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여수] 다도해 외딴 섬에서 만난 최고의 걷기 길 - 거문도 녹산등대 가는 길 1코스

2017-09 이 달의 추천길 2017-08-29
조회수555

 

 



동도와 서도, 고도 등 큰 세 섬으로 이뤄져 옛날부터 삼도’, ‘삼산도’, ‘거마도등으로 불리던 거문도(巨文島). ‘巨文(거문)’이라니! 조선을 대표한 학자들을 줄줄이 배출하던 유서 깊은 고장들도 가져보지 못한 이름이다. 그런데 어쩐 일로 남도 끝 여수에서도 배를 타고 두 시간 반이나 더 들어서야 닿는 궁벽진 섬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일까

사정은 이렇다. 고종 22(1885)에 영국 해군이 이 섬을 점령했을 때, 이에 항의하기 위해 청나라 수군제독 정여창이 섬을 찾았다. 언어가 다른 조선의 섬사람들과 한자로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을 본 정여창은 외딴 섬에 학문이 뛰어난 문장가들이 많음에 감탄해 거문(巨文)으로 바꿀 것을 권유해 그 때부터 거문도라 불렀다는 것이다.


거문도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섬’

녹산등대에서 바라본 풍광. 등대로 이어지는 길은 물론, 거문대교로 이어진 동도와 서도, 멀리 고도까지, 거문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형적 위치로 인해 예부터 동아시아 뱃길의 중심지였던 거문도는 19세기 말, 아시아를 기웃거리던 서구 열강의 각축장이 되었다. 그 때, 당시 육지에선 구경하기 힘들던 당구장과 전깃불, 전화, 테니스장 등 근대문물이 먼저 들어왔다. 우리나라에서 그 어디보다 일찍 글로벌화 된 셈이다

거문도는 여수에서 뱃길로 삼백리(114.7km)인 먼 섬이다. 안내서에 대한민국 국가대표 섬이라는 당돌한 수식어가 눈에 띈다. 이런 당당함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거문도를 둘러보면 실제 이에 어울리는 내용을 가졌음을 금방 알 수 있다

남북으로 길쭉한 모양의 동도와 서도, 그 사이에 낀 작은 섬 고도가 심장처럼 모여 있는 거문도는 섬 일대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있을 만큼 구석구석 아름답다. 서도의 거문도등대와 녹산등대, 거문도항에서 동쪽으로 28킬로미터 떨어진 환상의 섬 백도는 거문도의 자랑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소들이다. 특히 서도 북단에 위치한 녹산등대를 찾아가는 왕복 3킬로미터의 걷기 길은 너무나 아름다워 거문도 여행의 필수코스로 꼽힌다.

 
바닷바람이 지나는 풀밭과 오솔길

녹산등대 가는 길이 시작되는 거문초교 서도분교.


서도리 북쪽 반도 끝에 우뚝 솟은 녹산등대는 장촌마을 언덕에 자리한 거문초교 서도분교에서 길이 시작된다. 찾아가는 길은 두 갈래다. 분교 오른쪽 산길을 따라 녹문정에 올랐다가 오른쪽으로 거문대교를 바라보며 걷는 길과 분교 왼쪽 이금포해수욕장을 끼고 가는 길이다.


녹문정에서 내려서며 본 풍광. 구불구불 이어진 정겨운 길 끝에 녹산등대가 서 있다.

 

 

이금포해수욕장을 끼고 들어서는 길. 주변을 뒤덮은 칡넝쿨 사이로 예쁜 길이 나 있다.


두 길 모두 아름답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거문도 바닷바람이 키워낸 푸른 풀밭이다. 파도가 철썩이는 바위절벽 위 너른 언덕을 따라 바람결에 제 몸을 맡긴 억새가 춤을 춘다. 그 풍광이 다분히 이국적이어서 찾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그 바람의 풀밭 양 끝으로 정겹기 이를 데 없는 오솔길이 나 있다. 바다 쪽으로는 목장 울타리 형태의 난간도 설치되어 있다. 난간엔 적당한 간격을 두고 여수를 노래한 아름다운 시(詩)들이 걸려 있다. 


사면을 뒤덮은 칡넝쿨도 멋진 풍광이 되는 길. 이금포해수욕장 쪽이다.


깔린 판석 사이로 풀이 자라는 길은 여간 쾌적한 게 아니어서 걷노라면 절로 흥에 겹다. 바람이 맑고 펼쳐진 풍광도 절경이라 나무랄 데 없는 길. 풀밭 사이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 아름다운 길은 걷는 이도 하나의 풍광으로 만든다. 이 길에 서 있으면 누구라도 그림 같다.


인어조형물 앞에서 본 풍광. 두 길 사이로 너른 풀밭이 펼쳐져 있다. 왼쪽으로 거문대교도 보인다.


풀밭 가장자리를 따라 난 오솔길. 누구랑 걸어도 정겹지 않을까!

깊 옆으론 온갖 꽃과 나무들로 여름이 한창이다. 보랏빛 꽃이 향기로운 칡넝쿨을 비롯해 누리장나무와 사스래피나무, 보리수, 소나무 등이 풀밭 사이로 드문드문 자라고, 골등골나물과 사위질빵, 엉겅퀴, 하늘타리, 패랭이도 꽃을 피웠다. 이생진의 시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처럼 가다가 하늘을 보고 가다가 바다를 보며걸음은 한없이 여유로워지는 곳이다.


