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영주] 소백산이 품은 십승지지 이상향을 찾아서

2017-02 이 달의 추천길 2017-08-11
조회수224

소백산자락길은 영남의 진산이자 사람을 살리는 산으로 불리는 소백산 기슭을 따라 이어진다. 이 길의 열두 코스는 경북 영주에서 시작해 봉화, 충북 단양, 강원 영월 등으로 3개도 4개 시군을 아우르며 143㎞의 길을 이어낸다. 영주의 자랑인 선비촌을 시발점으로 둔 소백산자락길 1코스는 들머리부터 소수서원을 비롯한 금성대군 신단 등의 다양한 문화자원들을 지나며 소백산 숲길로 들어선다. 아름다운 숲길을 가졌으나 체력적인 난이도가 높지 않아 소백산 자락길 열두 코스 중에 인기가 높은 코스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 소수서원

  영주 곳곳에 있던 고택들을 옮겨 온 한옥마을 선비촌에서는 한옥 숙박도 함께 하므로 설설 끓는 구들장에 등을 지지며 하룻밤 묵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꽤 규모 있게 조성된 선비촌만 관람하고 곧바로 걷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의 볼거리는 선비촌과 한집살림을 하는 소수서원 영역에도 적지 않다.




한겨울에도 싱그러움을 뿜어내는 달밭골 잣나무숲길 구간.

 


꽤 큰 규모의 한옥마을인 선비촌 관람으로 걷기를 시작한다.

 

 

조선시대 교육기관인 서원은 향교가 공립교육기관이었던 것과 달리 사립교육기관에 해당한다. 소수서원의 품격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에서 시작된다. 아울러 국왕으로부터 편액과 서적, 토지, 노비 등을 하사받아 그 권위를 인정받은 사액서원이기도 하다.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때 훼철되지 않고 보존된 전국 47개 서원 중에 하나로 안동, 예천, 영주를 잇는 유교문화권의 맥을 이끈다.


소수서원의 영역을 보고 나면 남쪽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 고색창연한 취한정 방향으로 죽계천을 건넌다. 이렇게 소수서원 영역 한 바퀴를 걷는 길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은행나무들이 청신한 향기를 뿜어내는 빼어난 경관의 산책로다.




잘 자란 소나무들을 배경으로 죽계천을 건너기도 한다(소수서원 구간).

 


고색창연한 취한정은 소수서원 유생들이 풍류를 논하던 공간이다.

 

 

소수서원을 뒤로하고 소백산을 향해 자락길을 걸으면 곧 세조 2년(1456년) 단종 복위사건에 연루되어 이곳으로 위리안치(유배)된 세종의 여섯 째 아들인 금성대군의 신단 금성단(錦城壇)을 만난다. 금성대군은 유배지인 이곳 영주 순흥에서 또다시 순흥부사 이보흠과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 발각되어 죽음에 이르고 만다.


그로부터 250년이 지난 뒤 금성대군을 비롯한 순절의사들이 신원(伸寃)되었고, 이곳에 금성단을 설치하어 지금에 이른다. 금성단을 지나면 잎이 오리발과 비슷하여 압각수(鴨脚樹)라 불리는 1,100년 된 은행나무가 순흥하늘을 떠받들며 당당하다. 이 은행나무는 단종 복위사건으로 순흥부가 폐지될 때 함께 불탔다가 200년 뒤 복권될 때 다시 살아났다는 전설의 나무다. 그래서 이 나무가 잘 살면 순흥도 함께 부흥한다고 지역 사람들은 믿고 신성시 여긴다.




순흥에 유배된 뒤 다시 단종 복위운동을 벌이다 발각되어 목숨을 읽은 금성대군의 신단.

 

 

 소백산국립공원과의 아름다운 동행

  은행나무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소백산 연봉이 주르륵 펼쳐진다. 과연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는 별칭답게 소백산의 봉우리들은 물 흐르듯 부드럽게 하늘과 맞닿아 있다. 예로부터 소백산은 악한 기운이 없어 전쟁 등의 환란이 피해가는 십승지지로 꼽힌다.


소백산의 품으로 들기 전까지 과수원 사이를 지나기도 하고, 밭고랑과 순흥저수지 옆의 찻길을 걷기도 한다. 찻길 걷는 구간을 피하고자 한다면 금성대군 신단부터 다시 차를 이용해 배점분교 주차장이나 이보다 더 진행한 초암사 입구까지 자가용 이용을 권한다.


