등 유적들이 많아 둘러보기 좋다. 제주성은 1925년부터 제주항을 개발하면서 성벽을 허물어 바다를 매립하는 용도로 써서 옛자취가 대부분 사라졌다.

 

 

제주성지. 검은 현무암을 타고 오른 담쟁이의 빛깔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남수각 벽화거리. 감탄을 자아낼 정도의 수준 높은 벽화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좋다.



제주성지 앞 오현교를 건너면 좁은 골목을 지나 동문시장으로 접어들게 되는데, 이 골목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멋진 벽화들로 가득해 걸음이 자꾸만 느려지는 곳이다. 이 골목의 공식 이름은 남수각 하늘길 벽화거리.

18킬로미터나 되는 18코스를 위해 먹거리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제주를 대표하는 먹거리들로 가득한 동문시장을 이용하면 좋다. 도심 구간의 즐거움 중 하나는 숨은 듯 위치하는 화살표와 리본을 찾는 것이다. 도심의 특성상 간세나 나무화살표, 스탠드와 플레이트 같은 확실한 이정표를 설치하기가 쉽지 않아 대부분 상가 건물의 한 귀퉁이나 간판 아래, 벽의 외진 곳에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화살표가 그려져 있거나 붙어 있어 신경 써서 찾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여간 재밌는 게 아니다.

 

 

산지천. 은어와 숭어가 떼지어 살아가는 맑은 개천이다.

 

 

동문시장을 빠져나오면 은어가 많이 사는 산지천이다. 예부터 산지물이라 부르며 제주시를 대표하는 샘 역할을 하던 곳이다. 주변이 깔끔하게 정비된 산지천엔 은어와 숭어를 비롯한 많은 물고기가 서식하는데, 길을 걸으면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김만덕 객주주막.
 

 

산지천이 끝나며 횡단보도를 건너 제주항연안여객터미널로 길이 이어진다. 중간에 말끔하게 단장한 김만덕 객주주막을 만난다. 김만덕은 제주에 흉년이 들자 장사로 번 전 재산으로 곡식을 사서 빈민을 구제한 인물로, 조선 정조로부터 의녀반수(醫女班首)라는 벼슬을 받은 인물이다.

 


제주연안여객터미널 맞은 편 언덕에 자리한 ‘칠머리당 터’. 영등할망에게 제사를 드리던 곳(왼쪽) /

칠머리당에서 치르던 영등굿을 그린 벽화. 건입동에서 만난다.

 

 

여객터미널을 마주한 곳에서 길은 긴 계단을 따라 언덕으로 오른다. 여객터미널 앞바다를 마주한 이 언덕이 칠머리당 터. 선주와 어부, 해녀들이 해신에게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했던 곳이다. 해마다 음역 2월 초하루에 풍신(風神)이며 풍농신(風農神)인 영등할망을 맞이하고 14일에는 영등신을 떠나보내는 송별제를 지내는데, 칠머리당은 항만공사로 인해 장소를 전전하다가 지금은 사라봉 자락에 신석(神石)을 모시고 굿은 문화재전수관에서 치르고 있다.

이 일대에서 사라봉과 별도봉을 벗어나기까지가 건입동인데, 건입동은 제주올레 사무국에서 설치한 표식 외에 자체로 만든 올레 표시가 잘되어 있다.

 

 

사라봉 허릿길이 18코스의 백미

 

출발 후 2킬로미터 남짓 거리에 있는 사라봉은 제주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산책코스다. 정상의 정자에 오르면 제주항을 비롯한 제주시 일대가 잘 보이고, 멀리 한라산과 동쪽의 오름들도 조망된다. 사라봉은 제주시를 대표하는 일출 명소기도 하다. 봄이면 벚꽃이 만개해 꽃대궐을 이루고, 6월엔 뭍에서는 쉬 보기 힘든 등심붓꽃을 많이 볼 수 있다.

 

 

사라봉 오르는 길. 오른쪽으로 일제강점기 때 판 듯한 동굴이 보인다.(왼쪽) /

사라봉 정상부. 잘 가꾼 공원으로, 제주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사라봉은 이웃한 별도봉과 연결되어 있다. 올레길은 이 두 오름의 북쪽 산허리를 따라 이어지는데, 길이 너무 아름다워 길멀미가 날 지경이다. 발 아래로 펼쳐진 푸른 제주 바다와 중간에 만나는 애기 업은돌등 아름다운 풍광이 쉼 없이 이어지며 눈을 즐겁게 한다.

 

 

사라봉에서 별도봉으로 이어지는 산허릿길. 보고만 있어도 예쁜 길이다.(왼쪽) /

남은 거리를 보여주는 플레이트. 아직 가야할 길이 구만 리다.

 

별도봉 산허리길. 굽이굽이 아름답다.(왼쪽) /

‘애기 업은돌’ 근처에서 본 별도봉 산허리길. 이토록 아름다운 길은 나라 안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일 듯.

 

애기 업은돌.

