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종로] 가을이면 더 걷고 싶은 덕수궁 돌담길, 언덕 밑 정동길 - 서울도보관광코스 덕수궁~정동길

2017-11 이 달의 추천길 2017-10-31
조회수754

 



정동길을 생각할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문세의 광화문연가. 광화문을 노래한 듯하나 떠오르는 이미지는 늘 덕수궁 돌담길과 그 길 끝에 있는 정동교회였다. 이 노래 때문에 이 길은 그 시절 모든 연인들에게 첫 사랑 그리움이었다. 연인이 생기면 가장 먼저 함께 걸었던 길, 세월이 지나고 연인을 떠나보낸 후엔 그 때를 그리워하며 혼자 걷던 길. 


정동교회 앞 사거리의 신아빌딩 옥상에서 본 덕수궁의 가을. 도심 속에서 만나는 행복한 풍광이다.


만추의 정동길.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이파리들은 모든 시민들의 마음에 편지 한 장 써 준 듯하다.


그러나 이 길은 결코 사랑의 기쁨과 아픔으로만 기억될 곳이 아니다쓰러져가던 조선의 마지막과 나약한 모습으로 문을 연 대한제국의 모든 시간을 함께 했던 역사의 현장이다이 짧은 길에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중요한 장소들이 상처받은 나이테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포도송이처럼 몰려 있다그러기에 이 길은 속도를 내어 걷는 길이 아니라 생각하며 또 생각하는 사색의 길이다가을의 길이다


정동극장.


박제가 된 고궁, 덕수궁

서울의 고궁 다섯 곳 중에서 교통편이 가장 좋은 덕수궁은 늘 많은 이들로 붐빈다덕수궁은 조선왕조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궁궐이다원래는 월산대군의 저택으로태조의 계비인 신덕왕후(神德王后강씨의 묘가 있던 곳이어서 정릉동 행궁이라 불렸다광해군 때 경운궁(慶運宮)이라는 이름을 얻었다지금의 정동이라는 이름은 정릉동 행궁에서 유래했으며태종 때 이 묘를 옮긴 곳이 지금의 성북구 정릉동이다.


덕수궁의 가을빛


나라가 아무런 힘이 없던 틈을 타 국모인 명성왕후가 일본 낭인들에 의해 시해되는 을미사변이 일어나자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은 세자와 함께 나인들이 타던 가마를 이용해 이국의 공사관으로 피신을 했다. 1년쯤 지난 후 왕이 돌아온 곳은 경복궁이 아닌 초라한 행궁 경운궁이었다원구단에서 하늘에 제사를 올린 고종은 경운궁 즉조당에서 황제위(皇帝位)에 올랐고, ‘대안문(大安門)’이던 경운궁의 정문은 대한문(大韓門)’으로 현판을 바꿔 달았다그로부터 경운궁은 10년간 대한제국의 황궁으로 사용되었다

대한문은 원래 지금의 도로 한복판쯤에 있었는데, 1970년 지하철 1호선 공사로 인해 돌담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원 위치에 대한문 자리였음을 표시한 동판을 묻었으나 아스팔트로 덮였다.


덕수궁 석조전. 격변기에 들어선 서양식 건물이다.


경운궁은 구한말의 격변기를 거치며 서구식 석조건물인 석조전과 독특한 외형을 보여주는 정관헌 등 특이한 양식의 건물이 많이 들어섰다이렇듯 어울리지 않는 옷을 걸친 궁궐을 호시탐탐 조선을 노리던 서구 열강의 공사관이 둘러쌌다미국대사관에 이어 영국대사관이 경운궁 담 너머에 자리했고러시아 공사관은 더 높은 언덕에 터를 잡고 감시하듯 왕궁을 빤히 내려다보았다서로 낯선 이방인들이 경운궁을 가운데 둔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그러면서 정동은 국제교류와 외교의 무대가 되었고신문물의 발산지로 근대사의 한 면을 장식했다지금도 그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덕수궁의 가을빛


덕수궁 내 중층 건물인 석어당 옆의 살구나무에 꽃이 만개하는 궁궐의 봄빛깔이 황홀하고비오는 여름날덕수궁 안 카페인 돌담길에서 바라보는 연못의 운치가 그만이다그러나 가을의 덕수궁 단풍의 아름다움에는 미치지 못한다중화문 주변의 은행나무들이 일제히 황금빛으로 바뀌면 덕수궁의 수많은 고목들도 장단을 맞추며 오색 비단을 걸친 듯 화려한 치장을 한다


유럽에 온 듯! 성공회 서울대성당

성공회 서울대성당. 서울에서 만나는 서양의 풍광이다.


