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부안] 한여름밤의 달빛 걷기 - 변산마실길 7코스 곰소소금밭길

2017-08 이 달의 추천길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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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소 소금밭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고샅길과 논두렁 길, 바다와 면하는 방조제 둑길, 곰소 포구를 관통하는 전통시장과 염전 등 다양한 길이 펼쳐져 있다. 또 모양새만큼이나 역사와 사연도 풍성해 걷는 내내 여행자를 이런저런 감상에 빠지게 만든다. 소금밭길은 총 8코스 54km에 이르는 변산 마실길 중 7코스에 해당하며, 전분 부안 운호리 왕포마을에서 곰소염전까지 6.9km에 이른다. 

 

 


왕포마을

 

 

아름다운 곰소 소금밭길에 8월의 걷기 길 주제인 ‘달빛’을 가미했다. 곰소 소금밭길은 논두렁 내지는 바다를 막은 방조제를 걷기 때문에 시야가 확 트인다. 이 점이 한여름 달빛 걷기 코스로 곰소 소금밭길이 선정된 이유다. 달빛이 없는 그믐 무렵이라도 길을 찾기는 쉽다. 곰소와 왕포마을, 남쪽 부안면 해안의 불빛을 이정표 삼아 길을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낮의 기온이 35℃에 달하는 시간이라면 그늘이 거의 없는 이 길은 절대 금물이다.  

 

길의 시작인 부안군 운호리 왕포마을은 곰소항에서 차로 약 7km 떨어져 있다. 차를 도착지점인 곰소에 주차하고, 택시를 타고 왕포마을로 이동하기로 했다. 곰소항에는 택시가 3대가 운행 중이지만, 심야 시간엔 운행을 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곰소항
 

 

 

오후 7시 15분쯤 도착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택시기사에게 전화해 ‘왕포까지 가고 싶다’ 했더니 ‘20분 기다리라’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적 드문 시골에선 콜택시도 한참 걸린다. 마침 곰소염전 너머 뒷산으로 해넘이가 시작돼 다행히 사진 한 장을 건질 수 있었다. 날은 비교적 맑은 편이었지만, 음력 그믐이라 달빛은 전혀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곰소염전
 

 

 

택시를 타고 왕포로 가는 길, 국도 30호선을 달리는 내내 왼편 해안가를 주시했다. 너른 평야가 펼쳐진 방조제 너머로 곰소만(灣)의 갯벌과 갯골이 보이고, 곰소만 너머엔 다시 부안면의 해안선이 나타난다. 국도변 오른편 내륙으로 시선을 옮기면 명찰 내소사를 품은 관음봉(433m)이 솟아 있다. 차진 갯벌과 사철 짙은 소나무 숲, 천년 고찰이 자리잡은 유서깊은 고장이다.  

 

 




어선 대여섯 척이 정박한 왕포마을 풍경
 

 

 

국도에서 해안을 향해 위태롭게 떨어지는가 싶더니 아담한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 앞으로 방파제가 길게 뻗어 있으며, 방파제 안으로 작은 어선 대여섯 척이 정박해 있다. 전형적인 어촌 마을 풍경이다. 마을은 한없이 고요한 가운데, 방파제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만이 시리도록 밝은 광량을 내뿜고 있다.    

 

 


왕포마을
 

 

 

오후 8시 15분. 사위는 이미 어둠이 깔렸다. 그러나 아직 길의 시작점을 찾지 못했다. 마침 선착장을 거니는 주민에게 ‘곰소로 가는 걷기 길이 어디냐’ 물었더니, 마을 뒤편 소나무숲 능선을 가리키며 “차가 다니는 길로 올라가 능선을 타라”고 일러줬다. 고마움에 인사를 꾸벅 하고 길을 재촉했으나, 결국은 다시 시작점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마을 주민은 ‘곰소로 가는 걷기 길’이 아닌 ‘곰소로 가는 찻길’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길을 잃었을 때는 재빨리 원점으로 되돌아온 후 다시 길을 찾는 것이 원칙이다. ‘곰소염전 6.9km’ 이정표가 세워진 지점에서 왕포모텔 방향 골목길로 들어서니 전북대학교 학생들이 그린 담벼락 벽화가 보였다. 여기가 들머리인 것을, 30분이나 헤맸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왔다면 금방 발견했을 터인데, 밤길이다 보니 찾지 못해 주민에게 길을 물었던 것인데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생긴 것이다.  

