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예산] 인간의 욕심에 으름장을 놓다!

2017-02 이 달의 추천길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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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산’이라고 하면 으레 해인사가 있는 경상도 가야산(伽倻山)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에 못잖은 충남의 명산이 있으니 그 이름도 ‘가야산’이고 한자표기까지 같다. 100개 암자를 거느렸던 대찰 ‘가야사’가 있었다고 전하는 충남의 가야산은 ‘가야구곡 녹색길’이라는 걷기여행길을 품었다.


이 길은 인간의 그릇된 욕심이 불러오는 참담함이 어떠한지 가늠할 수 있는 역사교훈의 현장이기도 하다. 다양한 문화자원과 경관을 갖고 있으며, 아울러 한겨울에 빛나는 덕산온천지구를 향하는 이 길의 시작은 예산군 덕산면의 가야산 아래 작은 마을이다.

 

 가야사 자리에 들어선 남연군묘

덕산면 상가리 마을회관 앞에서 조선 영조 때 문신인 윤봉구 선생이 가야구곡의 하나로 칭송한 와룡담 방면으로 향한다. 자연스레 오르막을 걷게 되지만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기분 좋게 걷기를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음지가 있으므로 한겨울에는 아이젠과 스패츠를 갖고 가는 것이 안전하고 쾌적한 걷기에 필수다.

 

안내사인을 따라 작은 언덕을 에둘러 걷다보면 멀리 맞은편으로 정자각과 한눈에 봐도 명당으로 보이는 곳에 석물과 함께 잘 조성된 무덤이 보인다. 무덤자리는 언뜻 보아도 가야산 제2봉인 옥양봉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가야산을 배경으로 삼았다. 특히 옥양봉 기암에 모인 기운이 흘러내려 모이는 곳임을 어림잡을 수 있을 만큼 배산임수의 명당으로 보인다. 본래 경기도 연천에 있던 묘를 이곳으로 이장한 묘지의 주인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부친인 남연군 이구(李球)이다.




망주석 등의 석물들이 잘 갖춰진 남연군묘. 대한제국 황실문장인 오얏꽃 문양을 볼 수 있다.

 


길의 시작점인 상가리 마을회관 부근, 와룡담 방향으로 걷기를 시작한다.

 


잎을 떨군 한겨울의 노거수들이 길동무를 해준다.

 

 

헌종 10년이던 1844년, 이하응은 아버지 이구의 무덤자리를 어느 풍수가에게 부탁하였는데, 이 풍수가가 2대에 걸쳐 천자가 나올 자리라고 지목한 천하의 명당이 바로 이곳이다. 하지만 당시 그곳에는 가야사라는 큰 절이 있어서 묘지를 쓸 수 없었다. 이에 이하응은 몰래 가야사에 불을 지르고 탑을 부수어 사찰을 없앤 후 그곳에 아버지 이구의 묘를 썼다고 전한다.


이 일이 있고 7년 후 이하응은 훗날 고종이 된 차남 재황을 얻고, 고종은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천자(황제)에 등극하기에 이른다. 그 아들 순종도 황제에 오르니 풍수가의 예언은 그대로 실현되었다. 하지만 사찰을 불태우는 등 욕심이 앞서 저지른 과오 때문인지 결과적으로 조선왕조는 그것으로 문을 닫고, 후손들은 치욕의 날들을 보낸다.


이 길을 걷는 이들은 남연군묘에서 인간의 지나친 욕심이 불러오는 화가 얼마나 치밀하고 뒤끝 있게 밀려오는 지를 읽어야 할 것이다.




가야산 옥양봉의 기운이 흘러내리는 자리에 쓰인 남연군묘를 바라보며 걷는다.

 


숨죽인 채 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



 덕산온천 온천수가 그리운 계절

남연군묘를 멀리서 바라보며 구릉을 돌아가면 관목들과 나무들이 호위하는 오롯한 오솔길이다. 그 후로 상가리마을 논에 물을 대는 상가저수지를 크게 돌아 걷는다. 상가저수지는 연안으로 다양한 식생들이 있어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가야산 마루금이 수면에 비치는 모습은 걷는 이들에게 큰 즐거움이다. 상가저수지를 돌아 내려오면 비로소 남연군 묘를 이장할 때 썼다는 꽃상여(복제품)를 모셔놓은 제각과 왼쪽으로 남연군 묘역까지 올라갈 수 있는 징검다리 길을 만난다.

 

남연군 묘역은 격식에 맞춰 세워진 석물들과 무덤이 자리한다. 망주석 한 쌍에 돋을새김 된 당초문양과 대한제국 황실문장인 오얏꽃(자두꽃) 문양이 묘역의 격을 한껏 올린다. 배산임수의 이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명당자리임을 알 수 있는 절묘한 자리다.




관목들이 길섶을 지키는 오솔길을 지나 상가저수지에 닿는다.

 


어느 수련원 마당에 드리워진 노거수 그림자가 이채롭다.

 


가야산 마루금을 배후로 삼아 자리한 남연군묘.

 


남연군묘 바로 앞에 있던 가야사터. 묘가 있는 곳은 본래 탑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하지만 남연군묘의 이후는 순탄치 않았다. 1868년 독일인 오페르트가 조선과의 통상교섭에 실패한 뒤 대원군과 흥정하기 위해 남연군묘의 시신과 부장품을 도굴하려고 묘지를 파헤치다가  미수에 그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 일을 계기로 흥선대원군은 통상수교 거부정책을 강화하고, 천주교 탄압까지 가중시키기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서구문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개화기에 조선이 연착륙할 수 있었던 계기를 앗아간 것으로 이 사건을 보는 시각도 있다.


나비이론 혹은 도미노이론처럼 우리의 작은 욕심은 연쇄적으로 파급되고 또 끈질기게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것을 이런 사례로 살펴볼 수 있다.


남연군묘 이후의 길은 상가리에서 옥계리로 흐르는 개천을 따라 걷는다. 옥계저수지를 지나면 광덕사를 지나 율곡 이이가 탁월한 약수라고 칭송해 마지않던 덕산온천 온천지구에 닿는다. 덕산온천의 따듯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이 길이 들려주던 이야기를 상기한다면 몸의 피로는 풀어지고, 마음도 맑아지지 않을는지.




상가리와 옥계리를 잇는 실개천 옆으로 길이 조성되었다.

 


옥계저수지 쉼터.

 


심신의 피로를 달래줄 덕산온천단지에서 길이 마무리된다.

 


 

코스요약


걷는 거리 약 16km


걷는 시간 : 5시간 내외


걷는 순서 

상가리 마을회관~상가저수지~남연군묘~상가리천변길~옥계저수지~광덕사~덕산온천지구


교통편

대중교통  

서울남부터미널에서 덕산온천행 버스 이용.


주차장 

가야산 주차장에 주차하고 상가리 마을회관까지 300m정도 걸어간다.


걷기여행 TIP

 

화장실

남연군묘(동절기 폐쇄), 가야산주차장(노선 200m 이격), 광덕사 등

 
식수
사전준비 필요.(남연군묘 앞 식수대는 동절기 폐쇄)
 
식사
가야산주차장 부근, 덕산온천지구

길안내
길 안내사인이 부실하므로 GPS트랙 활용이 필요하다.

기타

총 거리 16km가 부담된다면 가야산 주차장을 출발해서 원점회귀하는 4km 구간을 핵심구간으로 추천한다.
 
코스문의

예산군청 환경과 (041)339-7503

덕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041) 339-893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사)한국의 길과 문화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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