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평창] 오대천 어느 굽이에서 문수보살을 만나려나 -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선재길

2017-03 이 달의 추천길 2017-08-11
조회수372

봄이 부지런히 북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 노란 복수초가 눈을 뚫고 올라와 앙증맞은 모습을 보인지도 벌써 여러 날 지났고 남녘에서는 유채꽃이며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겨우내 꽁꽁 얼어있던 계곡물도 풀렸고 물가의 버들강아지는 부드러운 은빛 머리를 자랑하고 있다. 봄이 오는 계곡을 즐길 수 있는 길은 어디가 좋을까? 사람마다 첫 번째로 꼽는 곳은 다를 수는 있겠지만, 강원도 평창의 오대천 계곡을 다섯 손가락 안에 두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오대산을 흘러내리는 오대천 계곡을 따라 아름다운 길이 있다. 오대산 선재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곳. 천년고찰 월정사 전나무 숲부터 상원사까지 이르는 오대천 계곡길이다.

 


 전나무 숲길

  오대산 선재길 걷기는 반드시 월정사 일주문부터라야 한다. 그래야 나라 안에서도 손꼽히는 전나무 숲길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문은 부처님의 나라로 들어가는 여러 문들 중 제일 앞에 세우는 문이다. 지붕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 한 줄로 되어있다고 일주문(一柱門)이라고 한다. 일주문은 부처님의 나라와 속세를 나누는 경계이며 이곳부터 불국토가 시작되니 마음을 바르게 하라는 뜻으로 세우는 문이다. 그러니 일주문을 지나면서 시작되는 시원스레 쭉쭉 자란 청정한 전나무 숲길은 속진을 씻어내고 흐트러진 마음을 곧추 세우기에 더 없이 좋은 길이다.


 

월정사 일주문-일주문은 부처님 나라와 속세를 구분하는 경계다.



일주문부터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이 아름다운 숲길은 1km 정도로 길지는 않으나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전나무와 포장되지 않은 흙길로 사랑받는 곳이다. 워낙 그림처럼 고운 숲길이라서 드라마나 영화에도 자주 등장했다. 2003년 4월 개봉한 영화 ‘동승’이나 2017년 1월에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도 이곳 전나무 숲길에서 찍었다.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도 20분 남짓이면 끝나는 길이 아쉽기만 하다. 엄마를 찾아 산문을 나섰던 아기스님도,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한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도, 또 이 길을 지났던 수많은 중생들도 모두 부처님의 가피 아래 오랫동안 행복했으면 좋겠다.



 달의 정기를 받는 절 월정사

  오대산은 최고봉인 비로봉(1,563m)을 비롯하여 호령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의 다섯 봉우리가 있는데, 봉우리들 사이로 평평한 땅이 다섯 있어 이를 중대, 동대, 서대, 남대, 북대 라고 했고 산 이름 오대산도 여기에서 왔다고 한다. 오대산은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전나무 숲길을 따라 사천왕이 지키고 있는 천왕문을 지나고 금강루 계단을 올라서면 월정사 절마당이다.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에 당나라에서 돌아 온 자장율사가 세운 절이다. 보름날 동대산 만월대로 떠오르는 달이 하도 좋아 절 이름을 월정사(月精寺)로 했다고 전한다. 마당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특이하게 생긴 석탑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석탑은 사각형의 몸돌과 지붕돌로 지은 삼층이나 오층탑인데, 월정사의 석탑은 팔각형의 몸돌과 지붕돌로 이루어졌고 층수도 구층이나 된다. 석탑 앞에는 석조보살좌상이 마주하고 있는데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탑을 향해 무엇인가를 공양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석탑과 보살상은 원래부터 한 세트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래서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은 국보 제48-1호로 석조보살좌상은 국보 제48-2호로 지정되어 있다.



