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남구] 근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모던' 문화산책 - 양림동둘레길 양림

2017-10 이 달의 추천길 2017-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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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동(楊林洞)은 유서깊은 동네다. 양림의 어원에 관해서는 '볕 양()'자와 '버들 양()'자 두 가지 설이 있는데, '볕에 잘 드는 마을'이든 '버드나무 가지가 늘어진 마을'이든 살기 좋은 동네인 것만은 분명하다. 때문에 일찍이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터를 잡았고, 구한말에 지어진 최승효·이장우 가옥 등이 현재까지 문화재로 남아 있다. 

양림동은 20세기 초, 미국인 등 외국인 선교사들이 들어와 거주하며 이른바 '서양촌'으로 불렸다. 1904년부터 정착한 선교사들의 집터를 비롯해 1908년에 세워진 수피아여고 등이 그 유산이다. 또 양림동은 199년까지 미국 문화원(American Center)이 있었던 곳이다. 때문에 1980~90년대 광주 지역 대학생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광주에서 으뜸가는 문화의 거리가 됐다. 사직공원 아래 오밀조밀한 골목길을 헤집고 다니면 미술관과 공방, 카페 등 들러볼 만한 곳들이 샘에서 물이 솟듯 불쑥불쑥 등장한다. 지도에 표시된 길은 4km 남짓이지만, 기웃기웃 헤집고 다니다 보면 한나절을 돌아다녀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근래 외지인이 많이 찾는 도시의 골목길 중 경주의 황남동 카페거리, 일명 '황리단길'과 더불어 꼭 가볼만한 곳이다. 

양림길은 양림동 행정구역과 흡사하다. 사직공원의 야트막한 능선이 북()에서 서(西)쪽으로 흐르며, 동쪽으로는 무등산에서 발원한 광주천이 남북으로 흘러 건너편 광주의 옛 도심과 경계를 짓는다. 남쪽 경계는 남광주시장과 남구청을 오가는 백양로를 따라 구분된다. 마을 아래서 북동쪽을 올려다보면 광주의 진산인 무등산(1187m)이 올려다 보이는데, 무등이라는 이름처럼 너른 품을 자랑하는 산 아래 맑은 천 그리고 볕 잘 드는 마을이 양림동이다. 

양림길은 이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그러나 골목을 헤집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미리 머릿속에 길을 그려놓고 들어가는 게 좋다일단 랜드마크는 사직공원 정상에 솟은 전망타워다일단 이 곳에 오르면 대강의 길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양림파출소에서 시작해 사직공원까지 오르막 길을 10여 분 걷는다아름드리나무 그늘 아래로 나무 데크가 깔려 있는 걷는 맛이 있다데크 옆으로 간간이 꽃무릇이 보인다꽃대없이 꽃만 올라오는 꽃무릇은 가을꽃의 대명사다
  
전망대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4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면 무등산 아래로 실핏줄처럼 흘러내리는 광주천이 눈에 들어온다그 안쪽으로 조선대학교 캠퍼스 등 광주의 시가지가 보인다짙은 녹음의 테두리 안에 회색 아스팔트 건물에 가득하다발아래는 이장우·최승효 가옥을 비롯해 호남신학대학과 수피아여고 교정이다올라와 보니 대충 가야 할 길이 잡힌다
  
이후 코스는 시계 반대 방향이 좋다호남신학대학과 캠퍼스 내에 있는 구한말 선교사 유적 등을 거쳐 수피아여고를 거쳐 돌아오면 다시 사직공원으로 되돌아온다전망대를 내려오자마자 대학캠퍼스가 보이고 '우일선 선교사 사택 200m'이정표가 보인다이 길은 제중로라는 이름이 붙였는데벽화는 여기서부터 즐비하다마을지도여성친화마을을 상징하는 그림들, '양림충견친화도'라는 주제가 붙은 타일 벽화 심지어는 PC방 건물 벽에도 근사한 벽화가 자리잡았다





