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강화] 철새가 가는 길, 칠면초 붉은 길 - 강화나들길 11코스 석모도 바람길

2017-12 이 달의 추천길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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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머루해수욕장 가기 전의 작은 해안에서 만난 석양. 서해는 동해가 주지 못하는 안온함을 가졌다.


강화나들길은 강화도의 유구한 역사와 수려한 자연을 노래하며 걷는 총 20개 코스, 310.5km의 걷기길이다이 중 석모도엔 석모도 바람길(11코스)’과 상주해안길(19코스)’이 있다. ‘석모도 바람길은 올 초까지 강화도를 오가기 위한 유일한 뱃길의 여객터미널이 있던 석포리선착장에서 시작해 보문사까지 간다전체 16킬로미터로, 5시간쯤 걸린다강화군에서 발행한 관광안내용 팸플릿엔 석포리선착장에서 민머루해변에 이르는 10km를 추천한다본 글은 이 구간을 소개한다.


강화나들길 11코스 출발지의 이정표. 전체 코스가 친절히 소개되어 있다.


늦가을 서정으로 가득 채워진 길

강화에서 석모도로 가는 모든 버스가 정차하는 석포리선착장에서 길은 바로 시작된다주변에 식당이 많아 식사를 해결하기도 좋다시작지점에 공중화장실이 있고그 옆에 친절한 내용의 코스안내판도 있다.


출발하자마자 만나는 석포리 들판과 수로, 갯벌. 그 사이로 나들길이 이어진다. 정면 가운데의 우뚜한 산은 강화도의 헐구산(466m)이다.


깊 옆 밭뙈기에서 순무를 캐고 있는 아낙들. 알싸한 향이 나는 듯했다.


걷기를 시작하고 한두 걸음을 뗐을 뿐인데 풍광은 늦가을만의 깊은 서정으로 가득 차 있다넓게 펼쳐진 갯벌과 추수 끝난 석포리의 들판이 가슴을 시원하게 하고그 사이로 난 둑길은 한없이 정겹다둑 옆 밭뙈기에선 이파리가 싱싱한 강화순무를 캐는 아낙들의 손길이 바쁘다해안 둑과 들판 사이 해자(垓字같은 수로의 잔잔한 물결그 너머로 벼를 벤 빈들의 그루터기들이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나들길은 아무렇지도 않고 한가로운 이 늦가을 풍광 사이로 이어진다.


강화나들길 이정표. 적당한 곳마다 이정표와 리본이 나타나며 길 안내를 한다.


갯벌에 뿌리내리고 자라는 갈대. 억새와 달리 속이 비어 있다.


수로를 따라 갈대가 무성하다긴 줄기 끝의 하얀 꽃이삭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고그 뒤로 하늘은 속절없이 푸르다여름 내내 푸름을 뽐냈을 수로 옆 갯버들도 잔가지가 다 보일 만큼 잎을 떨궜다들판이 끝 간 곳해명산 자락을 따라 들어선 석포리 마을이 평온해 보인다.


수로와 갯버들. 늦가을 서정이 가득한 풍광이다.


갯벌의 칠면초. 퉁퉁마디처럼 짭조름한 맛이다.


얼마 가지 않아 물 빠진 갯벌을 붉은 빛깔로 뒤덮은 칠면초 군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자주 볼 수 없는 풍광이어서 부러 내려가서 살펴보니, 30센티미터도 안 되는 작고 가느다란 줄기를 따라 토실토실한 육질의 이파리들이 가득 붙었다. ‘함초라고도 부르는 퉁퉁마디와는 다른 풀이지만 짭조름한 맛은 비슷하다물에 잠겼다가 드러나기를 반복하는 갯벌에서 무리를 이루며 사는 멋진 풀이다석모도를 비롯해 우리나라 서해안 중남부 갯벌에서 자라는 1년생 염생식물로, ‘칠면초(七面草)’라는 이름은 칠면조처럼 붉게 변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덕분에 무채색 갯벌이 불꽃축제라도 하는 듯 화려하다.

길을 걷는 내내 바다 건너로 고려산헐구산진강산길상산초피산마니산 등 강화도의 산들이 만들어낸 하늘금이 눈길을 끈다.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는 마니산(472.1m)은 강화 최고봉답게 우뚝하다.


붉은 칠면초가 뒤덮은 갯벌이 장관

딴납섬 한 모퉁이에 마련된 조형물. 저 틀 안에 들어온 풍광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아래에 있다.


출발 후 1.7km쯤 간 곳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작은 동산지도앱을 꺼내서 확인해 보니 딴납섬이란다들판 끝의 작은 언덕쯤이라 생각했는데옛날엔 섬이었나 보다길은 딴납섬을 왼쪽으로 둘러간다동산엔 큰 밤나무가 몇 그루 보이고,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도 있다살짝 돌아간 곳에 별장처럼 근사한 3층집이 나타난다집 앞엔 시들고 마른 연줄기로 가득한 연못이 있는데빈 집이어서 풍경이 살짝 을씨년스럽다.


