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김포] 염하의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2017-01 이 달의 추천길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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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반도와 강화도 사이의 물길을 염하(鹽河)라고 한다. 육지와 섬 사이의 바다인데도 ‘河’ 즉 강으로 부르는 것이다. 한강과 임진강이 몸을 합쳐 큰 줄기는 강화도 북단과 황해도 사이로 빠져 나가고 작은 줄기 하나가 김포와 강화 사이의 좁은 틈으로 세차게 흐른다. 이 세찬 물길이 염하다. 김포 염하를 따라서 길이 있다. 원래 목적은 이곳을 지키는 군인들의 초병로지만 걷기여행길로도 같이 사용하는 것이다. 길 이름은 평화누리길이고 이곳부터 강원도 고성군까지 이어질 길이다. 평화누리길의 첫 번째 코스가 바로 염하를 따라 걷는 ‘염하강철책길’이다.


 대명항

  염하강철책길의 시작은 대명항이다. 대명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대명항 뒤쪽 내륙으로부터 뻗어 온 산줄기가 마치 커다란 이무기의 형상과 같아서 대망(大蟒)으로 부르다가 대맹 그리고 대명으로 정착되었다는 이야기다. 대명항은 김포시의 유일한 항구라고 한다.


대명항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멀리 나갔던 고깃배가 들어오는 모습도, 어시장에서 주거니 받거니 흥정하는 모습도, 수족관에서 펄펄 뛰는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모습도 모두 싱그럽고 생기가 넘친다. 거기에 그림 같은 바다 풍광이며 초지대교와 어울린 저녁놀은 대명항을 아름다운 항구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런 대명항의 정취를 제대로 즐기려면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난 뒤가 제격이다. 해넘이 시간을 미리 챙기고 내 걸음을 고려하여 염하강철책길의 종점인 문수산성 남문부터 거꾸로 걸은 후에 대명포구에서 한갓진 저녁을 맞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염하와 대명항-물길 건너 산 아래로 보이는 곳이 대명항이다.



대명항 보다는 대명포구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곳이다.



 덕포진

  평화누리길 그리고 염하강철책길의 시작점임을 알리는 구조물 안으로 들어서서 본격적으로 걷는다. 처음 나그네를 맞는 것은 철조망이다. 한참 뒤에 알게 되지만 이 철조망은 걸음을 끝낼 때 까지 나그네와 동행을 하게 된다. 색다른 풍광에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만나는 곳이 덕포진이다. 정식 이름이 ‘김포 덕포진’인 이곳은 조선시대의 진영으로 서울로 통하는 바닷길의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높지막한 언덕에 대포를 쏘던 포대, 감시초소격인 돈대 그리고 포를 쏠 때 필요한 불씨를 보관하고 포병을 지휘하던 파수청터 등이 남아있다.




한반도의 허리를 동서로 가르는 평화누리길은 여기서 부터다.



저 새의 꿈은 철조망 위로 날아오르는 것일까?



덕포진 포대에서 보는 염하



조선의 해안방어기지는 진. 보. 돈대로 나눈다. 돈대가 제일 작은 규모고 다음이 보 그리고 제일 큰 규모가 진이다. 요즘 군대로 말하면 돈대는 소대, 보는 중대, 진은 대대 규모쯤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곳 덕포진도 염하 건너편 강화의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 등과 함께 파도처럼 밀려드는 열강의 침략에 꿋꿋하게 대항한 민족 자존심의 현장이다.




덕포진 포대-강화의 해안방어기지와 함께 열강의 침략을 온 몸으로 버텨내던 곳이다.



 어재연 장군기

  2007년 가을 어재연 장군기(수자기. 帥字旗)가 미군에게 약탈 당한지 136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영구히 돌아온 것은 아니고 임대의 형식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한다. 가로 세로 4m 남짓 되는 헝겊에 간단하게 장수 ‘帥’자 한 글자만 적혀있는 단순한 깃발이지만 이 깃발에 담겨있는 역사의 무게는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다. 


나라가 위태롭던 고종 8년(1871) 신미양요. 최신식 대포로 무장한 미군들이 염하로 쳐들어온다. 당시 광성보를 지키던 어재연 장군과 장군의 동생 어재순 그리고 휘하의 200여 군사들은 목숨을 바쳐 싸운다. 무기가 떨어지면 맨주먹으로 싸웠고 적에게 잡히는 굴욕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택해서 최후의 한사람까지 싸웠지만 신무기를 앞세운 저들의 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 이틀간의 사투 끝에 우리 군사들은 모두 산화하고 만다. 그렇게 처절했던 전투 끝에 미군이 탈취해 간 깃발이, 돌아온 어재연 장군기인 것이다. 그날 장군과 같이 싸웠을 덕포진 철조망 너머로 염하는 여전히 말없이 흐르고 있다.

