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종로] 숲길을 걸으며 조선 역사의 중심, 경복궁을 품다

2017-07 이 달의 추천길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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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338m)은 북악산(342m)과 더불어 조선왕조 500년 역사의 중심이었던 경복궁을 품고 있는 산이다. 조선을 개국할 당시에는 경복궁의 서쪽에 있다 해서 서산(西山)이라고 불리다가 세종 이후 인왕산(仁王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인왕산 아랫마을, 현재의 동인동 일대가 세종의 탯자리이기 때문이다. 인왕산은 경복궁에서 보면 둥그런 모양새를 하고 있으나 북쪽에서 바라보면 정상부가 우람한 암봉으로 이뤄져 있어 인왕산 호랑이라는 말만큼이나 산세가 남성적이다.

 

 

 

 

현재 인왕산엔 세 갈래의 길이 있다. 인왕산 정상을 지나는 인왕산 등산로가 있으며 차가 다니는 인왕 스카이웨이를 따라 걷는 인왕산자락길, 그리고 그 아래 숲을 통과하는 인왕산숲길이다. 그 중 인왕산자락길은 서울시민들은 물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길이다.

 

 

인왕산자락길 4기점 이정표

 

 

인왕산자락길을 광화문에서 시작하면 사직단과 황학정, 무무대 전망대를 거쳐 윤동주 시인의 언덕 그리고 윤동주문학관을 차례로 거친다. 2.7km의 길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길을 걷다보면 가끔 굽 있는 구두를 신고 이 길을 걷는 여성들도 보인다.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푹신한 흙길이라 남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걷기에 좋은 길이다.

 

서울 사람 중에서도 사직터널은 자주 지나쳤지만, 사직단(社稷壇)을 다녀간 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TV 사극 드라마에서 숱하게 듣는 사직은 토지신과 곡물신을 뜻한다. 사직단은 두 신에게 제사를 올리기 위해 쌓은 단이다. 조선왕조는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나 사직단에서 국가적 의식을 치렀으며 나라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했다. 사직공원 안에는 너른 공터가 있는데, 배드민턴장 등 시민들의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 공원은 해가 진 이후에도 개방돼 도심 속 휴식 장소로 좋다.



 

 


자락길은 사직공원 왼편 길로 이어진다. 바닥은 우레탄에 깔려 있어 푹신하다.  500m쯤 올라가면 황학정이라는 활쏘기 터가 보인다. 임진왜란 등 잦은 전란을 겪은 조선은 이후 임금이 솔선수범해 활쏘기를 장려했다. 황학정은 1989년 고종의 명으로 경희궁 안에 세운 활터 정자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경희궁이 헐리면서 황학정도 인왕산 자락으로 옮기게 된 것이 현재의 자리다. 황학정에는 국궁전시관이 있는데, 우리의 전통무술인 국궁을 알 수 있는 기회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무다.



국궁전시관

 

 



황학정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왼편으로 가면 독립문쪽으로 내려가는 도로, 자락길은 인왕스카이웨이를 따라 오른편으로 이어진다. 삼거리에는 인왕산 근방 경비 업무를 낮은 군 초소가 있어 밤늦은 시간에 가도 늘 든든하다.


 

인왕산자락길-아까시나무 길

 

 

여기서부터 자락길은 흙길이다. 길은 소나무와 아까시나무, 벚나무 등을 비롯해 잡목들이 우거져 있다. 여름에 가면 짙푸른 초목과 함께 매미들이 귀를 찢을 듯이 울어대는 길이다. 또 이 길은 요즘 자전거 동호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인왕스카이웨이와 북악스카이웨이를 잇는 도로를 한 바퀴 도는 라운딩은 요즘 자전거동호인들에게는 필수코스로 여겨지고 있다.

 

 

인왕산자락길-무무대



초소에서 300m 가면 오른편으로 수성동계곡이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예로부터 물소리가 좋아 '수성동(水聲洞)'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겸재 정선의 작품에도 등장하는 곳이다. 강화콘크리트 길을 따라 내려가면 수성동계곡 산책로다. 100m 정도 내려가면 정자가 보이고, 옆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다. 다만 올여름 가뭄이 계속돼 우렁찬 물소리는 들리지 않는 점이 아쉽다. 계속해서 내려가면 유서 깊은 옥인연립아파트가 보이고, 더 내려가면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촌·통인동시장이다. 다시 자락길로 들어서려면 이정표가 있는 인왕스카이웨이까지 올라가야 한다.





다시 인왕스카이웨이 도로 옆으로 올라와 표고차가 거의 없는 평평한 길을 걷다보면 오른편으로 무무대(無無臺) 전망대가 나타난다. 무무대는 글자 그대로 하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지만, '오직 아름다움만 있을 뿐'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이다. 나무 데크에 서면 서울 한복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현란한 네온사인을 뿜어내는 남산 서울타워는 물론 저 멀리 관악산 정상까지 관망할 수 있다. 서울에서 이만한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자리도 드물다.

