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태안] 울창한 솔숲은 물론 기암절벽과 뱃사장에서 시원한 여름길을 걷다

2017-07 이 달의 추천길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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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기길은 아름다운 이름만큼이나 사연이 깊다.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크레인이 충돌하면서 엄청난 양의 기름이 해안으로 밀려들었다. 이 때 주민들은 물론 전 국민이 방제 작업을 통해 태안 해안을 원상 복구시켰다. 태안군 북쪽, 이원반도 끝 만대항에서 남쪽 꾸지나무골 해안으로 향하는 솔향기길 1코스는 그런 사연을 간직한 곳이다. 연인원 수백만의 사람들이 기름을 걷어내기 위해 바닷가로 향했고, 자연스럽게 내륙에서 해안으로 가는 작은 길들이 생겨났다. 이를 계기로 주민들이 해안을 따라 걷기 길을 조성하면서 솔향기길이 탄생한 것이다. 

 

 



10.2km의 길을 걷다 보면 울창한 솔숲은 물론 기암절벽과 백사장, 갯벌 체험장, 갯바위낚시터를 수없이 만나게 된다. 서울에서 단 2시간 거리에 이런 아름다운 해안이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길은 주로 소나무 사이로 난 황톳길이다. 무엇보다 길바닥은 인공의 조형물이 거의 없어 발이 편하다. 또 걷다보면 도투매기, 어리골, 용난굴, 돌앙뗑이, 꾀깔섬, 가마봉, 회목쟁이 등 현지인들이 부르던 소박한 지명을 만나게 된다. 정확한 뜻을 알 수 없을 지라도 이정표에 붙은 지명과 근방의 지형을 살펴보면 대충 뜻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 또한 걷기 여행자에겐 재미다.

 




솔향기길 여행자는 대개 만대항에서 꾸지나무골을 향해 걷는다. 하지만 부러 길을 반대로 잡았다. 꾸지나무골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30, 서해로 떨어지는 태양을 왼편에 두고 이원반도 끝을 목적지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전 이곳 사람들은 만대항을 땅끝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만대라는 지명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서려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뜻에서 만대(萬垈)라 불렀다 하고, 또 혹자는 가다 가다 만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어찌됐든 그 만대를 향해, 태안반도의 북쪽 땅끝을 향해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꾸지나무골은 꾸지뽕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꾸지뽕은 요즘도 이원면 사람들의 주 소득원이 되는 작물이며, 길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아담한 백사장이 펼쳐진 꾸지나무골해수욕장 끝에 솔향기길로 드는 작은 관문이 있다. 들어서자마자 소나무 숲이 서늘한 그늘을 제공한다. 해가 한 줌도 들어오지 않을 만큼 완벽한 해가림막이다. 또 바닥에 깔린 소나무 잎과 무성한 잡초에서 나는 풀내음이 걷는 이의 마음을 여유롭게 만든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고 나니 해안가에 도투매기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만 있고 설명이 없어 고개가 아리송해진다. ‘도투는 돼지의 방언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돼지처럼 생긴 바위를 이르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다시 한 번 야트막한 언덕을 넘으니 이번에 제법 큰 해안가가 있다. 이정표엔 큰어리골이라고 쓰여 있다. 백사장 끝 갯벌엔 엄마와 함께 갯벌에서 갯것을 찾고 있는 조무래기들이 종알종알 시끄럽다. 아마도 백사장 위 펜션이 숙박하는 가족단위 여행객인 듯싶다. 펜션은 언뜻 보기에도 아주 깔끔하게 단장돼 있다. 특히 솔숲에 조성한 연꽃 연못과 잔디밭이 이색적이다.

