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귀포] ‘바람의 섬’ 제주를 느끼다

2017-01 이 달의 추천길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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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겨울 제주의 날씨는 혹독하다. 바람은 미친 듯이 불고 때론 눈발도 날린다. 하지만 이런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바람의 섬’ 제주 특유의 아름다움이 살짝살짝 드러난다. 제주올레 중 7코스와 더불어 명품 코스로 꼽히는 10코스는 세찬 바람 부는 날 걷기에 제격이다.

 

 산방산 둘레길 찾아 재개장한 10코스

  1년간 휴식년제가 들어간 10코스가 작년 8월 다시 개장했다. 화순항 방파제 축조 공사와 송악산 정상 자연휴식년제 시행 등으로 일부 코스를 변경했다. 출발점은 화순금모래해변 앞의 올레안내소다. 올레안내소 앞에는 스위스와 우정의 길임을 알리는 노란색 안내판이 붙어 있다. 우정의 길은 ‘레만호의 라보 와인길’이다. 필자는 2015년 여름 레만호 와인루트를 일부러 찾아서 걸어봤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주올레와 우정의 길임을 알리는 안내판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10코스는 산방산이 중심이다. 여러 방면에서 산방산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은 사계해안도로에서 본 산방산.

 

 

안내소에서 산방산을 바라보며 출발하면 곧 화순금모래해변으로 들어선다. 소박하고 조용하던 화순해수욕장은 관공선부두(해경부두)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시끄러운 기계음이 울려 산만하기 그지없다. 여기서 해변을 따라 조이플 게스트하우스를 지나면 거대한 미끄럼틀을 가진 담수풀장이 나온다. 이곳 수영장은 용천수를 이용해 여름철이면 인기가 좋다. 담수풀장에서 본래 길은 해변을 따르지만, 그 길은 화순항 공사로 거대한 퇴적물이 막고 있다.




출발점인 화순올레 안내소. 산방산 방향으로 출발한다.

 

 

여기서 길은 노란색 띠로 출입금지를 알리는 해변 옆으로 소나무가 비쭉비쭉 뻗은 작은 동산이 솟았는데, 그곳으로 이어진다. 입구에 ‘썩은다리 탐방로’, ‘화순곶자왈’ 안내판이 서 있다. 썩은다리가 바로 작은 동산을 말한다. 지도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1997년 제주도에서 발행한 ‘제주의 오름’이란 책에 당당하게 368개의 오름 중 하나로 등장한다. 나무데크를 밟고 오르면 금방 정상에 올라서고, 산방산이 성큼 가까워진다. 이제 올레길은 화순곶자왈의 속살을 헤집고 나아간다.




화순금모래해변에서 바라본 산방산. 변형 코스는 앞에 보이는 작은 동산인 ‘썩은다리’로 오른다.

 

 

Y리조트 옆을 스쳐 도로를 건너면 곧 영산암 입구다. 영산암으로 들어가니, 암자 건물 뒤로 솟구친 산방산은 마치 월출산을 보는 듯 기암괴석이 날카롭다. 영산암은 한국불교태고종 제주교구 소속 사찰로 옛 수덕사의 법맥을 이어오고 있는 절이다. 마용기 승려가 창건한 수덕사는 제주 4·3사건 당시에 토벌대에 의해 불탔다. 그러자 마용기 승려가 초집을 짓고 명맥을 이어오다 1951년 사찰을 재건하고 사명을 영산암으로 개명했다고 한다.


다시 길을 나서면 보덕사 입구가 나오고 산방산은 시나브로 차오르는 달처럼 점점 둥글게 변한다. 걸으면서 그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높이 395m의 산방산은 조면암질 안산암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형태가 아름답고 특이해 동부의 성산일출봉과 쌍벽을 이룬다. 전설에 의하면 한라산에서 사냥하던 어느 사냥꾼이 사슴을 발견하고 활을 쏘았는데, 화살이 빗나가 옥황상제의 엉덩이를 맞추었다. 화가 난 옥황상제는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 던져버렸다. 그 봉우리는 서쪽으로 날아가 서쪽 바닷가에 박혔다. 그때 봉우리가 뽑힌 자리가 백록담이고, 서쪽에 박힌 봉우리가 산방산이라 한다. 산방산과 백록담의 아래 둘레가 비슷하다.




화순해변을 벗어나면 산방산의 한 바퀴 돌게 된다. 보덕사의 해학적인 돌장승.

 

 

산방산을 에둘러 나오면 사계포구에 닿는다. 변경된 길은 해변을 따르는 옛 코스에 비해 볼거리는 떨어지지만, 산방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사계포구에서 시작되는 사계 해안은 백사장, 퇴적암, 현무암 등이 번갈아 가면서 나타나는 멋진 길이다. 특히나 강한 바람이 파도를 거느리고 대지에 부딪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백사장이 퇴적암들로 바뀌면 ‘발자국 화석 발견지’가 나온다.