 

 

별도봉 자락을 돌아나오면 화북천 건너로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인 화북마을이 보인다. 화북천을 내려서는 길에 여러 개의 돌담이 둘러쳐진 풀이 무성한 빈 터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은 43유적지인 잃어버린 마을(곤을동)’이다. 1949년 국방경비대에 의해 안곤을가운데곤을’, ‘밧곤을67가구 모두가 불타고 인적이 끊긴 곳이다. 당시의 아픔을 웅변하는 듯 휑하게 남은 돌담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5~6월 제주에서 비교적 자주 볼 수 있는 등심붓꽃.(왼쪽) /

곤을동 4․3유적지. 67가구가 모여 살았으나 모두 불타 없어졌다.

 

화북 해안에서 만난 해녀들. 독특한 숨비소리를 내며 자맥질을 하고 있었다.

 

화북포구. 작은 배들이 묶여 있는 예쁜 포구다.

 


예쁜 화북포구를 지나자 검은 돌담이 길게 이어진 성벽이 나타난다. ‘제주의 만리장성이라고도 불리는 환해장성이다. 제주의 해안선을 따라 빙 둘러 쌓은 성으로, 왜구의 숱한 침입이 있었지만 온 섬을 둘러 싼 해안성담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전한다. 별도 환해장성 안에는 해안을 경계하던 초소이자 연변봉수의 기능을 겸하던 별도연대가 있다.


 

별도 환해장성. 라이딩을 나온 자전거 동호인들이 휴식을 마치고 막 출발하고 있다.(왼쪽) /

별도 환해장성. 저 뒤로 별도연대가 보인다.

 

별도연대. 경계초소이자 봉수대 역할도 했다.

 

 

별도연대를 지나며 올레길은 삼양동으로 넘어간다. 검은 담장을 타며 뻗어간 넝쿨을 따라 핀 새빨간 장미가 눈길을 끄는 삼양동 골목길을 벗어나자 삼양검은모래해변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서핑을 준비하는 서퍼들과 설렘 가득한 얼굴빛의 관광객들이 어우러지며 해변 풍광의 낭만은 더 깊어진다. 전체 코스를 생각했을 때 이쯤이 점심을 먹기 적당한 곳이다. 식당도 여럿 있어 편하다.

 

 

별도포구의 한 집. 제주의 옛 초가집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삼양검은모래해변 끝에서 길은 마을 한가운데로 접어들더니 원당봉으로 붙는다. 원당봉 주변엔 종파가 다른 절이 세 곳이나 있다. 조계종 불탑사와 태고종의 원당사, 천태종인 문강사가 그것. 연못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원당봉 분화구 안에는 문강사라는 절이 들어서 있다.

올레는 마주한 원당사와 불탑사 사이로 이어진다. 여기서 길을 잘못 들기가 쉽다. 불탑사를 지난 길이 곧장 직진하지만, 올레길은 불탑사를 벗어나자마자 왼쪽으로 꺾인다. 그런데 이정표가 워낙 찾기 힘든 곳에 붙어 있어서 여차하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삼양검은모래해변. 보드를 두고 서퍼는 물에 적응하러 들어갔다.

 

삼양검은모래해변을 찾은 관광객들. 예쁜 바다빛깔에 빠져 사진 찍기에 바쁘다.(왼쪽) /

삼양검은모래해변 빨래터. 제주 해안가 마을마다 용천수 빨래터가 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제주풍광

 

불탑사에서 조천마을로 이어가는 구간이 무척 매력적이다. 밭과 밭 사이를 지나다가 바다를 끼고 또 얼마간 이어지는데, 황금빛으로 익은 맥주보리와 꽃을 활짝 피운 감자며, 노지수박까지 제주의 싱싱하고 건강한 밭작물을 보며 걷게 된다. 밭을 지나 만난 바닷가에 신기한 형태의 현무암이 늘렸다. 시비코지다. 낚시명당인 듯, 낚시꾼들이 여럿 자리를 잡고 있다.

 

 

불탑사 오층석탑. 현무암으로 조성한 불탑이 독특하다.

 

꽃이 핀 감자밭을 지나는 올레꾼들.(왼쪽) / 올레길 옆 보리밭. 맥주를 만드는 맥주보리다.

 

바다를 향하고 있는 무덤. 18코스에서 가끔 만나는 풍광이다.

 

 

시비코지에서 예쁜 해안을 따라 돌아나가자 닭머루에 세워진 전망대인 팔각정자가 눈길을 끈다. 전망이 좋을뿐더러 주변 경관도 빼어나 쉬어가기에 제격이다.

 

 

신촌리 닭머루. 전망대의 정자는 2013년에 세운 것이다.(왼쪽) /

신촌리 정자와 뒤로 별도봉, 사라봉이 어우러진 풍광.

 

신촌리에서 만난 담장. 저 창을 어떻게 냈을까?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른 솜씨다.(왼쪽) /

신촌리에서 조천리로 넘어가는 길. 바다 사이로 길이 나 있다.

 

 

곧 용천수인 큰물이 있는 신촌포구를 만난다. 이곳에 18코스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형태도 멋진 노천목욕탕이 있다.
신촌포구를 벗어나서도 올레길 주변 풍광은 여전히 지칠 줄 모르고 아름답다. 예쁜 것도 한두 번이지 싶었지만 여전히 감탄이 터져 나오는 제주의 일상적인 모습들. 그 위에 그려둔 벽화마저 환상적이다.

