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무주] 수묵화 속으로 도사 전우치 되어 타박타박!

2017-04 이 달의 추천길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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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재촉하는 비가 언 땅을 종일 두드리던 3월 하순의 무주 금강변. 흰 구름 산허리 감싸는 강변길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비현실적인 풍광을 그려낸다. 물을 잔뜩 빨아들인 세상은 촉촉히 젖어들고, 걷는 이는 스펀지처럼 비에 젖은 산천을 몸으로 빨아들이며 감탄에 감탄을 얹는다.

 


 

연초록과 아름다운 벚꽃의 향연이 벌어지는 용포리 옛 국토 벚꽃터널길(사진제공: 무주군청).



 

빗속의 우중걷기도 일부 찻길 구간을 제외하면 편안하다.



봄비로 엷게 코팅된 무주 금강변 마실길은 부드러운 치즈케익을 먹는 것처럼 달콤하다. 금강 상류의 물길은 중하류 충청권에서 보던 그 금강이 아닌 것처럼 맑고 투명하다. 흐르는 물길 곁으로 수직으로 솟아오른 기암절벽이 강물의 흐름을 따라 거대한 병풍을 둘렀다. 무주의 금강은 유독 기암절벽이 많아 놀라운 풍광이 폭포처럼 흘러내린다.



 

‘와! 치즈케익에 녹차가루와 생크림을 토핑한 것 같아!’라고 감탄했던 금강변 갈대길.



 

흐르는 물길 따라 하류 쪽으로 길을 잇는다.



 정과 망치만으로 바위 쪼아 뚫어낸 벼룻길



 

농수로를 열기 위해 정과 망치로 금강 기암절벽을 쪼아가며 뚫어낸 벼룻길.



   

무주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은 부남면 도소마을회관에서 시작된다. 길은 곧 금강변을 따라 이어지는데, 물의 흐름에 순응하며 하류를 향한다. 올록볼록 동그랗게 솟아난 능선과 능선 사이 골짜기로 금강은 흐르고, 걷는 길은 그 곁을 놓치지 않는다. 콧구멍 다리라 불리는 유평교를 건너 목가적인 풍광 속으로 들어간다. 강 건너 정으로 쪼아 진안과 무주의 길을 열었다는 대문바위가 소나무 삿갓을 쓴 채 이 구간의 랜드마크로 우뚝하다.


덤덜교 다리 건너 부남면소재지는 높게 자란 노거수 느티나무가 길손을 맞는다. 인적 뜸한 시골 면소재지에서는 식당이 몇 곳 있어서 요기를 할 수 있다. 벼룻길 상호를 내건 식당에서 동태탕으로 비에 젖은 몸을 뜨끈하게 덥히는데, 식당 사장님은 이 동네가 2년 전에 ‘불타는 청춘’ 촬영팀들이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를 만들고 간 곳이라고 일러준다.



 

조붓한 강변길을 따라 걸으면 너른 들판에 다다른다.



면소재지답지 않게 마을은 소담했으나 꽉 짜진 배치가 여느 시골과 다른 앵글을 보여준다. 금강변 마실길은 사과 과수원을 지나 이 길의 주인공 격인 벼룻길 구간으로 접어든다. 벼룻길은 일제강점기 당시 굴암리 대뜰에 물을 대기 위해 정과 망치로 강변의 기암절벽 사이를 뚫어내며 만든 농수로다. 지금은 본래 기능을 상실하고 걷는 길로 탈바꿈하여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준비를 마쳤다.


벼룻길 구간은 강변 옆 수직절벽을 정으로 쫓아가며 만든 길이어서 폭이 매우 좁다. 따라서 거꾸로 걸어오는 이들이 있을 경우 교행이 위험하고 불편하다. 금강변 마실길을 가급적 정방향으로만 걸어주길 바라는 이유가 여기 있다.


벼룻길은 1km가 조금 넘는 길이지만 인상은 매우 강렬하다. 특히 에둘러갈 공간이 없어 오로지 정과 망치만으로 20m 바위굴을 뚫어낸 각시바위굴에서는 옛 분들의 구슬땀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벼룻길 구간을 지나면 찻길 옆 금강 둔치를 걷기도 하고, 찻길 옆을 걷기도 하는 다소 지루한 구간이 1시간 정도 이어진다. 그러다가 래프팅 시설이 있는 곳에서 제대로된 금강길에 접어든다.



 

삐쭉 솟은 각시바위를 통과하기 위해 일제강점기 당시 바위를 뚫어 좁은 동굴을 내었다.


 

금강변 마실길의 명물이 된 각시바위굴. 정과 망치만으로 열어낸 길이다.



상굴암마을 금강 둔치길은 ATV(사륜 바이크)가 요란하게 지나는 일이 적지 않아 다소 주의가 필요하다. 둔치길을 지나 만나는 벚나무 임도는 작은 임도 수준의 흙길이지만 한때 국도로 지정되어 자동차들이 덜덜거리며 지나던 옛 찻길이다. 이곳까지 ATV가 침범하면 어떻게 걸을까 싶어 군청에 확인한 바, 이 구간은 ATV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단다.


벚꽃이 피는 봄날과 벚나무 잎이 붉게 물든 가을이면 그야말로 판타스틱한 벚나무 터널이 된다. 왼쪽으로는 기암절벽이 쏟아질 듯 거대하고, 오른쪽으로는 맑은 금강이 유유히 흐른다. 금강 너머 잠두마을의 편안한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라 해도 믿을 만하다. 요대마을 앞 강길을 지나면 금강변 마실길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길이 기다리는데, 바로 세월교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강변 숲길이다.



 

4월 초부터 하얗게 빛날 용포리 벚꽃 터널길.



이른 초봄, 벚꽃 터널을 마음 속으로 그리며 걷는다.


  

수묵화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오는 느낌을 주는 금강변 마실길.



총 거리 19km에 달하는 긴 거리를 자랑하지만 순간순간 모습을 바꾸며 옷을 갈아입는 금강변 마실길은 지루함을 느낄 여력이 없다. 꽃피는 봄날은 물론, 사계절 언제라도 추천할만한 길이며, 한여름에는 레프팅을 엮어 1박2일 여행지로도 훌륭하다.



 

금강변 마실길 종합안내판.






코스요약


걷는 거리 약 19km


걷는 시간 7시간30분 내외(쉬는 시간 포함)


걷는 순서 

  도소마을~부남면소재지~벼룻길~상굴암마을~굴암삼거리~벚꽃임도~요대마을~강변숲길~서면마을


교통편   


대중교통 

  무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남방면 버스를 타고 부남면소재지에서 하차(1일: 11회 운행). 무진장버스(063)433-5282


주차장 

  도소마을회관 앞 이용.

 

걷기여행 TIP 

 

 

화장실

도소마을, 부남면소재지, 굴암체육시설, 서면마을

 

식수

사전준비하거나 부남면소재지 매점에서 구입.

 

식사

부남면소재지 식당가

   

길안내

안내사인 부실한 곳이 간혹 있으므로 GPS트랙을 함께 참조하는 게 좋다.

 

기타

벼룻길 구간에서 교행이 어려우므로 역방향 진행 시 벼룻길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코스문의

무주군청 환경관리과 (063)320-2330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사)한국의 길과 문화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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