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장성] 아름다운 사람이 남긴 향기로운 길을 걷다

2017-07 이 달의 추천길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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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고창군과 전라남도 장성군 경계에 축령산이라는 600m가 조금 넘는 산이 있다. 그다지 높은 산도 아니고 경치가 뛰어난 산도 아니지만 나라 안의 어느 산보다도 사랑받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곳에는 한 사람이 온 생을 바쳐 이룬 편백나무 숲이 있기 때문이다. 하늘을 찌를 듯 우뚝하게 자란 편백나무 사이로 낸 조붓한 길을 따라 사람들이 걷는다. 햇살 한줌 들어오기 어려운 숲길에서는 서늘한 기운마저 돈다. 넉넉한 숲 그늘 길을 돌아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딱 한마디 말만 읽힌다. ! 좋다.

 

 

축령산 하늘의 별


한 농부가 있었다. 이 농부는 타고난 부지런함과 과학적인 영농으로 부농이 되었다. 어느 해에 산사태가 일어나 애써 가꾼 농장이 못 쓰게 된다. 일제강점기와 육이오전쟁을 겪으며 황폐해진 붉은 산이 못 견디고 흘러내렸던 것이다. 이때부터 농부는 나무심기에 눈을 돌리게 된다. 처음에는 감나무나 밤나무 같은 유실수를 심었지만, 광주 무등산의 편백나무 숲을 보고 온 뒤에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으로 수종을 바꾼다. 1956년부터 1976년까지 20여 년 동안 무려 300백만 그루에 달하는 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나무는 세월이 흘러야 투자비가 회수된다. 바로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닌 것이다. 그래도 이 우직한 농부는 나무심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동안 심었던 나무와 땅을 담보로 빚을 내고 가산을 팔아 계속 나무를 심었다. 재산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나무를 심다가 결국 채권자들에게 그동안 심은 나무들을 모두 넘기게 된다. 기력이 다한 그는 쓰러지게 되고 기나 긴 투병 끝에 1987년 이 세상을 떠나 축령산 하늘의 별이 된다.
 
축령산 편백나무 숲을 만든, 아름답고 우직했던 농부. 그는 춘원 임종국(1915~1987)선생이다.

 

 

금곡영화마을-축령산 산자락에 자리 잡은 조용하고 아담한 마을이다.

 

 

금곡영화마을

 


축령산 편백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몇 군데가 있다. 축령산 남쪽 괴정마을과 추암마을부터 걷는 길, 동남쪽 대덕마을부터 걷는 길, 동쪽의 모암마을부터 걷는 길, 북쪽의 금곡영화마을부터 걷는 길이 있다. 그 중의 한 곳 금곡영화마을로 간다.
 
금곡마을 주위에는 여섯 기의 고인돌이 있어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한지 생산으로 큰 마을을 이루었다고 하며, 육이오전쟁을 겪으며 전소된 마을에 1950년대 초부터 다시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여 현재는 약 30호 정도가 살고 있다. 마을은 햇빛도 좋고 주변에 소음을 일으키는 시설들이 없으며 푸근한 경관을 가지고 있어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소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1994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태백산맥을 필두로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되어 마을 이름도 금곡영화마을로 부르고 있다.

 

 

금곡마을을 벗어나면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길손을 반기지만 본격적인 편백나무 숲은 더 올라가야 한다.

 

 

어떤 지방이나 지역에서 특별히 아름다운 경치나 정경 여덟 곳을 가려 모모팔경이라고 이름 짓는 것은 중국의 소상팔경에서 유래된 것인데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무척 유행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풍광도 바뀌기에 예전의 팔경은 이름으로만 남은 곳도 있고, 지자체에 따라서는 새로운 팔경을 이름 짓기도 한다. 장성군에서는 장성팔경을 선정했는데 그 중 제 2경이 축령산 편백숲이고 제8경이 금곡영화마을이다.

 


그늘 좋은 길가 벤치는 나그네의 걸음을 자꾸 붙잡는다.

 

 

축령산 길


축령산의 걷는 길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축령산 산소길과 장성 치유의 숲길이다. 축령산 산소길은 축령산의 임도와 주변의 마을들을 잇는 길로 네 코스로 된 비교적 긴 순환형 길이고, 치유의 숲길은 축령산 편백나무 숲속에 낸 여섯 코스의 짧은 숲길이다.