덕수궁을 나와 북쪽 담장 끝으로 가면 붉은 기와지붕의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이 보인다영국 성공회의 서울대성당이다. 1890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장림성당이라는 한옥이었는데그 후 라틴형 십자가 모양의 설계를 바탕으로 착공했으나 건축비가 모자라 1926년에 일자형 건물로 마무리하게 된다그러던 것을 1996년에야 당초 계획대로 지금처럼 완공했다건물 구석구석에서 동서양의 조화가 느껴지지만 전체적으로는 유럽의 어느 성당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성공회 서울대성당 내에 있는 경운궁 양이재. 지금은 주교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성당 뒤편에 반듯한 한옥 한 채가 눈길을 끈다경운궁 양이재다. 1904년 경운궁의 대화재 이후 중건 때 궁 안에 새로 지었던 건물이다황족과 귀족 자제의 교육기관인 수학원으로 사용되었으나 고종 승하 후 경운궁이 축소분할되는 과정에서 성공회성당에 매각되어 1927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그 후 리모델링을 거치며 다소 변형되었으나 기본 골격은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지금은 주교의 집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서울 데이트코스 1번지, 덕수궁 돌담길

누구라도 걸어보았을 덕수궁 돌담길.


덕수궁돌담길은 자주 차 없는 거리가 된다. 그래서 더 걸을 맛 나는 곳이다. / 덕수궁 월곡문 앞에 있는 조형물. 이 앞에 서면 누구라도 훤칠한 키의 미남미녀가 된다.


덕수궁 내 카페 ‘돌담길’ 앞 연못의 여름날 한 때. 비가 내려 운치 가득하다.


다시 대한문으로 돌아와 그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을 따른다이제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반드시 찾는 명소인 덕수궁 돌담길은 70년대 젊은이들의 데이트의 대명사였다파란만장한 이 땅의 격동기를 온 몸으로 견뎌낸 덕수궁길은 1998년에 새로이 단장을 했다.단조롭고 곧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중간의 차도는 편도 1차선의 S자형으로 바꿔 속도를 줄여 조용히 지나가라는 메시지를 담았다자동차가 주인이던 길을 사람에게 돌려준 것이다지금은 고궁에 어울리는 한적함과 여유가 이 길을 지배하고 있다돌담을 따라 수많은 연인들이 사진을 찍고주말이면 버스킹판이 벌어지거나 프리마켓이 열리기도 한다혼자 걸어도 기분 좋은 길이다.


정동전망대가 있는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정동전망대에서 본 정동교회.


정동전망대에서 본 덕수궁과 주변 풍광. 구한말 조선을 기웃거리던 서구 열강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궁궐 담장 주변으로 이국적인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덕수궁 돌담길을 마주한 곳에 서울시가 시청 서소문별관을 세웠다그리고 별관에서 가장 좋은 전망을 가진 13층을 전망대로 만들어 일반에 개방했다수도권 모든 시민들로부터 극찬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이곳 정동전망대에서 마주하는 풍광은 과연 최고다.덕수궁을 중심으로 정동길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그 뒤로 빌딩숲을 이룬 종로와 멀리 배경을 이룬 인왕산북악산에 북한산과 안산까지 보인다


덕수궁 돌담길이 굽어 도는 지점. 높은 담 너머의 궁궐나무들이 가을채비를 하고 있다.