산방산 둘레길에서 만난 감귤밭.

 


뒤편에서 바라본 산방산의 모습. 산방산 둘레길은 산방산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계해안도로에서 만난 올레 이정표. 뒤로 형제섬이 보인다.

 

 

 역사적 아픔이 담긴 섯알오름과 알뜨르비행장

  화석 유적지를 지나면 송악산 입구다. 그 아래 마라도행 유람선 선착장 쪽으로 가면 송악산 아래의 일제 동굴 진지를 볼 수 있다. 송악산 아래는 일제의 가이덴 특공대가 파놓은 15개의 동굴이 뚫려있다. 동굴 안에서 바라보는 형제섬과 한라산의 모습이 장관이다. 송악산 입구부터 송악산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송악산 둘레길이 이어진다. 예전에는 송악산 정상을 오를 수 있었지만, 심각한 훼손으로 2020년 7월 31일까지 휴식년제로 묶였다.




송악산 일제 동굴진지에서 본 산방산과 한라산.

 


송악산은 바다로 툭 튀어나온 지형 덕분에 산방산과 한라산 조망이 일품이다.

 

 

송악산의 솔숲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 내려오면, 송악산 입구가 다시 나오고 새로 생긴 도로를 만난다. 도로를 가로질러 호젓한 오름 능선을 따르면 섯알오름 일제고사포진지와 위령비를 연달아 만난다. 섯알오름은 송악산의 알오름으로 서쪽에 있다고 해서 섯알오름으로 부른다. 일제강점기에는 비행장, 탄약고, 격납고 시설 등이 자리했고, 한국전쟁 직후 보도연맹 사건에 휘말린 민간인 200여 명이 학살된 역사적 현장이다. 오름 분화구에 당시의 참혹한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위령비를 세웠다.




섯알오름 가는 길에 만난 일제고사포진지.

 

 

섯알오름 위령비 앞부터 드넓은 알뜨르비행장이 펼쳐진다. 알뜨르는 송악산, 단산, 모슬봉, 산방산 아래에 자리 잡은 ‘아래쪽 뜰’이라는 뜻이다. 일본군은 1926년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 이곳에 해군항공대비행장과 격납고를 만들었다. 비행장은 이후 만주사변·중일전쟁·태평양전쟁 등을 거치며 규모가 커졌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이름을 날렸던 구 일본군의 자살공격기인 가미카제의 조종사들이 훈련을 받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이 중국 난징을 폭격했다. 비행장은 마늘밭, 보리밭, 양배추밭 등으로 풍요롭다. 그 모습 뒤로 일제가 만든 격납고가 보인다. 전쟁의 상처를 풍요로운 들판이 깨끗하게 치유해 준 모습이다.


알뜨르 들판을 나오면 솔숲 오솔길 따라 아담한 하모해수욕장으로 들어선다. 눈부신 백사장에서 한숨 돌리고 다시 길을 나서면 대정 시내로 들어선다. 마라도와 가파도를 오가는 여객선 대합실을 지나면 10코스 종착점인 모슬포항 입구의 하모체육공원이 지척이다.




알려지지 않아 소박한 하모해수욕장.

 


겨울 제주의 별미인 방어회.

 


 

코스요약

걷는 거리 17.3㎞


걷는 시간 6시간

 

걷는 순서 

  화순올레안내소~화순금모래해변~썩은다리(대체탐방로 시작)~영산암 입구~보덕사 입구~사계포구~사계 화석발견지~송악산 둘레길~섯알오름 추모비~알뜨르비행장~하모해수욕장~하모체육공원


교통편

대중교통  

시작점 찾아가기 (제주시에서 시작점 찾아가기)

1.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750-1번, 702번(시외, 약 1시간) 타고 안덕농협 정류소 하차.

2. 안덕농협에서 GS25제주화순점 방면으로 50m이동 후 맞은편 바다 쪽으로 10분쯤 도보 이동.

3. 서귀포에서는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에서 702번(서회선일주, 약 30분)을 타고 안덕농협 정류소 하차.


* 종점에서 제주시 돌아가기:

1. 하모체육공원 정류소에서 755번(영어교육도시, 약 1시간)을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 하차.

    또는 모슬포종점 시외버스 정류소에서 750-1~4번(평화로, 약 1시간)을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 하차.

2. 서귀포시로 갈려면 하모2리 정류소에서 702번(서회선일주, 약 50분)을 타고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 하차.

 

* 제주시외버스터미널 : 064-753-1153

* 안덕개인 콜택시 : 064-794-1400

* 모슬포 콜택시 : 064-794-5200


걷기여행 TIP


화장실

화순올레안내소 근처, 사계포구, 송악산 입구, 하모해수욕장, 하모체육공원
 
식사
화순, 사계포구, 송악산 입구, 모슬포항 등 식당 이용
 
길안내
코스 안내판과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다.

코스문의

제주올레 콜센터 064-762-2190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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