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주] 남산 동쪽의 보물 캐러 가는 길 - 경주 남산둘레길 '동남산 가는 길'

2017-03 이 달의 추천길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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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남산에도 둘레길이 있다. 그동안 남산은 산행을 통해 문화유적을 찾아봤지만, 둘레길을 따르면 남산 언저리에 자리한 유적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남산둘레길은 ‘남산 가는 길’, ‘동남산 가는 길’, ‘서남산(삼릉) 가는 길’ 3개가 나 있다. 그중 동남산 가는 길은 불곡 마애여래좌상, 탑골마애불상군, 헌강왕릉 등의 문화유적뿐만 아니라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 등 남산 동쪽의 명소를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다.



 천 년 신라의 보물, 경주 남산 

  경주 남산은 신라 서라벌의 앞산이다. 동서 4㎞, 남북 8㎞, 주봉인 금오산의 해발고도가 469m인 아담한 ‘야산’이다. 하지만 남산을 바라보며 살았던 신라인들은 불국정토(佛國淨土)를 꿈꾸며 산속 바위에 부처를 새겼다. 남산에는 불상 129개를 비롯해 13기의 왕릉, 산성터 4곳, 절터 150곳, 석탑 99기, 석등 22기, 연화대 19점 등 확인된 문화유적만 694점에 이른다. 남산 전체가 보물이고 남산 전체가 천 년 신라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남산둘레길은 무궁무진한 남산의 보물들을 캐러 가는 길이다. 출발점은 월정교 앞이다. 출발에 앞서 월정교를 둘러보자. 월정교는 월성 서쪽 끝에서 남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760년 경덕왕 때에 “궁궐 남쪽 문천(蚊川) 위에 일정교, 월정교 두 다리를 놓았다”는 기록이 있다. 월정교는 교각 윗면이 누각과 지붕으로 구성된 누교(樓橋)이며 센 물살에 견디도록 교각을 배모양으로 쌓았다고 한다. 현재 월정교는 공사 중인지만, 완성된 후의 모습은 월정교 홍보관에서 구경할 수 있다.


월정교는 원효대사의 기이한 행적으로 더욱 유명하다. 남산에서 내려온 원효대사는 월정교를 지나다가 일부러 다리에서 떨어져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빠진다. 이때 왕이 보낸 신하가 월정교 바로 옆의 요석궁으로 원효대사를 인도하여 옷을 말리게 했고, 자연스럽게 요석궁에 머물렀다. 이때 얻은 아들이 바로 설총이다.


월정교 남쪽 길가에 남산둘레길 안내판이 서 있다. 여기가 둘레길의 출발점이다. 월정교 홍보관에서 남산둘레길 지도를 받아 가면 도움이 된다. 남산 방향으로 조금 가면 3개의 남산둘레길이 갈린다. 직진은 남산 가는 길, 왼쪽은 동남산 가는 길, 오른쪽은 서남산 가는 길이다. 남산 가는 길은 도당산 터널을 지나 남산 등산로와 만난다. 거리는 1km에 불과해 남산 산행 코스로 이용하는 것이 적당하겠다. 서남산 가는 길은 천관사지, 오릉, 나정, 포석정, 배동석조여래불상, 삼릉 등 남산 서쪽의 유적을 둘러보는 7.8km의 길이다.



  

출발점인 월정교는 누대 공사가 한창이다.



 
월정교 남쪽 출발점에 100m쯤 가면 남산둘레길 3개 코스가 갈라진다.



동남산 가는 길로 접어들면 평화로운 논을 가로지른다. 이어 도로를 건너면 상서장(上書莊)을 만난다. 계단을 오르면 한옥 5칸 건물인 상서장이 다소곳이 앉아있다. 이곳은 신라말 대문장가 최치원이 머물면서 공부하던 곳이다. 그는 사양길에 접어든 신라의 국운을 쇄신하는 경륜을 담은 시무십여조를 진성여왕에게 바쳤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상서장을 나와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해맞이마을이 나온다. 마을 입구에 고청(古靑) 윤경렬 기념사업관이 만들어지고 있다. 고청 선생은 함북 주을 태생으로 1948년 경주로 내려와 신라문화유산 보존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1954년 경주박물관에 어린이박물관을 개설해 아이들에 신라문화의 자긍심과 희망을 전해준 것으로 유명하다.


해맞이마을을 지나면 이정표를 따라 불곡마애여래좌상을 만나러 간다. 조붓한 산길을 300m쯤 들어가면 울창한 대숲 한가운데에 마애여래좌상이 정좌하고 있다. 흔히 ‘감실부처’라고 부르는 보물 198호인 불곡마애여래좌상은 바위를 속으로 1m가량 파고 그 안에 불상을 새겼다. 살포시 미소 짓는 얼굴은 사람 마음을 한없이 평화롭게 해준다. 이 지역에서는 ‘할매부처’라고도 불린다.




