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창녕] 낙동강 벼랑길은 사랑의 길이다

2017-02 이 달의 추천길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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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벌. 경상남도 창녕사람들이 애정을 담뿍 담아 자기들의 고장을 달리 부르는 이름이다. 비사벌 창녕의 진산은 화왕산(火旺山 757m)이다. 화왕산은 봄이면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고 가을이면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라서 우리나라 100대 명산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주 오래 전 화왕산은 화산이었기에 지금도 창녕사람들은 화왕산을 불뫼 라고 부른다. 불뫼에서 뻗어 내린 불의 기운은 산줄기로 이어져 남지읍에서 낙동강을 만나 맥을 맺게 되는데 산꾼들은 이 산줄기에 화왕지맥(火旺支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화왕지맥과 낙동강이 만나는 강변에 절벽이 있다. 이 절벽을 따라서 한 사람이 지날 수 있는 좁은 벼랑길이 이어지는데 이 길을 남지 개비리길이라고 한다. 길지 않은 길이지만 표정이 아주 다양한 길이고 가족과 함께 걷기에도 그만이다.

 

 남지유채단지

  대중교통으로 남지 개비리길을 찾을 경우 우선은 남지버스터미널까지 가야한다. 개비리길의 시작점이자 종점인 남지수변공원전망대까지 가는 버스는 없어서 택시를 타거나 걸어야 하는데 약 5km 정도 되는 거리라서 걸어가기에는 부담이 된다. 그러나 4월 중순 경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남지읍 낙동강변 전체가 유채꽃으로 뒤덮이기 때문이다. 이 낙동강 유채단지는 규모가 약 33만평(110ha)이나 된다는데 단일면적으로는 전국 제일이라고 한다. 낙동강과 어울린 노란 유채꽃 바다를 걸을 수 있기에 5km 가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개비리길이 시작되는 남지수변공원은 두 물이 만나는 두물머리다. 북쪽에서 흘러오는 낙동강과 남서쪽에서 들어오는 남강이 몸을 섞는 곳이다. 불의 기운과 물의 기운이 잘 어울린 곳이라고 하겠다. 강변에 세워 놓은 전망대를 돌아 나오면 개비리길 입구에 커다란 안내판이 있다. 가야할 길을 짚어보고 나서 강변으로 들어선다.




남지유채꽃단지-4월 중순에는 낙동강변에 노란 물이 든다.

 


남지수변공원전망대-오랜 옛날에는 감시초소가 있었을 것 같은 자리에 지금은 전망대가 생겼다 



길은 평탄하고 널찍하게 시작된다.



나무 아래의 정자-길손에게는 반가운 단비다.

 

 

 개비리길

  강변으로 들어서면 널찍한 비포장길이 이어지고 길가에는 수양벚나무가 줄지어 있다. 아직은 어린 나무라서 수세는 볼품없으나 세월이 흐르면 이 길의 명물이 될 것은 확실하다.  강변 억새밭 너머로는 낙동강이 흐르는데 이곳 낙동강 일대가 한국전쟁 당시에 낙동강 최후 방어선이 쳐 졌던 곳이며 치열한 전투로 인하여 강물이 핏빛으로 물들었다는 아픈 상처가 있는 곳이다. 평탄하고 널찍한 길을 따라 가면 강변에 커다란 양버즘나무가 한 그루 있고 나무 아래에는 초가지붕의 정자가 있다. 정자 앞에 안내판이 있어 읽어보니 개비리길의 유래가 적혀있다.




남지개비리길의 절반은 낙동강을 따라가고 나머지 절반은 산길을 따라간다.