 

 손돌목

  김포와 강화 사이를 흐르는 염하는 물살이 빠르기로 유명하지만 그 중에도 손돌목이라는 곳은 소용돌이까지 심한 곳인데 이곳에는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옛적 고려 때 몽고군이 쳐들어오자 임금님은 황급히 피난길에 오르게 되는데 손돌이란 뱃사공이 안내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곳의 물살이 몹시 거세서 배가 흔들리고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자 왕과 관리들은 손돌이 계략을 꾸며서 자기들을 죽이려 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는 뱃사공 손돌을 처형했다고 한다. 그러나 손돌은 죽어가는 중에서도 임금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작은 바가지를 물위에 띄우고는 자신이 죽더라도 이 바가지를 따라 배를 저어가면 무사히 강화에 도착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처형당했다고 한다. 손돌의 유언대로 무사히 강을 건넌 임금은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하고 손돌의 묘를 만들어 위로했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였다. 그 뒤로 이곳 바다를 손돌목이라고 했는데 손돌이 죽은 음력 10월 20일 경에 부는 바람은 그의 원혼이 바람을 일으킨다 하여 '손돌바람'이라 부르고 그때 바람과 함께 오는 추위를 '손돌추위' 라고 한다. 덕포돈대 제일 높은 곳에 손돌묘가 있다.




뱃사공 손돌의 묘-덕포진 돈대 제일 위에 있다.



옛 진지의 곡선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다.



 나루터 순례

  손돌묘를 지나 어렵지 않은 길을 걷는다. 잠깐씩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평지다. 여전히 철조망은 길동무 노릇을 하고 시선을 돌리면 김포평야가 눈앞에 있다. 철조망 너머로 머리에 나무를 잔뜩 올리고 있는 귀여운 작은 섬이 보인다. 한강에서 떠내려 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섬인데 부래도(浮來島) 라는 이름은 그래서 붙었다. 부래도 앞의 작은 포구가 덕포나루다. 덕포진에서 강화도로 건너갈 때 전초기지 역할을 하던 나루라고 한다.

 

염하 쪽 해안의 절벽이 잘 부스러지는 바위라서 바삭바위 라고 부르다가 한자로 쇄암(碎岩)이라고 했고 이것이 마을 이름이 된 쇄암리 전망대를 지나면 고양마을이다. 강화와 김포를 오가던 배가 닿고 떠나던 나루 고양포가 있던 곳이다. 


고양포(高陽浦)를 원머루나루 라고도 했다. ‘고’는 크고 높다 뜻이고 ‘양’도 높은 언덕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니 ‘고양’이라는 말은 ‘크고 높은 언덕’ 이라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 마을의 진산인 남산(180m)이 김포평야에 우뚝 솟아있어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원머루 라는 이름도 언덕을 뜻하는 ‘원’과 높은 곳을 뜻하는 ‘마루’가 ‘머루’로 바뀐 것이라고 하니까 고양이나 원머루나 같은 말이다.




철조망과 염하 너머로 보이는 곳이 강화도다.

 


김포평야-걷는 동안 이런 모습과도 동행한다.

 


아무도 없는 길-염하에서 부는 바람과 철책이 동무다.



원머루나루를 지나면 걸음도 끝을 향한다. 그동안 이십 오리를 걸어왔지만 그리 힘이 들지는 않는다. 저쪽으로 염하에 길게 걸린 다리가 보이면 덩달아 걸음이 빨라진다. 먼저 만나는 다리가 옛 다리인 강화교 이어서 만나는 다리가 뒤에 만든 강화대교다. 다리 너머로 문수산성 남문이 보인다. 다리 아래를 지나 단숨에 산성 남문으로 오른다. 새로 복원한 문수산성 남문 홍예에 기대서 염하를 내려다본다. 유유히 흐르는 염하, 쉴 새 없이 차량들이 오가는 강화대교가 발아래 있다. 염하를 따라 계속되는 철조망은 동쪽으로 동쪽으로 이어지면서 동해까지 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저기 저 철조망은 얼마나 저렇게 더 서 있어야 소용이 다해서 허물 수 있을까? 

아무래도 대답은 염하의 바람만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 in the wind,

The answer is blowin' in the wind.

친구여, 부는 바람 속에 대답이 있다네.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


(Blowin' in the wind 중에서... 밥 딜런)




김포와 강화를 연결하는 다리 강화대교다.

 


문수산성 남문-염하강철책길의 끝이자 조강철책길의 시작이다.




코스요약

 

걷는 거리 14km


걷는 시간 4시간 30분 (순 걷는 시간이며 답사시간, 간식시간, 쉬는 시간 등은 포함하지 않음)


걷는 순서 

  대명항 ~ 덕포진(1.4㎞) ~ 부래도 ~ 쇄암리 전망대 ~ 원머루 나루(7.2㎞) ~ 김포CC(1.6㎞) ~ 문수산성 남문(3.8㎞)


* 걷기가 끝난 뒤에 포구의 펄떡이는 싱싱함과 함께 붉은 해넘이를 보고 싶다면 문수산성부터 거꾸로 걷는 것을 추천한다. 


난이도 : 보통


교통편


찾아가기  

  60-3번(영등포~대명항), 8000번((영등포~대명항)


돌아오기 

  문수산성 남문 앞 성동검문소 버스정류장에서 강화행 또는 김포, 서울행 버스를 탈 수 있다. 


걷기여행 TIP

 

화장실

대명항, 덕포진, 부래도 간이화장실, 쇄암리 전망대(동절기 폐쇄), 강화대교(동절기 폐쇄)

 

음식점 및 매점

대명항, 문수산성 남문 부근

   

숙박업소

대명항 부근, 문수산성 남문 부근 


코스문의

평화누리길 031-956-8310(09:00 ~ 18:00 점심시간 12:00 ~ 13:00)

http://www.walkyourdmz.com/ 

http://cafe.daum.net/ggtrail 

 


 

김영록 (걷기여행가 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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