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북구] 옥녀봉 숲길에서 봄이 익어간다_울산광역시 북구 강동사랑길 3구간 연인의 사랑길

2018-06 이 달의 추천길 201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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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 지류 중에 동천강이 있다. 경주시 외동읍 원성왕릉 부근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길게 흐르다가 태화강에 몸을 실어 동해로 들어가는 냇물이다. 이 동천강의 동쪽에 있다고 해서 강동동(江東洞)으로 부르는 마을에 ‘강동사랑길’이라는 길이 있다. 강동동의 해변과 어렵지 않은 산길을 이었는데 모두 7개 구간이며 약 28km로 조성되었다. 그중에서 3구간 ‘연인의 사랑길’은 제전마을 뒷산인 옥녀봉 산길을 돌아내려오게 된다. 산으로 올랐다 내려오는 길이지만 고도가 급격하게 높아지지도 않고 험한 길도 없어 산책을 겸한 걷기에 적당한 길이다. 이 봄이 가기 전에 숲길로의 추억여행을 떠나 보자. 

 

 

 

산으로 들다 

 

 

 

 제전마을과 제전포구-조용하고 한갓진 포구 마을이다.

 

 

 걸음의 시작과 끝은 제전마을의 작은 포구인 제전항이다. 1980년대에는 장어로 이름이 난 마을이었다지만 지금은 옛 명성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포구 특유의 분주함이나 시끌벅적한 풍경은 없고 조용한 작은 포구 마을의 한가로움만 감돈다. 제전어촌계에서 옛 영화를 살려보려는 노력으로 만든 마을기업 ‘사랑길 제전장어’ 식당 앞이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마을 골목을 돌아 나와 찻길을 건너면 이내 산길로 접어든다.

 

 

 


제전마을 당집-당산할배와 당산할매를 모시고 정월대보름에 당제를 지낸다고 한다.

 

 


마을 뒤편 밭에 고들빼기를 한가득 심어 놓았다.

 

 


마을을 벗어나면 이내 산길로 접어든다.

 

 

 

  숲으로 들어서니 봄이 익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연둣빛 아기 새순이었던 나뭇잎들은 점점 자라서 훤칠한 청년들이 되었다. 이파리 색깔도 점점 짙어져간다. 어디선가 아찔한 향이 바람을 타고 날아든다. 두리번거리다가 이유를 알았다. 아카시꽃. 그랬다. 옥녀봉 산길은 아카시 천국이었다. 덕분에 숲 전체가 달큰한 향내로 가득했다. 아래로 쳐진 꽃가지에서 활짝 피기 직전의 꽃송이 몇 알을 따서 입으로 가져간다.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소환된다. 그래 이 맛이었다. 옥녀봉 산길에서 추억을 맛본다.

 

 


아카시꽃이 흐드러지게 핀 숲길은 달큰한 향이 가득하다.

 

 

 

  매년 봄이 오면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봄노래 따라 꽃길 여행을 하는 것이다. 봄노래 가사에 나오는 꽃을 보러 가는 여행,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일인데 아직 제대로 실천하지는 못했다. 첫 여행은 아무래도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녘으로 당신과 나 단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라는 ‘김윤아의 봄이 오면’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벚꽃 여행은 ‘로이 킴의 봄봄봄’ 과 함께 하고, 조금 늦은 벚꽃 여행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면 된다. 진달래꽃 외로이 핀 인적 드문 고개를 혼자 넘으며 흥얼거릴 노래는 ‘가곡 바위 고개’다. 라일락 흐드러지게 핀 공원 산책은 ‘이문세의 봄바람’과 함께 하면 그만일 것이고, 낮달 뜬 봄날 산길에서 하얀 돌배꽃을 만났다면 ‘동요 어느 봄날’이 제격이겠다.

 

 

 


오르막도 있지만 전혀 부담이 없는 싱그러운 숲길이다.

 

 

 

 

산길을 걷다

 

 

 

 아카시 꽃향기 가득한 산길을 올라 능선에 선다. 능선에서 맞는 바람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저 아래부터 올라왔을 나그네를 위한 선물이다. 바람이 실어 오는 나무의 내음으로 숲을 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으로 바람을 본다. 부드럽게 흐르는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 걸음을 가볍게 한다. 길이 편하고 발걸음이 가벼우니 자연히 걸음도 리듬을 탄다. 안단테에서 모데라토로 다시 알레그로로 변한다. 그러다가 주변에 눈이 가고 길섶에 핀 들꽃이 눈에 들어오면 걸음은 아다지오로 바뀐다. 걷기를 ‘느림의 미학’이라는 수사학적인 표현도 하지만, 걷기의 진면목은 ‘한눈팔기’라고 생각한다.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의 온갖 사물을 참견하고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걷기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여러 가지 탈것에서는 딴 곳에 눈을 돌릴 수 없는 것이니까.

 

 


길이 편하니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숲속 어딘가에서 뻐꾸기가 운다. 봄날 산속에서 들리는 뻐꾸기 소리는 그리움이다. 뻐꾸기 소리는 고향을 떠올리게 하고, 이제는 아련한 첫사랑도 생각나게 한다. 우리들은 대개 첫사랑의 추억이 있다. 반짝이던 청춘 시절이나 그보다 좀 더 어린 시절, 당시에는 인식하지 못했을지라도 세월이 흐른 뒤에 생각해 보면 그것이 첫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첫사랑은 세월이 가면서 흐릿해지는 것이 아니고 점점 더 예쁘게 채색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우리 모두의 첫사랑은 아름답고 소중하다. 지금 걷는 길의 이름이 ‘강동사랑길 중 연인의 사랑길’이다.

