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전주] 슈퍼히어로들이 지키는 골목길 - 도란도란 시나브로길 01코스, 자만벽화마을

2017-10 이 달의 추천길 201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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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km에 달하는 도란도란 시나브로길은 한옥마을 남쪽 전주한벽문화관을 출발해 남고산성 너머 원당마을로 내려섰다가 전주천 둑길을 따라 다시 한옥마을(전주향교)로 돌아오는 원점회귀형 걷기길이다아담한 산성천 따라 들어서서 만나는 남고산성의 울창한 숲이 좋고전주천을 끼고 걷는 둑길의 한적함이 매력적인 길이다낭만 가득한 전주의 풍류객들이 즐겨 찾던 한벽당과 골목마다 재밌는 벽화들이 숨어 있는 옥류마을자만마을은 이 길의 절정구간그러나 남고산성 끝동문지에서 원당마을에 이르는 구간(650m)은 산길이어서 산행채비가 아니라면 들어서지 않는 게 좋다.


남고산성까지 걷기 좋은 산책로 이어져

출발지점인 전주한벽문화관.


전주한벽문화관에서 한옥마을 남쪽 끝전주천을 따라 남천교까지 간다한옥마을과 서학동을 이으며 전주천 위에 놓인 남천교는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커다란 세 개의 아치를 가진 교각의 가운데에 청연루라는 누각이 있어서다누각이 하도 커서 소풍 나온 아이들 수십 명이 들어가서 뛰어노는데도 넉넉해 보인다.


전주교육대학교 앞에 있는 코스 안내판. 7개 소구간에 대한 안내문구가 오른쪽에 보인다.


남천교 앞 횡단보도를 건넌 길은 곧 전주교대로 향한다차도가 전주교대 한복판을 가르며 지나는데그 길에 제대로 된 도란도란 시나브로길’ 안내판이 처음으로 등장한다전체 구간의 상세지도와 그 옆에 풀코스’, ‘생태체험코스’, ‘역사코스’, ‘산책코스’ 등 여건에 따라 길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7개 코스를 소개해 놓았다.


산성천을 따라 들어서는 길(왼쪽) / 산물봉선이 핀 산성천 산책길


길은 곧 전주교대를 벗어나며 남고산성에서 흘러내린 산성천을 왼쪽에 끼고 오른다산성천 쪽으로 성벽의 여장을 연상시키는 나지막한 돌담이 쌓여있다하늘거리는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반갑게 인사하는 길을 따라 1.4km 오르면 남고산성을 만난다.


남고산성 맨 꼭대기의 동문지에서 본 성벽길. 웃자란 풀 때문에 길을 걷기가 사납다.


산성 입구엔 작은 절집 삼경사가 있다산성천을 중심으로 좌우로 날개를 펼친 남고산성은 통일신라시대 견훤이 도성방어를 목적으로 쌓은 성이어서 견훤산성이라고도 불렸다천경대와 만경대억경대 세 봉우리에 장대(將臺터가 남아 있고성벽도 대부분 허물어졌다성내엔 남고사와 <삼국지>의 영웅 관우를 무신으로 모시는 사당인 관성묘가옥 10여 채가 있다남고산성은 산성 아래 주민들이 산책 삼아 자주 찾는다산성 끝동문지에서 성벽은 다시 만난다여기서 둘레 3.8km인 성벽을 한 바퀴 돌아와야 풀코스인데풀이 웃자라고 힘든 산길이라 찾는 이가 드물다.


동문지에서 원당마을 구간은 비추

동문지에서 원당마을로 내려서는 구간은 한 명이 겨우 걸어갈 수 있는 좁은 등산로로 이어진다그마저도 주변의 무덤으로 이어진 여러 샛길로 인해 헛갈리는 곳이 많고산 아래의 대성정수장으로 인해 철조망이 쳐진 곳도 있으니 길을 잘못 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산을 다 내려서면 대성정수장 앞 도로를 만난다여기서부터는 계속 도로를 따르기에 길이 편하다왼쪽으로 그림 같은 전원주택들이 늘어서 있고곧 상대수퍼를 지나 춘양로를 건너면 전주천이다이후 전주천 둑을 따라 걷기 좋은 길이 한벽루를 만나기까지 1.5km 이어진다중간에 천주교성지인 치명자산과 느티나무 숲이 아름다운 승암마을전주천에 서식하는 여러 동식물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전주자연생태관을 지난다박물관 앞을 지나는 전주천이 무척 아름답다.갈대와 물억새가 무리지은 둔치엔 예쁜 산책로가 나 있고맑고 깨끗한 물이 사납지 않고 순하게 흐르는 풍광이 여간 편안해 보이는 게 아니다.


