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구] 날을 거둬 포용하는 배려의 길 - 남산순환나들길(쉽게 걷는 길)

2017-11 이 달의 추천길 2017-10-31
조회수609

 



길이란 게 그렇다그저 그렇게제갈 길에 뻗어있는 듯 해도 아니다잘 보면 `'이 있다날 세워 내치는 길이 있는가 하면옆면으로 둥글게가만히 포용하는 길도 있다걷다보면사람다니는 길인데자전거에 눈길을 준 길도 있고아예 자동차랑 사랑에 빠진 길도 있다그러니 그립다이 가을 오롯이 `사람'을 위해 날을 거둔 배려의 길그런데놀랍다머지 않은 도심 한복판에 이런 길이 있다게다가 `서울의 허파'로 불리는 남산. `북측순환로'로 알려진 이 길무디다날을 거둬 포용하는 이 배려의 길엔 그래서 포용이 있다거두고받아들이는 가을을 닮은 포용이다. 3420m짜리길고 깊은 가을의 울림이 있는 길이다.


가을을 닮은 무장애길

남산북측순환로 입구 안내소. 여기서부터 3킬로 남짓 순환로가 이어진다


남산순환나들길 북측순환로시작점은 남산케이블카 승강장 위쪽 건너편남산공원 입구 안내센터다오롯이 사람을 위한배려의 길시작점이다이 안내센터에서 와룡묘을 거치고 남산골 한옥마을 입구를 지나 국립극장까지 가는 3.4㎞ 길이의 탐방로원래는 차가 다니던 `'선 길이었는데, 91년 자동차 출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날을 감춘다그 뒤엔 자전거도 막는다사람을 위한무딘 배려의 산책길로 바뀐 게다바닥에도 날을 거둔다턱을 없애고계단을 깎고 각을 없애 무장애길로 변신한다장애인유아까지 휠체어어나 유모차에 앉아 가을 단풍 절경을 함께 만끽한다


남산순환로는 안전하다. 위급시 언제나 신고를 할 수 있는 위치표시(왼쪽). / 남산순환로 곳곳엔 쉬어갈 수 있는 나무의자들이 놓여있다


이쯤만 해도 대단한데이 길한술 더 뜬다길 가운데로 올록볼록 노란 블록이 보인다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 블록이다. 1㎞ 마다 이어지는 장애인 화장실에갈림길과 핫스폿에는 음성유도기도 꼼꼼히 마련돼 있다눈으로 못보는 남산 풍광가슴으로 느끼라는 배려다.

 이러니 이 길가을을 닮은 길이다가을은 응축의 계절이다숨기고거둬 들린다그렇게 사람을 포용하고 받아들인다.
 사실 남산엔 둘레길만 다섯이다△북측순환로 △산림숲길 △야생화원길 △자연생태길△역사문화길까지 남산 허리춤 9.1㎞를 애두른다이중 가장 가을을 닮은 길은 길이북측순환로, `쉽게 걷는길구간인 셈이다
 이 길은 그러니 사람에게만 열린 길이다뛰는 사람은 뛰어가고 걷는 사람은 걸어간다앉아서도지팡이를 짚고서도눈을 감고서도 간다가을을 몸에눈에가슴에담고 가는 새김의 길이다.


조지훈 시비와 와룡묘


남산의 가을


이 길이 마음에 드는 건 하나다배려의 길가을을 닮은 길이라 구구절절 풀어 놓았지만 다 필요없다짧다시작부터 3.4정말이지어어 하다보면 길의 끝이다그러니 지루할 틈도 없다인근 직장인들은 아예 점심을 건너 뛴 뒤훌쩍 한바퀴를 돈다그야말로 총알 힐링로드다.

 단풍 절정은 11월 중순께다. 케이블카 승강장 입구까지 가는 루트는 여럿이다. 개인적으론 `남산오르미'를 강추한다. 강남에서 강북으로 3호터널을 나와 불과 100m만 내려오면 오른편에 있는 명물이다. 사선으로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이어지는 몇 안되는 사선형 엘리베이터다. 내린 뒤에는 길만 건너편 북측순환로 입구다. 
 무장애길 명소 답게 늘 눈에 띄는게 시각장애인 전용 택시다. 이 길을 걷는 장애인이 평일에는 하루 300명이 넘고 주말에는 하루 1000명이 넘는다. 

 이맘땐 낙엽이 밟힌다그 바삭거림이 좋다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건 바닥 주의 그림자전거 금지인라인 금지흡연 금지마지막이 개목줄 풀기 금지 그림이 앙증맞게 그려져 있다. 10m쯤 위에는 파란색 바탕에 `배려의 길'이라는 문구가 연이어 보인다배려의 길지킬 건 지켜달라는 의미다.


