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합천] 해인사 소리길

2018-05 이 달의 추천길 201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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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길은 가야산국립공원 아래 팔만대장경을 모신 해인사와 그 아래 홍류동 계곡을 따라 이어진 6km는 길이다. 졸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는 홍류동을 따라 무럭무럭 잎을 키우는 신갈나무·굴참나무·상수리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5월이 되면 한껏 커진 이파리들로 숲은 더 우거질 것이다.

 

 

 해인사는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가야산(1,430미터) 남쪽 산자락 아래 자리 잡은 명찰이다. 특히 가야산에서 발원해 가람을 감싸고 흐르는 홍류동(紅流洞) 계곡이 그만이다.

 

 

  소리길을 방문한 4월 셋째 주 주말은 합천의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할 정도로 이상고온 현상을 보였다. 마침 걷기 여행을 위한 행장을 차린 때는 오후 3시로 더위가 한풀 꺽인 시간이었다.

 

 

 


  

 

 

 

 해인사 주차장으로 홍류동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코스를 택했다. 버스 기사는 “아래서 위로 올라가는 길이 더 예쁜데…”라고 했지만, 해질녘까지 시간이 넉넉지 않은데 터벅터벅 부담 없이 걷고 싶었다.

 

 

 


 

 

 

 소리길이 목적이지만, 해인사를 그냥 지나칠 순 없어 짬을 내 경내를 둘러봤다. 해인사는 신라시대 화엄십찰(華嚴十刹)의 하나다. 절의 이름은 화엄경 중 해인삼매(海印三昧)에서 유래했다. 해인삼매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한없이 깊은 바다에 비유하며, 중생의 번뇌 망상이 멈출 때 비로소 우주의 참된 모습이 물에 비친다는 뜻이다.
  

 

 


 

 

 물소리길은 계곡 옆 숲길을 걸으며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등 우주 만물이 소통하고 교감하는 생명이 소리를 들을 있다고 해서 붙
여진 이름이다. 해인삼매와 물소리길은 이름 궁합까지 잘 맞는다.

 

 

 


 

 
 길은 박물관 바로 아래서 시작된다. ‘대장경 축전주차장 5.8km’라는 이정표 아래로 데크 길이 조성돼 있다. 축전은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한 ‘대장경 세계문화축전’을 말하는데, 매년 가을 해인사 아랫마을 야천리를 주 무대로 열린다. 축전주차장은 야천리 위쪽 홍류동 계곡 옆에 있다. 그러니까 해인사 절 아래부터 마을 어귀에 이르는 약 6킬로미터 길이 소리길의 시작과 끝인 셈이다.

 

 

 

  

 

 

 

 

 병풍처럼 늘어선 가야산 능선을 등지고 걸어서인지 발걸음이 가뿐하다. 길도 아주 잘 정돈돼 있다. 홍류동은 가을 단풍이 너무 붉어서 흐르는 물조차 붉게 보인다 하여 홍류(紅流)라 이름 붙여졌다. 이 계곡은 최치원(857~?)과 떼놓고 설명할 수가 없다. 신라시대 고고한 인생을 살았던 선비 최치원은 유교 불교 도교에 두루 정통한 선비였으나, 신분제도의 벽에 가로막혀 그 뜻을 펴지 못하고 재야에 머물다 생을 마감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이곳 홍류동은 그가 노년을 보낸 곳으로, 갓과 신발만 남겨둔 채 홀연히 신선이 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30분 남짓 걸었을 때 낙화담(落花潭)을 만났다. ‘꽃이 떨어지는 소’란다. 낙화담 전망대에는 국립공원관리소에서 설치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어젯밤 풍우에 골짜기가 요란하더니, 못 가득히 흐르는 물에 낙화가 많아라. 도인도 오히려 정의 뿌리가 남아 있어,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이 푸른 물결에 더해지네’. 어디선가 은은한 꽃향기가 흘러나왔다. 아직 지지 않은 산벚꽃이거나 때보다 일찍
핀 이팝나무 꽃향기일 것 같다.


