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해남] 마음을 헹구는 길 해남 달마고도

2018-06 이 달의 추천길 201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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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바위들이 산봉우리를 이어가며 화려한 춤사위를 펼치는 해남 달마산. 남쪽의 금강산이라는 별칭이 잘 어울리는 이곳에 지난가을 달마고도가 개통되었다. 이 길은 바다를 통해 인도불교가 전해졌다는 천년고찰 미황사를 출발해 산 중턱을 빙 돌아 미황사로 다시 돌아오는 17.5km의 둘레길이다. 오가는 사람이 교행하려면 슬쩍 옆으로 비껴서야 할 정도로 조붓한 길이지만 걷기여행의 감칠맛은 그 어느 길 보다 좋다는 찬사를 받는다.

 

 

 


길은 천년고찰 미황사에서 시작하고 마무리된다.

 

 

 

 일행들과 미황사 달마산 다원에 예약해둔 연잎밥 도시락을 찾아 걷기를 시작했다. 천천히 걸으면 7시간 넘게 걸리는 길이지만 중간에 식당이 없으므로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 양손에 쥔 등산 스틱으로 길을 찌르며 짙푸른 숲길로 시작되는 달마고도를 걷는다. 등산 스틱이나 노르딩워킹용 스틱은 두 발에 집중되는 노고를 두 팔로 나눠 몸을 고르게 쓰도록 돕는다. 달마고도 같은 장거리 숲길에서 하체의 피로를 덜어내는데 특히 유용하다.

 

 


미황사 달마산 다원의 연잎밥 도시락. 공양주의 손맛이 여간 맵자한 것이 아니다. 미리 예약해야 맛볼 수 있다(1만 원).

 

 

 

 

걷기여행길 조성의 모범이 되다.

 

 

 

 

 길 초입부터 사스레피나무와 삼나무, 편백나무, 동백나무 등이 녹음의 터널을 만든다. 아침이슬에 젖은 숲길은 땅에 떨어진 동백꽃을 더욱 싱그럽게 채색하고, 어둑한 곳에는 엽록소가 없어 반투명한 자태로 돋아나는 나도수정초의 고결한 자태가 하얗게 빛난다.

 

 


그늘진 곳, 나도수정초가 꽃말처럼 숲속의 요정처럼 돋았다.

 

 

 

 숲이 헐거워져서 바다 쪽으로 시야가 터질 때면 섬들이 수북이 쌓인 다도해 경관이 두 눈 가득 차오른다. 달마고도는 산과 바다가 펼쳐내는 장쾌한 경관을 뛰어넘는 길 자체가 주는 감흥이 크다. 길 주변에서 채취한 돌을 쌓아 석축을 깔고, 또다시 돌을 주워 땅에 묻어 경사면에서 흘러내리는 흙을 잡았다. 굴삭기 같은 중장비는 일절 사용 않고 곡괭이, 삽, 호미만으로 길을 닦아낸 것이다.

 

 


숲이 헐거워지며 바다 쪽 풍광이 열리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된다.

 

 

 

 사람 길은 사람 손으로 만들어야 좋다는 간단한 원칙을 달마고도는 지켜냈다. 굴삭기가 길을 넓히고 쇠기둥을 박아 나무데크를 놓는 기계시공이 횡횡하는 우리나라 길 조성 현실에서는 사람 손으로 길을 낸다는 원칙을 감당하기 어렵다. 간단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이 간단한 원칙이 달마고도에서 철저하게 적용된 까닭은 이렇다.

 

 

 


사람의 힘만으로 닦아낸 길, 걷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길을 처음 제안한 미황사 금강 스님은 달마산 순례 길이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지길 원했다. 그리고 이 길의 노선설계와 시공감리를 맡은 ㈜하늘그린의 권경익 대표는 걷는 길은 사람 손으로 닦아야 걷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인력시공 철학을 갖고 있었다. 금강 스님과 권 대표의 만남으로 인력시공 원칙이 끈질기게 고수될 수 있었고, 결국 우리나라 걷기여행길의 모범이 될 만한 달마고도가 세상에 태어났다.

 

 

 


돌 하나하나에 스민 손길과 땀방울을 안다면 걷는 의미가 더 커지지 않을까.