 
불곡마애여래좌상 찾아가는 길은 울창한 대숲이 시원하다.


 

살포시 미소 짓는 소박한 얼굴이 특징인 불곡마애여래좌상.


 

남산둘레길을 걷다 보면, 남산 산행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동남산의 또 하나의 보물, 경상북도산림연구원

  할매부처와 작별하고 15분쯤 걸으면 옥룡암이 나온다. 대웅전 뒤편으로 보물 201호인 탑곡마애불상군이 자리한다. 높이 약 10m, 둘레 약 30m의 바위 위에 29개의 불·보살상과 비천상, 스님, 탑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특히 바위에 새겨진 9층탑은 삼국시대 탑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탑곡마애불상군의 스님상과 탑. 큰 바위에 29개의 불·보살상과 비천상, 스님, 탑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보리사에 자리한 보물 136호 미륵곡석조여래좌상을 둘러보고 내려오면, 수목원에 들어온 듯 메타세쿼이아와 칠엽수 등의 나무가 가득하다. 여기가 경상북도산림연구원으로 동남산 가는 길에 자리한 숨은 보물이다. 마침 홍매화와 복수초가 만개해 봄기운을 물씬 풍긴다. 숲속 벤치에 앉아 점심을 먹거나 쉬기 좋다.



 

칠엽수와 메타세쿼이아가 어우러진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의 산책로.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에 홍매화가 피어 봄기운을 전해준다.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 약용식물원에 핀 복수초는 봄의 전령이다.



화랑교육원을 지나면 만나는 헌강왕릉은 정강왕릉과 호젓한 솔숲길로 연결되어 있다. 왕릉은 생각보다 소박하고, 몸을 뒤튼 소나무들이 더욱 볼 만하다. 정강왕릉을 나오면 통일전이다. 삼국통일의 정신과 화랑의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성역화된 곳이라 아담한 남산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 다행히 통일전 옆에 단출한 서출지가 있어 숨통이 트인다. 쥐와 까마귀가 소지왕을 지킨 설화가 내려오는 서출지는 한여름에 연꽃과 배롱나무가 꽃 필 때 가장 아름답다.



 

뒤틀어진 소나무가 매혹적인 정강왕릉.



 
통일전 옆에 자리한 소박한 서출지.



서출지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남산리절터와 염불사지를 연달아 만난다. 두 절터 모두 동서 석탑이 남아 있다. 동남산 가는 길은 염불사지에서 마무리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유적들만 해도 차고 넘치지만, 시간 여유가 있으면 동남산 최고 유적으로 꼽히는 국보 칠불암과 신선암마애불을 찾아보자. 염불사지에서 왕복 약 5km, 2시간쯤 걸린다.



 

맑고 깨긋한 기운이 흐르는 남산리절터의 동서3층석탑.



 
시간 여유가 되면 동남산 최고 유적으로 평가받는 칠불암을 다녀오면 금상첨화다.


 

성동시장 안에는 뷔페골목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한 밥상을 받을 수 있다.





코스요약


걷는 거리 약 8km


걷는 시간 3시간


걷는 순서 

  월정교~상서장~고청 기념사업관~불곡마애여래좌상~옥룡암~탑곡마애불상군~미륵곡 석조여래좌상~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화랑교육원~헌강왕릉~정강왕릉~통일전~서출지~남산리절터~염불사지

   

교통편


찾아가기 

  전국 각지에서 KTX(SRT) 신경주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신경주역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해 경주박물관에 내려 출발점인 월정교를 찾아간다. 종착점인 염불사지에서 버스를 이용하려면 통일전까지 되돌아가야 한다. 통일전 앞 버스정류장에서 10, 11번 버스가 다닌다. 


돌아오기 

  경주역 바로 앞인 성동시장 안에는 뷔페골목이 있다. 24가지 반찬이 황홀하게 펼쳐지는데, 단돈 6000원이다. 반찬이 실하고 맛도 좋다. 10여 집이 뷔페를 운영하며 어느 집을 선택해도 알차게 먹을 수 있다.


 걷기여행 TIP


화장실

상서장, 옥룡암,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 통일전 등

 

식사

통일전 주변에 식당이 있지만, 도시락 준비하는 걸 추천함.

   

길안내

안내판과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다. 시간 여유가 없으면 통일전(서출지)까지 둘러보고, 통일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나오는 게 좋다.

 

코스문의

경주문화관광 054)779-8585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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