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고흥] 진한 나무 향기에 취해 피톤치드 트래킹 - 봉래산 편백나무숲길

2017-09 이 달의 추천길 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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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멀리 있는 여행지일수록 좋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국내 여행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절해고도 울릉도, 땅끝 해남, 제주도 끝섬 마라도 등이다. 고흥반도 끝자락에 붙은 외나로도 봉래산(410m)서울에서 멀지만 아름다운 여행지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서울시청에서 봉래산까지의 거리는 땅끝으로 불리는 해남 갈두리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고속도로 연결은 더 뎌디기 때문에 오히려 시간은 더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수고에 대한 보상은 확실하다.

 

봉래산 으뜸 볼거리는 3만 수가 넘는 삼나무·편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숲이다편백나무는 키가 크고 가지가 무성해 멀리서 보면 스페이드’ 모양을 하고 있다멀찍이 떨어져 숲을 바라보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양떼구름처럼 보이기도 한다그런 모양새 때문에 서양에선 크리스마스 트리로 애용해왔다.


 

 

봉래산 편백나무숲은 1920년대부터 조림된 것으로 분포 면적이 66에 달한다. 편백나무는 산림욕에 효과가 있는 피톤치드를 내뿜는 식물이다.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 작용이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또 일본 사람들이 욕탕의 재료로 많이 쓰는 '히노키가 편백이다.

 

 



봉래산 편백나무 숲길은 1~3 코스는 총 11.8km. 또 그 중 1·3코스 1.8km 구간은 겹치기 때문에 길은 더 짧다. 1구간은 4.2km로 우주과학관에서 예내저수지, 삼나무 편백숲을 거쳐 무선국으로 통하는 치유의 길이다. 2코스는 편백숲과 봉래산 정상을 거쳐 내려오는 5.8km 구간이다. 3코스는 편백숲에서 무선국에 이르는 길로 봉래산의 7부 능선을 가로지른다. 3코스는 사실상 1코스 안에 포함돼 있다. 그러니까 길을 우주과학관에서 시작한다면 1·3코스를 아우르는 셈이다.




예내리는 우주과학관이 자리잡은 마을로 과학관에서 봉래산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예내저수지가 나온다. 1코스 구간은 과학관에서 시작하지만, 본격적인 걷기 길은 저수지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갑자기 입구를 막은 철문이 막아서고 있다. ‘폐쇄된 길인가하고 보니 상수도 보호구역 차량 출입 금지안내문이 적혀 있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비로소 길이다.




길은 호젓하다 못해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인기척이 없다. 저수지를 왼편으로 끼고 도는 지점에선 이게 길이 맞나싶을 정도로 잡풀이 우거져 있다. 걷다보면 풀이 발목을 감을 정도다. 금방이라도 풀숲을 헤치고 멧돼지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으스스한 분위기다. 산 능선 쪽에서 들리는 작은 들짐승 소리도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되돌아가야 하나생각이 들 정도에 오른편 봉래산 방면으로 제법 너른 길이 나타나고, 안도의 한 숨을 쉬게 된다. 절대 혼자가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산 능선으로 향하는 길은 대숲을 끼고 방향을 튼다. 대나무숲을 이정표로 삼으면 될 듯 하다. 조금 가다 보면 편백나무숲방향과 무선국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다. 오른편으로 곧장 지르면 무선국, 왼편으로 가면 편백숲길을 만난다.




능선으로 오르는 길 또한 삼나무·편백나무를 비롯해 잡목과 풀이 우거져 있다. 아주 호젓한 길이다. 또한 길바닥에는 산악회 등이 길을 표시한 흔적이 있어 오히려 든든하다

편백나무가 뿜는 피톤치드는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향기롭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린 여름을 겪은 난 숲은 바닥까지 충분히 젖어 있어 향기는 더 진하다. 아름드리 편백나무를 비롯해 팽나무, 느티나무 등이 뿜는 향에 취해 걷게 된다.

 

 



하늘은 빽빽이 들어찬 편백나무 가지에 가려 보일 듯 말 듯 하다. 비좁은 공간 사이를 볕이 겨우 비집고 들어오는 형국이다. 가지 사이로 비스듬히 내리쬐는 한 줌의 볕이 마치 금빛 쇠창살 같다.




