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임실] 임실 섬진강 문학마을길

2018-04 이 달의 추천길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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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따라 어딜 가나 매화가 흔하고, 연둣빛 버드나무 잎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곳. 전북 임실 땅이다. 임실이라는 이름은 백제시대 때 '알차고 충실한 열매를 맺는 곳'이라는 뜻에서 유래됐다. 전북 진안서 발원한 섬진강은 전남 광양까지 225km를 흐르는데, 그중 강 상류에 해당하는 임실 구간은 산과 강이 함께 굽이치며 흐른다.
 
 특히 장산리(진뫼마을)는 김용택 시인이 나고 자란 곳으로 '섬진강 문학마을길'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장산리는 우리말로 진뫼로 불린다. '긴 산'이라는 뜻이다. 전라도에선 길다를 '질다'로 쓰는데, '산이 굽이 처 흐른다'라는 뜻에서 진뫼로 부른 것이다.

 총 40km의 문학마을 길 중 임실군 구간은 약 14km이다. 특히 진뫼서 천담마을을 거쳐 구담마을에 이르는 8km 구간은 봄에 걷기에 그지없이 좋은 구간이다. 시인이 '서럽도록 아름답다'라고 했던 강변이 바로 이곳이다.


 


진뫼서 천담가는길

 


천담서 구담가는길


 천담마을에서 구담마을까지 4km 구간은 이 길의 클라이막스다. 천담(川潭)은 깊은 소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며, 구담(龜潭)은 거북이가 많은 곳이다. 천담·구담마을은 지난 1998년 개봉한 이광모 감독의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배경이 된 곳으로 유명하다. 한 폭의 수채화를 담아낸 듯 섬진강 상류의 아늑함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길은 강진읍 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강진교까지 약 1.5km 구간은 차가 다니는 아스팔트 길을 걸어가야 한다. 국도 30호선이다.
 


강진읍 살구나무


 버스터미널 옆 파출소 옆으로 오래된 살구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서 있다. 가지가 거의 잘려나가 볼품없는데, 둥치는 아주 크다. 길을 동행한 강명자 임실군 문화해설사가 “120년 된 나무”라고 설명했다.

 살구나무에 깃든 사연은 깊다. 강진교 건너 바라보이는 회문산(830m)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전후해 빨치산 남부군사령부가 자리할 만큼 그들의 주 무대였다. 한국전쟁 후 마지막까지 저항한 빨치산 5명이 잡혀와 이 살구나무에 매달려 총살을 당했다고 한다. 가지가 잘려나갔지만, 그래도 매년 붉은 살구꽃을 피운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 물우리로


 아스팔트 길이라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다행히 다니는 차는 많지 않다. 강진교 맞은편으로 지금은 쓰지 않는 다리가 놓여 있다. 일제 강점기 때 놓은 다리란다. 안개에 갇힌 오래된 다리가 무척이나 인상 깊다.

 섬진강댐에서 6km 아래에 있는 강진교는 강둑을 따라 조성된 약 150km 섬진강 자전거길이 지나는 곳이다. 임실 섬진강 문학마을길 또한 이 길을 따라 이어진다. 댐이 근방에 있어 이 지역은 연중 안개가 잦다. 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간절기엔 안개가 특히 심하다.

 자전거 길은 조성이 잘 돼 있다. 무엇보다 자전거가 많지 않아 좋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쉬엄쉬엄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길은 아주 평탄하기 때문에 여유롭게 천천히 걸어도 시간당 3~4km는 족히 갈 수 있다.
 


물우리 당산나무


 1시간쯤 가면 물우리가 나오는데, 길은 강을 건너 이어진다. 물우리는 마을 앞 당산나무 앞 가묘로 유명한 곳이다. 가묘는 제를 지내는 당산나무 앞에 봉긋이 솟아 있는데, ‘당산 할머니’ 묘라고 한다. 댐이 없던 시절 물우리를 큰물이 휘감아 도는 곳인데, 그래서 비보의 장치로 소나무 숲을 비롯해 당산나무숲을 조성했다. 당산할머니 가묘는 극진한 예를 차리기 위한 것이다.



월파정


월파정과 진모 사이 징검다리


 

 길은 물우리 마을 뒤편을 돌아 다시 강변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진뫼마을까지는 길이 험하다. 칡넝쿨을 비롯해 아까시나무 등 잡목과 풀들이 우거져 있다. 대부분 강 건너 자전거 길을 이용하고, 이 길은 많이 걷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걷는 맛은 있다. 산비탈엔 민가에서 심은 매실나무가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애석하게도 요즘 임실 등 섬진강 일대에선 매실이 찬밥 신세라고 한다. 근래 수년 동안 매실을 너무 많이 심어 공급과잉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매실나무가 관리되지 않은 자연 상태로 남아 있다. 관상용으로는 오히려 보기 좋다.