딴납섬 돌아가는 길. 발치의 낙엽 바스러지는 소리가 좋은 길이다.


칠면초가 뒤덮은 갯벌. 딴납섬을 지나면서 만날 수 있는 풍광이다.


딴납섬을 지나서부터 갯벌은 칠면초 천지다무채색 갯벌을 가득 채운 붉은 아우성떼로 모인 것들이 만들어내는 파워로 갯벌이 난리다그 사이로 깊이 파인 물길이 구불구불 인상 깊은 선을 긋고 지난다.


보문선착장 가기 전의 바위. 소나무가 가득 자라서 산수화 같다.


딴납섬에서 1km쯤 더 가서 길은 도로를 만난다도로 옆엔 바다를 끼고 벤치와 정자[퍼컬러몇 개를 갖춘 쉼터가 있어 다리품을 팔기에 좋다쉼터 앞바다엔 독살처럼 설치한 그물이 보인다그물을 걸어둔 말뚝 꼭대기마다 기러기가 앉았다그러고 보니 이곳이 바다인데도 갈매기는 보이지 않는다다들 어디로 갔을까.


보문선착장 가는 길의 갈대. 눈부신 가을이 가고 있다.


곧 소나무 몇 그루가 자라는 큰 바위를 만났다가 길은 지도상의 보문선착장에 닿는다입구에 지뢰 및 대남전단 사고예방 안내라고 적힌 입간판이 서 있다대인지뢰와 목함지뢰가 발견될 수 있으니 주의하고발견 즉시 군청이나 경찰서,군부대로 신고해 달라는 내용아주 가끔씩 파도에 실려 지뢰가 떠내려 올 수 있다니 이 길에서 수상한 물체는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겠다보문선착장엔 석모도 바다노을이라는 식당이 있는데여름철 성수기 때만 문을 여는지문이 굳게 닫혀 있다.


나들길을 걷다가 자주 만나게 되는 갯벌의 물길. 강화도 일대에 발달한 갯벌을 비롯한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갯벌은 세계 5대 습지에 드는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다.


발걸음 붙잡던 삼양염전 터

삼양염전 터의 염호 둘레에서 자라는 갈대. 꽃이삭을 다 날려 보내고 빈 대만 남았다.


석포리선착장에서 5km 간 곳에서 넓은 저수지를 만난다탐조시설처럼 보이는 지붕 덮인 벤치도 있다저수지는 이미 황오리와 기러기 같은 철새들 차지인기척에 놀란 황오리 한 무리가 비행을 시작한다아름다운 군무가 늦가을 하늘 가득 펼쳐진다옛날엔 반갑고 아름답게만 인식되던 철새들이다그러나 몇 해 계속되는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지금은 환영 받지 못하는 손님 신세다.


호수에서 날아오른 황오리 떼. 이 너른 호수는 삼양염전에 소금물을 대던 염호다.


근데 이 저수지가 요상하다이름이 궁금해 핸드폰의 지도앱과 강화군에서 만든 팸플릿을 뒤져도 아예 저수지가 보이지 않는다강화군청과 삼산면사무소에 전화해서 물어도 모른다는 대답뿐이리 크고 반듯한 저수지가 이름이 없고지도에도 나오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안 가 발만 동동 구른다찾고 찾다가 강화나들길 11코스의 나들길지기님께 물었더니 이곳이 저수지가 아니라 바로 옆에 있던 삼양염전에 소금물을 대던 염호(鹽湖)였다고. 1957년에 문을 연 후 질 좋은 소금을 생산하던 삼양염전은 치솟는 인건비와 제자리걸음이던 소금값의 불균형을 견디지 못하고 2006년에 문을 닫았다그러자 이 호수만 덩그러니 남았다는 것이다온갖 철새들이 한가롭게 떠다니는 호수가 한없이 평화로워 보인다그러나 이웃한 삼양염전 터와 이 호수는 개발 중인 골프장에 포함되어 곧 사라질 운명이란다삼양염전 터엔 지금 갈대가 무성해 장관을 이루고 있다그 풍광이 발걸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염호와 삼양염전 사이에 있는 수로. 늦가을이라 수량이 애기 오줌발 같다.


물 빠진 갯벌에 갇힌 배. 저 그물작업을 위한 배 같다.


삼양염전 터를 벗어나면 곧 어류정항이 있는 매음리다길은 항구까지 가지 않고 마을 가운데로 들어섰다가 탑재슈퍼’ 앞에서 펜션 숲속바다풍경이 있는 오른쪽으로 꺾인다이 부근에서 길 찾기가 살짝 복잡할 수 있으나 리본이나 이정표를 놓치지 않으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마을을 벗어나 나지막한 고개를 넘으면 무인지경의 작은 해변이 나온다바다 풍광이 아름답고한적해 쉬기에 좋은 곳이다여기서 민머루해변이 지척이다.


 

 

삼양염전 터. 질 좋은 소금을 생산하던 이 염전은 2006년 문을 닫았고, 지금은 갈대만 무성하다.