영아지마을(개비리길 반대편 입구 마을)에 한 노인이 살았다. 이 집에서는 누렁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이 개가 11마리의 새끼를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중의 한 마리가 유난히 눈에 띄게 작고 볼품없는 조리쟁이(못나고 작아 볼품이 없다는 뜻의 이곳 토속어)였다는 것이다. 힘이 약했던 조리쟁이는 어미젖이 10개 밖에 되지를 않아 젖먹이 경쟁에서 항상 밀렸고 할아버지는 이를 가엾게 여겼다. 새끼들이 젖을 뗄 때가 되자 할아버지는 10마리는 남지장에 내다 팔고 조리쟁이는 집에 남겨 두었다. 


어느 날 용산리(개비리길 입구 마을)로 시집간 딸이 친정에 왔다가 조리쟁이를 자기가 키우겠다며 시집인 용산리로 데려갔다고 한다. 며칠 후 딸은 친정의 누렁이가 조리쟁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기 새끼에게 젖을 먹이려고 십리 길을 온 것이다. 그 후로도 누렁이는 하루에 한 번씩은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가는 것이었다. 


폭설이 내린 날에도 여전히 누렁이는 딸의 집에 나타났는데 마을 사람들은 누렁이가 어느 길로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누렁이 뒤를 따라가 보니 누렁이는 낙동강을 따라 나 있는 절벽의 좁은 틈으로 오갔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누렁이가 다니던 길을 조금 넓혀 산을 넘는 수고를 덜었고, 그 뒤로 이 길을 개가 다닌 비리(벼랑의 이곳 토속어)라고 해서 개비리길로 부른다고 한다. 


다른 이야기로는 ‘개’는 물가나 강가를 말하는 접두어 이고 ‘비리’는 벼랑이란 뜻의 이곳 토속어로 개비리길 이라는 말은 ‘강가 절벽에 난 길’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개비리길의 어원은 아무래도 후자일 것 같지만 스토리텔링으로는 전자가 훨씬 낫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제법 널찍하게 이어지던 강변길은 옹달샘 쉼터를 지나면서 좁아진다. 본격적으로 개비리길이 시작된 것이다. 아주 넓지는 않지만 싱싱하고 울창하게 자란 대숲도 지나고 야생화 쉼터 전망대를 지나면 개비리길 반대편 입구인 누렁이가 살던 마을 영아지다.




산길을 먼저 넘어와서 강변길로 걷는 사람들도 많다.



싱그러운 대숲과 자그마한 정자가 그림처럼 어울렸다.

 


싱싱하게 쭉 뻗어 자란 대숲이 하늘을 가렸다.



길은 벼랑을 따라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강 건너 마을은 의령 땅이다.



 마분산길

  용산리 개비리길 입구부터 영아지 개비리길 입구까지는 평탄한 길이다. 높낮이가 거의 없는 아주 쉬운 길이라서 남녀노소가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영아지부터는 산으로 오르게 되는데 최고 높이가 155m 이고 산길도 험하지는 않아서 크게 무리가 되는 않는다. 그래도 산길에 자신이 없다면 영아지에서 왔던 길로 돌아가면 된다.


한동안 산길을 오르면 영아지전망대가 나오고 거기서 조금 더 가면 영아지 쉼터다. 노선은 임도를 따르다가 조붓한 산길로 바뀌는데 폭신한 숲길이라서 발에 전해오는 감촉이 그만이다. 이 산이 마분산인데 마분산은 임진왜란 당시에 의병장으로 왜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홍의장군 곽재우가 쌓은 토성과 장군의 말 무덤이 있는 곳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곽재우 장군은 이곳 산에 토성을 쌓고 왜적들과 싸웠는데 하루는 장군과 함께 전장을 누비던 말이 적들의 총탄에 쓰러졌다. 이에 장군은 토성 안에 말을 묻어 주었고 그때부터 이 산을 ‘말 무덤 산’ 이라는 뜻의 마분산(馬墳山)으로 부른다고 한다.


산길을 걷다보면 바닥에 묻혀있는 돌의 표면에 이름이나 글이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반세기 전쯤에 이곳에서 소나 염소를 키우던 목동들이 새겨놓은 것이라고 한다. 사람 이름이나 ‘나무심어 사태막자’ 같은 글을 읽을 수 있는데 1965년, 1970년 같은 년도들도 음각이 되어 있다. 당시 소를 키우면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던 목동들의 흔적이다.