 

 

 

 권 대표가 달마산을 헤집고 다니며 찾아낸 노선을 설계도면으로 옮긴 후, 매일 40~50명의 인부들이 10개월 이상 달마산에 머물며 구슬땀을 흘렸다. 이곳에 굴삭기 기름 냄새가 아닌 사람 향기가 나는 까닭은 이 모든 사람의 노력과 집념의 결과다. 그래서 걷기여행길 조성과 관계된 행정기관 담당자나 시공회사 책임자들이 직접 걸어봐야 할 모범사례로 달마고도를 첫 손에 꼽을 만하다.

 

 

 


매일 40~50명의 인부들이 10개월간 구슬땀을 흘리며 닦아낸 길이다.

 

 

 

 

사람의 길, 사람 손으로 만들다.

 

 

 

 

 달마산은 능선에서 쏟아져 내린 바위들이 경사면을 뒤덮은 너덜지대 여러 곳을 지난다. 걷기 불편할 수 있지만 너덜지대 돌들을 요리조리 돌리고 작은 돌로 메워서 걷기에 편하도록 세심하게 정리했다. 이런 곳은 그늘 없는 대신 뻥 뚫린 시야가 보상되어 특별한 묘미를 준다.

 

 


가끔 만나는 너덜지대는 돌을 돌리고 메워놓아 걷기에 불편함이 없다.

 

 

 

 새벽까지 비가 내렸던 날, 바다 건너 완도의 산봉우리가 산안개를 띠처럼 두른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완도 하늘 위에서 수직으로 내려 보면 안개가 도넛처럼 산봉우리를 감싸고 있을 풍광이 마음에 그려진다.

 

 

 


섬이 수북이 쌓인 다도해가 길벗이 되어주는 달마고도

 

 

 

 두 발은 달마고도를 딛고 있으나 마음은 완도 하늘 위를 자유로이 날고 있다. 생각이 자유로운 것은 안전이나 길 찾기에 마음 씀 없이 편안하게 걷는다는 뜻이다. 바다 풍광과 바위, 흙, 산안개, 온갖 나무, 새들이 곡괭이질과 삽질만으로 만들어진 달마고도 위에서 아무런 모순 없이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 걷는 사람도 그 조화로움의 하나로 길 위에 스며든다.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 정방향으로 걷는 것이 좋다.

 

 

 

 달마산은 중국불교 선종의 창시자인 달마대사의 불심(佛心)이 머무는 산이라고 한다. 선종은 내 마음속 부처를 찾는 구도를 행하여 깨달음에 도달하려는 불교의 종파다. 달마고도를 걸으며 내 마음속 부처를 찾진 못했지만 이 길은 걷는 이들을 저 아름다운 저 풍경 속에 넣고 흔들어 마음을 헹구어 낸다. 길을 다 걷고 미황사로 돌아온 겉모습은 조금 피곤해 보였으나 마음속 온갖 스트레스, 걱정, 불안을 깡그리 헹구어낸 덕분에 부처 곁에 한 발짝 다가간 듯 맑고 고요해졌다.

 달마고도 7시간을 걸어내고 다시 본 미황사 대웅보전은 그 자체가 거대한 향불이 되어 부처님께 공양되는 듯 보였다. 활짝 열린 대웅보전 앞문으로 얼비치는 부처님이 인자하게 웃으며 ‘이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을 조금 알듯하냐?’며 묻는 듯했다.

 

 

 


미황사 대웅보전 부처님도 칠흑 같은 밤이면 후불탱화의 권속들과 달마고도를 걸으며 2500년 전 못다 한 설법을 이어갈 것만 같다.

 

 


미황사의 내력이 만만치 않음을 알려주는 승탑. 길에서 200m 정도 떨어져 있다.

 

 

 

 칠흑같이 어두운 그믐밤, 대웅보전 부처님도 갑갑한 대웅보전 밖으로 나와 후불탱화 속 권속들과 달마고도를 걸으며 2500년 전 다 하지 못한 설법을 이어갈지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꽤 그럴듯해 보일 만큼 달마고도는 아름다웠다.

 

 

 

 

 

 

 

걷기 여행 코스
17.5km
미황사~큰바람재~노지랑골사거리~몰고리재~인길~미황사

▶ 총 소요시간
7시간 내외

교통편
*대중교통 : 해남버스터미널에서 미황사행 군내버스 이용.
*주차장 : 미황사 주차장

 

 

 

 

 화장실 
미황사

음식점 및 매점
미황사 달마산 다원
연잎밥 도시락(사전예약 필수)
  

식수
미황사

▶ 길 안내
파란화살표를 따라 정방향으로 걸으면 길찾기 쉬움 
 

코스 문의
해남군청 문화관광과 (061)530-5915

 

 

 

 



글, 사진 : 윤문기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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