봉래산 숲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에 시험림으로 조성됐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편백나무는 이제 수령 100년을 다 되어가는 귀한 자원이다

저수지에서 약 1시간 못 미치는 지점에 편백숲갈림길이 있다. 왼편으로 가면 시름재를 거쳐 봉래산 정상으로 가고, 왼편으로 가면 무선국이다. 봉래산 정상엔 봉화대를 비롯해 다도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이 일품이다. 그러나 정상은 다음으로 미룬다. 정상을 밝는 환희보다 어쩔 땐 호젓한 산책이 더 좋을 때가 있는데, 봉래산 편백숲 길이 딱 그렇다.

 

 



봉래산 동쪽 7부 능선을 가로지르는 편백숲-무선국 1.8km 구간은 약간의 오르막내리막을 빼곤 평지나 마찬가지다. 예전 이 길은 봉래산 동쪽과 서쪽에 자리한 마을을 잇는 고샅길이었을 것이다. 삼나무, 편백나무는 물론 소나무와 팽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숲 터널을 이루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대낮인데도 한 줌의 볕도 들지 않을 정도의 숲 터널이 이어지다 갑자기 앞이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1.8km 구간에서 이런 광경은 서너 번 이상 반복되는데, 그 때마다 고흥반도 동쪽으로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다. 옅은 해무가 쌓인 바다는 빛깔마저 흐릿해 바다인 지 구름인 지 분간하려면 한참을 쳐다봐야 한다. 수만 그루가 빽빽이 들어선 편백숲 못 지 않게 이채로운 광경이다.

 

 



터벅터벅 산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무선국까지 왔다. 평일 낮이라 그런 지 예내리 마을 입구에서 무선국까지 4.2km 걷는데, 단 한 사람과도 마주치지 않았다. 호젓해서 좋았지만, 행여라도 안전사고가 있을 지도 모르니 혼자 걷는 것은 피하는 게 좋겠다

이 지점에서 좀 더 나아가면 나로우주센터의 무선국이 있고, 더 나아가면 찻길을 만난다. 또 이 지점에서 산 능선을 타고 올라가면 봉래산으로 오르는 2코스 구간으로 접어든다.

 

 



찻길로 가는 것보다는 편백숲을 한 번 더 걷고 싶어 올라온 길로 하산했다. 두 번째 걷는데도 역시나 으스스했다. 이런 길은 날이 어두워지면 더 위험하다. 오후 5시 이전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계획을 짜는 게 좋다.






코스 요약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예내저수지(1.1km)~편백나무숲 입구(1.1km)~무선국(1.9km)
*역순으로 걸어도 무관. 길이 짧아 원점회귀산행도 무리 없다.
(4.1km2시간, 난이도: 쉬움)


교통편

찾아가기
고흥터미널에서 나로도 터미널행 버스를 타고가서 나로도 터미널에서 우주과학관(예내마을)가는 버스타고 우주과학관에서 하차. 그러나 고흥읍내에서 멀고, 버스편이 많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차를 갖고 가는 게 좋다. 고흥터미널(061-833-0009)

돌아오기
우주과학관 정류장에서 나로도터미널행 버스타고 이동


TIP

화장실
길 시작 지점인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 화장실이 있다. 그 외엔 화장실을 찾을 수 없다

주변 관광지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나로우주센터 정문 입구에 있다. 우주센터 방문자들을 위한 전문 전시관이다. 87000㎡의 부지에 32종의 작동체험 전시물을 포함한 90여 종의 전시품을 비롯해 3D입체영상관, 카페테리아 등이 있다. 또 주말에 한해 나로호 프라모형 만들기, 풍선로켓만들기, 한국형발사체 등 유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개관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30(입장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 휴관이다. 또 오늘 94~11일 소방안전시설 관리공사로 문을 닫는다

음식 및 매점
일단 길에 들어서면 음식점·매점은 있다. 미리 충분한 물을 배낭에 담아가는 게 좋다. 

숙박업소
외나로도 안에 펜션이 여러 곳 있다. 우주과학관 근처에 캠핑장도 있으며, 맞은 편 염포해수욕장에도 숙소가 있다

코스 문의
관광안내해설을 하지 않는다
고흥군청 문화관광과(061-830-5347, tour.goheung.go.kr) 

 

 



글, 사진: 김영주(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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