 

 

 

인왕산자락길-윤동주시인의언덕

 

 

 

무무대를 지나 500m쯤 가면 다시 초소가 나타난다. 이번에는 경찰 초소다. 조금 더 가면 경찰 초소에서 근무하는 의무경찰들의 숙소가 있다. 이처럼 곳곳에 군·경찰이 초소가 자리하고 있어 밤에 걸어도 불안하지 않다.
 
경찰 숙소를 기점으로 길은 완만한 내리막으로 접어든다. 이전보다 훨씬 고른 숨을 들이마시며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길 오른편으로는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서울 종로의 도심이 내려다보인다. 또 눈앞으로는 간간이 우람한 북악산의 서쪽 능선이 보인다.


 



30분쯤 걷다보면 정자가 보이고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나온다. 본래 청운공원이었지만, 2윤동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9'시인의 언덕'으로 이름 지었다. 윤동주 시인은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인왕산 기슭에서 하숙을 했다고 한다.
 
시인의 언덕이 자리한 곳은 인왕산으로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스카이웨이와 경복궁에서 자하문(창의문)으로 이어지는 길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언덕에선 고풍스런 자하문 누각이 바로 보인다. 또 남쪽으로는 경복궁을 비롯해 종로를 내려다볼 수 있는데, 특히 해가 진 이후 남쪽 야경이 눈부시다. 관악산에서 인천 방향을 주시하고 있노라면 1~2분 간격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불빛을 볼 수 있는데,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여객기다. 시인의 언덕에서만 누릴 수 있는 전망 중 하나다.

 

 

 

청운문학도서관

 

 

시인의 언덕엔 야외무대시설이 갖춰져 있다. 지난해까지 종로문화재단이 부정기적으로 미니콘서트를 열었다지만 올해 끊겼다. 대신 꼭 들를 곳이 있다. 바로 종로구가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 중 하나인 청운문학도서관이다. 멋들어진 한옥 건물로 누구나 들어가 이용할 수 있다. 종로구민이라면 현장에서 회원증을 만들어 책을 빌려갈 수도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하며, 월요일은 휴무다.

 

 

윤동주문학관

 

 

시인의 언덕에서 내려오면 윤동주문학관이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윤동주 별헤는 밤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음미할 수 있는 언덕이다. 윤동주문학관은 청운아파트가 철거되면서 사용하지 않은 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활용해 조성됐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인왕산숲길을 걸어 다시 되돌아가는 것도 좋다. 숲길은 자락길보다 조금 더 긴 3.2km. 서울 한복판에 있지만, 숲이 우거져 있어 여름에 걷기 좋다.

 

 

코스 요약


사직단-황학정(0.5km)-수성동계곡갈림길(0.7km)-무무대 전망대(0.7km)-시인의 언덕(0.8km)-윤동주문학관(0.2km)
*역순으로 걸어도 무관
(3.2km, 2시간)


추천 순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기에는 경복궁역 근처 사직단에서 시작하는 게 더 찾아가기 쉽다.

난이도
쉬움

 

 

교통편


찾아가기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하차, 1번 출구로 나와 사직터널 방향으로 5분 정도 가면 사직단 입구가 나온다.

돌아오기
길이 끝나는 윤동주문학관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경복궁역으로 내려오면 된다. 1020·7022·7212번 버스가 경복궁역까지 간다.

 

 

TIP


주변 관광지


-무계원
종로구 부암동 골목에 자리 잡은 도심 속 전통 문화 공간으로 고즈넉한 풍광 속에서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무계원은 과거 종로구 익선동에 있던 서울시 등록음식점 1호인 오진암의 자재를 사용했다. 무계원의 대문을 비롯해 기와, 서까래 기둥 등이다.
오진암은 음식점 이전에 조선 말기의 서화가 이병직의 집이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무계원이 있는 자리는 조선시대
안평대군이 정자를 짓고 활을 쏘았다고 전해진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월요일 휴무다.
 
-박노수미술관
박노수 화백이 40여 년간 거준한 집으로 아름다운 수성동 계곡 아래 옥인 134번지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 1종 등록미술관으로 박노수 화백의 기증 작품을 비롯해 고미술품, 수석, 고가구 등 총 10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입장료는 3000(어른)이다.


화장실

사직단과 황학정 사이에 공중화장실이 있으며, 윤동주 시인의 언덕 아래에도 화장실이 있다.  

음식점 및 매점
길에 들어서면 매점은 없다. 길이 끝나는 지점인 윤동주문학관 근처에 음식점과 편의점이 여러 개 있다.

숙박업소
트레일에 숙박업소가 없다.

코스 문의
종로구청 관광체육과 관광사업팀 02-2148-1863
*문화해설사 프로그램을 예약할 수 있다.

 

글, 사진: 김영주(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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