외로운 녹산등대의 친구가 된 인어 ‘신지끼’

길 끝에 자리한 인어조형물. 거문도 어부들을 지켜주었다는 수호신이다.


풀밭이 끝나는 곳, 녹산등대가 빤히 건너보이는 언덕에 4.5미터 높이의 청동 인어상이 있다. 독일 라인강 옆 로렐라이 언덕의 마녀는 아름다움과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홀려 난파케 했다지만, 이곳 언덕의 인어는 딴판이다. 하얀 살결에 검은 생머리를 한, ‘신지끼라 불리던 거문도 인어는 달 밝은 밤이나 새벽에 나타나 절벽에 돌을 던지거나 소리를 내어 태풍으로부터 어부들을 구했다고 하니 거문도의 수호신 같은 존재다. 지금은 외로운 녹산등대의 하나뿐인 친구가 되었다.

 

 

누가 만졌을까? 인어의 한쪽 엉덩이가 반질반질하다.


누가 만졌을까? 인어의 한쪽 엉덩이가 반질반질하다.

인어상에서 400미터 떨어진 녹산등대는 거문도의 북쪽 끝에 위치한 만큼 조망이 빼어나다. 무엇보다 탁 트인 바다가 눈맛 시원한 풍광을 선물한다. 그 수평선 끝으로 청산도와 장도, 손죽도, 역만도, 초도 등 여수와 고흥, 완도에 속한 섬들이 점점이 떠 있다. 녹산등대는 이 섬들 사이 다도해를 오가는 수많은 배들의 길을 등대지기도 없이 저 혼자 하루도 빠짐없이 비춰주고 있다. 뒤돌아보면 서도와 동도, 멀리 고도까지 거문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2015년 완공된, 서도와 동도를 연결하는 거문대교도 잘 보인다.



녹산등대 석양. 운이 닿는다면 바다와 하늘이 황금빛으로 물든 환상적인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인어조형물에서 등대로 이어지는 길. 정자가 선 곳에서 길이 양쪽으로 나뉜다.(왼쪽) / 녹산등대에서 본 일몰. 해가 떨어지는 섬이 완도의 청산도다.


녹산등대는 일몰이 아름답다. 여름엔 완도의 청산도 너머로 해가 진다. 여건이 된다면 인어상과 녹문정 사이 풀밭에 서서 일몰을 감상해 볼 것을 추천한다. 일몰을 계획했다면 헤드램프를 챙겨가는 것도 잊지 말자. 


인어조형물 앞 넓은 풀밭. 그 사이로 두 길을 잇는 샛길이 있다.






코스 요약

 

서도마을→이금포해수욕장→인어해양공원→녹산등대→인어해양공원→녹문정→거문초교 서도분교→서도마을 
(3km2시간 남짓)

 

교통편


대중교통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거문도행 여객선 이용. 12(07:40, 13:40) 출발.
2시간 10분 소요. 요금은 36,100. 문의-오션호프해운() 061-662-1144
고도→서도마을: 거문도 택시를 이용. 택시요금 15,000. 거문도 택시 010-3607-1681, 010-4608-1681

*자세한 정보는 이곳을 참조해주세요tour.yeosu.go.kr 여수시청 관광문화



TIP

화장실

거문초등학교 서도분교장 옆, 녹문정 초입


식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정섬인 거문도는 해산물이 풍부하다. 그 중 매일 밤 출항해 낚시로 잡아오는 고등어와 갈치는 거문도를 대표하는 생선. 수많은 식당들이 고등어와 갈치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백도 유람선선착장 앞에 있는 강동식당은 거문도 주민들도 인정하는 맛집. 그날 잡은 생선으로 요리해 싱싱한 바다향이 온 상에 가득하다. 갈치와 고등어회도 별미. 주인 부부의 솜씨가 워낙 좋아서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맛있다. 정식은 12,000원씩, 갈치와 고등어회는 50,000원이면 푸짐하다. 061-666-0034


길안내
서도마을 맨 꼭대기에 있는 거문초등학교 서도분교가 기점이다. 학교를 중심으로 왼쪽이나 오른쪽 어디로 올라도 좋다. 인어해양공원을 가리키는 거문도 뱃노래길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서도분교 오른쪽 산길 따라 600미터 오르면 언덕 정상의 전망대인 녹문정에 닿는다. 거문대교로 이어진 서도와 동도, 고도는 물론 멀리 완도의 청산도와 고흥까지 모두 조망되는 최고의 명당이다. 전망대에서 등대로 이어지는 길은 해안 절벽을 따라 굽이굽이 정겹다. 큰 나무가 거의 없는 초지대여서 길 전체가 가늠된다. 전망대에서 500미터 간 곳에 신지끼라 불리는 거문도 인어상이 있다. 여기서 녹산등대까지는 400미터 거리다.
서도의 북쪽 끝 해안절벽에 세워진 녹산등대는 무인등대다. 한눈에 들어오는 거문도 풍광이 압권이다.
녹산등대에서 돌아오는 길은 인어조형물 앞에서 오른쪽 이금포해수욕장을 택하면 된다.
칡넝쿨이 무성한 사이로 두 사람이 어깨를 맞대고 두런두런 걷기 좋은 길이 서도분교까지 이어진다


코스문의
삼산면사무소 061-659-1257
여수시청 관광과 061-659-3874~3877




글, 사진: 이승태 <여행작가 jirisan07@naver.com>




 

 


- 이 달의 추천길 다른글 보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