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해남] 미황사 창건설화 따라 남도의 속살 걷기 - 땅끝천년숲옛길 1코스

2017-04 이 달의 추천길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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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화순 바람재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이어진 산줄기를 땅끝기맥이라 부른다. 우리 국토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꼬리뼈인 셈이다. 땅끝기맥은 해남 땅에 들어와 수려한 풍경을 수놓는데, 특히 두륜산~달마산~땅끝마을 구간이 최고 절경으로 꼽힌다. 이 구간의 굵직한 문화유산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이 ‘땅끝 천년숲 옛길’이다. 1코스 땅끝길은 미황사에서 도솔암을 거쳐 땅끝마을까지 이어진다.

 


 

도솔암에서 도솔암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서는 옹골찬 기암들이 펼쳐진다.

 

 

미황사에서 하룻밤 묵다

 해남버스터미널에서 탄 오후 5시 미황사행 막차는 느릿느릿 남도의 들판을 가로지른다. 들판에는 푸릇푸릇한 봄빛이 싱그럽다. 미황사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 서둘러 대웅전으로 올랐다. 1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미황사는 맑게 세수한 얼굴로 반겨줬다. 나중에 알았지만, 살짝 내리던 비가 그치고 시나브로 날이 맑아졌다고 한다. 저무는 해를 받은 대웅전과 그 뒤편의 달마산 암봉들은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반짝인다.



 

달마산의 수려한 암봉들을 배경으로 한 미황사 대웅전.

 

 

서둘러 저녁 공양을 마치고 나오자 절에는 땅거미가 내려앉는다. 미황사에서 가장 높은 약사전에 올라 바다를 굽어본다. 해는 시나브로 바다로 내려서기 직전이다. 하루의 고된 노동을 마친 해는 진도 너머로 사라진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쿵~ 범종각에서 울리는 묵직한 종소리는 대웅전 마당을 가득 채운다.


다음 날 아침, 밥을 든든히 먹고 주먹밥까지 싸 들고 미황사를 출발했다. 경내에 만개한 매화가 향기를 날려 배웅해준다. 대웅전 남쪽 일심당과 달마전 사이로 이어진 길을 따르면 ‘도솔암’ 안내판이 보인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구불구불 이어진 임도를 따르는 맛이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다. 500m쯤 숲길을 가로지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도솔암 방향을 따라야 하지만, ‘대밭삼거리’ 이정표를 따라 조금 올라 미황사 부도밭을 찾아봐야 한다.



 

미황사를 벗어나면 도솔암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미황사에서 부도밭으로 가는 길은 조붓한 난대림 숲길이다.



부도밭 앞에는 최근에 지어진 암자가 눈에 띄는데, 그 앞에 거대한 비석이 한눈에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 비석이 1692년에 세워진 미황사 사적비로, 미황사 창건설화가 적혀 있다. 글씨는 지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알아볼 수 있다.



 

부도밭 근처 암자 앞에 자리한 미황사 사적비. 미황사의 창건설화가 적혀 있다.



검은 소가 멈춘 곳에 미황사를 짓다

 신라 경덕왕 8년(749)에 배 한 척이 땅끝마을 앞바다에 나타났다. 배 안에는 금으로 된 사람(金人)이 노를 잡고 있었고 금함과 검은 바위가 있었다. 금함 안에는 화엄경, 법화경 같은 경전과 비로자나불, 문수보살, 보현보살상 등이 들어 있었고,  검은 바위를 깨뜨렸더니 검은 소가 뛰어나왔다. 그날 밤 의조화상의 꿈에 금인이 나타나서, 자기는 우전국(인도) 왕인데 금강산이 일만 불을 모실 만하다 하여 불상들을 싣고 갔으나 이미 절이 많이 있어서 봉안할 곳을 찾지 못하고 돌아가던 길에 금강산과 비슷한 이곳을 보고 찾아왔는데, 경전과 불상을 소에 싣고 가다가 소가 멈추는 곳에 절을 짓고 안치하면 국운과 불교가 흥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의조화상이 소에 경전과 불상을 싣고 나섰더니 소가 달마산 중턱에서 한 번 넘어지고 또 일어나서 한참 가다가 크게 울며 넘어지더니 일어나지 못했다. 의조화상은 소가 처음 멈췄던 곳에 통교사를 짓고 마지막 멈춘 곳에 미황사를 지었다. 지금 비석이 선 자리가 통교사가 있던 자리로 추측한다. 그리고 절 이름을 미황사라고 한 것은 소의 울음소리가 매우 아름다웠다고 해서 ‘미’자를 넣고 금인의 빛깔에서 ‘황’자를 땄다. 이러한 미황사의 창건설화는 우리나라 불교의 남방 해로 전래설을 뒷받침하는 귀중한 자료다.