 

 

치유의 숲길 중 하늘숲길이 제일 높은 곳에 있다.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은 전국에서 가장 공기가 맑은 곳으로 소개되고 있고, 미래를 위해 보존해야 할 숲으로 꼽기도 하는 곳이다. 임종국 선생의 혼이 배인 편백나무 숲은 선생의 손을 떠난 뒤에 손상되기도 했으나 2002년부터 산림청에서 보호하고 관리하기에 나무를 함부로 베거나 난개발이 될 우려는 덜었다. 산림청에서는 이 편백나무 숲에 치유의 숲길을 열었다.
 
현재 장성 치유의 숲길은 건강숲길, 산소숲길, 하늘숲길, 숲내음숲길, 맨발숲길, 물소리숲길의 여섯 코스를 운영한다. 비교적 짧은 코스들이고 금곡영화마을과 추암마을을 잇는 임도를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어서 자신의 체력이나 시간에 맞춰서 다양한 조합으로 걸을 수 있다. 산소길과 치유의 숲길을 따로 따로 걸을 수도 있겠지만 두 길을 적당하게 연계해서 걷는 것이 훨씬 만족도가 높다.



하늘숲길 전망대에 오르면 시야가 일망무제로 터진다.(왼쪽) /

산소숲길 입구에 있는 쉼터-평상에 앉으면 좀처럼 잃어나기가 싫어진다.

 

널찍한 길에 쭉쭉 자란 나무들이 나그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저기 굽이지는 길을 돌아서면 어떤 풍광이 펼쳐질까?

 

 

편백나무 숲길

 

축령산 산소길이나 치유의 숲길의 대표선수는 당연히 편백나무다. 편백나무는 일본이 원산지인데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인 1900년대 초에 들어왔다. 바늘잎나무지만 추위를 싫어해서 처음에는 제주도나 남해안에 주로 심었는데 현재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재배지역이 점점 북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편백나무는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와 같은 다른 침엽수보다 세 배 이상 많은 피톤치드를 내뿜기 때문에 편백나무 숲은 삼림욕장으로 최적이라고 한다.

 

 

피톤치드의 보고라고 불리는 편백나무 숲에서는 바깥세상의 근심을 잊을 수 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해충이나 곰팡이 또는 병원균 등에 대항하기 위해 발산하는 화학물질을 일컫는 말이고,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단어는 식물이라는 뜻의 ‘phyton’죽이다라는 뜻의 ‘cide’가 합쳐진 것이다. 피톤치드는 강력한 살균작용으로 숲을 맑게 하는 천연 정화제인데 숲속 공기를 통해서 사람의 체내로 들어온 피톤치드는 몸속의 나쁜 균들을 선택적으로 살균하게 되어 신진대사를 향상시키고 머리를 상쾌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춘원 임종국선생의 수목장-생전 보듬고 아끼며 살뜰하게 돌봤던 축령산 나무 아래에서 영면하시기를...

 

 

축령산 산소길 임도를 벗어나 치유의 숲길로 들어서면 걷는 길도 널찍한 길에서 조붓한 숲길로 바뀐다. 가끔 시야가 터지는 곳을 빼고는 계속 울창한 숲길이다. 바싹 말라서 탄내가 날 것 같은 강렬한 햇살도 숲 그늘 아래서는 기세가 한 풀 꺾인다. 같이 걷는 길동무들의 얼굴에는 행복하다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같이 걷던 길동무 한 사람이 이렇게 숲이 좋고 산이 깊으니 걷는 길에서 산삼이라도 한 뿌리 얻어걸렸으면 좋겠다고 농을 한다. 그러자 옆에서 같이 걷던 사람이 그 말을 받아서 산삼이 있으면 알아보기는 하겠느냐며 웃는다. 몇 걸음 앞에서 걷던 길동무가 걸음을 멈추며 한 마디 거든다. 두 사람 모두 괜한 걱정이라며 오늘 걷는 길에서는 산삼을 볼일은 없을 것이란다. 왜 그렇게 단정하느냐고 물었더니 빙긋이 웃으며 조곤조곤 친절한 설명이 돌아온다.

 

 

춘원 임종국선생 공적비

 

 

"여기 편백나무 숲을 한 번 둘러보세요.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다른 숲과는 달리 편백나무 아래 바닥이 깨끗하지요. 풀도 다른 나무 밑보다 덜 자라고 키 작은 나무들도 별로 없고 마치 청소를 해 놓은 것 같지요? 이런 현상은 편백나무 숲 그늘이 좋아서 햇빛이 약하게 비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편백나무가 씨앗의 발아를 억제하는 물질을 배출해 내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을 타감작용(他感作用)이라고 합니다. 단어가 조금 생소하지요?
 