 낙화담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 사람의 눈높이만한 소나무가지에 ‘하심(下心)’이라고 새겨진 푯말이 눈에 띄었다. 하심이라는 한자 밑으로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이라고 뜻까지 달았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테지만, 천년 고찰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이라 그런지 자꾸 머릿속에 남아 맴돈다.

  

 

 

 

 

 

 

 

 

 

 

 홍류동 계곡 6km에는 낙화담 같은 명소가 수시로 등장한다. 합천군이 지정한 ‘가야산 19경’ 가운데 16곳의 명소가 홍류동에 있다. 명진교를 넘어 길상암을 지나면, 제월담(霽月潭), 달빛이 잠겨 있는 연못을 만난다. 그다음은 선인이 내려와 피리를 부는 바위 취적봉(翠積峰), 풍월을 읊는 여울 음풍뢰(吟風瀨) 등이 나온다. 가는 곳곳마다 안내판에 시구가 새겨져 있어 잠시 휴식하며 음미할 수 있다.

 


 음풍뢰를 넘으면 농산정(籠山亭), 최치원 선생이 가야산에 들어와 수도한 자리다. 농산정은 다른 곳과 달리 작은 정자가 있다. 초저녁 산들바람을 벗 삼아 소일하는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았다. 아마 천여 년 전 최치원의 음풍농월, 풍류가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길은 어느덧 홍류문(紅流門) 앞까지 이르렀다. 해인사의 일주문이다. 이 길을 지나 다시 숲으로 들면 이제는 인공으로 조성한 길보다는 본래 있던 낙엽 길과 흙길을 만난다. 아마도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인사에 몸담은 수많은 스님과 행자, 절 아래 마을사람들이 이 길을 지났을 것이다.

 

 

 

 

 

 

 


 홍류문서 터벅터벅 20~30분을 더 걸으면 야천리 마을 입구다. 주막을 지나 야천리 가기 전, 황산2구 마을 앞으로 작은 점방이 여러 개 있다. 잿빛 콘크리트 담벼락에 ‘막걸리·부추전·도토리묵·커피’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근처에 캠핑장이 있다. 작은 개울에 둘러싸인 캠핑장은 아주 호젓하다. 옆으로는 홍류동 계곡, 그리고 북쪽으로 펼쳐진 가야산 산 능선을 캠핑장을 감싸고 있다.

 

 


 

 

 

 


 여기서부터 대장경 축전장까지 30분은 논밭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걷는다. 시골의 논밭은 언제 봐도 정겹다. 모내기에 들어가는
5월이 되면 논엔 논물이 찰찰 차고, 밭엔 푸름이 더할 것이다.

 

 

 

 

 

 

 

▶코스 요약
영산교~길상암(0.9km)~농산정(1.1km)~
소리길 탐방지원센터(1.8km)~대장경 축전장(2.2km). 6km

교통편
대구 서부 버스정류장에서 해인사까지 121회 버스가 운행한다.
해인사 시외버스터미널 055-932-7362

 

 

 

 

 

 

화장실 및 매점
소리길 입구, 황산2구 마을버스 정류장, 홍류동 매표소, 길상암 등에 화장실이 있다.
황산2구 마을 입구, 탐방지원센터 위, 종점 가기 전에 매점이 있다.


걷기여행 TIP

-대장경 축전장에서 해인사 방향으로 올라가는 코스는 가야산의 병풍 능선을 감상할 수 있다.
-어린이 등 가족과 함께 하는 걷기 여행은 해인사 앞에서 대장경 축전장까지 내려가는 코스가 훨씬 부담 없다.
-걷는 동안 농산정·칠성대·낙화담 등 가야산 19명소 중 16곳을 지난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탐방(체험) 할 수 있는 길이다.

코스문의
합천군청 관광진흥과 055-930-4668
가야산국립공원 사무소 055-930-8000







글, 사진: 김영주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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