 

 

조천리에서 만난 벽화. 물질을 준비하는 해녀의 모습이 마음에 와 닿았다.

 

벽이 광고판. ‘각인갤러리’라는 가게 이름이 머리 속에 각인 되는 순간이다.(왼쪽) /

아침 일찍 길을 나섰지만 벌써 그림자는 저만큼 길어졌다. 서둘러야한다.

 

도착지인 조천만세동산의 스템프 찍는 곳. 18.2km를 걸어왔다.

 

 

18코스가 끝나는 조천리에 접어들자 정자 하나가 수문장처럼 서 있다. 연북정(戀北亭)이다. 제주로 유배되어 온 이들이 제주의 관문이던 이곳에서 한양의 기쁜 소식을 기다리며 북쪽에 있는 임금에 대한 사모의 충정을 보낸다고 해서 이름 붙었단다. 연북정 가까운 곳에 있는 조천연대에 오르니 도착지점인 조천만세동산의 추모탑과 한라산까지 잘 보인다. 조천연대에서 만세동산까지는 10분 거리다.

 

 

제주항일기념관의 추모탑.

 

 

코스 요약

간세라운지~제주성지~동문시장~산지천~김만덕 객주터~사라봉~별도봉 입구~곤을동 43유적지~화북포구~별도연대~새각시물~삼양검은모래해변~불탑사~시비코지~닭모루~신촌포구~연북정~조천만세동산 
(18.2km, 7시간)

 

교통편

대중교통
출발지(동문로터리, 산지천) : 함덕에서 제주공항을 지나는 38, 삼양동과 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는 100,
시외버스터미널과 공항을 거치는 200번 버스가 동문로터리에 정차한다. 이 외에도 2, 9, 28, 30, 43, 90,
1001, 1008번 버스가 동문로터리에 선다.
도착지(조천만세동산) : 신서귀터미널에서 표선, 성산, 세화, 함덕을 거쳐 제주터미널까지 동회선을 일주하는 701,
함덕에서 제주공항을 오가는 38번 버스가 조천만세동산 앞에 선다. 이 외에도 20, 980번 버스가 조천만세동산을 경유한다.

 

TIP

 

화장실
출발지부터 도착지점까지 지나는 거의 모든 포구와 공원, 마을마다 공용화장실이 있다.

식사
출발지인 동문시장에 식당이 여럿 있다. 중간에 지나는 대부분의 마을에서도 식당을 만난다. 점심때쯤 지나게 되는 삼양검은모레해변의 오시리식당(064-725-0512)’은 매일 메뉴가 바뀌는 정식과 전복뚝배기, 갈치와 고등어조림이나 구이를 잘한다. 단 점심때 영업은 오전 1130분부터 오후 130분까지만 하니 시간을 맞춰야 한다.

길 안내
제주시 간세라운지를 출발해 사라봉입구에 닿기까지 2km쯤은 시내를 지난다. 제주성지와 남수각 벽화거리, 동문시장, 산지천, 김만덕 객주터 등 볼거리가 풍부해 걸음이 즐겁다. 사라봉은 제주시가지 안에 있는 가장 높은 오름으로, 제주항 일대와 제주 동쪽의 오름들과 한라산까지 훤히 조망할 수 있다. 사라봉 정상에서 별도봉 입구를 지나 곤을동 43유적지를 만나기까지의 구간은 제주올레 18코스의 백미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오름 허리를 따라 굽어 도는 길 자체의 아름다움도 빼어나다.
맑은 바다에서 자맥질하는 해녀의 숨비소리가 귓전에 들려오는 바다와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북포구를 지나면 환해장성을 끼고 선 별도연대다. 별도연대에서 삼양검은모래해변이 멀지 않다. 작은 포구를 낀 마을마다 용출수를 이용한 빨래터와 노지목욕탕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좋다. 삼양검은모래해변을 벗어나며 길은 마을 한복판을 가로질러 원당봉 자락의 불탑사로 오른다. 현무암으로 쌓은 오층석탑(보물 제1187)이 있는 불탑사를 지나자마자 길은 왼쪽으로 꺾인다. 이곳이 길 찾기에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지점이다. 이후 신촌을 만나기까지 황금빛 보리와 짙은 녹색 이파리의 감자 등이 자라는 밭길과 기암절벽으로 가득한 해안을 따라 예쁜 길이 이어진다.
신촌포구에서 조천의 연북정에 이르는 길도 감탄을 멈추지 못하는 코스다. 아기자기한 돌담과 그 사이로 명화에 버금가는 예쁜 벽화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려진 길을 걷는 즐거움은 그야말로 끝내준다. 망루로 짐작되는 연북정과 조천연대를 지나면 곧 도착지인 조천만세동산의 거대한 추모탑이 눈에 들어온다.

코스 문의
제주올레사무국 064-762-2190

 

글, 사진: 이승태 (여행작가, jirisan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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