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보은] 속리산 달천계곡서 마음 씻으며 걷기_보은 오리숲 세조길

2018-05 이 달의 추천길 2018-05-03
조회수945



세자를 거치지 않고 즉위한 조선의 첫 번째 임금 세조. 조카를 퇴위시켜 결국 죽게 만들고, 형제들마저 사사시킨 골육상쟁의 주인공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 불교와 인연이 깊다. 유교가 내세우는 도의(道義)를 따랐다면 꿈도 못 꿨을 왕위찬탈이었으니 불교를 가까이 했을지도 모르겠다. 대군시절부터 절을 자주 찾았고 고승들과 교류도 적지 않았다고 사서에 적혀있다.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궐 안에 불당을 짓고, 수많은 사찰의 불사를 지원했다. 불경을 한글화하여 대중에게 알리고, 법화경과 금강경을 인쇄하여 유포하는 등 불교 발전에 이바지하여 대호불왕(大護佛王)이라 칭송되기도 했다. 말년에 얻은 피부병 치료를 위해 전국의 명찰을 두루 찾는데, 그중 한 곳이 속리산 복천암이다.

 

 

  세조가 복천암의 3일 법회에 참석하러 행차할 때 연(왕의 가마)이 걸리지 않게 가지를 들어 올려 정이품 벼슬을 제수 받은 정이품소나무가 그때의 이야기를 살아 전한다. 당시 세조가 지났던 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2년 전 개통한 ‘오리숲 세조길’이다. 대국민 공모를 통해 이름을 정한 ‘세조길’ 명칭은 속리산을 여러 번 오갔던 것을 세조를 새삼 추억하게 한다.

 

 

 

 


복천암 행차길 따라 타박타박

 

 

 

 눈이 시원해지는 침엽수림 구간은 피톤치드가 많기로 유명하다

 

 

 

 

 세조길의 시작은 정이품송에서 조금 더 들어간 속리산터미널이다. 대형식당들이 즐비한 법주사 진입로에서 한 칸 물러선 뒷골목으로 길이 놓였다. 울창한 침엽수림 사이로 뻗은 숲길이 법주사까지 20분 가까이 이어진다. 이토록 아름다운 숲길을 가졌으니 새 이름 붙여 길 내고 싶은 맘이 컸겠다.

 

 

 

 

 호서제일가람 법주사 일주문을 지난다. 즉, 법주사입장료를 내야 들어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법주사 입구부터 세조길 종점인 세심정까지는 평지와 다름없는 안락한 길이다. 달천계곡 숲으로 이어지는 법주사부터 세심정까지는 거리가 3km 정도다. 청아한 물소리로 귀를 씻고, 맑은 공기로 폐를 닦아내는 좋은 길이다. 물 맑은 저수지 안쪽으로 수변데크를 놓아 근사한 경치도 뒤따르니 눈도 즐겁다.

 

 


 

 저수지 좌안으로 데크길을 놓아 길을 잇는다

 

 

 

 자동차도 다닐 수 있는 본래 길 곁에 새롭게 걷는 길을 닦았다. 나무데크와 야자매트를 설치한 인공의 길인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의 이용을 감안한 것으로 생각되나 야자매트 정도는 걷어낼 수 있는 구간이 적지 않다. 있는 그대로를 지켜야할 국립공원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 길을 개통한 첫해 60만 명이 이 길을 즐겼다고 하지만 높은 이용률이 언제나 정답일 수는 없지 않을까!

 

 

 


숲에 이끌려 물소리에 마음 씻는 길

 

 

 

 


달천계곡의 시원한 물소리가 함께 하는 길이다

 

   세조길 종점인 세심정 갈림길. 세조길은 여기서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지만 문장대 방향으로 10분 정도 더 가면 복천암까지 다녀올 수 있다

 

 

 

 

 세심정은 세조길 걷는 이들이 발길을 돌리는 반환점으로 문장대로 향하는 고갯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래서 문장대(해발 1054m)까지 오를 등산객은 곧장 능선을 향해 직진한다. 세조가 복천암에서 법회를 열고 몸을 씻었다는 목욕소(沼)도 이 부근이다. 세심정에서 곧바로 돌아오기 보다는 문장대 방향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복천암까지 다녀오는 게 세조길의 의미를 더 살리는 일이 아닌가 싶다.

 

 

 

 

 국보 3점을 비롯해 곳곳에 다양한 문화재와 볼 것이 많은 법주사

 

 

 

 

 세조길은 법주사 문화재입장료(성인 4천원)를 내야 하므로 걷는 사람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유료인 셈이다. 거찰 법주사는 구석구석 볼 것이 많으므로 세심정에서 되짚어 올 때 들리는 게 좋다.

 

 

 

 

 국내 유일의 목탑인 팔상전은 내부까지 관람하는 게 좋다

 

 

 

 

 보통 법주사 금강문 앞에 이르면 팔상전과 미륵대불의 위용에 홀려 문으로 빨려 들 듯 경내로 들어서고 만다. 하지만 금강문 왼쪽 돌담을 따르면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고려시대 마애불을 친견할 수 있으니 잠시 머물다 가는 게 좋다. 투박한 고려시대 작품답지 않게 호가 원만한 법주사 마애불은 연꽃 위에 앉은 자세로 전법륜인(설법인) 손갖춤을 취한다. 전체적으로 당당한 자세에 비해 잘록한 허리가 고려시대 불상임을 짐작케 한다(보물 216호).

 

 

 

 

 세조길과 함께 경험해볼 만한 보은의 명물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삼국시대 최고의 산성 삼년산성, 연화부수형 명당에 자리한 선병국 가옥, 정이품송의 부인송으로 알려진 서원리소나무, 속리산 입구의 대표먹거리 버섯전골이다

 

 

 

 

 법주사 관람까지 찬찬히 마쳤으면 다시 속리산터미널로 돌아온다. 터미널까지 되돌아올 때는 세조길보다 본래 사찰 진입로를 따라야 다양한 식당과 토산품가게를 만난다. 속리산 입구 식당가는 다양한 한식을 주 메뉴로 하는데 야생에서 채취한 버섯으로 조리하는 전골이 유명하다.

 

 

 

 

 갖은 나무들이 호위하는 아름다운 길이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면 세조길만으로는 하루여행으로 시간이 남는다. 이때는 우리나라 최고의 산성이랄 수 있는 보은 삼년산성이나 연화부수형 명당에 자리한 선병국가옥, 정이품송의 부인송으로 알려진 서원리소나무 등을 여행일정에 추가할 수 있다.

 

 

 

 

 

 

 

 

 

 

걷는 거리
4km (왕복 8km, 법주사 관람 별도)

걷는 시간
1시간 30분 내외(왕복 3시간 내외)

걷는 순서
속리산터미널~오리숲길 입구~법주사매표소~탈골암입구~세심정 갈림길

문의 전화
속리산국립공원(043)542-5267

 

 

 

 

 

 

 

  

 

화장실
곳곳에 다수

식수
사전준비 하거나 출발지 매점서 구입

식사
출발지 인근 식당가

길안내
작은 인공폭포가 있는 오리숲길 입구만 찾으면 길찾기는 비교적 쉬움.
 
대중교통
서울(동서울터미널, 강남터미널, 남서울터미널), 수원, 대전, 청주 등에서는 속리산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노선이 있다.
직행 버스가 없다면 대전이나 청주까지 가서 그곳에서 속리산행으로 환승한다.
보은읍내에서 속리산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가 자주 있다.

주차장
속리산주차장

 

 

 

글, 사진: 윤문기 여행작가

 

 

 

 


- 이 달의 추천길 다른글 보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