큰어리골 해변을 건너니 다시 야트막한 언덕이다. 그리고는 다시 작은어리골해안이다. 그러고 보니 솔향기길은 솔숲을 넘어 해변, 해안가를 건너 솔숲이 이어진다. 해안가를 잇는 길이다 보니 이런 반복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걷기 여행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이런 패턴에 익숙할 듯싶다. 큰어리골 작은어리골 할 것 없이 갯바위 끝에는 어김없이 낚시꾼들이 자리를 잡았다. 한 낚시꾼에게 어떤 어종이 잡히느냐고 물어보니 특별히 대상 어종은 없다고 답했다. 아무 고기나 걸리기만 하면 감사하는 뜻일 터. 여름엔 참돔이나 농어 등이 종종 나온단다. 작은어리골 해안가에는 가족단위 캠핑을 즐기는 이들이 더러 있다. 소나무 그늘 아래 가족끼리 두런두런 모여 소박한 식단으로 저녁 한 끼를 하는 모습은 참으로 부러운 광경이다.

 

 

 

솔향기길-용난굴


다시 한 번 야트막한 소나무 숲을 넘어 가니 별쌍금약수터가 나오고, 해안 쪽으로 내려오니 용난굴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왼편으로 작은어리골 캠핑 장소가 보인다. 직선거리로는 불과 200~300m에 불과하지만 길을 돌아오느라 10~15분 걸렸다.

용난굴로 가는 해안가에서 약간 길이 헛갈릴 수 있다. ‘용난굴이정표만 있고, ‘솔향기길이정표는 없기 때문이다. 솔향기길은 용난굴을 통과해 다시 해안가로 붙는다. 용난굴은 이름 그대로 용이 나올법한 굴이라는 뜻이다. 밖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안으로 들어가면 꽤 넓다.

 



솔향기길-중막골 가는길


용난굴을 지나면 중막골 해변이다. 차윤천씨가 운영하는 양심 점포가 있다. 주인이 자리가 있다 없다 해서 무인점포로 운영하고 있는데, 음료수와 생수는 물론 라면도 혼자 조리해서 먹을 수 있다. 주인은 유리문에 ‘(구입한 물품은)노트에 기록하시고 계산은 서랍에라고 친절하게 써 붙여놓았다. 차윤천씨는 솔향기를 개척한 이원면 주민이다. 중막골에도 외관상으로 아름다운 펜션들이 즐비하다. 펜션은 임도를 이용해 차를 끌고 들어올 수 있다.


 

솔향기길-여섬 전망



다시 야산을 오른다. 길 곳곳에는 야생화가 피어 있어 정겹다. ‘돌앙뗑이로 가는 길, 소나무 가지 사이로 여섬의 실루엣이 언뜻 비치기도 하다. 여섬(餘島)홀로 남은 섬이란 뜻답게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다. 그러다가 썰물이 크게 지면 다시 해안가와 연결되기도 한다. 이정표에는 여섬의 다른 이름으로 꾀깔섬이라고 표시해놓았다. 모양새가 딱 고깔을 닮았다. 그래서인지 한참을 보고 있으면 어린왕자 속 보아 뱀처럼 보이기도 하다.
 
앙뗑이는 절벽을 뜻하는 충청도 사투리다. 그러니까 돌앙뗑이는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절벽이란 뜻일 테다. 돌앙뗑이를 통과하는 지점은 발 아래로 수십m 깎아지른 절벽이 형성돼 있다. 기암괴석에 감탄하는 한편 이런 험한 곳에 처음 길을 낸 사람의 노고에 감사할 따름이다.

 



솔향기길-삼형제바위


돌앙뗑이를 당도하면 솔향기길의 절반은 온 셈이다. 이후 길은 계속해서 소나무 숲과 해안가를 반복된다. 걷는 시간을 여유롭게 두면 훨씬 더 편안한 산책이 될 것 같다. 이원반도 북쪽 끝은 당동 전망대다. 이정표엔 솔향기길이 조성된 내역과 역사를 자세하게 설명해두었다. 당동 전망대는 연말연시 해넘이·해돋이 장소로도 인기 높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당동 전망대 정자에 올라 잠시 일망무제로 펼쳐진 바다를 감상해보는 것도 좋다.
 