 

 


마실길 입구를 알리는 왕포마을의 벽화

 

 

30분 에돌아 출발했지만, 스스로 길을 찾은 것에 뿌듯해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녁 공기는 습기가 가득 하지만, 뽕나무밭과 감나무밭 사이로 난 콘크리트길은 제법 운치 있다. 아무도 없는 이 밤, 홀로 밤길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도 왠지 모를 충만감을 갖게 한다. 꽃망울을 활짝 터트린 참깨 꽃이 헤드랜턴 불빛을 받아 새하얀 얼굴을 내밀고, 발밑으로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엄지손가락만한 밭게도 정겹다.  

 

 


밭게

 

 

다만 헤드랜턴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날벌레를 어찌 할 수 없어 곤혹스럽다. ‘해충 방지 패치 붙였다면 덜 했을 텐데’라는 밀려왔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다. 10분쯤 가니 ‘바다전망대’라는 네온사인 입간판이 보인다. 이곳을 지나자마자 길은 오른편으로 이어진다.  

   

첫 번째 만나는 헛갈리는 지점으로 자칫하면 지나칠 수 있으므로 유념해야 한다. 오른편으로 길을 틀자마자 ‘곰소염전 6.5km’ 이정표가 보인다. 시작점에서 400m 온 셈이다. 시간은 오후 9시가 넘어 사위는 칠흑 같은 밤이다. 

 

 


운호방조제 둑길의 거미(왼쪽)와 금낭아초

 

 

왼편으로 양어장, 오른편은 논을 가르는 둑길이다. 둑길은 이내 논두렁길로 변한다. 오른편으로 펼쳐진 간척지 너머로는 곰소만의 갯벌이다. 그러니까 둑길은 방조제 안 갯벌을 개간한 논과 논 사이를 가르는 경계 역할을 하는 것이다. 1km가 채 안 되는 둑길 양편으로 보랏빛 꽃을 피운 금낭아초와 거대한 크기의 거미, 숱한 날벌레가 여행자를 반겼다. 이정표가 많지 않아 ‘정말 이 길이 맞나’ 의심이 갈 무렵 ‘변산마실길’ 표지가 보였다. 참으로 반갑다. 

 

 


곰소 소금밭길 이정표가 반갑다.
 

 

 

걷기 길은 다시 국도 30호선과 합류한다. 국도로 진입할 때 잡초가 우거진 오르막을 통과해야 하는데, 산짐승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으슥했다. 솔직히 혼자라서 조금 무섭기도 했다.  

 

길을 시작한 이래 첫 번째 아스팔트길을 만났다. 출발점에서 약 2km 지난 지점으로 관선마을이다. 시골인데다 오후 9시가 늦은 시간이라 차량은 많지 않지만, 쌩쌩 달리는 차들 때문에 움츠러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보행자 표시를 할 수 있는 형광등을 배낭 뒤편에 매달면 조금이라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100~200m 가서 ‘하이얀펜션’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내려가면 국도 30호선을 왼편에 두고 걷기 길이 이어진다. 길은 ‘관선헌’이라는 비석에서 다시 국도와 합류하고 200m 가서 ‘신사와 호박’이라는 식당 입간판을 보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다시 걷기 길이 시작된다. 밝은 낮 시간이라면 금방 찾을 수 있는 길이지만, 캄캄한 밤이라면 헛갈릴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 

 

 


왕포마을의 야경

 

 

‘신사와 호박’이라는 음식점에서 길은 다시 우회전해 논길이 이어진다. 여기도 헛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논길을 따라 끝까지 직진하면 석포방조제 길이다. 왼편으로 석포평야 논, 오른편으로 밀물이 들어오는 갯벌이다. 갯벌 너머로는 곰소만 넘어 부안면 간척지를 밝히는 불빛이다. 그리고 등 뒤로는 왕포마을 불빛, 앞으로는 곰소항 숙박업소에서 뿜어내는 네온사인이 현란하다. 달빛이 전혀 없는 가운데, 인공의 불빛이 여행자의 등대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석포방조제는 ‘ㄱ’자로 크게 꺾여 약 2km 남짓 이어진다. 시선을 곰소항 쪽으로 고정하고 둑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길을 더듬어 찬아야 하는 부담감이 사라지자 비로소 야간 산책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었다. 여전히 후끈하지만, 체온에 비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몸을 식혀주었다. 오른편 갯벌 사이로 드러난 갯골에서는 희미한 불빛 사이로 밀물이 밀려오고 있었다. 둑길 중간에 잠깐 숨 돌릴 수 있는 갯벌 전망대 겸 쉼터가 나 있다. 초코바 2개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물을 한가득 마신 뒤 다시 출발했다. 