전망대를 내려온 후 다시 돌담길 따라 조금만 가면 왼쪽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이 나온다르네상스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해방 후 대법원으로 사용되었다. 1995대법원이 서초동으로 옮기자 2002년부터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있다들어서는 길 양쪽의 숲이 아름답다가을철 단풍빛깔은 더욱 화려하다앞마당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곳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입구의 신아빌딩(왼쪽). 이 건물은 영등포역 내의 한 건물이 흘릴 때 그 벽돌을 모두 사와서 벽돌에 붙은 시멘트를 한 장 한 장 다듬어서 다시 지은 것이다. 그 때 사용하고 남은 벽돌이 건물 뒤쪽에 쌓여 있다. / 서울시립미술관(가운데). 옛날엔 대법원 건물이었다. / 서울시립미술관 뜰에서 독서 중인 여인. 가을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 있을까!


언덕 밑 정동길의 조그만 교회당

배재학당역사박물관. 배재학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근대교육기관이었다.


미술관에서 옆길로 나서면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근대교육기관인 배재학당이 보인다. 1885년 감리교 선교사인 아펜젤러 목사에 의해 세워진 배재학당은 고종이 친히 하사한 교명 배양영재(培養英材)’의 준말이다초대 대통령인 이승만과 소설가 나도향시인 김소월한글학자 주시경독립운동가 지청천 등을 배출한 명문이다현재 남아 있는 배재학당 동관은 1916년에 세워진 것으로, 1008년부터 배재학당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동교회 앞 사거리 분수대의 조형물(왼쪽). / 정동교회 앞 사거리의 한 모퉁이에 있는 작곡가 이영훈의 노래비. 우리 시대의 많은 사랑과 정서를 우리는 그에게 빚졌다.


배재학당을 내려선 네거리의 한 쪽에 정동교회가 있다작곡가 이영훈의 노래광화문 연가에 나오는 것처럼 언덕 밑 조그만 교회당이 아니어서 처음엔 놀랐던 곳교회 앞 네거리엔 분수대가 있다옛날엔 아무것도 없던 분수대 중앙엔 2014조각가 배형경이 화강석으로 만든 작품 삼미신이 세워져 있다이 분수대를 기점으로 길은 곧게 뻗어가고 차들도 제 속도를 낸다분수대에서 정동극장에 면한 인도엔 작곡가 이영훈을 추모하는 소박한 크기의 노래비가 있다조형물은 작아도거기에 담은 고마움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을 듯


정동교회 앞 사거리에서 구세군교회 쪽으로 이어진 길. 이 길가에 미국대사관저가 있어서 경계가 삼엄하던 곳이다. 지금은 사진도 찍을 수 있을 만큼 많이 완화되었다.


회화나무에게 땅을 양보한 캐나다대사관

최근 복원한 중명전(왼쪽). 복원 전에는 오른쪽 사진처럼 외관이 달랐다.


정동교회 맞은편의 정동극장을 지나 오른쪽 골목을 들어서면 그 끝에 숨은 듯 중명전이 자리하고 있다황실의 도서관이던 이 건물은 1904년 덕수궁이 불타자 고종의 임시 집무실로 사용되기도 했다고종이 헤이그 특사를 접견한 장소기도 한 이곳에서 을사보호조약 등 이 땅의 운명을 뒤집은 사건들이 도장 몇 개로 이뤄졌다


정동길을 걷다가 만나는 옛 신아일보 별관(왼쪽). / 이화박물관. 이화여고 안에 있다.


중명전을 나와 다시 경향신문사 방향으로 오르면 꽃 같이 아름답고 버들잎처럼 싱그러운 청춘들이 모인 예원학교와 이화여고가 길을 마주하고 있다이화여고 교정에 있는 이화박물관은 1886년 이화학당이 세워진 이후 130년 넘게 지켜온 이화의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고 우리나라 여성교육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공간으로이화학당 창립 120주년이던 2006년에 문을 열었다


회화나무 고목과 캐나다대사관. 회화나무를 살리려 신축할 때 설계도를 바꾸었다.