겨울의 월정사 전나무 숲길


녹음 짙은 월정사 전나무 숲길


사철 푸른 전나무들 사이로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달의 정기를 받는 절 월정사



월정사의 건물들은 근래의 것들이어서 묵은 맛은 없다. 중심 법당은 팔각구층석탑 뒤에 있는 적광전이다. 적광전에는 보통 비로자나불을 모시게 되지만 월정사 적광전은 석가여래를 모시고 있다. 절집에서는 약수를 ‘불유(佛乳)’ 즉 ‘부처님의 젖’ 이라고도 하는데 월정사에도 불유각이 있다. 불유각을 지나 찻길로 나오면 길 건너에 선재길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이 문으로 들어서면 앞으로 네 시간은 세상의 번잡함을 잊게 된다.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과 석조보살좌상 그리고 적광전


불유각-부처님의 젖이라니 확실히 효험이 있겠다.



 우통수 흐르는 오대천

  이제부터 상원사까지는 오대산 계곡을 따라 흐르는 냇물 오대천과 동행한다. 물길을 따라가는 길은 사철 다른 얼굴로 길손을 맞는다. 이른 봄 길가의 작은 들꽃, 여름의 짙은 녹음, 차분하고 곱게 익어가는 가을 단풍, 그리고 겨울날의 하얀 설화까지, 온통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길이다.



우통수 흐르는 오대천-꽁꽁 얼었던 계곡도 따스한 햇살에 녹아가고 있다.



오대천은 한강의 여러 지류 중 하나다. 지금이야 한강의 공식 발원지를 태백시 금대봉 자락에 있는 검룡소로 말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한강의 발원지는 상원사 건너편 오대산 서대에 위치한 우통수(于筒水)로 여겨졌다.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 등 우리나라의 고문헌에서는 우통수를 한강의 발원지로 기록하고 있다. 우통수는 물맛이 좋고 다른 물과 섞이지 않기 때문에 맑은 빛깔을 간직한 채 한강의 중심 물줄기로 흐른다고 해서 한중수(漢中水)나 강심수(江心水)로 불리기도 하였다. 때문에 한양의 양반들은 배를 타고 한강 한 가운데로 나가 길어 온 우통수의 맑은 물을 먹었다고 전해진다.


우통수가 흐르는 오대천 계곡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선재길은 아주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평지나 다름없고 조붓한 오솔길에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서 삼림욕에도 그만이다. 이처럼 평화로운 길이지만 아픈 상처도 남아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오대산의 아름드리나무를 마구 베어내어 가공을 하던 제재소가 있던 곳은 회사거리라는 이름으로 남아있고, 선재길 주변의 돌담장이 허물어진 흔적은 화전민이 살았던 자취라고 한다.


 

아직도 눈이 쌓여 있는 산죽 사이로 선재길이 이어진다.


가을의 오대천 계곡-자연이 만든 단풍도 사람이 만든 단풍도 모두 울긋불긋하다.


눈 쌓인 오대천 계곡의 징검다리


선재길은 전 구간이 대부분 유순한 숲길이어서 가족단위로 걷기에도 그만이다.



 상원사 가는 길

  울창한 나무들과 아름다운 계곡을 동무삼아 세 시간 남짓 걷다보면 상원사 입구다. 절로 오르는 초입에는 조선의 일곱 번째 임금인 세조가 개울물에 목욕을 하면서 의관을 걸어두었다는 관대걸이가 있다. 이 관대걸이에 얽힌 전설이 있다.


어린 조카 단종을 강제로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몸에 부스럼이 생기는 몹쓸 병을 얻는다. 백약이 무효라서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낫지를 않자 부처님의 가피로 병을 고쳐 보려고 영험하기로 이름이 난 상원사로 참배를 오게 된다. 어느 날 세조는 더위를 식히려고 개울물에 목욕을 하는데 마침 지나가던 동자에게 등을 씻어달라는 부탁을 했다. 목욕을 마친 세조는 동자에게 “어디 가서 임금의 몸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러자 동자는 빙그레 웃으며 “대왕도 어디 가서 문수보살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면서 홀연히 사라졌다. 정신을 차린 세조가 몸을 살펴보니 그렇게도 지독했던 부스럼이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한다.