절대 조심해야 하는 남산순환길 4가지.


목멱산방의 가을


1분여쯤 걸으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게 목멱산방이다언뜻 보면 `남산에 왠 고급 한정식집?'하시겠지만 오해다겉으로는 고급 한옥집인데반전이다실제로는 고품격 저가격의 메뉴로 정평이 나 있다게다가 고집도 있다고품질 저가격무화학 조미료직접 조리족보 있는 먹거리정성과 사랑이라는 5가지 원칙이다요즘 `'해진 건 순전히 미디어 덕이다예능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와 함께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에 소개가 되면서 평일에도 사람들이 몰린다특히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된 불고기 비빔밥과 육회 비빔밥은 단연 인기 메뉴.

 산방을 지나면 이내 왼쪽편에 높이 2m 남짓한 비석 하나를 만난다조지훈 시비(1971)어린 아이들이 신기한지 연신 비석을 만져대고 있다앞면엔 대표작 파초우가뒷면엔 일대기가 간략히 기술돼 있다.
 `외로이 흘러간 한송이 구름/이밤을 어디메서 쉬리라 던고/성긴 빗방울 파초잎에/후둘기는 저녁 어스럼/창열고 푸른산과 마조 앉아라/들어도 싫지 않은 물소리기에/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온 아침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이밤을 어디메서 쉬리라 던고'
 아무리 바빠도필히 심호흡 한번하고파초우 한수 읊고 가시라이런 게 남산 하고도가을의 `쉼표'


와룡묘. 중국 삼국시대 정치인 제갈량을 모신 묘사.


산방을 넘어서면와룡묘다단풍이 절정인 이맘때 이곳은 최고의 SNS 인증샷 포인트다와룡묘는 제갈공명의 사당이다중국 한이 무너진 혼란기유비를 도운 인물이 공명이다철문은 굳게 닫혔는데쪽문은 열려있다홍살문을 지나면 왼쪽 언덕에 `목멱산와룡묘라고 새긴 표석을 볼 수 있다사당까지는 가파른 계단이 오르막으로 이어진다단풍 터널을 따라새어드는 빛카메라 셔트를 누르는 족족작품이다.
 어떻게 이곳에 제갈량 사당이 있을까이곳을 지나는 산책족누구나 이런 의문을 품는다구한말 엄상궁이 지었다는 설이 있는데,설은 설일 뿐이다


중간반환점 한옥마을 갈림길

와룡묘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책 구간이다날을 없앤둘레길의 무딤을 담담하게 몸으로 느껴봐야 한다업다운 심한 자연생태길이나 제법 숨이 찬 신림숲길과는 달리 북측 순환로는 수평의 길이다모가 없고 날이 없다게다가 열려 있다구간 구간 지루하면 옆길로 새면 된다리라초로 아랫길로빠져도 되고 서울유스호스텔길로 나가도 된다.
 산책길 중앙은 노란색 유도블록이다가을 초입게다가 평일 오후인데도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여럿 보인다시각장애인들은 더듬더듬 유도블록을 짚어가며 가슴으로 단풍색을 느낀다.


위안부 기억의 길 가는 초입의 쉼터


10~15분 쯤 더 걸으면 묘한 갈림길 하나가 나온다. `300m - 기억의 터'라는 푯말이다여유가 있다면 이 곳 만큼은 찍어야 한다. 1910년 한일합방 조인을 했던 아픈 `기억의 터'. 그 자리에 위한부 할머니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기억의 터'를 마련해 놓은 자리다
 이곳을 지나면 중간 반환점 같은 한옥마을 갈림길을 만난다.


남산의 가을


왼쪽 아래쪽으로 서울시청 남산별관을 지나 구름다리 하나를 넘어가면 바로 한옥마을 위쪽(뒷문입구다보통은 4호선 충무로 4번 출구로 나와 오르막길을 헉헉대고 오르며 한옥마을을 감상하지만이렇게 북측산책로에선 위에서 내려가며 아래쪽 입구까지 `내리막길 감상'을 하는 반전을 경험할 수 있다사실 이맘때 한옥마을은 숨겨진 단풍 명당이다정자 주변 아름드리 휘어진 단풍 아래 호수에선 연신 팔둑만한 금붕어 떼 수백마리가 몸을 비벼댄다산이 붉은 산홍물이 붉은 수홍의 단계를 넘어물에 비친 얼굴이 붉어지는 `인홍'이라는 극강의 단풍 체험을 한옥 앞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니깐.