미황사 부도밭은 미황사의 숨은 보물이다. 모두 24기의 부도와 부도비가 늘어서 있는데, 소탈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벽하당, 송암당, 영월당, 송월당, 죽암당, 설봉당 등 선사들의 명호가 새겨진 부도와 비석들은 권위적이지 않고 소탈해서 좋다. 부도에 새겨진 거북, 게, 새, 두꺼비, 연꽃, 도깨비 얼굴 등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박한 투박한 맛이 일품인 미황사 부도밭.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도솔암 이정표를 따른다. 머리 위의 달마산은 칼날 같은 험준한 바위가 이어지지만, 그 아래 오솔길은 순하고 부드럽다. 길은 울창한 난대림 사이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거대한 바위가 무너진 너덜겅에서 시야가 열려, 멀리 바다와 남도의 들판을 보여준다.


땅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다

 도솔암 입구부터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코가 땅에 닿을 듯한 급경사를 15분쯤 오르면 도솔암을 만난다. 암봉 위에 제비둥지처럼 자리한 도솔암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 주변으로 온통 칼날 같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시야가 열린 곳으로는 바다가 찰랑거린다.



 

수려한 암봉에 제비둥지처럼 자리잡은 도솔암.



도솔암부터는 부드러운 능선길로 땅끝기맥과 함께 걷는다. 좌우로 번갈아 가면서 바다가 등장하고, 만물상 같은 암봉들이 펼쳐지는 기막힌 길이다. 아랫마을에서 보면 능선의 암봉들이 부처님처럼 보인다고 한다. 미황사의 창건설화도 어쩌면 부처를 닮은 바위들 때문에 생겨났을지 모른다.



 

도솔암을 내려오면 길은 능선에서 내려왔다가 다시 능선에 올라붙는다.



미황사 주차장에서 잠시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다시 능선이 이어진다. 길은 잠시 능선에서 내려왔다가 다시 능선을 따른다. 땅끝마을 호텔 앞의 국도를 구름다리로 건너면 땅끝전망대에 오른다. ‘땅끝’이란 단어 주는 먹먹함은 펼쳐진 풍경 앞에서 사라진다. 둥둥 섬들이 끝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땅끝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처럼 느껴진다. 여기서 노화도, 보길도 등을 둘러보고 내려오면 땅끝마을에 닿으면서 걷기가 마무리된다.



 

종착점인 땅끝마을. 땅의 끝이지만, 길은 바다로 이어진다.



 

미황사 템플스테이의 예불시간.

 


 

코스요약


걷는 거리 : 15.4km

 

걷는 시간 : 6시간


걷는 순서 

  미황사~도솔암~땅끝마을(본래 코스는 땅끝마을에서 출발하지만, 교통 편의를 위해 거꾸로 걷는 걸 추천함)

    

교통편


대중교통

  해남버스터미널에서 미황사행 버스는 08:20, 11:00, 14:05, 17:00에 있다. 종착점인 땅끝마을에서 해남, 광주 등으로 가는 버스가 제법 다닌다.


미황사 템플스테이 

  미황사는 다양한 템플스테이를 짜임새 있게 운영하고 있다. 그중 휴식형은 자유롭게 날짜를 정해 참여할 수 있다. 사찰 예절, 다담, 산책, 참선 등이 이루어지며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다. 휴식형 템플스테이에서 1박하고 다음날 아침 걷기를 시작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미황사 템플스테이 접수 061-533-3521.


걷기여행 TIP

 

화장실

땅끝마을, 도솔암, 미황사 등

 

식사

땅끝마을에 식당이 많다. 걷는 중간에 없어서 도시락 준비하는 게 좋다.

 

길안내

안내판과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다. 전 구간 걷는 게 부담스럽다면, 미황사~도솔암 왕복 구간을 추천한다.

   

코스문의

해남군청 문화관광과 061-530-5329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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