박물관 건너편엔 빨간 이파리가 그려진 국기가 인상적인 캐나다대사관이 있다여기서는 대사관보다 대사관 앞 인도의 회화나무 고목이 눈길을 끈다수령 500년을 넘긴 이 나무는 높이 17m에 지름이 5m가 넘는 거목으로나무의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을, 2003년 캐나다 대사관을 신축할 때 나무의 뿌리 위치를 감안해 건축 디자인을 변경하고지지대를 세운 후 우물을 확장하는 등 대사관의 노력이 더해지며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캐나다 대사관을 왼쪽에 끼고 언덕길을 오르면 오른쪽에 조그만 정동공원이 보인다공원 뒤편이 높은 언덕을 이루는데그 위에 하얀색 종탑 같은 건축물이 외로이 서 있다옛 러시아공사관 건물의 일부다러시아공사관은 1884년 한러수호조약이 체결된 후 1890년에 완공된 3층 교모 벽돌구조의 르네상스식 건물이었다명성황후가 시해된 후 고종이 황태자와 함께 1년 남짓 피신해 있던 곳이기도 한 아관파천의 현장 러시아공사관은 한국전쟁 때 불타 탑 부분과 지하 2층만 남았던 것을 1973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했다원래는 회색의 벽돌이었으나 1981년에 재보수할 때 흰 회반죽으로 마감했다.


구러시아공사관. 아관파천의 현장이다.





코스 요약

덕수궁성공회 서울대성당정동전망대서울시립미술관배재학당 역사박물관정동제일교회정동극장중명전이화학당캐나다대사관 앞구러시아공사관
(2.3km, 2시간)


교통편

대중교통
서울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시청역을 이용하면 된다. 1번이나 2번 출구를 나오면 덕수궁이 코앞이다.


TIP

화장실
덕수궁, 서울특별시청 서소문별관, 서울시립미술관
  
식사
서울도심 한복판인 만큼 식당과 카페들이 많다. 덕수궁 정문 부근과 정동극장에서 캐나다대사관에 이르는 길옆으로 여러 식당이 있다. 정동극장 옆의 이름도 정겨운 정동길(02-318-3556)’은 생고기김치찌개와 참치김치찌개 등을 맛볼 수 있다.  7,000. 정동극장 옆 골목 안쪽에 추어탕으로 유명한 남도식당(02-733-7888)’이 있다. 1인분에 10,000. 
  
길 안내 
짙은 가을빛에 물든 덕수궁을 둘러본 후 대한문에서 광화문쪽으로 가서 성공회서울대성당과 서울특별시의회 건물을 본 후 다시 대한문으로 돌아와 덕수궁 돌담길을 따른다. 조금만 가면 왼쪽으로 서울특별시 서소문별관이 보인다. 별관 13층에 있는 정동전망대는 꼭 올라야 하는 곳. 덕수궁을 비롯해 북악산과 인왕산까지, 종로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명당이다. 정동전망대를 내려온 후 돌담길을 따르면 어느새 서울시립미술관을 만난다. 들어서는 길의 숲으로 꾸며진 정원이 예쁜 미술관을 관람한 후 미술관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이 보인다. 거기서 다시 정동길로 내려서면 왼쪽으로 높은 종탑을 가진 정동제일교회가 나온다. 교회 건너편이 정동극장이고, 정동극장 옆 골목 끝에 중명전이 숨어 있다. 다시 정동길로 나와 북쪽으로 올라가면 예원학교 맞은편에 이화여고가 보이고, 그 끝에 이화박물관이 시선을 끈다. 박물관 건너편에 캐나다대사관이 있다. 대사관보다는 그 앞을 지키는 오랜 회화나무가 더 시선을 끈다. 대사관을 왼쪽에 끼고 오르막을 잠시 오르면 오른쪽으로 작은 공원이 나오는데, 그 언덕에 부분만 남은 하얀색 구러시아공사관이 서 있다. 

코스문의
서울특별시 중구청 문화관광과 02-3396-8400

*자세한 정보는 이곳을 참조해주세요.
culture-night.junggu.seoul.kr 정동야행





글, 사진: 이승태 <여행작가 jirisan07@naver.com> 

 


- 이 달의 추천길 다른글 보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