석모도 갯벌과 고기잡이배. 갯벌에 드러난 날렵한 생김새의 수로가 인상적이다.


국화꽃향기 진하던 매음리. 어류정항을 낀 마을이다.(왼쪽) / 매음리 마을 한가운데서 이 간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들어서야 한다.


매음리에 있는 둘레길 안내판. 나들길은 저 코스와 다르다.


석포리선착장에서 민머루해변까지가 10km강화군의 관광안내용 팸플릿에서 추천한 구간이다남은 6km를 더 걸어도 좋고여기서 보문사 입구로 이동해 미네랄온천을 즐기고 보문사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민머루해수욕장이 있는 민머루해변. 철 지난 바닷가여서 썰렁한 분위기다. 편의점과 식당이 있다.


석포리선착장을 출발해 3km쯤 간 곳에서 만나는 쉼터. 차도를 처음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눈썹바위 아래에 새겨진 보문사 마애관음보살. 여기서 보는 서해가 장관이다.(왼쪽) / 석모도 미네랄 온천. 바다를 보며 노천탕을 즐길 수 있다. / 석포리선착장의 ‘삼산식당’ 바지락칼국수. 순무김치, 배추김치와 함께 먹는 맛이 그야말로 끝내준다.(오른쪽)


길 안내

코스 전체가 16km로 짧지 않으나 해안 둑길을 따라 걷는 평지여서 힘들지 않다구간의 대부분은 석모도의 너른 농지와 해안 사이로 이어져 한적하고 풍광이 편하다왼쪽으로는 물 빠진 석모도 해안 갯벌이 이어지고오른쪽은 대부분 너른 농지가 펼쳐진다갯벌엔 가을이면 붉게 변하는 칠면초가 군락을 이뤘고길 주변으론 갈대가 많아 서해안 걷기길의 낭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어류정항을 지나서부터 작은 동산들을 몇 곳 만나지만 야트막한 곳이라 오르내리기가 쉽다바다를 끼고 걷는 둑길 구간이 대부분이어서 겨울이면 칼바람에다른 계절엔 강열한 햇볕에 대비해야 한다특히 눈이나 비가 내릴 경우를 대비해 스틱을 준비하는 게 좋다

적당한 곳마다 남은 거리와 지나온 거리를 표시해둔 이정표가 나타나며 길 안내를 한다출발지와 어류정항민머루해변에 편의점이 있다강화군의 관광안내서엔 11코스 중 석포리선착장에서 민머루해변까지의 10km 구간을 추천하고 있다시간이나 여건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 코스만 걸어도 좋다. 3시간 걸린다

강화나들길 11코스가 지나는 석모도 해안지역은 군사작전지역으로겨울철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그리고 대인지뢰나 목함지뢰 같은 폭발물이 나타날 수도 있는 지역이어서 수상한 물체를 발견했을 경우 접근하지 말고 경찰서나 군부대에 신고하도록 한다.





코스 요약

석모도선착장딴납섬해변공원보문선착장염전저수지삼양염전터어류정항민머루해변어류정수문보문사주차장
(16km, 5시간)


교통편

강화버스터미널에서 석모도(삼산면)행 버스가 1일 20(06:00~20:30) 출발한다
31A, 31B, 38A, 38B번 중 31번은 인산리를, 38번은 고비고개를 경유한다
‘A’가 붙은 버스는 석모대교를 건넌 후 오른쪽인 석모리 방향으로 섬을 한 바퀴 돌고
‘B’가 붙은 버스는 석포리 방향으로 순환한다
강화나들길 11코스의 출발지인 석포리선착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31B번이 가장 편하다
31B 군내버스는 1일 8(07:30, 09:30, 10:00, 11:30, 13:00, 16:00, 17:30, 19:00) 출발하며, 40분쯤 걸린다
코스를 완주한 경우보문사주차장에서 위의 버스를 이용해 강화도로 나오면 된다
민머루해변에서는 작은 고개 너머의 매음3리복지회관까지 걸어간 후 석모도를 
순환하는 삼산마을버스를 타고 강화도행 버스가 다니는 큰길까지 가거나
버스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1.8km를 걸어가야 한다
올 초까지 다니던 외포리-석포리간 배편은 6월말 석모대교가 개통하며 운항을 중단했다
  
*자세한 정보는 이곳을 참조해주세요.
강화나들길 www.nadeulgil.org


TIP

화장실
출발지인 석포리선착장과 어류정항민머루해변보문사 입구에 화장실이 있다.

식사
석포리선착장과 민머루해변보문사 입구에 식당들이 많다
석포리선착장의 삼산식당(032-932-3226)’은 바지락칼국수를 잘 한다
찬으로 나오는 강화순무김치와 배추김치가 싱싱한 바지락을 
듬뿍 넣어 막 끓인 칼국수와 궁합이 그만이다
이 외에도 각종 샌선회와 생선매운탕꽃게탕과 밴댕이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코스 문의
강화군청 문화관광과 032-930-3561~4
삼산면사무소 032-930-4510
석모도바람길 나들길지기 010-3181-5802





글, 사진: 이승태(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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