천주교성지인 ‘치명자산’의 쉼터. 가을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벤치.(왼쪽) / 전주천 둑방길을 따라 이어진 길. 천주교성지 부근 / 치명자산에서 승암마을로 이어진 전주천 둑방길. 길 정비가 잘 되어 있다.(오른쪽)

전주천을 가로지른 잠수교(왼쪽) / 전주자연생태관. 전주천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대한 자료가 잘 전시되어 있다.


자연생태관을 막 지난 길 끝에 놀랍게도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터널을 지나면 판타지의 세계가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 터널은 전라선이 지나던 한벽굴로 일제강점기일본이 전주팔경의 하나였던 한벽당의 정기를 자르고 철길을 만든 흔적이다아이러니하게도 개통 후 한벽굴은 한벽당전주천과 더불어 전주 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명소가 되어 많은 이들이 찾아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한벽굴 왼쪽전주천변에 한벽당이 있다전주뿐만 아니라 이곳을 지나던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찾아 풍류를 즐기며 쉬어가던 한벽당은 조선의 건국공신인 최담이 별장으로 지은 건물로아래를 지나는 전주천의 물이 시리도록 차다하여 붙인 이름이다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전주천 풍광이 여간 시원스러운 게 아니다.


한벽당. 일대 시인묵객들이 풍류를 즐기던 명당이다.


전주여행의 백미, 자만벽화마을

“현우야, 이 사람이 아빠엄마가 좋아하는 마이클 잭슨이야.” 막 돌이 지난 아들 현우와 함께 벽화마을을 찾은 서정현씨 부부.


한벽당에서 길은 전주천을 벗어나 기린대로를 따라 오목대로 향한다오목대 직전에 만나는 옥류마을과 자만마을은 한벽당과 함께 도란도란 시나브로길의 백미다서로 100m의 거리를 둔 두 마을은 한옥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터를 잡은 산동네로골목골목 예쁜 벽화들로 가득하다특히 자만마을은 전주여행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명품 벽화마을이다.


부산에서 온 서정현씨 가족. 연애시절 둘이서 꼬지따뽕 앞에서 찍었던 포즈 그대로 이제는 셋이서 사진을 찍었다.(왼쪽) / 환갑을 맞은 부모와 함께 가족여행을 온 아가씨. 자만동벽화마을을 찾다니, 여행의 고수 같다.

꼬지따뽕의 벽화.


많은 이들이 전주여행을 짙은 기왓골이 늘어선 한옥마을로 기억한다. 조선왕조의 상징인 경기전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한 곳으로 통하는 전동성당이 한옥마을에 있다. 또 전주부성의 남문이던 풍남문과 전주객사인 풍패지관, 성 밖의 대표적인 시장이던 남부시장,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가 인상적인 전주향교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전주비빔밥을 비롯해 한정식, 전주가맥(‘가게에서 마시는 맥주라는 뜻으로, 전주의 새로운 술문화로 정착되었다.) 같은 거부할 수 없는 먹을거리들이 풍성해 올 적마다 기분 좋은 곳이다. 그런데 한옥마을만 둘러보고 돌아가는 이들이 가끔 있다. 동쪽 기린대로 너머에 있는 이 곳 자만벽화마을의 매력을 모른 채. 안타까운 일이다.


자만동에서 꽃 같은 시절을 다 보낸 할머니. 이 그림만큼이나 고왔을 게다.


자만동은 나지막한 기린봉(271m)의 비탈에 터를 잡았다. 덕분에 집들의 높낮이가 서로 다르고 골목도 좁아 마을 입구의 작은 공터 외에는 차가 들어가지 못한다. 산자락에 들어섰던 옛마을 대부분이 그렇듯, 자만동도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보금자리였다. 산 아래로 늘어선 반듯반듯한 한옥과 달리 산자락에 집을 짓다보니 터가 비좁고 구조와 방향 또한 제각각인 살기 불편한 집들이 대부분이다. 거기다 팔구십 년대 들어 젊은이들이 학교와 직장을 찾아 하나둘 떠나고, 마을은 점점 퇴락해 생기 잃은 산동네로 전락해갔다. 불과 5년 전만해도 그런 동네였다.


달동네, 갤러리가 되다

세계를 구한 어벤져스도 자만동 개나리를 이기지 못한다.(왼쪽) /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한 장면을 그린 벽화. 옆엔 <이웃집 토토로>도 보인다.


그런데 온 마을이 너무 화사하게 변했다벽마다 꽃그림이 폈다글로벌한 스토리들이 벽화로 그려져 골목마다 명화 전시장이다꼬불꼬불 끝이 보이지 않는 골목에 어떤 그림들이 숨겨졌을지 궁금해 발길을 돌리지 못할 정도다. 5년 전 어떤 화가가 다른 마을에서 벽화를 그리고 남은 페인트를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하나둘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그게 계기가 되어 지금은 40호 이상의 집 담벼락과 대문이 갤러리로 변했다.


마블의 슈퍼히어로들과 쿵푸팬더까지, 자만동을 지키는 이들의 면면이 어마무시하다.

