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당진] 프란치스코 교황도 축복한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_버그내 순례길

2018-05 이 달의 추천길 201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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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내 순례길은 솔뫼성지부터 신리성지까지 이어진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 북부를 가로지르는 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걷기 길이다. 프랑스의 국경도시 ‘생장 피드포르’에서 사도 야고보의 유해가 안치된 스페인 북서쪽의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길이가 무려 800킬로미터에 이른다. 완주하는데 한 달이 넘게 소요되지만 매년 수십만 명의 순례객이 찾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순례길이다. 우리나라에도 천주교 성지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인상적인 순례길이 있다. 충남 당진의 버그내 순례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있는 솔뫼성지에서 조선의 카타콤베라 불리는 신리성지까지 조성된 이 길은 ‘미니 산티아고’라 불릴 만하다.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 솔뫼성지

 

 

 

 

 

 버그내 순례길은 당진 합덕읍에서 삽교천을 따라 이어지는 약 13킬로미터의 길로 그 이름은 합덕 장터의 옛 이름인 ‘버그내’에서 유래되었다. 이 길은 한국 천주교회의 초창기 시절부터 이용되었던 순교자들의 길로 유명한데, 그 사실을 입증하듯 코스 전반에 걸쳐 국내 최대의 천주교 성지가 분포되어 있다. 2014년엔 천주교회 최고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을 찾았고, 2016년엔 아시아 도시경관상을 수상하는 등 겹경사를 누리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순례길로 발돋움하였다.

 

 


 

 김대건 신부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익살스러운 동상이 솔뫼성지 순례객을 맞이한다.

 

 

 

 

 솔뫼성지 입구의 모습

 

 

 

 

 버그내 순례길의 시작점인 솔뫼성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탄생지이며 그의 증조할아버지부터 4대에 걸쳐 순교자가 살았던 곳이다. 대한민국 천주교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성지이기에 걷기길 시작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곳이다. 그런 이유로 버그내 순례길을 걷고자 하는 순례객들은 바로 이 시작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솔뫼성지로 입장하는 길,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제작된 김대건 신부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형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종교적 지도력은 물론 청렴함과 검소함으로 전 세계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내한 당시 솔뫼성지를 전격 방문하여 순례자들에게 큰 축복을 나눠주었다. 시대가 지나도 회자될 솔뫼성지의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우뚝 솟아 있는 십자가 예수상

 

 

 

 

 

 

 김대건 신부와 교황의 환영을 받으며 솔뫼성지의 입구를 통과하면 거대한 십자가 예수상이 곧바로 눈에 들어온다. 높이가 족히 10미터가 넘어 보이는 십자가상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그 이국적인 풍경에 놀라 이곳이 한국이 맞는지 잠시 헷갈릴 정도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기도를 드리고 있는 신도를 보고 있으니 절로 숙연해진다. 건너편으론 김대건 신부의 기념관과 솔뫼 성당이 이어진다. 다양한 자료를 통해 가혹한 박해를 이겨내고 들풀처럼 성장한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한눈에 품을 수 있다. 천주교 신자라면 먹먹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인상적인 공간이다.

 

 

 

 

 김대건 신부 기념관 내부의 모습

 

 

 

 솔뫼 성당 내부의 모습

 

 

 

 300년 수령의 소나무가 가득한 솔뫼 성지

 

 

 

 

 복원된 김대건 신부의 생가와 그 앞에 조성된 기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상

 

 

 

 합덕읍 시내에 걸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당시 사진

 

 

 


 성지 중앙에 위치한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면 이곳의 이름이 왜 ‘솔뫼‘인지 깨닫게 된다. 솔뫼는 문자 그대로 ’소나무가 산을 이룬 곳’이란 뜻으로 300년 수령의 커다란 소나무 수십 그루가 순례객들에게 푸른 안식처를 제공한다. 실제로 많은 순례객이 소풍을 즐기듯 소나무 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가볍게 간식을 즐긴다. 성지 끝자락엔 김대건 신부의 동상과 함께 복원된 그의 생가가 보존되어 있다. 생가 앞엔 기도를 드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금빛 동상이 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솔뫼성지 방문 당시 이곳을 “한국 교회 초기에 주님의 영광을 드러낸 순교 성지”라 칭하며 고개를 숙여 기도를 드린 바 있다.

 

 

 


충청지역 최초의 성당, 합덕 성당

 

 

 

 

 

 버그내 순례길은 왁자지껄한 합덕 시장을 관통한다.

 

 

 

 버그내 순례길은 국내 걷기길 중 표지판과 안내판이 가장 잘 갖춰진 곳 중 하나다.

 

 

 

 

 버그내 순례길 시작점인 솔뫼성지에서 다음 경로인 합덕 성당까지는 꽤 먼 길을 가야 한다. 거리가 거의 4킬로미터에 가깝지만 지루할 틈은 없다. 합덕 버스터미널을 지나 합덕읍의 중심가를 통과하는 덕에 정겨운 읍내 풍경이 내내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심에 위치한 합덕 전통 시장은 순례길의 보너스와도 같은 곳이다. 시장 구경이 재미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한 푼이라도 깎으려는 손님과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상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키득키득 웃음이 삐져나온다.