순흥저수지를 지나 만나는 배점마을의 순흥초등학교 배점분교(폐교)에서 왼쪽 길을 택한다. 배점이란 마을이름은 500여 년 전 이 지역에서 대장간을 하던 배순의 점포(대장간)가 있던 것에서 유래한다. 배순은 대장장이여서 학문에 뜻이 있어도 정식으로 글을 배울 수 없는 처지였으나 퇴계 이황이 소수서원에서 강론할 때 특별히 배려하여 함께 글을 익혔다. 그러다 퇴계가 세상을 뜨자 배순은 삼년상을 치르고, 쇠로 퇴계상을 만들어 기리는 등 제자로서의 예를 다하였다. 또 선조의 국상에도 삼년상을 지내어 충신으로 인정받았다. 지금도 배점분교 옆 마을에 배순의 정려비가 남아 있다.


자락길은 죽계구곡이라는 아름다운 별칭이 붙은 죽계천을 따른다. 죽계구곡이란 소백산 국망봉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아름다운 기암괴석을 적시며 남하하여 아홉 구비의 절경을 이루다 소수서원을 감싸 안고 흐른다는 뜻이다. 계곡의 중상류에 해당하는 초암사 부근의 금당반석을 1곡으로 하여 약 2㎞에 달하는 물줄기가 시원스레 뻗었는데, 현재는 아홉 개 중에 1곡, 2곡, 4곡, 5곡, 9곡만 남아서 전한다.


죽계구곡길을 걸어 올라가면 아담하게 자리 잡은 초암사다. 의상대사가 부석사터를 잡기 위해 소백산 자락을 주유할 때 초막을 짓고 살았다는 곳에 지어진 암자다. 지금의 초암사도 초막살이 시절을 회상하듯 위세 부리지 않은 모습으로 소백산 자락에 안겼다. 길은 이곳부터 오롯이 숲 속으로 파고들어 소백산국립공원 영역 안으로 흘러든다.




선비들이 찬란한 아름다움을 극찬했던 죽계구곡을 따라 걷는다.

 


의상대사가 초막을 짓고 기거했다는 곳에 세워진 초암사.

 

 

국립공원 내의 탐방로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독자적으로 조성하여 직접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소백산자락길만큼은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지자체, 문화체육관광부, 지역 민간단체가 합심하여 민관협치의 복합적인 안내시스템을 갖췄다. 그 덕에 숲길에서는 갈림길 걱정 없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명품 길이 탄생됐다.




소백산자락길은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된 길이다.

 


급한 경사가 없어 어느 계절이라도 즐거운 걷기를 이어갈 수 있다.

 

 

소백산자락길의 국립공원 구간은 신라 화랑들이 산수를 즐기며 수련 했다는 달밭골을 지난다. 계곡길이 많은 소백산자락길 1코스는 계곡물이 바위와 부딪치며 발생시키는 음이온이 충만하여 청량감이 그만이다. 이 길을 운영하는 (사)영주문화연구회 관계자는 실제 이 길을 걷고 난 후 호흡기 질환이 완화됐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접했다고 말한다.

 

숲길의 끝부분은 의상대사의 제자인 진정(眞定)이 창건된 비로사 일주문 앞을 지난다. 임진왜란 당시 소백산 승병의 본거지이기도 했던 이곳은 한국전쟁의 화마로 전소되고 말았다. 근래에 전각들이 새로 지어졌으나 본당인 적광전(寂光殿)의 돌로 만들어진 비로자나불과 아미타불은 1천년 넘는 세월의 증거로 지금도 당당하다. 비로사를 지나 큰길을 따라 2㎞의 숲길 포장로를 내려가면 1코스의 끝지점인 삼가주차장이다. 이곳에서 노선버스나 택시를 불러서 이동할 수 있다.




봄을 기다리며 숨구멍을 내놓은 눈 덮인 계곡.

 


의상대사의 제자인 진정스님이 창건한 비로사 일주문 앞을 지난다.

 

 


 

코스요약

걷는 거리 약 12.6km


걷는 시간 : 4시간 30분 내외


걷는 순서 

  선비촌~금성대군 신단~순흥저수지~배점분교~죽계구곡~초암사~달밭골~성재~비로사~삼가주차장


교통편

대중교통  

  영주 시내버스터미널에서 27번 버스타고 선비촌(소수서원) 하차 (1일: 14회 운행).


주차장 

  선비촌이나 소수서원 주차장 이용.


걷기여행 TIP


화장실

선비촌, 배점분교, 초암사 입구, 비로사, 삼가주차장
 
식수
사전준비 하거니 매점에서 구입
 
식사
선비촌 입구 식당가, 코스 후반부 식당

길안내
길 안내사인이 되어 있으나 죽계구곡 입구 전까지는 GPS트랙 활용을 겸하는 게 좋다.

기타

순흥저수지 일대는 갓길 없는 찻길 구간이므로 금성대군 신단부터 배점분교나 죽계구곡 입구까지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도 권할만하다.
 
코스문의

(사)영주문화연구회 (054)633-5636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사)한국의 길과 문화 사무처장> 

 

 


- 이 달의 추천길 다른글 보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