도라에몽이 그려진 골목. 한 연인이 골목투어에 나섰다.


낡고 허물어져가던 그저 그런 외진 마을의 텅 빈 골목에 그림이 입혀지자 마을 분위기가 조금씩 밝아졌고찾아오는 이들이 늘어나며 생기를 되찾았다그림의 힘이 이토록 컸던 것일까마을을 둘러보며 새삼 놀라게 된다

입구의 어벤져스 군단부터 골목 깊은 곳에 숨은 레옹과 마을 끝의 쿵푸 펜더까지 최고의 슈퍼히어로들이 지키는 자만벽화마을전주여행의 필수코스임에 틀림없다마을 끝이성계의 4대조 할아버지인 목조 이안사의 출생지로 전해지는 이목대도 둘러볼만 하다.고종의 친필 비석도 있다


달동네 카페 ‘꼬지따뽕’. 자만동에서 가장 먼저 터를 잡은 카페다.(왼쪽) /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만동의 벽화들. 한 관광객이 한참을 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마을 깊숙한 곳에 있는 레옹. 숨겨진 그림을 찾다보면 골목마다 즐겁다.


자만마을과 오목대는 오목육교로 이어져 있다. 고려 우왕 6(1380), 이성계가 남원의 황산에서 왜구를 크게 무찌르고 돌아가던 길에 이곳에 들러 친척들과 전승축하잔치를 벌인 곳이다. 오목대에서 시나브로길의 종착지인 전주향교가 가깝다.


오목대. 왜구를 물리치고 돌아오던 이성계가 승리축하연을 가졌던 곳이다.(왼쪽) / 도착지점인 전주향교 대성전. 굵은 은행나무가 눈길을 끈다.

옥류벽화마을의 꽃을 뿌리는 우주소방관.(왼쪽) / 짙은 기왓골이 인상적인 전주한옥마을.





코스 요약

한옥마을(전주한벽문화관)남천교전주교육대학교산성마을삼경사관성묘분기점
대성정수장 앞원당마을상대수퍼전주천한옥마을임시주차장치명자산성지승암교
전주자연생태관한벽당(한벽굴)옥류벽화마을자만벽화마을오목대전주향교 
(12km, 4시간 30)


교통편

대중교통
전주역의 역전승강장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8분 거리인 국민은행 금암지점 승강장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8분 거리인 금암광장승강장을 경유하는 대부분의 버스가 전동성당과 한옥마을에 정차한다전주동물원을 출발해 전주역과 고속버스터미널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치명자산성지까지 가는 명품 1000번 버스가 한옥마을과 전동성당에 선다.


TIP

화장실
한벽문화관전주교육대학교산성마을 정자 앞삼경사방문자지원센터치명자산전주자연생태관오목대전주향교.
식사
한옥마을에 전주를 대표하는 먹거리인 전주비빔밥과 한정식떡갈비 등으로 유명한 식당들이 여럿이다중앙회관(063-285-4288)과 가족회관(063-284-2884), 한국관(063-232-0074), 고궁수라간(063-285-3211)은 전주비빔밥을 대표표하는 음식점이다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과 비빔당면호롱낚지꼬치철판아이스크림 등 색다른 맛을 원한다면 남부시장 야시장을 찾으면 된다매일 저녁 7시부터 밤 12시까지 열린다원당마을에 백반을 전문으로 하는 대성식당(063-232-5364)이 있다시간이 어중간하다면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길이 짧지 않고중간에 산을 넘어야 해서 도시락이 아니어도 간식과 물은 챙기는 게 좋다

길안내
한옥마을 남쪽의 한벽문화관을 출발해서 산성마을에 접어들기까지는 도심구간이고산성마을에서 남고산성을 너머 원당마을을 만나기까지는 산행을 해야 하는 구간이다원당마을을 지나 한벽당에 이르기까지는 전주천을 낀 멋진 강변길을 따른다한벽당을 지나면 오목대를 거쳐 전주향교까지 금방이지만 중간에 벽화가 아름다운 옥류, 자만마을을 지나야 해서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게 좋다
산성마을에서 원당마을에 이르는 산행구간에서는 정확한 이정표가 보이지 않고남고산성을 넘어가면 산길이 좁고 갈래길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또 남고산성 동문지에서 억경대와 천경대를 이어 성벽을 한 바퀴 도는 풀코스가 있는데성벽을 따라 풀이 무성하게 자란 곳이 여러 곳이어서 길을 이어가기가 사납다한벽문화관에서 남고산성까지 갔다가 돌아와서 코스를 거슬러 전주향교와 오목대자만마을옥류마을을 거쳐 전주천 둑길 따라 참사랑낙원요양원 앞의 징검다리까지 다녀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코스문의
전주시청 관광산업과 063-281-5085






글, 사진: 이승태 (여행작가 jirisan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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