다시 말씀드리면 타감작용이라는 것은 어떤 식물에서 생성되는 화학물질이 다른 식물의 발아나 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런데 편백나무는 이런 타감물질을 많이 배출해 냅니다. 그래서 편백나무 숲은 바닥이 깨끗한 겁니다. 그러니 산삼인들 편백나무 아래서 자랄 수 있겠어요? 그러니 산삼은 잊어버리시고 숲을 즐기시는 것이 남는 겁니다. 하하..."

  
말을 마친 길동무가 앞서 걷는다.
그래. 산삼이 대수겠는가? 이리 좋은 편백나무 숲길을 걷고 있는데...


 

코스 요약

장성 금곡영화마을 ~ 금곡마을-문암마을 갈림길 ~ 금곡안내소 ~ 장성 편백 치유의 숲 안내센터
~ 추암마을 ~ 괴정마을(축령산 산소길 2코스 노선을 따를 경우)
(6.3km, 2시간 30분 -순 걷는 시간. 답사시간, 간식시간, 쉬는 시간 등은 포함하지 않음)

 

난이도 : 보통


추천 노선 1 : 순환노선 / 거리 12.5km / 소요시간 5시간 맨발숲길
장성 금곡영화마을 ~ 금곡마을-문암마을 갈림길 ~ 금곡안내소 ~ 장성 편백 치유의 숲길 중 하늘숲길 ~ 편백 치유의 숲길 중 산소숲길 ~ 편백 치유의 숲길 중 숲내음숲길 ~ 장성 편백 치유의 숲 안내센터 ~ 편백 치유의 숲길 중 맨발숲길 ~ 편백 치유의 숲길 중 건강숲길(본격 등산로 수준의 구간. 부담스러울 경우 맨발숲길을 빠져나와서 축령산 산소길 노선을 따라 바로 금곡안내소로 가도 좋음) ~ 금곡안내소 ~ 문암마을로 가는 길 ~ 장성 금곡영화마을
 
추천노선 2 : 편도노선 / 거리 10.5km / 소요시간 4시간
장성 금곡영화마을 ~ 금곡마을-문암마을 갈림길 ~ 금곡안내소 ~ 장성 편백 치유의 숲길 중 하늘숲길 ~ 편백 치유의 숲길 중 산소숲길 ~ 편백 치유의 숲길 중 숲내음숲길 ~ 장성 편백 치유의 숲 안내센터 ~ 추암마을 ~ 괴정마을

 

교통편

찾아가기
외지에서 가는 경우 일단 장성 버스터미널 또는 장성역까지 간다.
장성 버스터미널 또는 장성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금곡영화마을로 가는 군내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하루 9회 운행. 장성 군내버스 : 061-393-6820 (군민운수)

택시를 타는 경우 백양사역 또는 장성 사거리버스터미널 앞에서 금곡영화마을까지 약 15km 정도이고,
장성 버스터미널 또는 장성역 앞에서 금곡영화마을까지는 약 18km 정도다백양사역 택시 : 061-392-8234


돌아오기
추암마을에서 장성읍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장성 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하루 9회 운행
장성 군내버스 : 061-393-6820 (군민운수)
 
추암마을에서 장성 버스터미널까지는 11km 정도다장성 버스터미널 택시 : 061-393-8000

 

TIP

 

화장실
금곡영화마을 주차장, 금곡영화마을, 금곡마을-문암마을 갈림길 간이화장실, 금곡안내소, 산소숲길 입구 숲 해설가의 집,
장성 편백 치유의 숲 안내센터, 추암마을 축령산 입구, 괴정마을 주차장

음식점 및 매점
금곡영화마을 간이매점과 간이식당, 금곡안내소 음수대, 산소숲길 입구 숲 해설가의 집 음수대,
장성 편백 치유의 숲 안내센터 음수대, 추암마을 간이매점과 식당

숙박업소
금곡마을 민박과 펜션, 추암마을 민박과 펜션, 괴정마을 민박과 펜션

코스 문의
장성군청 문화관광과 061-390-7242 장성군청 http://tour.jangseong.go.kr
장성 편백 치유의 숲 안내센터 061-393-1777-8

 

 

글, 사진: 김영록(걷기여행가/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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