호남신학대 캠퍼스는 크지 않다. 1900년대 초반 이 곳에 들어와 활동한 미국 남장로교의 선교사들의 묘소가 있으며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선교사 사택이 보인다우일선(미국 이름은 R. M. Wilson) 선교사 사택은 고풍스런 분위기의 2층 벽돌 건물이다. 1920년대에 지었다고 하며광주에 현존하는 서양식 주택 건물로는 가장 오래됐다광주YMCA에 따르면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광주로 온 시기는 20세기 초반 무렵부터다이들의 주된 사명은 전도에 있었지만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가르치고 병원에 세워 의료 봉사하는 일도 주요한 일이었다광주진료소도 당시 세워졌다고 한다우 선교사는 1908년 2대 원장으로 부임했다그는 평생에 걸쳐 가난한 환자들을 위한 의료 활동을 펼쳤으며 특히 당시 창궐한 나병(한센병퇴치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사택 앞으로 또 하나의 예쁜 집이 있는데게스트하우스라고 한다사택에서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길목엔 당시 선교사들이 가져와 심었다는 아름드리 북미산 호도나무가 한그루 자리잡고 있다호두나무에서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길목엔 새빨간 꽃무릇이 흐드러지게 피웠다아쉽게도 피고 난 뒤 2주 가량이면 지는 꽃이라 11월엔 볼 수 없을 것 같다
  
호남신학대학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수피아여고와 인접해 있다예전에는 선교사 사택에서 학교로 들어가는 작은 문을 통해 출입이 가능했지만현재는 막혀 있다. '외부인 출입이 잦아들면서 위험 요소가 늘고 있다'며 '행정실 허락을 받고 출입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아마도 걷기 여행자들이 늘어나면서 학교에서 불편을 겪는 듯 하다수피아여고는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여한 자랑스런 역사를 갖고 있다학교 안엔 광주 지역에서 선교 활동을 한 유진벨 목사를 추모하기 위해 커티스메모리얼홀 등 오랜 문화재가 있다





학교를 나와 백양로를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크게 돌면 광주천이다또 백양로를 따라 돌지 않고 안쪽 골목을 따라 걸어도 무방하다양림길은 이정표는 없다고 보는 게 무방하다잠깐 길을 잃어 돌고 돌아도 작은 마을이라 이내 다시 돌아온다양림동주민센터 근처에 '펭귄마을'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거리가 있다펭귄은 살지 않고마을 촌장의 별명이 펭귄이라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좁은 골목엔 펭귄 벽화를 비롯해 소소한 작품들이 거리를 장식했다. '펭귄 시계점', '펭귄 주막'을 비롯해 목재 기념품 숍 등 볼거리가 많다

주민센터에서 양림동오거리로 나오면 근대역사문화마을이 시작된다여기서부터 이장우·최승효 가옥을 비롯해 한희원 미술관이 시작되는데이 지점은 사직공원 전망대가 보이는 곳으로 호남신학대학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기 전 골목이다한바퀴를 돌아 다시 길의 시작점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이장우 사택은 구한말에 지어진 집이다.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문을 닫는다. 대신 '밖에서 보라'는 안내문과 함께 댓돌이 있다. 담장 너머로 100여 년이 훌쩍 넘은 고래등처럼 큰 한옥이 보인다. 그보다는 뒤안에 자리잡은 아름드리나무가 더 돋보인다. 정원 뒤편으로는 바로 사직공원, 그리고 전망대가 보인다. 




이장우 가옥에서 최승효 가옥, 한희원미술관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은 양림길 여정의 백미라 할 만 하다. 커다란 한옥집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앉은 작은 집들과 카페, 공방이 자리잡고 있다. 구한말의 풍경에서 1960~70년대가 그려지는 '개발시대'의 풍경 그리고 '모던' 21세기 풍경까지 다양함이 작은 골목 안에 모두 깃들어있다. 또 골목 곳곳에 아기자기한 벽화들이 여행자를 반긴다. 골목이 꺾어지는 지점, 어느 집의 회색 콘크리트벽에 작은 벽화 한 점을 장식해 미술관 이정표로 대신하는 식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이 한희원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 안에 '무인찻집'이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다. 미술관 앞 '모던테이블'에서는 '모던한복'을 대여해주는데 1시간에 7000원으로 괜찮은 가격이다. 서울 경복궁 근처에서 빌려주는 한복보다 훨씬 더 '모던'하고 예쁘다. 



 

 

 

코스 요약

양림동 파출소~낙산공원 전망대~호남신학대 내 선교사 사택~수피아여고~백양로~양림동 주민센터~이장우·최승효 가옥 
(4.5km 3시간)


교통편

찾아가기
광주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지원 25, 첨단 09, 순환 01, 문흥 48) 이용
택시를 이용하면 요금은 약 5000자가용은 사직공원 근처에 주차하면 된다.


TIP

화장실 및 매점
사직공원호남신학대학 등 
  
걷기여행 TIP
-수피아여고를 방문할 때는 행정실에 신청해야 한다
-이장우·최승효 가옥은 일요일(공휴일)에 문을 열지 않는다
-한희원미술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코스문의
남구청 062-607-2431, 양림동 주민센터 062-607-4502





글, 사진: 김영주 기자(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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