관대걸이-세조 임금이 오대천에서 목욕을 할 때 의관을 걸어두었던 곳이라고 한다.



상원사에는 세조가 보았다는 문수보살의 화신인 문수동자가 있다. 토실토실한 볼, 이마에 가지런한 머리카락과 두 군데로 둥글게 말아 올린 머리 모양이 영락없는 어린아이 모습이다. 또 상원사에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종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아름다운 동종이 있다. 신라 성덕왕 24년(725)에 만들었는데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에밀레종이라고 부르는 성덕대왕신종보다도 46년이나 앞선다. 그리고 법당으로 오르는 계단 옆에는 돌로 만든 고양이상이 두 구 있는데 세조의 목숨을 구한 고양이를 기려 만든 것 이라고 한다.


상원사를 지나 등산로를 따라 4~50분 더 오르면 부처님의 정골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다. 상원사 적멸보궁은 양산 통도사, 영월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설악산 봉정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곳까지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야 하는 길이라서 지금까지 걸어온 선재길 보다는 힘이 든다. 걸음에 자신이 있다면 내처 다녀오는 것도 좋다.



상원사-세조 임금이 보았다는 문수보살의 화신 문수동자를 봉안하고 있는 곳이다.






코스요약


걷는 거리 11.1km


걷는 시간 4시간 (순 걷는 시간이며 답사시간, 간식시간, 쉬는 시간 등은 포함하지 않음)


걷는 순서 

  월정사 매표소 버스정류장 ~ (0.3km)월정사 일주문 ~ (1.1km)월정사 경내 ~ (1.2km)선재길 회사거리 ~ (4.5km)오대산장 ~ (3.2km)상원사 입구 ~ (0.4km)상원사 ~ 상원사 입구(0.4km)


* 선재길은 비가 많이 올 경우 계곡물이 범람하여 노선이 잠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기에 선재길을 걸으려고 계획할 경우에는 사전에 오대산국립공원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난이도 : 보통

   

교통편


찾아가기 

  우선 진부버스터미널까지 간다. 진부버스터미널에서 월정사. 상원사행 시내버스로 환승한다.


배차간격 : 약 1시간 (첫차 06:30 / 막차 19:20) 소요시간 20분

06:30, 07:40, 08:30, 09:40, 10:50, 11:50, 12:50, 13:50, 14:20, 15:30, 16:40, 19:20

계절에 따라 약간의 시간변경이 있을 수 있다.

문의전화 : 033-335-6307(진부터미널)   033-332-2966(평창운수)


* 현재 평창운수의 사정으로 노선버스는 운행되지 않으며 오대산관광버스가 정해진 시간에 대체 운행하고 있다. (2017년 2월 25일 현재)


돌아오기 

  찾아가기의 역순이다. 상원사 입구에서 월정사 주차장을 거쳐서 진부버스터미널로 나오는 버스를 탄다.

09:20, 10:20, 11:30, 12:20, 14:00, 14:40, 16:20, 17:20


걷기여행 TIP

 

화장실

월정사 매표소 부근, 월정사 주차장, 월정사, 오대산장, 상원사 입구. 상원사

 

음식점 및 매점

월정사 매표소 부근에 매점과 식당 두 곳이 있다. 상원사 입구에 작은 매점이 있다. 걷는 중간에는 아무 것도 없으므로 마실 물과 간식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숙박업소

월정사에서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진부면소재지에 숙박업소가 많고, 진부면소재지에서 월정사로 가는 길에 민박, 펜션 등이 여럿 있다. 

 

코스문의

- 오대산 국립공원 : 033-332-6417

- 오대산 국립공원 : http://odae.knps.or.kr/




김영록 (걷기여행가 여행 작가)

 

 

연관 여행지

연관 여행지가 없습니다.

- 이 달의 추천길 다른글 보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