화끈한 ‘단풍 엔딩' 국립극장·장충단공원

한옥마을 갈림길


한옥마을 갈림길 직전이 고비다가장 가파른 구간수동 휠체어도 버겁다이곳 만큼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유모차를 미는 부모들도 헉헉 거릴 정도다경사도로만 따지면 12도가 넘을 정도유일하게 북측 순환로가 `'을 세우는 코스다그래도 잠깐이다오르막은 30이어지는데 고개만 넘어서면 다시 내리막이다숨은 차도 발걸음은 가볍다이내 한옥마을 갈림길이 보인다이곳의외의 인증샷 핫스폿이다갈림길 표지석 옆에 노랑빨강 꽃을 따로 심었으니가을 단풍 남산 최고의 인증샷 포인트로 꼽을 만 하다.


필동쉼터 가기전엔 꽤 넓은 쉼터 하나가 숨어 있다.


가볍게 마지막 종점을 향해 발을 뗀다전반적으론 경쾌한 내리막이다힘들다면 `필동쉼터'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다단풍 터널 한복판에 정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인 곳이다하지만 이곳은 `공식쉼터라 복잡하다오히려 필동쉼터 50m 쯤 전 우측켠으로 보이는 간이쉼터가 훨씬 더 넓고 운치가 있다.


석호정. 국궁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필동쉼터 지척이 석호정이다도심에서 활을 쏠 수 있는 몇 안되는 명소다평일에도 까마득히 보이는 검은 과녘을 향해 활시위를 당시는 궁사들이 꽤 된다최근 예능프로그램 `12'에서 정준영차태현데프콘이 국궁 수업을 이곳에서 받으면서 꽤나 유명세를 타고 있다.


동대 가는 길


석호정을 지나면 국립극장까지 한달음이다아쉬움이 남아 오히려 동국대학교 쪽으로 800m를 내려가는 마무리 코스를 택했다.이게 반전이다의외의 보석같은 가을 길이다계단길을 따라 내리막 경사면을 내려가는 다이내믹 함도 있는데중간중간 오래된 고목들이 나무 터널을 만들어 내는 구간도 매력적이다.


장충단 공원


마지막 방점을 찍는 장충단공원 역시 가을 단풍의 숨은 포인트다장충단 공원을 나가자 마자 만나는 3호선 동대역역사계단길 아닌 에스컬레이터가 반긴다마지막까지걷기에 지친 이들을 위한 눈물겨운(?) 배려그야말로 완벽한 가을 단풍엔딩이자 배려엔딩이다.





코스 요약

남산공원입구(케이블카승강장 건너편)~목멱산방~와룡묘~서울시청별관~남산골 한옥마을갈림길 ~필동쉼터~석호정~국립극장(남산순환버스정류장)
(3.4km, 1시간*, 난이도 보통)
*순 걷는 시간


교통편

대중교통
명동역 3, 4번 출구로 나와 남산케이블카까지 걸어가면 된다. 
도보 15. 충무로 역으로 나왔다면 2번과 5번 남산 순환 노랑버스를 타면 된다.


TIP

길 찾아가기
찾기 쉽다. 시작점은 남산케이블카 승강장 건너편 순환로 입구안내소다. 승강장 바로 건너편엔 `남산 3'입구가 있다. 바로 오르막으로 연결되는 이 길은 정식 입구가 아니다. 예서 조금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바로 안내소다. 걷기 전에 안내소에서 `남산둘레길'지도를 받으면 다섯가지 테마의 남산 둘레길 지도를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그래도 헷갈리면 여행길 포털 사이트에 있는 위성지도 또는 GPS트랙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서울유스호스텔 우회로 = 유스호스텔쪽에서 진입하는 구간도 있다. 순환로 3분의 1 지점과 만난다. 이 인근이 `기억의 터'. 미리 `기억의 터'를 둘러보고 북측순환로로 진입할 수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 우회로 =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도 중간진입이 가능하다. 한옥마을 남쪽(위쪽) 뒷문으로 나와 구름다리를 건너 서울시청 남산별관으로 올라가면 된다. 북측순환로 2분의1 지점이다. 필동쉼터와 석호정이 지척이다.
*동대 장충공원 우회로 = 장충공원에서 역으로 남산케이블카의 순환로 입구까지 걸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다만 장충공원을 가로질러, 동대 상록원 윗길로 올라갈 때 가파른 계단길이라는 게 힘들다. 가파른 경사로 구간이 300m 정도 이어지는 구간.

음식점 및 매점
시작점인 남산케이블카 인근 소파로 `왕돈가스'골목이 맛집 포인트다이름하여 `남산 돈가스'. 옛날식 스프는 기본바삭하게 튀겨낸 뒤 달짝지근한 소스를 뿌려준다밑반찬이 깍두기와 김치풋고추와 된장이다돈까스일지생선일지 정하지 못했다면 반반 메뉴를 강추.

코스 문의
남산공원운영과 (02)3783-5900





글, 사진: 신익수 (매일경제신문 여행·레저 전문기자)

- 이 달의 추천길 다른글 보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