 

 


참깨밭

 

 

석포방조제 둑길에서 작도마을까지는 한달음이다. 고려시대 고려자기를 만들었다 하여 작도(作陶), 즉 그릇만드는 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또 '마을뒷산이 까치가 날아가는 형"이라 하여 작도라 불렸다는 설도 있다.  

 

여기서부터 곰소포구까지 국도 30호선을 타고 아스팔트를 걸어야 한다. 찻길 왼편으로 보행자도로가 있다. 곰소초등학교에서 왼편으로 빠지면 곰소염전으로 가는 길이다. 그러나 변산마실길은 바다 방향 포구로 나 있다. 포구를 한바퀴 돌아나오면 길은 다시 범섬공원을 따라 이어진다. 공원을 위시로 좌우로 곰소염전이 있다. 

   


 

코스 요약 

 

왕포마을~관선마을(1.7km)~작도마을(2.8km)~곰소항(1km)~곰소염전(1.3km)

(6.9km, 3시간, 밤에 걷는다면 난이도가 높은 편. 낮에 걷기는 쉬움.)

*역순으로 걸어도 무관.

 

교통편 

 

찾아가기 

[대중교통]

길은 왕포마을에서 시작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에서 가려면 

부안읍을 거쳐 가는 것보다 격포항까지 내려간 후 여기서 농어촌버스(210·301번)를 타는 게 낫다. 

1일 6회 운행하므로 미리 버스 시간을 알아보는 게 좋다. 격포터미널 063-582-8740

야간 운행이므로 차를 갖고 가는 게 좋다. 

[자동차]

차는 도착 지점인 곰소항이나 곰소염전에 주차하고 택시를 이용하는 게 좋다. 

곰소에서 왕포마을까지는 택시비 1만원 정도다. 

곰소에는 개인·법인택시가 총 3대 있으며, 버스터미널 옆 택시 정거장에서 전화하면 된다. 

  

돌아오기 

도착지점인 곰소항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격포보다 부안읍이 낫다. 

그러나 버스를 타고 부안읍까지 간 후 다시 고속버스를 타면 된다. 

부안시외버스터미널 1666-2429 

 

주변 관광지 

곰소 소금밭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8.2km를 더 걸어가면 내소사다. 차를 타고 가면 10분이면 갈 수 있다. 

내소사 가는 길의 전나무 숲길은 강원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길과 더불어 유명한 숲길이다. 

   

TIP


밤길을 더듬어 걸어야 하는 야간 운행은 평상시보다 훨씬 많은 체력이 요구된다. 시간을 넉넉히 잡고 천천히 걷는 게 좋다. 또 길을 잃는 등 안전사고에 대비해 반드시 2명 이상으로 팀을 꾸린다. 팀을 꾸렸다면 리더를 선정해야 하는데, 야간 산행 등 경험이 많은 사람을 리더로 삼는다. 팀원 모두 야간 운행 경험이 없다면 낮 시간에 찻길을 통해 미리 가야 할 길을 가늠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곰소 소금밭길은 해안선을 따라 길이 나 있기 때문에 차를 타고 가면서도 대강의 길을 머릿속으로 익힐 수 있다. 

 

야간 운행에 따른 필수 장비도 꼭 챙겨야 한다. 헤드랜턴은 물론 보조의 헤드랜턴을 더 챙기면 좋고, 여분의 배터리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충분한 물과 간식은 필수다. 또 시골길은 밤에 나다니는 개가 많기 때문에 호신용으로 등산 스틱을 챙기면 좋다. 곰소 소금밭길의 약 30%는 찻길이기 때문에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야광 스틱을 배낭 뒤편에 매달면 좋다. 자전거 라이딩용 후미등이나 야광조끼가 있다면 입고 가는 게 좋다. 이는 일행에게 본인의 위치를 알리는 효과도 있다. 

자세한 정보는 곰소 소금밭길 홈페이지(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1310) 참조.

   

화장실

왕포마을, 작도마을, 곰소항에 화장실이 있다. 

   

음식 및 매점

야간에 걷기 때문에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무더위에 자칫하면 탈수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물을 2ℓ 이상 충분히 준비하는 게 좋다. 또 견과류·초코바 등 단백질과 당분이 함유된 간식도 꼭 챙겨야 한다. 

   

숙박업소

곰소항에 숙소가 있지만, 대부분 모텔이다. 곰소항에서 멀지 않은 내소사와 격포항에 펜션 등 숙소가 많다. 

   

코스문의

변산마실길 063-584-0456 

부안군청 환경녹지과(063-580-4382, www.ibuan.co.kr/tour05)

 


 

글, 사진: 김영주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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