 

 

 

 

 

 합덕 성당까지 이어지는 벚꽃길

 

 

 

 합덕수리민속박물관의 외관과 그 곁에 조성된 연못

 

 

 

 합덕수리민속박물관 내부의 모습

 

 

 

 

 읍내를 지나 논두렁길 사이를 빠져나오면 당진의 자랑, 삽교천 물길을 따라 벚꽃길이 조성되어 있다. 벚꽃은 이미 몇 주 전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길 자체가 워낙 예쁘게 이어져 딱히 투덜댈 이유는 없다. 그리고 그 길 끝엔 충청지역 최초의 성당인 합덕 성당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천주교 박해 이후 1929년에 지어진 유서 깊은 성당으로 붉은 벽돌의 외관이 사랑스럽다. 마치 유럽의 한 조각을 당진에서 맛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낭만적인 모습을 자랑한다. 아니나 다를까, 순례객보단 데이트를 나온 연인들이 훨씬 많이 눈에 띈다.

 

 

 

 


 

 합덕 성당의 전경

 

 

 

 합덕 성당 파사드(정면부)

 

 

 

 합덕 성당 내부의 모습

 

 

 

 합덕 성당 옆으론 작년 10월,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된 합덕제가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선 천 년 역사를 가진 합덕제를 조선 3대 저수지로 소개하고 있으며 이는 주변 지역을 곡창지대로 만든 귀중한 저수 시설이다. 합덕제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합덕수리민속박물관도 곁에 있다. 합덕제를 중심으로 한 수리 사업에 대한 문화자료와 당진의 민속자료가 알차게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마당에는 줄타기와 씨름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특히 아이들이 반긴다. 만약 아이와 함께 버그내 순례길을 걷는다면 다리가 아프다며 투덜대던 아이들도 이곳에서만큼은 웃음을 지을 것이다.

 

 

 

 

 


무명 순례자의 위한 추모의 공간, 그리고 신리성지

 

 

 

 

 원시장과 원시보의 생가터와 우물

 

 

 

 무명 순교자 묘소 앞에 있는 이해인 수녀의 추모 시비

 

 

 

 

 목이 잘린 순교자들이 잠들어 있는 무명 순교자 묘소

 

 

 

 무명 순교자 묘소 곁의 추모공간

 

 

 

 

 

 이어서 무명 순교자들의 시신을 안치한 묘소가 나타난다. 이해인 수녀의 추모 시비가 세워진 이곳은 갖은 고문을 당한 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순교자들이 잠든 곳이라 경건함과 엄숙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1972년 당시 이곳에서 목이 없는 32구의 시신이 발견된 뒤 6개의 묘로 합장되었다. 묘소 앞에 세워진 나무 십자가와 그 곁에 놓인 추모의 꽃이 순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곳이다. 조용히 묵념을 올린 뒤 버그내 순례길의 마지막 장소로 향한다.

 

 

 


 

 신리 성지 전경

 

 

 

 신리 성지 내 다블로 안토니오 주교관

 

 

 

 

 순례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곳은 신리성지다. 신리는 조선시대 천주교 수용 초기부터 형성된 가장 큰 천주교 신앙촌이었다. 마을 주민 400여 명이 모두 신자였을 정도로 천주교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이곳은 특히 제5대 조선교구장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가 머물던 곳이라 종교적 의미가 더욱 깊은 곳이다. 다블로 안토니오 주교는 이 주변에 은신하며 천주교 서적을 저술하거나 번역하였기에 신리성지는 조선의 카타콤베(로마시대 비밀 교회)라고도 불린다. 주교가 머물던 가옥이 복원되어 있고 기념 성당과 순교자 기념관이 성지를 구성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너른 들판 위에 우뚝 솟아있는 순교자 기념관은 더없이 평화로운 모습을 자아내고 있다.

 

 

 


 

 신리 성지 순교자 기념관

 

 

 

 

 

 버그내 순례길은 단순한 걷기길이 아닌 대한민국 천주교 역사가 가득 깃든 순례 코스다. 굳이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잔잔한 감동과 소소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전체적인 규모나 유명세를 산티아고 순례길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당진에서 타올랐던 순교자들의 숭고한 정신은 시대가 지나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걷기 여행 코스

13.3km (솔뫼성지 ~ 신리성지)

 

 

솔뫼성지 - 합덕제 - 합덕성당 - 합덕수리민속박물관 - 합덕 농촌테마공원  

-합덕제 중수비 - 원시장 원시보 우물터 - 무명 순교자의 묘 - 신리성지

 

▶ 총 소요시간

 

4시간

 

 

난이도 

 

낮음

 

교통편
* 가장 가까운 버스터미널은 당진의 합덕 버스터미널이다.
서울 남부터미널 기준 합덕행 버스는 하루 8차례 운행하며 (첫차 06:38, 막차 19:00)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합덕 버스터미널에서 코스의 시작점인 솔뫼성지까지는 도보로 약 15분이 소요된다.
 
* 코스 시작점인 솔뫼성지와 도착점인 신리성지에 각각 무료 주차공간이 있다.

 

 

 

 

 

 

 

 

 화장실 

솔뫼성지, 합덕 버스터미널, 합덕성당, 합덕수리민속박물관, 신리성지

 

 

 

 

음식점 및 매점
솔뫼 카페(솔뫼성지), 솔뫼성지에서 합덕성당까지 가는 길에 합덕시장 
합덕읍 시내를 통과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수많은 음식점과 매점이 위치하고 있음.
 
숙박업소
합덕 버스터미널 주변 모텔 이용
 
코스 문의
당진시청 문화관광과 (041-350-3580~5), 솔뫼성지 (041-362-5021)

 

 

 

 

 

 

글, 사진 : 태원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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