 우거진 잡목을 헤치고 나오면 다리가 보인다. 진뫼로 넘어가는 수월교(水越橋)다. 비가 오면 물이 다리 위로 흐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좌) 진뫼가는 길의 수변길 (우) 진뫼마을 수월교


 


김용택 시인 생가

 


 마을 한가운데 김용택 시인이 나고 자란 집, 그리고 지금도 시인이 살고 있는 집이 보인다. 옛집은 크지는 않지만 정갈하게 정돈된 한옥이다. 작은 마당에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집은 툇마와 연결된 큰 방을 좌우로 건넌방과 부엌 3칸이다. 시인이 ‘섬진강’이라는 시를 쓴 곳이기도 한 건넌방엔 ‘회문재(回文齋)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본래 ’섬진강 물이 보인다‘는 뜻의 ‘관란헌(觀瀾軒)’이었지만, 시인이 다시 진뫼마을로 돌아온 이후 회문재로 바뀌었다. ‘오래된 글쟁이가 객지 생활을 뒤로하고 다시 돌아온 곳’이란 뜻이란다.
 




                                                 
                     (좌)진뫼서 천담가는 길 (우)천담 가는 길의 뜨문바위


 진뫼에서 천담까지는 약 십리길이다. 이번에는 걷기 쉬운 자전거 길을 택했다. 눈 녹은 물이 내려와 제법 유량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로수로 심은 이팝나무와 벚나무 너머로 흐르는 섬진강을 유람하듯 유유히 걸었다. 길 중간에 정자가 있고, 그 앞으로 ‘뜨문바위’가 있다. 강 위로 돌이 ‘뜨문뜨문(띄엄뛰엄)’ 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천담마을 앞으로 징검다리가 있는데, 이를 통해 강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크고 검은 바위를 놓아 만든 징검다리는 한번 건너봄직하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서 소년과 소녀가 신경전을 벌이는 대목이 연상될 만큼 로맨틱하다.


천담서 구담가는 길


구담마을 당산나무


 섬진강 문학마을길의 끝인 구담마을은 이 길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한다. 특히 구담마을 끝 당산나무 아래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그지없이 좋다. 천담마을 방면서 직전으로 달려오는 섬진강이 당산나무 아래서 크게 굽이친다. 강 건너편은 전분 순창군 동계면 어치리다. 강은 어치마을 뒤편으로 솟은 용궐산(646m)을 휘감아 돌아간다. 크게 돌아가는 물동이동 강변 옆으로 순창 장군목으로 이어지는 길이 하얗게 뻗어있다. 그림 같은 풍경이다. 꼼짝 않고 그 자리에서 서서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구담마을 순창물동이동







걷기 여행 코스
임실구간 총 15.8km
강진공영버스터미널~강진교(1.5km)~물우리마을(4km)~진뫼마을(2km)~천담마을(4.2km)~구담마을(4.1km)


▶ 총 소요 시간

13시간

▶ 난이도
보통

▶ 교통편

임실버스터미널에서 강진읍까지 버스로 약 30분 걸린다.
※ 버스시간문의:강진터미널063-643-1012, 임순여객 643-3100





▶ 화장실

강진공용버스터미널, 물우리, 장산마을, 장산마을~천담마을 중간지점 정자쉼터 옆,
섬진강수련원, 천담교, 장구목, 구담정, 그외 자전거길 중간중간 간이화장실 많음



▶ 식수 및 매점
식수 : 향가터널 입구에서 순창방면으로 100m 대가약수터, 섬진강 수련원.
매점 : 출발점 강진터미널 인근 3개, 출발점에서 13.76km 지점 천담마을 인근,
출발점에서 14.22km 지점 천담교 인근, 출발점에서 38.63km 지점 유등면사무소 인근.


▶ 길 여행 Tip
● 길의 시작점을 물우리에서 진뫼마을을 거쳐 천담마을까지 걷기 길은 비가 많이 온 후에는 위험하다.
물이 불어나면 길이 잠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비가 오는 등 날이 궂을 때도 피하는 게 좋다. 강 건너편 자전거길을 이용하면 된다.

길의 끝인 구담마을까지는 버스가 가지 않는다. 
이곳에서 시작점으로 돌아올 때는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단, 천담마을은 버스가 다닌다.


▶ 문의 전화
임실군청 문화관광치즈과 063-640-2343

 








글, 사진 : 김영주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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