당동에서는 걷기 길은 시계방향으로 방향을 꺾어 동쪽으로 향한다. 이 지점에서 만대항까지는 약 1.2km해변으로 가세요이정표를 따라 내려가면 된다. 내려가자마자 고즈넉한 해안 마을이 나오고, 백사장 앞으로 삼형제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여섬처럼 고만고만한 기암 셋이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길이 빠진 갯벌에 홀연히 서 있는 바위와 그 앞으로 호수처럼 일렁이는 잔잔한 바다가 그지없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삼형제바위가 있는 곳은 마을이라기보다는 양식장 등 건물이 들어서 있다.

 


 

솔향기길-만대항 가는 길


다시 고개를 건너면 만대항 방파제가 보인다. 길은 해안가 자갈밭을 향해 방파제로 바로 가는 길이 있으며, 소나무숲을 통과하는 육로가 있다. 안내판 썰물 때는 해안으로 가세요라는 이정표가 있어 바닷가로 들어섰다. 하지만 이내 후회했다. 조개껍데기 등 예리한 것들이 많아 걷기에 불편하다. 역시 솔향기길은 소나무그늘이 훨씬 낫다.
 
만대항은 아주 소박한 포구다. 횟집도 많지 않고, 포구 앞 갯벌도 깨끗하다. 갯벌 속 돌을 헤집어 게를 잡는 관광객들도 더러 있다. 포구 근처 슈퍼에서 장갑 한 켤레만 구입하면 게잡이 준비는 무난하다. 태안읍에서 만대항으로 들어오는 군내버스는 16회 운행한다. 평균 2~3시간 만에 한차례 오기 때문에 걷는 시간을 4~5시간 정도로 맞추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움직이는 게 무리가 없다.




코스요약

만대항-당동 전망대-중막골해변-꾸지나무골해변
*역순으로 걸어도 무관.
(10.2km, 약 3~4시간. 도시락 준비해서 천천히 걸으면 더 좋은 길이다.)


난이도
쉬움

 

교통편

찾아가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태안읍까지 갈 수 있다. 운행 시간은 2시간 10분이다.
태안버스터미널에서 만대항까지 버스가 17회 운행된다. 꾸지나무골까지 약 40, 만대항(종점)까지 약 50분 소요.
태안읍->만대항 버스 시간표 7:10, 8:45, 11:20, 12:55,15:20, 17:40, 19:30. 태안군내버스문의 (041-675-6674)

돌아오기
만대항에서 길을 시작하면 도착지점인 꾸지나무골에서 군내버스 승차, 꾸지나무골에서 시작하면 만대항에서 버스를 타고 태안읍으로 돌아오면 된다. 태안읍에서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로 오는 고속버스 막차는 오후 730분에 출발한다.


걷기여행 TIP

 

화장실
만대항, 당봉전망대, 중막골 해변, 별쌍금약수터, 꾸지나무골해수욕장에 화장실이 있다.

음식점 및 매점
식수는 중간 지점인 중막골 해변에 무인 매점이 있다. 생수와 간단한 간식을 구입할 수 있다.

숙박업소
트레일 근처에 숙박업소가 많다. 큰어리골에 있는 자드락 펜션 등이 있으며, 만대항 근처에도 숙소가 많다.

주변 관광지
조선시대 한 스님이 하산해 태안땅에 발을 들였다. 인가가 없는 곳을 찿아 한참을 걷는데 멀리파란 물이 넘실대는 것이었다.
스님이 말하길 "허참. 아까는 분명히 땅이었는데.."라고하며 가다가다 말았다고 한다. 그곳이 바로 태안반도의 땅 끝 만대다.
이곳은 4계절 어류가 풍부하여 신선한 회와 각종 수산물들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코스 문의
태안군청 홈페이지 www.taean.go.kr
태안군청 환경산림과 041-670-2797


글, 사진: 김영주(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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