조붓하게 이어지는 마분산길도 걷기에 그만이다.



무료함을 달래던 반세기전 목동들이 새겨 놓은 글씨들이라고 한다.



마분산 꼭대기에는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곽재우 장군과 함께 왜적과 싸우다가 산화한 이름 모를 의병들의 합장무덤이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도굴되고 훼손되어 현재의 안쓰러운 모습으로 남았지만 이 무덤이 지닌 무게는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닐 것이다.


창나루 전망대로 오른다. 낙동강과 남강이 합수하는 모습이 보인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곳은 백제와 신라가 힘겨루기를 하던 국경지역이었다. 낙동강 건너편은 백제의 땅이었고 이쪽은 신라 땅이었다. 서로 간에 중요한 곳이라서 이곳에는 군사들이 주둔하였고 군사용의 큰 창고도 있었기에 이곳 나루를 창나루라고 했고 마을 이름도 자연히 창나루마을로 불렸다. 창나루전망대를 지나 재미있게 놓인 나무계단을 내려가면 처음 출발했던 용산리 개비리길 입구다.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에 선 것이다.


남지읍에서 약 16km 정도 떨어진 곳에 부곡온천이 있다. 부곡하와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이 온천은 특히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다. 남지 개비리길을 걸은 후 온천의 따뜻한 물에서 피로를 푸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부곡하와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부곡온천이다.




코스요약

 

걷는 거리 6.2km


걷는 시간 2시간 30분 (순 걷는 시간이며 답사시간, 간식시간, 쉬는 시간 등은 포함하지 않음)


걷는 순서 

남지 수변공원전망대 ~ 용산리 개비리길 입구 ~ 용산양수장 쉼터 ~ 죽림쉼터 팔각정 ~ 영아지 개비리길 입구 ~ 영아지전망대 ~ 마분산 정상 ~ 창나루전망대 ~ 용산리 개비리길 입구 ~ 남지 수변공원전망대


* 남지 개비리길은 순환형 코스라서 거꾸로 걸어도 된다. 산길 구간이 어렵지는 않지만 산길에 자신이 없다면 낙동강변길만 왕복하면 된다.

 

난이도 : 보통


교통편

   

찾아가기 

  남지읍까지 서울, 부산, 대구, 마산 등에서 버스가 있다. 남지읍으로 가는 버스가 없는 지역이거나, 시간을 못 맞췄다면 우선 창녕버스터미널까지 가고 창녕버스터미널에서 남지행 버스로 환승한다. 창녕버스터미널에서 남지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는 약 30분 간격으로 있다.


남지터미널에서 걷기 시작하는 곳인 남지수변공원전망대 까지 가는 버스는 없다. 택시를 타거나 걸어야 하는데 낙동강 수변공원을 따라서 걷는다면 약 5km 정도이다.


차를 가져간다면 남지수변공원에 주차장이 있다.

 

돌아오기 

  찾아가기의 역순이다. 남지읍에서 부곡온천으로 가려면 우선 창녕행 버스를 타고 영산에서 내린 후에 부곡행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주변 관광지 

  창녕읍내 문화유적, 창녕교동고분군, 화왕산군립공원, 관룡사, 우포늪, 부곡온천


걷기여행 TIP

 

화장실

남지수변공원, 용산리 개비리길 입구, 영아지 개비리길 입구

 

음식점 및 매점

개비리길 노선 상에는 음식점과 매점이 없다. 간식과 마실 물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남지읍내에 음식점과 매점이 많다.

   

숙박업소

노선 상에는 숙박업소가 없다. 남지읍내에 숙박업소가 많다. 


코스문의

창녕군 생태관광과 055-530-1531 

 


 

김영록 (걷기여행가 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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