 

 

 

 

산에서 내려오다

 

 

 


옥녀봉 육각정자-옥녀봉은 해발 167m로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이다.

 

 

 

 길은 일심 전망대를 거쳐 옥녀봉(167m) 꼭대기로 이어진다. 정상에는 육각정자와 함께 쉼터가 만들어져 있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으니 한참을 쉬어도 좋다. 배낭에 넣어온 간식을 모두 꺼내 놓고 빨간 파프리카 한 조각을 입에 넣는다.

 

 


(좌) 내려가는 길에도 아카시꽃이 가득하다. (우) 양봉 벌통-아카시나무는 아주 우수한 밀원식물이다. 

 

 

 

 내려가는 길도 올라오던 길과 마찬가지로 부드럽고 유순하게 이어진다. 이곳 숲에도 아카시꽃이 한창이다. 길바닥에 하얀 꽃송이가 눈이 내린 듯 쏟아져 쌓였다. 아카시꽃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때죽나무 꽃이다. 떨어진 낙화지만 밟고 지나기가 미안해질 정도로 예쁜 모습이다. 때죽나무를 평소에는 구별하지 못하더라도 꽃이 피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다섯 장의 꽃잎을 별처럼 펼쳐 피는데 모든 꽃들이 땅을 향해서 아래로 핀다. 그래서 나무 아래로 가서 위를 쳐다보면 수십수백의 꽃송이가 황홀하게 핀 모습을 볼 수 있다. 눈처럼 흰 순백의 하얀 작은 종이 수도 없이 매달린 광경은 장관인데 때죽나무의 영어 이름도 ‘Snowbell-눈 종’이다.  

 

 


때죽나무 꽃

 

 


때죽나무 꽃-수 백송이의 꽃이 아래를 향해 달려있다.

 

 

 내려가는 길도 부담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길가에 하얀 찔레꽃이 피었다. 찔레는 장미과의 식물인데 야생에서 자라는 장미를 별도로 들장미라고 하니까 찔레는 우리나라의 들장미인 셈이다. 찔레는 줄기에 가시가 있는데, 찔레라는 이름도 가시에 찔린다는 것에서 유래되었을 것으로 추측을 한다. 찔레꽃은 대부분 하얀색이지만 간혹 연한 분홍색 꽃이 피기도 한다. 그런데 노래 가사에 나오는 찔레꽃은 하얀색도 있고 붉은색도 있다.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엄마가 일하러 가는 길에 핀 찔레꽃은 하얀색이고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남쪽 나라 내 고향에 핀 찔레꽃은 붉은색이라는데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어떤 것이 맞는 말일까? 찔레꽃은 흰 색도 붉은색도 있는 것일까? 찔레꽃은 기본적으로는 흰색이라고 한다. 간혹 아주 연한 분홍빛이 도는 꽃도 있지만 붉은색으로 표기할만한 꽃은 없다고 한다. 아마도 작사자가 다른 꽃을 찔레꽃으로 착각했을 것이라고 한다. 장사익의 찔레꽃은 하얀 찔레꽃이다.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돌아오는 길에서 본 제전마을










 

 

▶ 걷는 거리
4.7km

▶ 걷는 시간
2시간 30분
(순 걷는 시간. 답사 시간, 간식시간, 쉬는 시간 등은 포함하지 않음)


걷기 순서
제전항 ~ 제전마을 입구 ~ 강쇠길 ~ 옹녀길 ~ 일심 전망대 ~ 천이궁 ~ 옥녀봉
~ 원오사 ~ 정자 오피스텔 ~ 복성 마을 ~ 제전항

▶ 난이도
보통


▶ 교통편
●찾아가기 
  * 울산 시내에서 411번 버스를 타고 제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411번 노선 : 율리 공영차고지 ~ 법원 ~ 공업탑 ~ 시천 ~ 태화로터리 ~ 성남동 ~ 학성공원
~ 현대자동차 ~ 남목 ~ 주전 ~ 제전 입구 ~ 정자 ~ 신명 휴게소
* 울산 KTX 역 앞에서 5003번 리무진버스를 타고 학성공원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후에
411번 버스로 갈아타고 제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 울산 고속·시외버스터미널 앞에는 411번 버스가 없다.
411번 노선과 만나는 버스를 타고 갈아타야 한다.  
 
●돌아오기 : 찾아가기의 역순이다.
 
●주차장 : 제전항에 주차장이 있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경우 ‘울산 제전마을회관’ 또는
‘울산 북구 구유길 46-8(구유동 117)’로 설정하면 된다.

 


 

 

▶ 화장실
제전항 관리실

▶ 음식점 및 매점
 제전항에 장어요리 음식점은 있으나 다른 음식점은 없다. 제전항에 작은 매점이 있다.
노선 상에는 음식점이나 매점이 없다. 간식이나 마실 물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 숙박업소
제전마을에 민박, 펜션이 두어 곳 있다.

▶ 문의 전화
울산광역시 북구청 관광해양개발과 052-241-7743

 

 

 

 

 

 

 

글, 사진 : 김영록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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